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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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6jay최근 업데이트
언어: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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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인 재벌 3세 총괄이사 강태혁과 수석 큐레이터 한은재. 고대 유물의 저주로 두 사람의 감각이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10m를 벗어나면 폭주한다.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강제 동거와 위험한 실험은 결국 감정까지 이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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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챕터
제1화. 판도라의 상자
해강재단 미술관 지하 2층, 항온·항습 설비가 일정한 백색 소음을 내뿜는 수장고 복원실. 수석 학예연구원 한은재는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방금 세관 특수 통관을 거쳐 도착한 오동나무 상자를 조심스럽게 살폈다.겉면에 붉은 비단 끈으로 봉인된 유물의 정식 명칭은 '합벽인(合璧印)'. 동양 고대 황실의 가장 은밀한 규방 비의(秘儀)에 쓰였다고 전해지는 한 쌍의 백옥 인장(玉印)이었다. 하지만 학계의 음지에서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기이한 보물이었다.남녀의 음양 교합과 최음 신경계를 극대화해 황실의 밤을 지배했다는 전설의 방중술 유물."검수 아직 안 끝났습니까?"적막한 복원실에 울린 목소리에 은재의 미간이 날카롭게 좁혀졌다.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이 오만하고 서늘한 발걸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해강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이자 재단 총괄이사, 강태혁이었다.흐트러짐 없이 칼같이 각이 잡힌 차콜 그레이 쓰리피스 맞춤 수트. 베일 듯 날카로운 턱선과 타인을 내려다보는 서늘한 눈빛을 번뜩이며 그가 긴 보폭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이사님, 밀반입 의혹 경로 추적과 고고학적 진위 판정에는 최소 사흘은 필요해요. 정밀 감정을 해야 한다고 여러 번 보고드렸잖아요."은재는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차갑게 대꾸했다."다음 주 재단 30주년 VIP 갈라쇼 메인 테이블에 올려야 할 핵심 소장품입니다. 사흘씩이나 한가하게 붓질하고 먼지 털 시간이 없어요.""진위도 확인하지 못한 유물을 파티에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학예실이 설명해야 해요. 그 원칙은 못 바꿉니다.""내 결재와 권한 안에서 승인된 전시입니다. 한 큐레이터는 일개 연구원으로서 유물 표면의 흠집이나 가려내면 됩니다. 쓸데없는 훈계질 말고."태혁은 작업대 끝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은재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상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만날 때마다 언제나 이런 식의 팽팽하고 살벌한 불꽃이 튀었다.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주의자 총괄이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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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신체 이상
다음 날 오전 9시, 은재는 밤새 정리한 1차 상태 감정 리포트를 비서실에 제출했다. 그리고 1시간 뒤.해강그룹 본사 42층 대회의실. 재단 이사진과 그룹 핵심 전략 임원 30여 명이 참석한 하반기 핵심 사업 보고회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발표자는 재단 총괄이사 강태혁이었다. 초대형 LED 스크린의 차가운 푸른빛을 등지고 선 그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고 있었다."이번 분기 재단 소장품 라인업 재편과 해외 경매 직도입으로, 기존 유통 비용 대비 18%의 예산 절감 효과를 얻었습니다."단정하게 포마드로 빗어 넘긴 흑발, 흠잡을 데 없는 발음과 좌중을 압도하는 서늘한 카리스마. 재벌가 원로 임원들조차 숨소리를 죽인 채 그의 입술 끝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완벽한 후계자로서의 위엄과 절대적인 통제력이 회의실 전체를 지배하던 바로 그 순간.***지하 2층 미술관 수장고. 은재는 두꺼운 캔버스 면 재질의 작업용 앞치마를 허리에 질끈 동여맨 채 무거운 원목 고문서 궤짝을 정리하고 있었다."하아…… 왜 이렇게 온몸이 쑤시고 덥지?"어제 손가락을 베인 이후로 밤새도록 아랫배 깊은 곳에서 정체불명의 미열이 가시지 않았다. 소매를 걷어붙인 은재가 깊숙이 허리를 숙여 묵직한 궤짝을 높은 선반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거친 면 앞치마의 뻣뻣한 솔기가 얇은 정장 H라인 스커트를 뚫고 그녀의 가장 내밀한 허벅지 안쪽 살갗에 팽팽하게 쓸렸다. 동시에 무거운 궤짝을 지탱하기 위해 하복부 골반저근에 묵직하고 단단한 복압이 꽉 들어찼다.스륵, 질척-"흣……?!"은재의 앙다문 입술 사이로 짧고 날카로운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단순한 옷자락의 스침이었을 뿐인데, 믿을 수 없을 만큼 맹렬하고 음란한 쾌락이 클리토리스를 직접 쥐어짜듯 번개처럼 내달렸다.마치 보이지 않는 뜨거운 혓바닥이 속옷 안쪽을 비집고 들어와 가장 여린 돌기를 집요하게 문지르고 삼키는 듯한 생생한 전율."아, 읏…… 으응! 흣……!"은재는 다리의 관절이 일시에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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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수치스러운 진료실
"원인을 모른다니, 그게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비뇨기과 전문의가 할 소립니까?"강남의 최고급 프라이빗 VIP 비뇨기과 대표원장실. 태혁은 수트 셔츠 단추를 목 끝까지 잠근 채 진료 데스크를 부숴버릴 듯 살벌하게 쏘아보았다.전담 주치의는 고해상도 음경 도플러 초음파 영상과 긴급 호르몬 분석 결과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강 이사님, 부디 진정하십시오. 해면체 섬유화 검사, 혈류 속도, 테스토스테론 농도까지 전부 다각도로 검토했습니다만…….""그래서, 결과가 대체 뭐냐고 묻고 있잖아!""현재 검사에서 뚜렷한 외상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증상이 계속되는 만큼 정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원장은 태혁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췄다."최근 복용한 약이나 새로 쓰기 시작한 제품이 있습니까? 원인을 찾으려면 그런 정보도 필요합니다. 2시간 넘게 증상이 이어졌다는 말씀만으로 특정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내가 그딴 저급하고 난잡한 약물에 손을 댈 인간으로 보이나?!"태혁의 잇새에서 얼어붙을 듯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결벽증에 가까운 자기 통제와 엄격한 사생활 관리로 단 한 번의 스캔들도 용납하지 않았던 그였다. 복용한 약이 있는지 물었을 뿐인데도, 태혁에게는 발기제 남용을 의심하는 말처럼 들렸다. 모욕감부터 치밀어 변변한 설명도 나오지 않았다."지금 확인한 검사만으로는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증상이 가라앉지 않거나 통증이 심해지면 바로 다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의사의 무력한 소견에 태혁은 혀를 차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바지 안쪽은 병원에 도착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쾌할 정도로 뻐근하고 뜨거운 열기를 품고 맥동하고 있었다.***같은 시각, 청담동의 한적한 예약제 여성 전문 산부인과. 커튼 너머 내진실에서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겨우 정리하고 나온 은재는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된 채 진료실 의자에 앉았다.은재는 가방을 무릎 위로 당겼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라, 먼저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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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범인은 너야
오후 2시, 해강재단 미술관 3층 프라이빗 VIP 접견실. 무거운 마호가니 원목 문이 거칠게 열리며 강태혁이 살기를 뿜어내며 성큼 걸어 들어왔다. 새 수트로 갈아입었지만, 그의 충혈된 눈에는 지독한 피로와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근무 시간에 총괄이사를 밀실로 소환한 이유가 뭡니까, 한 큐레이터."탁-! 철컥-!은재는 태혁이 들어서자마자 그의 등 뒤로 다가가 접견실 문을 안쪽에서 이중으로 잠가버렸다. 도어록 소리에 태혁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은재는 아까보다 숨쉬기가 조금 편해진 것을 느꼈다. 태혁도 헐떡임이 잦아들었지만, 서로를 노려보느라 그 변화를 따질 겨를은 없었다."근무 시간에 상사를 단둘이 방에 가두고 문을 잠그다니. 사직서 내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보군.""사직서가 대수입니까, 지금?!"은재는 쓰고 있던 안경을 거칠게 벗어 원목 테이블 위에 쾅 내리쳤다. 단정하게 틀어 올렸던 번 헤어가 헝클어져 뺨을 어지럽게 스쳤지만, 그녀의 눈빛은 독기 어린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강 이사님, 오늘 오전 10시 14분에 본사 회의실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뭐?""임원 회의 발표 도중에 갑자기 정회 선언하고 도망치듯 빠져나갔다면서요. 그때 몸에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냐고요!"태혁의 표정이 빙벽처럼 차갑게 굳어졌다. 자신의 완벽했던 인생에서 가장 은밀하고 치욕스러웠던 순간을, 하필이면 가장 경멸하던 앙숙의 입을 통해 확인받는 순간이었다."말조심해. 일개 학예연구원이 감히 그룹 후계자의 사생활과 동선을 캐묻는 건 명백한 월권이야.""사생활?! 그게 이사님 혼자만의 사생활이면 내가 미쳤다고 당신 얼굴을 쳐다보겠습니까?!"은재가 거칠게 성큼 다가와 태혁의 수트 라펠을 두 손으로 사납게 움켜쥐었다. 서로의 거친 숨결이 뺨에 닿을 만큼 위험하게 좁혀진 거리. 태혁은 반사적으로 은재의 가느다란 양 손목을 억센 악력으로 낚아채 차가운 벽 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쿵-!등이 벽면에 강하게 충돌하며 은재의 입술 사이로 얕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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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첫 번째 실험
마호가니 원목 문이 굳게 잠긴 미술관 3층 VIP 접견실. 벽에 거칠게 밀착된 두 사람의 가슴이 터질 듯한 격렬한 호흡으로 맞닿아 있었다. 고급 셔츠와 실크 블라우스 너머로 전달되는 체온은 이미 정상 체온의 범위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방금 찰나의 신체 접촉으로 터져 나온 강렬한 쾌락의 여운 탓에, 두 사람의 눈빛은 여전히 충격과 공포로 흔들리고 있었다."……말도 안 돼. 이런 건 있을 수 없어."태혁이 은재의 손목을 쥐고 있던 손아귀의 힘을 천천히 풀며 비틀거리듯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차가운 식은땀이 그의 날카로운 턱선을 타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이건 집단 최면이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말초 신경 교란 현상이야. 고대 유물에 피가 닿았다고 감각이 동기화된다니, 현대 의학과 과학에서 그딴 비논리적인 미신을 믿으라는 건가?"태혁은 스스로의 결벽적인 이성과 통제력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정했다.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 후계자로서 평생 철저한 논리와 냉철한 계산 속에서 살아온 그였다.그런 그에게 지금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떤 말로도 설명되지 않았다. 손을 떼고 있어도 통증이 남았다."비논리적인 미신이요?"은재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차갑게 쏘아붙였다."그럼 방금 전 당신 앞섶이 쇳덩이처럼 단단해지면서 내 허벅지를 짓누른 것도 제 환각입니까? 내 질 안쪽이 수축하며 떨릴 때 당신 턱이 딱 굳어버린 것도 집단 최면이고요?""한은재, 입 닥쳐!""착각이라고만 하지 마세요. 같은 자극에 둘 다 반응했잖아요. 그걸 확인해야 해결할 방법도 찾죠!"은재의 서늘한 눈빛에 지독한 독기가 서렸다. 평생 완벽한 체면과 학예사로서의 명예를 지켜온 그녀 역시 이 끔찍하고 굴욕적인 사태를 1초라도 빨리 벗어나야만 했다."좋습니다. 이게 과학적인 착각인지 진짜 감각 동기화인지, 지금 당장 실험해 보면 되겠네요.""……뭐라고?"태혁이 미간을 험악하게 찌푸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은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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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10m의 저주
태혁의 단단한 구두 굽 소리가 차가운 대리석 복도를 따라 멀어져 갔다. VIP 접견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은재는 헐떡이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가쁜 호흡을 골랐다. 블라우스 속 유두에는 태혁의 손길이 남긴 화끈한 자극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오만하고 결벽적인 총괄이사 강태혁. 그의 무책임한 등 뒤를 향해 온갖 저주를 퍼붓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에서 정체불명의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 3m, 5m, 7m…….태혁이 멀어질수록 복도 저편에서 울리는 그의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가 아득하게 희미해져 갔다. 동시에, 은재의 등줄기 깊은 곳에서 기이하고 섬뜩한 감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치익, 치지직-마치 튜닝이 어긋난 구형 라디오 주파수처럼, 뼛속 깊은 곳에서 정전기가 튀는 듯한 날카로운 파열음이 신경계를 갉아먹었다."어……? 이게, 대체 뭐지……?"은재는 심상치 않은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떨리는 손으로 소파를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아랫배 안쪽의 온도가 비정상적인 속도로 치솟고 있었다. 단순한 미열이나 흥분 수준이 아니었다.마치 펄펄 끓는 기름을 혈관에 직접 들이붓는 것처럼 맹렬하고 살벌한 열기가 음부 전체를 뒤흔들었다. 골반 안쪽이 팽팽하게 굳어지며 숨이 턱 막혔다. 그 시각, 엘리베이터 홀 코너를 돌고 있던 강태혁 역시 걸음을 우뚝 멈춰 섰다."……윽?!"태혁의 목구멍에서 억눌린 짐승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접견실에 남아 있는 은재와의 직선거리가 10m를 넘어선 순간이었다.번쩍-!눈앞이 하얘질 만큼 강렬한 감각의 폭풍이 두 사람의 중심부를 동시에 강타했다. 합벽인의 숨겨진 룰. 신체적 거리가 10m를 넘으면 신경 신호에 과부하 노이즈가 발생해 감각이 급격히 폭주한다."아아아악-!"은재는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사납게 고꾸라졌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쇠막대로 하복부를 후벼 파는 듯한 강렬한 최음 자극이 머릿속까지 파고들었다.아래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가며 뜨거운 체액이 스커트 안감을 축축하게 적셨다. 숨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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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비상사태 선포
차가운 대리석 복도 바닥에서 서로를 부축하듯 겨우 몸을 일으킨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다시 접견실 안으로 들어왔다. 태혁은 문을 닫자마자 이중 잠금장치를 철컥 소리가 나도록 걸어 잠갔다.적막한 실내에는 오직 두 사람의 헐떡이는 가쁜 숨소리만이 거칠게 울려 퍼졌다. 가죽 소파에 쓰러지듯 걸터앉은 은재는 떨리는 손으로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수습하려 했지만, 손가락 끝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10m를 벗어났을 때 겪었던 그 지옥 같은 감각 폭주의 공포가 여전히 등골을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거리 반비례의 저주로군요."은재가 파랗게 질린 입술을 달싹이며 메마른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그런 기록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요. 멀어졌을 때 심해지고, 다시 붙으니까 가라앉았잖아요. 지금 확실한 건 그거예요.""그딴 미신 따위가 진짜로 우리 몸에서 작동할 줄은 몰랐군."태혁은 테이블 위의 생수병을 거칠게 따서 단숨에 목구멍으로 들이켰다. 턱선을 타고 흘러내린 물방울이 쇄골과 가슴을 적셨지만, 그는 닦아낼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태혁은 빈 생수병을 내려놓고 테이블 위 메모 패드를 바라봤다.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으로는 이 방을 나갈 수 없었다."상황을 명확히 정리하지. 첫째, 우리의 감각과 물리적 마찰 자극은 거의 그대로 실시간 동기화된다."태혁이 서늘한 손가락 하나를 꼽아 올렸다."둘째, 거리가 10m를 넘으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진다. 아까 복도에서 봤잖아. 밖에서 또 그러면 둘 다 응급실 신세야.""셋째."은재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받았다."다음 주에 재단 30주년 VIP 갈라쇼가 있고, 그룹 회장님과 이사진,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전원 참석합니다. 만약 우리가 공식 석상에서 이런 추태를 잠깐이라도 드러낸다면…….""해강그룹 후계 구도에서 내 이름 석 자는 그날로 영구 제명이야."태혁이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은재의 말을 잘랐다."한 큐레이터도 무사할 줄 알아? 쌓아온 경력보다 재벌가 스캔들이 먼저 따라다니겠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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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결벽증 이사님의 굴욕
비상 공조 각서를 체결했지만, 당장 퇴근 시간까지 남은 3시간의 갤러리 업무가 거대한 난관이었다. 10m 룰을 준수하기 위해 태혁은 42층 본사 집무실로 돌아가지 못했다.결국 그는 미술관 지하 1층 수석 큐레이터실 바로 맞은편에 딸린 작은 유리벽 소회의실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의 거리는 4m 남짓. 안전거리 안쪽이었지만, 그것이 결코 평화와 안정을 의미하지는 않았다."하아…… 빌어먹을."태혁은 책상 위에 결재 서류를 펼쳐둔 채 만년필을 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은재가 건너편 사무실에서 서류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얇은 스타킹과 정장 스커트 안감이 허벅지 사이를 스치는 바스락거림이 고스란히 그의 아랫배를 긁어댔다.스륵, 스르륵-사소한 옷자락의 마찰음조차 태혁에게는 가장 예민한 살점을 깃털로 간질이는 듯한 미열로 번졌다. 평소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갈함과 품위를 유지하던 그의 호흡이 자꾸만 거칠어졌다. 그는 결국 인터폰 수화기를 거칠게 낚아채 버튼을 눌렀다."한 큐레이터."- 네, 이사님. 무슨 일이세요?"걸어 다닐 때 보폭을 절반으로 줄여.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 때문에 결재 서류에 집중을 못 하겠어."- 저 지금 최소한의 반경으로 조심조심 움직이고 있거든요? 숨도 쉬지 말라는 겁니까?"잠깐만 앉아 있어. 이 서류에 서명할 때까지만이라도."태혁이 신경질적으로 인터폰을 쾅 내려놓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벌컥-!예고도 없이 소회의실 문이 활짝 열리며 중후한 목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강 이사, 여기 있었군 그래!"해강재단 감사위원장인 박 전무와 본사 감사팀 원로 임원 3명이 불시에 들이닥쳤다. 태혁은 반사적으로 척추를 꼿꼿이 세우며 가면 같은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박 위원장님, 사전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갈라쇼에 출품될 해외 특별 소장품 관리 상태를 점검하러 왔네. 마침 한 큐레이터도 저기 있군."박 위원장의 시선이 맞은편 사무실 유리문 너머의 은재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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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수장고의 밀회
모든 갤러리 직원들이 퇴근하고 차가운 적막에 휩싸인 미술관 로비. 중앙 조명이 꺼진 서늘한 어둠 속에서, 은재와 태혁은 마치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그림자처럼 나란히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은 1~2m 남짓.남들이 보면 평범한 동행이었지만, 두 사람은 모퉁이를 돌 때도 서로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 간격을 유지해야 10m의 한계선을 넘을 걱정을 덜 수 있었다."보안실에는 말씀해 두셨어요? 둘이 이 시간에 내려온 걸 이상하게 보면 곤란하잖아요."은재가 보안 엘리베이터 카드키를 태그하며 긴장된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보안실에는 야간 특별 유물 보존 상태 정밀 점검이라고 사전 공문을 내려보냈어. 외부 잡음 생길 일 없으니 서둘러."태혁의 음성은 여전히 오만하고 냉랭했지만, 칼같이 각이 잡힌 턱선에는 억누를 수 없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하 2층 특수 수장고의 육중한 삼중 방화 철문이 둔탁한 기계음을 내며 천천히 열렸다.두 사람은 야간 점검에 앞서 수장고 비상 프로토콜도 다시 확인했다. 말로 통신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짧고 긴 박자로 상태와 이동 방향을 알리는 비상 신호가 포함돼 있었다.복원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은재는 특수 항온·항습 밀폐 금고 앞으로 다가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삐비빅, 치익-금고 안쪽 깊은 곳, 어제 두 사람의 검지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피를 흔적도 없이 집어삼켰던 반투명한 백옥 인장 '합벽인'이 서늘한 광채를 내뿜으며 놓여 있었다.그리고 그 곁에는 낡고 바랜 붉은 비단 두루마리 하나가 고대 황실의 밀랍으로 봉인된 채 잠들어 있었다."이게 그 상자에 같이 들어 있던 문건인가? 통관 목록에는 없었다는."태혁이 라텍스 장갑을 낀 긴 손가락으로 두루마리를 가리키며 물었다."네. 세관 정식 통관 목록에는 완전히 누락되어 있던 고대 왕실 규방 비서예요. 어제 검수하려던 찰나에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은재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두루마리를 꺼내 넓은 원목 복원 작업대 위에 길게 펼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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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고문서의 경고
수장고 복원실의 공기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은재는 떨리는 손으로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붉은 먹물로 쓰인 비문을 한 자 한 자 소리 내어 번역했다."음과 양의 결속을 풀고자 할진대…… 오직 하나의 길만이 존재하니……."은재의 목소리가 점차 잦아들며 뺨이 새빨간 수치심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태혁이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은재의 어깨너머로 상체를 바짝 들이밀었다."다음 내용이 뭔데 그래?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읽어."은재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 뒤, 차마 입 밖으로 내기 힘든 민망한 문장을 더듬더듬 읽어 내려갔다."두 숙주가 신체를 온전히 결합(結合)하여…… 서로의 숨과 맥박이 극한의 합일에 이르는 순간……."은재의 숨이 턱 막혔다."……두 숙주의 숨과 맥박이 하나로 겹친 같은 순간, 함께 극락에 도달해야만 과부하된 신경 회로가 완전히 리셋된다.""……뭐?"태혁의 얼굴이 벼락을 맞은 듯 하얗게 질려버렸다."완벽한…… 동시 극락? 지금 그 극락이라는 게…….""네. 성적 오르가슴이요."은재가 체념한 듯 돋보기를 테이블 위에 툭 내려놓았다. 그녀의 손가락 끝은 분노와 수치심으로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두 사람이 직접 몸을 섞은 상태에서, 서로의 호흡과 절정이 거의 같은 순간에 겹쳐야만 이 저주가 풀린다는 뜻이에요.""미친……."태혁은 짧게 욕을 내뱉고 두루마리 끝을 다시 살폈다. 평생 철저한 결벽과 품위를 지켜온 재벌가 후계자에게, 가장 경멸하던 앙숙과 몸을 섞어 동시 절정을 맞추라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다른 방법은 없어? 유물을 깨부수거나 정화 의식을 치르는 법 같은 건?!""뒤쪽을 보세요. 경고문이 더 가관입니다."은재가 두루마리 끝부분을 떨리는 손끝으로 가리켰다."만약 한쪽이 먼저 절정에 도달하거나, 각자 따로 끝내려 할 경우…… 해제 시도는 처음으로 돌아가며, 감도는 이전보다 훨씬 예민해진다.""……뭐라고?""실패할 때마다 저주가 풀리기는커녕, 몸이 더 음란하고 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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