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앙숙인 재벌 3세 총괄이사 강태혁과 수석 큐레이터 한은재. 고대 유물의 저주로 두 사람의 감각이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10m를 벗어나면 폭주한다.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강제 동거와 위험한 실험은 결국 감정까지 이어지기 시작한다.
더 보기오후 8시, 청담동 펜트하우스. 살벌한 오피스 배틀을 치르고 돌아온 실내에는 숨이 막힐 듯한 살얼음판 긴장감이 맴돌았다. 태혁의 지독한 스쿼트 보복 탓에, 은재는 오후 내내 허벅지가 뻐근하게 조여오는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다.태혁 역시 은재가 퇴근 직전 서류를 스테이플러로 철할 때마다 손끝을 꼬집는 소소한 반격 탓에, 집에 돌아와서도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저 먼저 씻겠습니다."은재가 게스트룸 문을 열며 쌀쌀맞게 뱉었다. 소파에 걸터앉아 태블릿으로 해외 지사 보고서를 넘기던 태혁이 차갑게 고개를 들었다."각서 제2조 잊었나? 시작 전에 서로 괜찮은지 확인부터 하기로 했잖아. 지금 당장이라는 말만 던지고 들어가려고?""하루 종일 땀 흘리고 먼지 뒤집어썼는데 샤워도 결재를 받아야 합니까? 15분 안에 끝낼 테니 신경 끄세요."은재는 태혁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욕실 문을 쾅 닫아걸었다. 낮에 당한 스쿼트의 굴욕을 생각하면 그 어떤 배려도 해주고 싶지 않았다. 은재는 땀에 젖은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벗어 던지고 샤워 부스로 들어섰다.따뜻한 온수가 쏟아져 내리며 뻐근했던 어깨와 허벅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켰다. 은재는 바디 스펀지에 장미 향 바디워시를 듬뿍 짜내 풍성한 거품을 냈다.그리고 하얗고 부드러운 거품을 제 목덜미와 쇄골, 가슴, 그리고 허벅지 안쪽 은밀한 살결에 미끄러지듯 문지르기 시작했다. 태혁은 거실의 통유리창 너머 야경을 등지고 앉아 태블릿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하지만 낮의 스쿼트 후폭풍으로 인해 하체는 여전히 묵직한 피로감에 젖어 있었고, 은재와의 기 싸움으로 신경은 곤두설 대로 곤두서 있었다.'15분 안에 끝낸다고?'태혁은 시계를 확인했다. 15분이라는 말을 기억해 두고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렸다. 샤워 부스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거실까지 아련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그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 1시, 미술관 지하 1층 특별 기획전시실. 은재는 작업 가운을 입고 대형 유화 작품의 설치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곁의 도슨트들도 전시 동선을 살피며 작업을 지켜봤다."3번 벽면 르네상스 명화, 왼쪽으로 2cm만 더 옮겨주세요. 수평도 함께 확인해 주시고요. 제가 직접 올라가서 와이어 장력 확인할게요."은재는 2m 높이의 알루미늄 사다리를 타고 조심스럽게 올라섰다. 오전의 얼음 캔 테러 이후, 태혁이 접견실을 뛰쳐나와 탕비실을 덮쳤을 때는 이미 은재가 자리를 비운 뒤였다. 태혁의 헛기침과 함께 전해져 오던 서늘한 살기를 떠올리며 은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지가 오만한 재벌 3세면 다야? 감히 날 하녀 취급해?'은재가 사다리 꼭대기에 서서 양손을 뻗어 무거운 액자를 지탱하던 바로 그 순간.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지하 1층 VIP 전용 피트니스 센터. 전시실과의 거리는 7m 남짓.땀복 차림의 강태혁이 거대한 스쿼트 랙 앞에 홀로 서 있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쇠로 된 올림픽 바벨이 얹혀 있었고, 양옆에는 거대한 원판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총중량 140kg."한은재, 네가 감히 내 바지에 홍차를 쏟게 만들어?"태혁의 입꼬리가 비뚤게 올라갔다."어디 네 몸으로 그 대가를 뼈저리게 치러봐."태혁이 심호흡을 깊게 들이마시며 140kg의 쇳덩이를 짊어진 채 깊숙이 풀 스쿼트로 주저앉았다. 대퇴사두근과 둔근, 햄스트링 근육이 파열될 듯 팽팽하게 수축하며 하체 전체에 어마어마한 하중이 짓눌렸다.그리고 그 극심한 근육의 부담이 고스란히 은재의 몸으로 전해졌다.쿵-!"아, 앗……?!"사다리 꼭대기에서 액자를 잡고 있던 은재의 입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무런 전조도 없었다. 갑자기 누군가 제 양 허벅지에 거대한 쇳덩이를 얹은 듯한 하중이 골반과
오전 11시, 해강재단 미술관 2층 VIP 접견실. 총괄이사 강태혁은 주요 후원 기업 대표 및 해외 파트너스 임원 4명과 함께 갈라쇼 스폰서십 조율 미팅을 주재하고 있었다."이번 재단 30주년 특별전은 아시아 미술계에서 유례없는 메가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후원사 브랜딩 역시 최고 등급의 예우로……."태혁은 유려한 화술과 서늘한 카리스마로 좌중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스위스계 프라이빗 뱅크 한국 지사장은 태혁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과연 해강의 차기 수장답습니다. 강 이사님의 탁월한 심미안과 공격적인 기획력이라면 이번 갈라쇼는 성공을 확신해도 되겠군요." "과찬이십니다, 지사장님.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동서양 고대 예술품의 정수를 사교계에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태혁은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입가의 미소와 달리 어깨에는 좀처럼 힘이 빠지지 않았다. 아침부터 은재와 주고받은 말들이 회의 중에도 불쑥 떠올랐다.테이블 위에는 영국 왕실 조달 브랜드의 고급 도자기 찻잔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얼그레이 홍차가 놓여 있었다.***그 시각, 접견실 바로 아래층. 한 층 아래 학예실 탕비실. 은재는 싱크대 앞에 선 채 천장을 매섭게 올려다보고 있었다.아침부터 1분 단위로 잔소리를 퍼붓고, 마치 죄인을 감시하듯 오만하게 굴던 태혁의 태도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자기가 무슨 왕이야. 준비도 5분 안에 하래, 숨도 조심해서 쉬래. 사람을 뭘로 아는 거야."은재는 이를 바득 갈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녀의 시선이 냉동 칸 구석에 놓인 알루미늄 캔 커피 하나에 꽂혔다. 표면에 살얼음이 낀 차가운 캔.순간 은재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번뜩이는 악마 같은 영감이 스쳤다.'사전 승인 없는 자극 금지라고
자정을 넘긴 청담동 펜트하우스. 도심의 소음이 차단된 실내에는 오직 한강변을 때리는 서늘한 밤바람 소리만이 맴돌았다. 복층 계단 아래, 마스터룸과 게스트룸 사이의 직선거리는 약 6m.벽 하나를 사이에 둔 안전거리 안쪽이었지만, 은재는 침대에 누운 채 좀처럼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하…… 정말 미치겠네."은재는 면 잠옷을 목 끝까지 여민 채 뒤척였다. 앞선 해제 시도의 역류 반동으로 한층 예민해진 몸은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했다. 더욱 끔찍한 것은, 6m 너머 벽 안쪽에서 전해져 오는 태혁의 은근한 체온과 호흡의 파동이었다.그가 침대 위에서 긴 다리를 뻗으며 시트를 스칠 때마다, 얇은 면 잠옷 바지가 은재의 허벅지 안쪽 살갗을 거칠게 긁어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스륵, 사각-"흣……."은재는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바로 그 찰나였다.쿵, 쿵-!두 방을 가르는 콘크리트 벽 너머에서 신경질적인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한 큐레이터."벽을 타고 건너온 태혁의 음성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뒤척이지 말고 얌전히 누워 있어. 네가 다리 비틀 때마다 내 허벅지 안쪽에 불이 붙는 것 같으니까."은재는 기가 차서 벌떡 일어나 벽을 향해 쏘아붙였다."제가 잠버릇까지 이사님 허락을 받고 자야 합니까? 저 지금 숨도 조심해서 쉬고 있거든요?!""나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 잠깐만 참아. 내일까지 넘겨야 할 감사 기획안이 남았어.""그놈의 결벽증 진짜……."은재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서로의 신경망이 하나로 묶인 탓에, 분노와 긴장감마저 혈관을 타고 실시간으로 교환되고 있었다. 침대 매트리스의 푹신함조차 낯설고 불편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