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해강재단 미술관 그랜드 볼룸.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눈부신 황금빛 조명이 대리석 홀 전체를 찬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재단 창립 30주년 기념 VIP 갈라쇼.대한민국 정재계 최고위층 인사들과 해외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 유력 문화계 인사 300여 명이 집결한 사교계 최대의 밤이었다. 현악 4중주의 우아한 선율이 흐르는 홀 한가운데로, 두 사람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좌중의 시선이 일순간 그들에게 쏠리자 나직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재단 총괄이사 강태혁. 완벽한 체형에 맞춰 재단한 클래식 블랙 턱시도와 나비넥타이, 이마를 훤칠하게 드러낸 흑발이 오만한 귀공자의 위엄을 완성하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곁에 선 수석 큐레이터 한은재. 평소의 뿔테 안경과 투박한 오피스 정장 대신, 등을 시원하게 드러낸 딥 네이비 실크 백리스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의 숨 막히는 비주얼은 그 자체로 한 폭의 명화 같았다.태혁의 짙은 시선이 은재의 드러난 등과 우아한 쇄골 라인을 따라 느리게 훑고 내려갔다. 짙은 남색 실크가 몸의 굴곡을 따라 관능적으로 흘러내리며, 걸을 때마다 은재의 늘씬한 각선미가 아슬아슬하게 드러났다. 태혁이 마른침을 삼켰다. 마른침을 삼켰다.이상하게도, 단순한 시각적 감탄을 넘어선 은밀하고 끈적한 갈증이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 은재 역시 태혁의 완벽한 턱시도 핏을 곁눈질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오만하고 결벽적인 폭군이었지만, 넓은 어깨와 훤칠한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적인 남성미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쇼윈도의 이면에서, 두 사람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었다.인사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의 간격은 7m까지 벌어져 있었다.'더 멀어지면 안 돼. 이 정도에서 맞춰야 해.'은재는 샴페인 잔을 든 채 태혁과 미세하게 보폭을 맞추며 속으로 숫자를 셌다. 파티장 안의 사람들과
Last Updated : 2026-09-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