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준은 다시 눈을 뜨지 않았다.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모니터의 파형은 불안정한 구간을 지나 조금씩 제자리를 찾았고, 산소포화도도 위험선을 겨우 벗어났다. 흉관에서는 여전히 붉은 액체가 천천히 빠져나오고 있었지만, 수술 직후 상태를 감안하면 당장 다시 수술방으로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다.민영은 회복실 침대 옆에서 한참 동안 차트를 확인했다.수술 기록, 수혈량, 흉부 손상 부위, 늑골 골절, 폐 손상, 혈압 변화. 모든 기록은 현실적이었다. 교통사고 환자에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손상이었고, 사고 직후 의식 혼탁 상태에서 이상한 말을 하는 것도 설명은 가능했다.그런데 설명할 수 있는 것과 납득되는 것은 달랐다.민영은 펜 끝을 멈춘 채 도화준의 얼굴을 봤다.피를 닦아낸 얼굴은 더 낯설어 보였다. 평소의 도화준은 사람 좋은 쪽에 가까웠다. 피곤하면 말수가 줄었고, 긴장하면 괜히 펜을 만지작거렸고, 민영이 뭐라고 하면 대답은 짧게 하면서도 결국 그대로 했다. 그런데 방금 눈을 떴을 때의 그는 달랐다.서민영. 이름을 그렇게 부른 적은 없었다.차태겸. 동료의 이름을 확인하듯 부른 적도 없었다.‘이 몸은 약하군요.’‘살아 있는 몸은 이렇게 시끄럽나.’민영은 차트 위에 펜을 내려놓았다.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졌다. 사고 후 섬망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 저산소 상태와 쇼크, 마취 여파, 통증, 출혈. 원인은 충분했다. 그러니 이상한 말은 이상한 말로 두면 된다.그렇게 정리하려는 순간, 도화준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민영은 바로 몸을 숙였다.“화준 선생님.”대답은 없었다.그녀는 동공 반응을 확인하고, 맥박과 호흡을 봤다. 아직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움직임은 반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영은 손을 거두지 못했다. 손목에 닿는 피부는 여전히 차가웠다.너무 차가웠다.그때 회복실 커튼이 열렸다.태겸이 들어왔다. 손에는 종이컵 두 개가 들려 있었다. 하나는 이미 식었고, 다른 하나는 김이 조금 남아 있었다.
آخر تحديث : 2026-10-05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