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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저승에서 온 레지던트: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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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지금은 살아 있다는 말

간호사의 목소리.“민영 선생님! 여기 환자 보호자 쓰러졌어요!”민영의 발소리가 급히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졌다.도진은 눈을 떴다.보호자 대기실 방향이었다.죽음의 냄새는 아니었다.하지만 아주 약한 불안정함이 있었다. 몸이 버티다 한순간 꺼지는 냄새. 과로, 저혈당, 공포가 뒤섞인 인간의 약한 냄새.도진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가 멈췄다.움직이기 전에는 말하기로 했다.그는 호출벨을 눌렀다.잠시 뒤 간호사가 들어왔다.“화준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도진은 낮게 말했다.“보호자 대기실에 가야 합니다.”간호사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도진은 잠시 생각했다.‘그럼 누구에게 말해야 하나.’민영은 지금 그곳에 있다.태겸도 곧 갈 것이다.도진은 침대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알겠습니다.”간호사는 놀란 얼굴이었다.“정말요?”“예.”그는 누웠다. 약속은 지켰다.하지만 눈은 보호자 대기실 방향을 보고 있었다.보호자 대기실에는 사람이 몰려 있었다.화준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쓰러진 사람은 심근경색 환자의 딸이었다. 아버지가 중환자실로 올라갔다는 설명을 듣고 긴장이 풀린 순간,그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혈압은 낮았고, 혈당도 떨어져 있었다.민영은 그녀를 의자에 눕히고 상태를 확인했다.“아침부터 드신 거 있어요?”여자는 고개를 약하게 저었다.“아빠 때문에…”“그럴 수 있어요. 지금 혈당도 낮고, 많이 놀라서 그런 거예요. 수액 조금 맞고 쉬시면 괜찮아질 가능성이 높아요.”여자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아빠는… 정말 괜찮을까요?”민영은 바로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대신 여자의 손을 잡았다.“지금은 심장이 다시 뛰고 있어요. 중환자실에서 계속 보고 있고요. 저희가 놓지 않고 볼게요.”그 말에 여자는 눈을 감았다.민영은 그 손을 잠시 잡고 있다가 조용히 놓았다.그때 뒤에서 도진의 목소리가 들렸다.“살아 있습니다.”민영은 놀라 돌아봤다.도진이 보호자 대기실 입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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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상한 레지던트

한서대학병원 응급센터에는 소문이 빨리 돌았다.정확히 말하면, 소문이라기보다 피로에 절은 사람들이 버티기 위해 주고받는 짧은 말들이었다. 누가 밤새 심정지 환자를 살렸는지, 어느 보호자가 울다 쓰러졌는지, 어느 교수의 호출이 또 늦었는지, 어느 전공의가 컵라면에 물을 부어놓고 세 시간 뒤에 발견했는지. 응급실 사람들은 사소한 일도 금방 알았다. 좁은 공간에서 너무 많은 죽음과 너무 많은 생존을 함께 견디다 보면, 서로의 숨소리까지 기억하게 된다.그날 아침의 소문은 하나였다.도화준 선생님이 이상하다.처음에는 사고 후유증이라는 말이 붙었다. 그럴 만했다. 밤새 교통사고로 실려왔고, 흉부 수술까지 받았다. 기억이 흐려지고 말투가 어긋나는 것쯤은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응급실을 돌아다닌 건 문제였지만, 그것도 사고 직후 혼란이라고 설명하려면 못 할 건 없었다.그런데 두 번째 말이 붙었다.심정지를 맞혔다.그 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진짜로 3분이라고 했다면서요?”간호사 스테이션 뒤쪽에서 누군가 낮게 물었다.“나도 들은 건 아니고, 태겸 선생님 표정이 장난 아니었대요.”“심근경색 환자요?”“네. 모니터 붙이기도 전에.”“말이 돼요?”“그러니까 소문이죠.”사람들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웃음 끝은 가볍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이상한 일은 많다.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살아나고,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무너진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경험으로 위험을 먼저 느끼기도 한다. 피부색, 호흡, 말투, 눈빛, 식은땀. 그런 것들이 합쳐지면, 때로는 검사보다 먼저 몸이 반응한다.하지만 도화준은 그 환자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멀리서 말했다.3분. 그리고 3분 뒤, 환자는 심정지에 빠졌다.민영은 스테이션 한쪽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차트를 보는 척했지만 귀는 이미 그쪽으로 가 있었다. 누군가가 더 말하려는 순간, 그녀는 조용히 펜을 내려놓았다.“소문으로 환자 얘기하지 마세요.”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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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사람처럼 아프다고 말하는 법

“그냥… 눈빛이 달라서.”태겸은 한숨을 쉬었다.“나도 그렇게 느꼈어.”그때 회복실 안의 도화준이 눈을 떴다.마치 두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그의 시선이 곧장 유리창 쪽으로 향했다. 민영은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다. 태겸도 말이 끊겼다.유리창 너머로 눈이 마주쳤다.도화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민영이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일어나지 마세요.”도진은 움직임을 멈췄다.“민영 선생님.”“네.”“방금 밖에서 제 이야기를 했습니까.”민영은 순간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태겸이 뒤따라 들어오며 말했다.“했어. 네가 이상하다고.”민영이 그를 돌아봤다.“태겸아.”“왜. 돌려 말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잖아.”태겸은 침대 옆에 서서 도진을 내려다봤다.“너 이상해. 이건 너도 알지?”도진은 태겸을 보았다.“알고 있다.”그 대답이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태겸이 할 말을 잃었다.민영은 모니터를 확인했다.“몸 상태는요? 어지럽거나 숨찬 건 없어요?”“숨은 조금 짧습니다.”“통증은요?”“있습니다.”이번에는 바로 대답했다.민영은 그가 자신이 알려준 대로 답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아프면 말하라고 했고, 그는 이제 아프다고 말한다.그것이 왜인지 모르게 마음을 조금 건드렸다.환자가 말을 잘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낯선 사람이 자신을 기준 삼아 배우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민영은 담요를 정리하며 말했다.“통증 조절 더 할게요. 그리고 오늘은 검사 몇 가지 다시 할 거예요. 머리 쪽도 확인해야 해서요.”“머리.”“사고 충격이 컸어요. 기억이나 말투가 이상한 것도 그 영향일 수 있고요.”도진은 잠시 침묵했다.그러다 낮게 물었다.“제가 이상하게 말합니까.”태겸이 바로 대답했다.“응.”민영은 동시에 말했다.“조금요.”두 사람이 동시에 다른 강도로 답하자, 도진은 둘을 번갈아 보았다.“조금과 응은 차이가 큽니까.”태겸은 눈을 감았다.“아, 진짜 머리 아프다.”민영은 웃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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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잃기 싫으니까요라는 직진

이상하다.도화준과 이런 대화를 한 적은 없었다. 도화준은 오히려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민영이 묻는 말에 짧게 답했고, 가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데 지금의 도화준은 묘하게 정면으로 들어왔다. 의도 없이 사람을 흔들었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쉬어요.”민영은 돌아서려 했다.그 순간 도진이 불렀다.“민영 선생님.”그녀는 멈췄다.“네.”“왜 제게 화를 내면서도, 계속 확인합니까.”민영은 천천히 돌아봤다.“그야 환자니까요.”“환자라서입니까.”“네.”“그럼 다른 환자에게도 이렇게 합니까.”질문이 조용히 내려앉았다.민영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다른 환자에게도 확인한다. 당연히 한다. 상태를 보고, 손을 잡고, 보호자를 달래고, 밤새 지켜본다. 그게 그녀의 일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곧장 “네”라고 답하면 뭔가를 덮는 느낌이 들었다.도화준은 동료였다.그리고 지금은 낯선 사람이었다.둘 다 맞았다.“화준 선생님은 동료잖아요.”민영은 결국 그렇게 말했다.도진은 그 단어를 천천히 받아들였다.“동료.”“같이 일하는 사람이요.”“그러면 더 확인합니까.”“네. 조금은요.”“왜입니까.”민영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잃기 싫으니까요.”그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 민영 자신도 잠깐 멈췄다.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회복실 안의 공기가 아주 조금 달라졌다.로맨스라고 부르기엔 너무 이르고, 다정함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조심스러운 무언가. 죽음과 피로 사이에서 아주 작게 피어난 온기 같은 것. 민영은 바로 시선을 내렸다.“쉬세요. 진짜로요.”그녀는 더 머물지 않고 회복실을 나왔다.밖으로 나온 뒤에야 숨을 조금 길게 내쉬었다.‘왜 그런 말을 했지.’‘잃기 싫으니까요.’동료에게 할 수 있는 말이다. 이상할 것 없다. 그런데 그의 눈이 그 말을 너무 오래 붙잡는 바람에, 그녀는 자신이 조금 더 많은 것을 말한 사람처럼 느껴졌다.오후가 되자 도화준의 이상함은 더 선명해졌다.검사 결과는 큰 문제를 새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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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지키지 못한 말은 죽은 자 곁에 남는다

“왜.”“왜냐고 묻는 것도 이상한데.”태겸은 낮게 말했다.“사람이 사람을 너무 오래 보면, 상대가 느껴.”도진은 민영 쪽을 다시 보려다 멈췄다.“불편합니까.”“경우에 따라.”“민영 선생님도 불편해합니까.”태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하면, 민영은 불편해하면서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선을 확인하려 든다. 그게 태겸을 더 불안하게 했다.“몰라.”태겸은 짧게 말했다.“근데 너 지금 상태 이상하고, 민영이는 그런 거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네가 조심해.”“민영 선생님이 다칠 수 있습니까.”태겸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그걸 왜 네가 먼저 물어.”도진은 대답하지 않았다.태겸은 그 침묵을 한참 보다가 낮게 말했다.“진짜 이상하네, 너.”그때 민영이 돌아왔다.“뭐가요?”태겸은 바로 말을 돌렸다.“아니, 화준이 검사 결과 얘기 중이었어.”민영은 둘을 번갈아 봤다.거짓말.너무 티가 났다.하지만 지금은 따지지 않았다.“화준 선생님, 교수님이 중환자실 대신 회복실에서 더 지켜보고, 밤에 상태 안정되면 병동 이동 고려하신대요.”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리고 오늘은 더 이상 응급실 나오지 마세요.”“노력하겠습니다.”민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노력 말고 약속이요.”도진은 그녀를 보았다.약속. 또 그 단어.도화준의 기억 속에서도 약속은 쉽게 쓰이는 말이었다. 밥 먹자, 연락하자, 다음 당직 바꿔주자. 인간들은 무심하게 약속하고, 자주 어기고, 또 미안해한다. 그러나 도진에게 약속은 조금 더 무겁게 느껴졌다. 지키지 못한 말은 죽은 자 곁에 오래 남는다.그는 천천히 말했다.“약속하겠습니다.”민영은 예상보다 진지한 대답에 잠시 멈칫했다.“좋아요.”태겸은 둘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왜 환자랑 주치의 사이가 무슨 계약식 같냐.”민영이 그를 흘겨봤다.“태겸아.”“알았어. 조용히 할게.”그 순간 응급실 조명이 아주 짧게 깜빡였다.정말 찰나였다.대부분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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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잠들지 않는 남자

추락 환자의 침대가 응급실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구급대원 둘이 양쪽에서 침대를 붙잡고 있었고, 환자의 얼굴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머리 옆으로 피가 흘러 들것 시트에 번져 있었으며, 왼쪽 다리는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여 있었다. 환자의 몸 위로 덮인 응급 담요는 이미 피와 빗물로 젖어 무거워 보였다.“남자 31세, 공사장 3층 높이에서 추락했습니다. 현장 도착 당시 의식 저하, 혈압 70대, 산소포화도 88. 두부 외상, 복부 외상 의심됩니다.”민영은 침대 옆으로 붙으며 장갑을 고쳐 꼈다.“언제 떨어졌어요?”“신고 기준 20분 전입니다. 현장에서 잠깐 의식 있었는데, 이송 중에 더 처졌습니다.”“이름 확인됐어요?”“신원증 없고, 동료가 따라오는 중입니다.”태겸은 환자의 목을 고정한 상태를 확인하고 바로 말했다.“기도부터 봐야겠다. 호흡 얕아.”민영은 환자 얼굴 가까이 몸을 숙였다.“들리세요? 눈 떠보세요.”환자의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지만 제대로 뜨지는 못했다. 입안에는 피가 섞여 있었고, 숨은 짧게 끊겼다. 민영은 곧장 지시를 내렸다.“흡인 준비하고, 산소 더 올려요. 의식 계속 떨어지면 기도삽관 들어갈게요. 혈관 두 개 잡고, 혈액검사, 교차시험 바로 보내요. 외상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다 콜 넣어요.”응급실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였다.태겸은 초음파 장비를 끌고 오며 말했다.“복부 먼저 볼게.”민영은 환자의 동공을 확인했다. 오른쪽 동공 반응이 느렸다. 좋지 않았다. 두부 손상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복부 출혈도 배제할 수 없었다. 추락 환자는 늘 한 군데만 다치지 않는다. 보이는 피보다 보이지 않는 출혈이 더 무섭다.도진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약속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다. 민영이 움직이지 말라고 했고, 그는 약속했다. 하지만 눈은 환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환자의 몸 위에 흔들리던 얇은 빛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숨이 끊길 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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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지막 순간에 혼자라고 느끼지 말라고

“들리면 버텨요. 지금 수술방 가야 해요. 여기서 멈추면 안 돼요.”의학적으로는 의미 없는 말일 수도 있다.의식이 떨어진 환자에게 말한다고 혈압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응급실 의사들은 종종 말한다. 들릴지도 모르니까. 마지막 순간에 혼자라고 느끼지 말라고. 혹은 말하는 자기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도진은 민영의 손을 보았다.그 손이 환자를 붙잡는 순간, 흔들리던 빛이 아주 잠깐 몸 쪽으로 내려앉았다.도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민영이 보았을 리 없다.하지만 붙잡았다.그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하면서도, 이상하게도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렸다.“혈압 70대로 올라옵니다!”“좋아요. 지금 바로 이동 준비해요. 외상외과랑 수술방 연결됐죠?”“네, 준비 중입니다.”“정형외과는 다리보다 생명 먼저라고 전달하세요. 두부 CT는 수술 전 가능하면 짧게 보고, 불안정하면 바로 수술방입니다.”태겸은 민영을 보며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같이 이동할게.”“응. 나는 보호자 오면 설명하고 바로 따라갈게.”“너 괜찮아?”민영은 대답 대신 환자 침대를 밀 준비를 했다.태겸이 낮게 말했다.“대답 안 하는 거 보니까 안 괜찮네.”“지금 그 얘기할 때 아니야.”“항상 그 말이지.”환자 침대가 다시 응급실을 빠져나갔다. 외상외과 의료진들이 합류했고, 간호사들이 수혈팩과 모니터를 챙겼다. 긴박한 발소리가 복도를 따라 멀어졌다.민영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그녀의 장갑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손목 근처까지 붉게 번진 피를 보며 잠깐 멈춘 사이, 뒤에서 도진의 목소리가 들렸다.“방금 붙잡았습니다.”민영은 돌아봤다.“네?”도진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환자를.”민영은 피 묻은 장갑을 내려다봤다.“당연히 붙잡아야죠. 떨어질 뻔했으니까.”“그 뜻이 아닙니다.”민영의 눈빛이 바뀌었다.도진은 자신이 말을 너무 깊게 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민영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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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그럼 민영 선생님은 누가 봅니까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해요. 지금 몸 상태로 계속 움직이면 회복 늦어져요. 흉부 손상은 생각보다 무서워요. 숨을 얕게 쉬기 시작하면 폐 쪽 합병증도 올 수 있고, 출혈도 다시 생길 수 있어요.”도진은 조용히 들었다.민영은 환자에게 설명하듯 말했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분명한 감정이 있었다. 화가 아니라 걱정. 걱정을 화처럼 말하는 사람은 태겸만이 아니었다. 민영도 조금은 그랬다. 다만 그녀의 걱정은 더 조용하고 단단했다.“그러니까 제발, 뭐가 들리든, 뭐가 느껴지든, 혼자 움직이지 마세요.”도진은 그녀를 보았다.“제가 무엇을 느낀다고 생각합니까.”민영은 손을 멈췄다.질문이 너무 정면이었다.그녀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응급실 밖에서는 보호자와 간호사의 낮은 대화가 들렸고, 멀리서 전화벨이 울렸다. 처치실 커튼 안쪽만 따로 고요했다.“죽음이요.”민영이 낮게 말했다.도진의 눈빛이 미세하게 움직였다.민영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화준 선생님은 죽음을 먼저 느끼는 것 같아요.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환자가 무너지기 전에 먼저 알아요. 그게 의학적인 관찰인지, 사고 후 착각인지, 아니면…”그녀는 말을 멈췄다.그 뒤는 말하기 어려웠다.도진은 조용히 물었다.“아니면?”민영은 그의 눈을 보았다.“아니면 제가 아직 모르는 뭔가인지.”그 말은 너무 조심스러웠다.믿겠다는 말도 아니고, 부정하겠다는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도진에게는 그 중간이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민영은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모르는 편이 좋습니다.”그가 말했다.민영은 쓴웃음을 지었다.“그 말도 몇 번 들은 것 같네요.”“사실입니다.”“저는 모르는 걸 그냥 두는 타입이 아니에요.”“그렇습니다.”“그걸 또 알아요?”“민영 선생님은 계속 확인합니다.”민영은 할 말을 잃었다.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무서워해도 확인하고, 피곤해도 확인하고, 다쳐도 확인합니다. 아까 손을 다쳤을 때도 그랬습니다.”민영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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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살아 있으려고 애쓰는 소리

“너 말 잘한다.”“뭐가.”“죄책감은 나중에 와도 늦지 않다는 거.”민영은 잠시 멈췄다.“그냥… 지금 무너지면 아무것도 못 하니까.”“너한테도 해당되는 말이야.”민영은 대답하지 않았다.태겸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화준이 사고, 네 탓 아니야.”“그 얘기 또 하려고?”“할 때 됐으니까.”“나 진짜 괜찮아.”“그 금지어 들으면 나 이제 혈압 오른다.”민영은 아주 작게 웃었다.“그럼 혈압 재봐.”“장난치지 말고.”태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민영은 그제야 그를 제대로 봤다.태겸은 평소처럼 농담을 섞고 있었지만, 눈은 진지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그녀를 이런 식으로 봤다. 너무 오래 버티고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손이 떨리는지, 웃는 척하는지.그 시선은 익숙했다.그래서 때로는 더 피하고 싶었다.“알아.”민영은 조용히 말했다.“내 탓 아닌 거 알아.”“아는 얼굴이 아닌데.”“그래도 알아.”태겸은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던졌다.“먹어.”“나 애 아니야.”“애보다 말을 안 들으니까.”민영은 초콜릿을 받아 들고 피곤하게 웃었다.그 순간 회복실 쪽에서 도진이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민영은 웃음을 거두었다. 도진은 멀리서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질투 같은 건 아니었다. 아직 그에게 그런 감정이 있을 리 없다.그런데도 그의 시선이 묘하게 걸렸다.태겸도 그걸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또 보고 있네.”민영은 대답하지 않았다.도진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그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초콜릿, 짧은 농담, 걱정 섞인 말투를 보고 있었다. 인간의 관계는 복잡했다. 민영과 태겸은 서로를 오래 알고 있었다. 그 안에는 편함도 있고, 걱정도 있고, 말하지 않는 감정도 있어 보였다.도진은 그것을 불편하다고 해야 할지, 낯설다고 해야 할지 몰랐다.다만 가슴 안쪽이 조금 조용하지 않았다.밤이 다시 내려앉았다.사실 병원 안에서는 낮과 밤의 구분이 희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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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다녀올게요라는 말이 주는 돌아옴의 무게

죽음의 냄새 때문은 아니다. 민영에게서는 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오래 버텨 닳은 사람의 피로, 소독약, 커피, 그리고 살아 있는 환자를 끝까지 놓지 않는 이상한 온기.그는 그 온기가 낯설어서 보고 있었다.“확인하게 됩니다.”“뭘요?”“민영 선생님이 무너지지 않았는지.”민영은 숨을 멈췄다.그 말은 너무 조용했다. 꾸미거나 떠보는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저 안 무너져요.”“그건 모릅니다.”“왜요?”“무너지는 사람들도 대부분 직전까지 괜찮다고 합니다.”민영은 대답하지 못했다.그 말은 이상하게 정확했다.환자도, 보호자도, 의사도 그랬다. 괜찮다고 말하다가 무너진다. 버틸 수 있다고 말하다가 주저앉는다. 자신도 여러 번 그랬을 것이다. 다만 아무도 그 순간을 그렇게 똑바로 보지 않았을 뿐.도진은 그녀가 말이 없자 낮게 덧붙였다.“아까 태겸이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민영은 그제야 아주 작게 웃었다.“태겸이는 원래 잔소리가 많아요.”“걱정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맞아요.”민영은 시선을 내렸다.“오래 같이 일했으니까요.”도진은 그 말을 조용히 받아들였다.‘오래.’그 단어는 인간에게 무게가 있다.도진은 문득 자신에게는 그런 오래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저승에서 보낸 시간은 길었지만, 누군가와 함께 쌓은 오래는 아니었다. 그는 지나가는 죽음을 봤고, 끝난 시간을 데려갔고, 남겨진 사람들의 울음을 스쳐 지나갔다. 머문 적은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멈춰 서 있었다.민영 앞에서.“화준 선생님.”민영이 조용히 불렀다.“네.”“진짜로 잠이 안 와요?”도진은 잠시 침묵했다.“잠드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민영의 눈빛이 흔들렸다.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도진의 얼굴은 너무 진지했다. 사고 후 불면, 불안, 통증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의 결이 달랐다.잠을 못 자는 사람이 아니라, 잠이라는 행위를 새로 배워야 하는 사람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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