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냉장고 문 안쪽은 비어 있었다.민영과 태겸에게는 그저 문 하나가 저절로 열린 이상한 상황으로 보였다. 오래된 장비가 흔들렸거나,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거나, 누군가 조금 전에 사용하고 덜 닫아둔 것일 수도 있었다. 병원에서 그런 사소한 오류는 얼마든지 생긴다. 피곤한 새벽이라면 더더욱.그러나 도진은 그 빈 칸을 오래 보았다.검은 손자국은 아주 옅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손으로 남긴 흔적이 아니었다. 물기나 먼지, 피가 묻은 자국도 아니었다. 무언가가 이곳에 왔다가, 있어야 할 것을 끌고 간 뒤 남은 흔적. 영안실의 낮은 냉기 속에서도 그 자국만은 이상하게 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망자가 없다.도진은 다시 시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육체는 남아 있는데, 떠나야 할 혼의 결이 없다. 죽음 뒤에 남아 있어야 할 미세한 온기와 흔들림마저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망자는 자신의 죽음 근처에 잠시 머문다. 길을 잃거나, 가족을 기다리거나, 마지막으로 놓지 못한 것을 보려 한다. 그런데 이 시신 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너무 깔끔한 죽음.그게 오히려 기이했다.“화준 선생님.”민영이 낮게 불렀다.도진은 그녀를 보았다.민영은 겁먹은 얼굴은 아니었다. 대신 깊게 의심하고 있었다. 환자 상태를 읽듯, 그의 표정과 호흡, 시선의 방향을 조용히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보지 못한다. 하지만 이상함을 지나치지도 않는다.“지금 뭘 본 거예요?”도진은 잠시 침묵했다.‘말하면 안 된다.’저승의 언어는 산 자의 귀에 닿는 순간 의미가 변한다. 망자, 혼, 사라진 길. 그런 단어를 지금 이곳에서 꺼내면 민영은 더 가까이 들어오려 할 것이다. 이 여자는 고통을 보면 확인하려 들고, 설명되지 않는 것을 보면 끝까지 원인을 찾으려 든다.그건 의사로서는 좋은 성질이지만, 지금은 위험한 성질이었다.“이상한 점이 있습니다.”그가 말했다.태겸이 바로 반응했다.“뭔데.”“설명하기 어렵습니다.”“그 말이 제일 짜증 나는 거
آخر تحديث : 2026-10-05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