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어요.”좀비가 말을 했다.윤시현은 셔터 틈으로 보이는 남자의 눈을 봤다가, 자신이 쥔 쇠파이프를 봤다. 아직 머리를 맞은 적은 없었다. 헛것을 볼 만큼 굶지도 않았다.“싫은데요.” “뒤쪽 문, 곧 열립니다.” “그쪽으로 가시면 되겠네.”남자가 웃었다. 이 와중에 웃는 놈이라니. 시현은 파이프를 고쳐 쥐었다.편의점 문에는 정상 영업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상이 망한 지 엿새째인데 저 종이만 멀쩡했다. 어제까지 들리던 재난 방송도 끊겼다. 냉장고 모터만 웅웅 울렸다. 유리문에는 행사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두 개 사면 하나 더.시현은 텅 빈 생수 칸을 봤다.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네.등 뒤에서 하린이 속삭였다.“누구예요?” “눈이 빨간데 말은 하는 사람.” “술 취한 사람 아니고요?” “그거면 나도 한 잔 달라고 했죠.”하린이 그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문밖의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검은 장갑 끝이 해져 있었다. 손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안 물어요.” “그걸 왜 먼저 말하지.”시현이 중얼거리자 남자의 입가가 움직였다.“물어보실 것 같아서.”그때 직원 통로에서 쾅, 소리가 났다. 하린이 돌아봤다. 시현은 보지 않았다. 이미 두 번 확인한 문이었다. 세 번째 확인한다고 문짝이 두꺼워지지는 않았다.남자가 셔터에 손가락을 걸었다.“뒤에 셋입니다. 하나는 바닥으로 기어 오고.” “여기서 그게 보여요?” “들려요.”남자의 시선이 시현에게 내려왔다.“당신 숨소리도.”시현은 입을 다물었다가 짜증이 났다. 숨 쉬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나.“잘 들리면 뒤로 물러나요. 문 열 때 맞기 싫으면.”하린이 그의 소매를 잡았다.“열게요?” “앞에 하나, 뒤에 셋. 산수는 할 줄 알아서.”시현은 걸쇠를 풀었다. 셔터가 어깨 높이까지 올라오기도 전에 남자가 몸을 숙여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더 컸다. 문이 좁은 건지 저 인간이 쓸데없이 큰 건지.시현이 파이프를 겨누자 남자는 끝을 손바닥으로 밀어 옆으로 돌렸
Huling Na-update : 2026-10-07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