나를 미쳤다고 한 남편부터 미치게 해드릴게요

나를 미쳤다고 한 남편부터 미치게 해드릴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By:  6jay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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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유산을 노린 남편에게 정신병원에 감금된 강유진. 미친 척 버티며 증거를 모은 그녀는 법정 한복판에서 남편과 내연녀의 음모를 뒤집고, 빼앗긴 인생과 재산을 되찾기 위한 처절한 복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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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환각제 탄 음료와 사설 구급차
얼음이 짤랑거리는 크리스탈 유리잔 너머로 남편 서도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비틀려 올라갔다."유진아, 얼굴이 많이 상했네. 친정 부모님 100억대 상속재산 명의 정리 절차가 코앞이라 요즘 신경 쓸 게 많았지? 내가 당신 좋아하는 석류 비타민 주스 시원하게 타 뒀으니까, 이거 한 잔 다 마시고 오늘은 제발 푹 자."남편이 내민 짙은 자줏빛 음료수. 겉보기엔 매일 아침 식탁 위에 놓여 있던 달콤한 과일 주스였지만, 잔 표면으로 미세하게 떠오르는 잿빛 기포와 코끝을 스치는 쌉싸름한 쇠 비린내가 묘하게 신경을 긁었다."……맛이 왜 이래? 평소보다 훨씬 쓰고 텁텁한 냄새가 나는데.""기분 탓이야. 유기농 농축액을 좀 더 진하게 타서 그래. 남기지 말고 얼른 쭉 들이켜."도현의 눈동자에 스쳐 지나간 찰나의 초조함과 끈적한 탐욕. 그 불길하고 섬뜩한 시선을 포착한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잔을 입술에 대는 시늉만 하며 식탁 옆 대형 관엽식물 화분 쪽으로 음료의 절반 이상을 슬그머니 흘려보냈다. 하지만 입술을 적시고 목구멍 안쪽으로 스며든 단 한 모금의 액체만으로도 세상이 사납게 요동치기 시작했다.쿵, 쿵, 쿵-.심장이 흉곽을 부수고 튀어나올 것처럼 미친 듯이 질주하더니, 머릿속의 모든 신경세포가 하얗게 타들어 갔다.거실의 벽지와 대리석 바닥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검은 늪처럼 나를 집어삼켰다. 사지의 힘이 완전히 풀리고 손끝부터 서늘한 마비가 덮쳐왔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부 깊숙한 곳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번져 나왔다."도, 도현 씨…… 이거…… 대체 무슨 약을 탄 거야……?"바닥으로 무력하게 고꾸라진 내 귓가로 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동하는 매그놀리아 향수 냄새와 함께 하얀 실크 슬립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또각거리며 걸어 나왔다. 윤서린. 도현이 대학 시절부터 잊지 못해 가슴에 품고 살았다던 그의 첫사랑이자 내연녀였다."어머, 도현 씨. 약효 진짜 세다. 역시 제약회사 다니니까 이런 약 빼돌리는 것도 별일 아니네?"서린이 교태로운 웃음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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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안방에서 와인을 마시는 악마들
쇠창살이 촘촘하게 박힌 좁은 철창문 너머로 서늘한 새벽 공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사방이 두꺼운 방음 패드로 빈틈없이 뒤덮인 두 평 남짓한 독방.사설 구급차에 실려 경기도 외곽의 인적 드문 사설 정신병원 폐쇄병동으로 끌려온 지 꼬박 3시간이 지나고 있었다.환자복 안쪽으로 스며드는 한기에 온몸의 뼈마디가 시려왔다.벽면에는 이전 환자들이 손톱으로 긁어놓은 듯한 섬뜩한 핏자국과 긁힌 자국들이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이곳은 치료를 위한 병원이 아니라, 돈만 주면 멀쩡한 사람도 영원히 사회에서 지워버리는 불법 사설 감옥이었다.철컥, 끼이익-.무거운 철문이 열리며 하얀 가운에 마스크를 쓴 간호사가 굵은 주사기를 손에 든 채 다가왔다. 뒤이어 험상궂은 체격의 남자 보호사 2명이 문간을 가로막고 섰다."환자분, 얌전히 누우세요. 진정제 들어갑니다. 발버둥 치면 가죽 끈으로 침대에 사지 결박합니다."간호사의 차가운 음성. 나는 초점을 완전히 잃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허공을 휘저었다. 침을 한 줄기 흘리며 약물에 뇌가 완전히 망가진 중증 정신착란 환자의 흉내를 냈다."으, 으으…… 불이야…… 천장에 괴물이 날 쳐다봐요…… 살려주세요……!""쯧쯧, 젊은 여자가 완전히 맛이 갔네. 서도현 팀장님이 특별히 부탁해서 최고 용량으로 처방했으니, 며칠만 지나면 자기 이름 석 자도 기억 못 할 거다."간호사가 내 왼쪽 팔에 바늘을 찌르는 순간, 나는 갑자기 경련하는 척 팔을 거칠게 비틀었다. 바늘이 빠지며 약물이 피부와 시트 위로 흘렀고, 간호사는 욕설을 삼키며 남은 양만 급히 밀어 넣었다.철문이 쾅 닫히고 복도 저편으로 간호사와 보호사들의 발소리가 사라지자, 나는 주사 자국을 눌러 피를 멎게 했다. 전량은 들어가지 않았다. 머리가 묵직했지만 아직 생각할 수 있었다. 전신을 찌르는 뻐근한 통증 속에서, 나의 이성은 서늘하리만치 차갑게 벼려지고 있었다.부모님이 의문의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뒤, 장례식장에서부터 내 곁을 지키며 다정한 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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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혀 밑의 알약과 속옷 속 스마트워치
끼이익-.철창문의 묵직한 배식구가 덜컹 열리며 플라스틱 약컵과 미지근한 물 한 잔이 들어왔다."아침 약 복용 시간입니다. 강유진 환자, 일어나서 삼키세요."밤 근무를 마치기 전 간호사가 창살 틈새로 나를 매섭게 감시하고 있었다.약컵 안에는 붉은색과 노란색의 향정신성 캡슐 3알이 들어 있었다. 내 상태와 무관한 고용량 약을 계속 먹었다간 심한 졸림과 인지 저하로 제대로 판단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었다. 나는 초점 없는 흐리멍덩한 눈을 깜빡이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배식구 앞에 섰다."약…… 꿀꺽…… 먹으면 나 집에 보내줘요……? 남편 보고 싶어요……."아이처럼 어눌하게 혀 짧은 소리를 내며 3알의 캡슐을 한꺼번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그리고 종이컵의 물을 들이켜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하지만 알약은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았다. 혀 밑바닥 깊숙한 공간으로 알약 3개를 순식간에 말아 넣은 뒤, 오직 물만 목 뒤로 꿀꺽 소리 내며 삼켜 넘겼다."입 벌려 보세요. 혀 들어 보세요."간호사의 날카로운 지시에 나는 혀끝을 살짝 들어 올리는 척하며, 알약을 혀뿌리 뒤쪽 어금니 잇몸 틈새로 교묘하게 밀어 넣었다. 간호사의 시선이 입안에서 떨어질 때까지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좋아요. 얌전히 침대에 누워 계세요."철문이 쾅 닫히고 간호사의 규칙적인 발소리가 복도 저편으로 멀어졌다.나는 즉시 병실 구석 화장실로 달려가 혀 밑에 숨겨두었던 캡슐 3알을 변기 속에 모조리 뱉어냈다. 침에 젖은 알약들이 소용돌이치는 물살 속으로 사라졌다. 변기 물을 내린 뒤, 나는 출입문 감시창에서 가장 잘 보이지 않는 침대와 벽 사이로 몸을 낮췄다.그리고 환자복 상의 안쪽, 스포츠 브라 밑단 이중 박음질 안감 속에 숨겨온 손톱만 한 크기의 초소형 특수 스마트워치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친정 IT 연구소에서 보안 테스트용으로 쓰던 초소형 웨어러블 기기였다. 손목 밴드에서 본체만 분리해 브라 안감에 숨겨 둔 덕에 압수품 검사도 피할 수 있었다.전원 버튼을 길게 누르자 어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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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폐쇄병동의 추악한 거래
자정이 넘은 시각, 폐쇄병동 복도에는 인기척이 거의 없었다. 약에 취한 다른 병실 환자들의 희미한 신음과 쇠사슬 긁히는 소리만이 서늘한 복도를 감돌았다.나는 스마트워치의 초소형 카메라를 활성화한 뒤, 철창문 배식구 틈새로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렌즈 너머로 차가운 복도의 전경이 선명하게 모니터에 잡혔다.잠시 후, 복도 끝 원장실 문이 열리며 낯익은 두 실루엣이 나타났다.말끔한 명품 수트 차림의 남편 서도현과, 기름기 흐르는 얼굴에 금테 안경을 쓴 병원장 박 원장이었다."서 팀장, 약은 지시대로 투여하고 있고 관찰기록도 환각과 공격성 증상 위주로 맞춰놨네. 이번 주말까지 기록 쌓이면 중증 조현병 의심 소견서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어."박 원장이 비열하게 웃으며 도현의 어깨를 툭 쳤다. 도현은 품 안에서 두툼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박 원장의 손에 쥐여주었다. 묵직한 5만 원권 다발이 봉투 틈새로 언뜻 모습을 드러냈다."원장님, 약속한 착수금 1억입니다. 법원에서 제가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고 재산 관리권을 쥐는 날, 성공보수 3억 더 얹어 드리겠습니다.""허허, 서 팀장 역시 손이 커. 그나저나 강유진 환자 친정 쪽 변호사가 병원에 전화를 걸어 행방을 묻던데?""걱정 마십시오. 아내가 심각한 정신착란으로 가출했다고 경찰에 허위 실종 신고를 넣어뒀습니다. 차진혁 그 자식이 아무리 설쳐봤자, 배우자인 내가 보호입원 서류까지 꾸며놨으니 당장은 아무도 못 건드립니다."도현의 목소리가 스마트워치 마이크에 또렷하게 녹음됐다.이어 도현이 서류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철 하나를 꺼내 들었다."그리고 원장님, 이건 아내 명의의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입니다. 부동산 처분과 계좌 관리 위임 서류에 강유진 지장을 강제로 찍어주셔야겠습니다.""그거야 식은 죽 먹기지. 오늘 밤 수면마취제 한 방 더 놓고 엄지손가락만 인주에 꾹 누르면 끝나는 일이니까."두 사람이 주고받는 불법 감금 거래와 1억 원의 현금 전달 장면, 그리고 위임장 위조 모의가 스마트워치 카메라에 고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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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100억 유산 후견인 신청과 펜트하우스 투어
어둠이 내려앉은 폐쇄병동 독방 안에서 남편 서도현의 얼굴 근육이 씰룩였다."……뭐? 유진이 너, 방금 뭐라고 지껄였어?"도현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갈라졌다. 내 서늘하고 또렷한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친 순간, 녀석의 손에 들려 있던 빨간 인주 통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붉은 파편을 튀겼다."내 100억대 유산이 그렇게 탐났냐고 물었어, 서도현."도현은 내 얼굴을 몇 초 동안 멍하니 보더니 곧 이를 악물었다. 놀란 표정이 사라진 자리로 분노가 올라왔다."이 미친년이……! 약을 제대로 안 처먹고 멀쩡한 척 연기를 해?"도현이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침대 위로 사납게 덮쳐왔다. 녀석의 묵직한 체중이 내 상체를 사정없이 짓누르고, 거칠고 억센 손아귀가 내 환자복 멱살을 틀어쥐었다. 뺨을 스치는 남자의 거친 숨결에서 역겨운 담배 냄새와 첫사랑 윤서린의 싸구려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여긴 경기도 외곽의 사설 정신병원 폐쇄병동이야! 원장도 간호사도 전부 내 돈을 먹었는데 네깟 년이 뭘 할 수 있는데! 넌 여기서 영원히 썩어 나갈 미치광이일 뿐이야!"도현은 바닥에 떨어진 인주를 주워 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억지로 문질렀다. 붉은 인주가 살갗을 파고들며 끈적하고 불쾌한 촉감을 남겼다. 나는 격렬하게 저항하는 척 몸부림치며, 속옷 안감에 숨겨진 스마트워치의 녹음과 카메라를 켰다.도현이 내 손가락을 꺾어 서류철 하단에 억지로 내리누르는 순간, 렌즈에는 일그러진 지장과 내 손목을 비트는 손, 그리고 도현의 협박성 자백이 고스란히 남았다.엄지 관절이 욱신거렸지만 손을 빼지 못했다. 대신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게 몸에 더 힘을 줬다."하하하! 찍었다! 드디어 찍었어! 이제 강남 빌딩 포함 100억대 재산을 내가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는 거야!"서류철에 번진 붉은 지장을 확인한 도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녀석은 바닥에 쓰러진 나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서류철을 가슴에 끌어안고 철문을 쾅 닫은 채 밖으로 나갔다. 다음 날 오후, 스마트워치에 진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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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병동 야간 순찰 틈을 탄 원장실 잠입
새벽 두 시, 폐쇄병동 복도는 서늘한 살얼음판 같았다. 사설 정신병원 지하 1층, 중증 격리 구역.환자복을 입은 채 쇠사슬에 묶여 신음하는 무고한 피해자들의 비참한 울음소리가 방음벽 틈새로 미세하게 새어 나왔다. 박 원장이 돈을 받고 입원을 조작해 온 게 사실이라면, 이곳에 나 말고도 억울하게 갇힌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장부만 확보하면 적어도 박 원장이 몰랐다고 발뺌하긴 어려워.'나는 어둠 속에서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스마트워치 화면을 켰다. 저녁 투약 때 간호사가 카드키를 문 옆 리더기에 대는 순간, 나는 스마트워치를 최대한 가까이 붙여 오래된 RFID 신호를 저장해 뒀다. 보안이 허술한 병동이라 가능한 일이었다.나는 저장된 신호를 한 번 재생했다.삐비빅- 틱.녹색 표시등이 켜지며 굳게 잠겨 있던 철문 래치가 풀렸다. 나는 고양이처럼 발소리를 죽인 채 어둠이 깔린 복도로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복도 모퉁이의 회전형 CCTV가 반대쪽을 비추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복도 끝 병원장실 문 앞으로 움직였다. 오늘 밤이 지나면 박 원장이 허위 진단자료와 금품 수수 장부를 파기할 가능성이 높았다.반드시 저들이 직접 남긴 원본 기록을 촬영해 외부에 보관해야 했다.철컥.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눌렀다. 원장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야간에도 직원들이 드나드는 방이라 도현과 박 원장이 나간 뒤 제대로 잠그지 않은 모양이었다.어두컴컴한 원장실로 들어간 나는 벽면을 훑었다. 유난히 앞으로 떠 있는 커다란 유화 액자를 들어 올리자 묵직한 강철 금고가 모습을 드러냈다.금고 앞에서 막혔다. 번호 패드를 노려보던 나는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화기 밑에 반쯤 접힌 메모지가 끼워져 있었다.[4829]설마 싶어 네 숫자를 눌렀다.철컥, 치이익-.두꺼운 금고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금고 안에는 5만 원권 돈다발 수십 묶음과 함께, 두툼한 가죽 바인더 한 권이 놓여 있었다.[사설 입원 VIP 비밀 관리 대장 - 강유진 건: 착수금 1억 수령, 허위 증상 관찰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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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성년후견 심문 D-Day, 악마들의 행진
눈이 부시도록 청명한 가을 아침, 나는 서울가정법원 지하 주차장에 세워 둔 승합차 안에서 태블릿 화면을 보고 있었다.몇 시간 전 새벽, 병동 교대 시간에 맞춰 복제해 둔 카드 신호로 후문까지 빠져나왔다. 골목 끝에는 진혁 선배가 보낸 차량과 수사팀 관계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 측이 내가 사라진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에 곧장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진술부터 남겼다. 도현에게는 아직 아무 연락도 가지 않았다.법원 앞은 이미 취재진으로 가득했다.'100억대 IT 자산가 상속녀, 중증 정신질환 의혹.''아내의 성년후견을 청구한 남편 서도현.'진혁 선배가 미리 저장해 둔 취재 화면 속으로 검은 세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도현은 짙은 네이비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서린은 검은 원피스 차림으로 몇 걸음 떨어져 뒤따랐다. 기자의 마이크가 도현 앞으로 쏟아졌다."오늘 배우자 강유진 씨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문이 열립니다. 심경이 어떠십니까?"도현은 손수건으로 눈가를 눌렀다."부모님을 사고로 여읜 뒤 아내가 심한 정신착란과 환각에 시달렸습니다. 자해 위험까지 보여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저는 남편으로서 아내와 장인·장모님이 남긴 재산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화면을 보던 내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며칠 전 내 손가락을 비틀던 인간과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목소리가 처연했다.서린도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한 걸음 뒤에서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런데 법원 현관으로 들어가기 직전, 둘이 눈을 마주치며 아주 짧게 웃었다.나는 태블릿 화면을 껐다."끝까지 저러네."진혁 선배가 내 앞에 서류 봉투를 내려놓았다."수사팀이 제출한 증거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발부됐어. 다만 네가 직접 출석해서 상태를 보여주는 게 성년후견 청구를 깨는 데 가장 확실해.""알아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고요."병원에서 빠져나온 뒤 씻고 옷을 갈아입었지만, 손목에는 도현에게 잡힌 붉은 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며칠 사이 얼굴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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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닫힌 심문실 문이 열리고, 걸어 들어온 상속녀
쿵.무거운 문이 벽의 완충장치에 닿는 소리가 심문실 안을 울렸다. 나는 문턱을 넘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는 진혁 선배와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온 수사관들이 서 있었다.병원에서부터 수없이 상상했던 장면이었지만 막상 도현의 얼굴을 보니 심장이 먼저 뛰었다. 그래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겁먹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을 녀석이 가장 원할 것 같아서였다.또각, 또각-.구두 굽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환자복 차림으로 독방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내가, 지금은 짙은 네이비색 팬츠 수트를 입고 서도현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강, 강유진?"도현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서린은 손에 쥐고 있던 클러치백을 바닥에 떨어뜨렸다."말도 안 돼…… 박 원장, 저 여자 가둬뒀다면서요!"박 원장도 자리에서 반쯤 일어난 채 입을 벌렸다."어떻게…… 분명 지하 병동에 있었는데……."진혁 선배의 눈빛이 바로 바뀌었다.선배가 낮게 말했다."방금 말씀도 기록되고 있습니다, 원장님."박 원장의 입이 다물렸다.나는 도현 측 테이블을 지나 재판장 앞에 섰다. 손목에는 아직 결박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숨기지 않았다. 가슴 포켓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 신분 확인을 위해 제출했다.서류를 건네는 손이 아주 조금 떨렸다. 나는 엄지에 남은 통증을 의식하며 손가락을 한 번 펴고 다시 힘을 줬다. 적어도 이번에는 누구도 내 손을 잡아 억지로 도장을 찍게 할 수 없었다."피청구인 강유진입니다. 제 의사로 직접 출석했습니다. 저는 현재 정상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재판장이 내 얼굴과 신분증을 번갈아 확인했다."강유진 씨 본인이 맞습니까?""네.""청구인 측은 강유진 씨가 중증 정신질환으로 외부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도현이 벌떡 일어났다."재판장님, 저 여자는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병원을 무단으로 빠져나온 겁니다. 위험합니다. 당장 다시 보호조치를 해야 합니다!"나는 도현을 돌아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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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대형 스크린에 재생된 약물 투여 및 감금 모의 영상
태블릿 화면이 켜지자 심문실의 소리가 뚝 끊겼다. 첫 영상은 병원 원장실 앞에서 촬영한 파일이었다.화면 속 박 원장이 도현의 어깨를 두드렸다.'약은 지시대로 투여하고 있고 관찰기록도 환각과 공격성 증상 위주로 맞춰놨네. 이번 주말까지 기록 쌓이면 중증 조현병 의심 소견서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어.'도현이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사이로 5만 원권 묶음이 보였다.'약속한 착수금 1억입니다. 법원에서 제가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고 재산 관리권을 쥐는 날, 성공보수 3억 더 얹어 드리겠습니다.'내가 폐쇄병동에서 들었던 대화가 스피커를 통해 그대로 흘러나왔다.박 원장의 얼굴이 굳었다."저건…… 앞뒤를 잘라낸 겁니다."진혁 선배가 곧바로 받아쳤다."원본 전체 파일과 해시값은 수사기관에 제출했습니다. 편집 여부는 디지털 포렌식으로 확인하면 됩니다."두 번째 영상이 재생됐다.도현이 내 환자복 멱살을 잡고 오른손 엄지를 억지로 인주에 누르던 장면이었다.'원장도 간호사도 전부 내 돈을 먹었는데 네깟 년이 뭘 할 수 있는데!'이어 내 손가락을 꺾어 위임장에 지장을 찍는 모습과 도현의 웃음소리가 나왔다.'찍었다! 드디어 찍었어! 이제 강남 빌딩 포함 100억대 재산을 내가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는 거야!'내 손목이 욱신거렸다.화면으로 다시 보니 그날의 감각이 선명하게 돌아왔다. 손가락 관절이 꺾이던 통증, 코를 찌르던 인주 냄새, 도현의 담배 냄새까지.도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꺼! 저거 당장 꺼!"녀석이 태블릿 쪽으로 달려들자 출입문 옆에서 대기하던 수사관 2명이 앞으로 나섰다."서도현 씨, 움직이지 마십시오.""이거 놔! 저 영상 불법이야! 강유진이 미쳐서 만든 조작이라고!"나는 녀석을 똑바로 봤다.도현은 나와 화면을 번갈아 보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며칠 전 독방에서는 증거가 없다고 비웃던 얼굴이었다. 이제는 자기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다시 흘러나오는 것조차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그럼 네 목소리도 조작이야?"도현의 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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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내가 미쳤다고?" 수갑 차는 남편과 박 원장
윤서린이 뒷문으로 사라진 직후, 출입문 쪽에 서 있던 수사관들이 서도현과 박 원장 앞으로 다가왔다.도현은 한 걸음 물러섰다."뭐 하는 겁니까? 여긴 가정법원이에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래!"수사관이 서류를 펼쳤다."서도현 씨, 박진태 씨.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입니다. 먼저 영장 내용을 확인하십시오."도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앞으로 걸었다.또각, 또각-.도현의 시선이 내 오른손에 멈췄다. 며칠 전 녀석에게 꺾였던 엄지 관절은 아직 조금 부어 있었다."서도현.""유, 유진아…… 잠깐만. 우리 얘기 좀 하자."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내가 잠깐 돈에 눈이 멀었어. 진짜야. 우리 3년이나 같이 살았잖아. 내가 다 설명할게.""병원에서는 설명할 시간 많았잖아.""…….""내가 평생 약에 취해 썩을 거라며. 네가 후견인만 되면 내 재산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했고."도현이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나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수사관이 녀석의 팔을 막았다."접촉하지 마십시오."도현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유진아, 제발. 서린이가 부추긴 거야. 난 그냥…….""그 입으로 또 남 탓하네."말이 저절로 차갑게 떨어졌다."내가 미쳤다고 했지? 그래. 그 말부터 법정에서 다시 해봐. 나한테 약 먹이고 병원에 가둔 사람이 누군지도 같이."나는 스마트워치를 풀어 증거 봉투 위에 올려놓았다."여기에 원본 녹음과 영상이 있습니다. 48페이지 장부 촬영본도 이미 제출했고요."진혁 선배가 수사관에게 자료 목록을 건넸다."피해자 측 원본기기는 임의제출하겠습니다. 복제본의 동일성 확인 자료도 같이 드리겠습니다."수사관이 고개를 끄덕인 뒤 도현에게 다시 영장을 보여줬다."서도현 씨는 감금, 상해, 강요,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철컥.도현의 양손에 수갑이 채워졌다.그 소리가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며칠 전에는 내 손목에 가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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