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좀비를 들였더니, 이놈이 선을 넘는다. “안 물어요.” “그걸 왜 먼저 말하지.” 세상이 무너진 지 엿새. 윤시현은 편의점 문밖에 서 있던 남자를 들였다. 강태윤. 잘생긴 얼굴에 뻔뻔한 말투. 그리고 소매 아래 숨겨 둔 선명한 잇자국. 내쫓으려 했다. 자신이 가까이 갈 때마다 남자의 붉은 눈이 가라앉는 걸 보기 전까지는. “한 번만 더 가까이 와 봐요.” 살려 달라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남자, 멀쩡할 때도 거리를 좁힌다. “이번에는 치료 핑계 하지 말고.” 시현이 먼저 옷깃을 붙잡았다. 한편, 감염자를 되돌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건 치료제가 아니라 윤시현이었다. 자신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현은 그를 물지 않는 좀비의 손을 잡는다.
Ver más“문 열어요.”
좀비가 말을 했다.
윤시현은 셔터 틈으로 보이는 남자의 눈을 봤다가, 자신이 쥔 쇠파이프를 봤다. 아직 머리를 맞은 적은 없었다. 헛것을 볼 만큼 굶지도 않았다.
“싫은데요.”
“뒤쪽 문, 곧 열립니다.” “그쪽으로 가시면 되겠네.”남자가 웃었다. 이 와중에 웃는 놈이라니. 시현은 파이프를 고쳐 쥐었다.
편의점 문에는 정상 영업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상이 망한 지 엿새째인데 저 종이만 멀쩡했다. 어제까지 들리던 재난 방송도 끊겼다. 냉장고 모터만 웅웅 울렸다. 유리문에는 행사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두 개 사면 하나 더.
시현은 텅 빈 생수 칸을 봤다.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네.
등 뒤에서 하린이 속삭였다.
“누구예요?”
“눈이 빨간데 말은 하는 사람.” “술 취한 사람 아니고요?” “그거면 나도 한 잔 달라고 했죠.”하린이 그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문밖의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검은 장갑 끝이 해져 있었다. 손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안 물어요.”
“그걸 왜 먼저 말하지.”시현이 중얼거리자 남자의 입가가 움직였다.
“물어보실 것 같아서.”
그때 직원 통로에서 쾅, 소리가 났다. 하린이 돌아봤다. 시현은 보지 않았다. 이미 두 번 확인한 문이었다. 세 번째 확인한다고 문짝이 두꺼워지지는 않았다.
남자가 셔터에 손가락을 걸었다.
“뒤에 셋입니다. 하나는 바닥으로 기어 오고.”
“여기서 그게 보여요?” “들려요.”남자의 시선이 시현에게 내려왔다.
“당신 숨소리도.”
시현은 입을 다물었다가 짜증이 났다. 숨 쉬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나.
“잘 들리면 뒤로 물러나요. 문 열 때 맞기 싫으면.”
하린이 그의 소매를 잡았다.
“열게요?”
“앞에 하나, 뒤에 셋. 산수는 할 줄 알아서.”시현은 걸쇠를 풀었다. 셔터가 어깨 높이까지 올라오기도 전에 남자가 몸을 숙여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더 컸다. 문이 좁은 건지 저 인간이 쓸데없이 큰 건지.
시현이 파이프를 겨누자 남자는 끝을 손바닥으로 밀어 옆으로 돌렸다.
“도와준 사람한테 인사가 거하네.”
“아직 안 도왔잖아요.” “그럼 보고 결정해요.”남자는 곧바로 직원 통로로 갔다. 시현이 뒤따라갔다. 잠금장치 위 나사가 절반쯤 빠져 있었다. 남자가 진열대를 끌어다 문손잡이 아래에 비스듬히 걸었다.
“소화기.”
시현이 건네자 그는 바퀴 밑에 밀어 넣었다. 다시 문이 울렸지만 진열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제야 남자가 손을 털었다.
“인사 받을까요.”
“임시로 합격.” “까다롭네.”하린이 계산대에서 가방을 가져왔다.
“물린 데부터 확인해요. 두 분 다.”
시현은 팔을 내밀었다. 손바닥이 찢어져 있었다. 조금 전 깨진 유리를 잘못 짚었다. 하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왜 말 안 했어요?”
“물린 거 아니니까.” “제가 물린 데만 고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그녀가 거즈를 꺼내는 사이 남자가 시현의 손을 들여다봤다. 너무 가까워서 시현이 팔을 당겼다.
“보는 건 공짜인데 만지면 돈 받아요.”
“얼마.”대답이 너무 빨랐다.
시현이 고개를 들자 남자는 웃지도 않고 그를 보고 있었다. 피가 마른 턱선과 찢어진 옷깃이 눈에 들어왔다. 멀쩡한 곳보다 망가진 곳이 많은데, 얼굴만 혼자 재난을 비켜 간 모양이었다.
짜증 나게.
“비싸요.”
“기억해 둘게요.”하린이 두 사람 사이로 거즈를 들이밀었다.
“가격 협상 끝났으면 누르고 있어요.”
시현은 거즈를 받았다. 남자가 한 걸음 물러났다. 계산대 뒤가 넓어졌다.
“이름은요.”
시현이 물었다.
“강태윤.”
“윤시현. 저쪽은 서하린 씨.” “내 이름은 내가 말할 수 있는데.”하린이 투덜거렸다. 태윤은 그녀에게 짧게 고개를 숙였다. 시현을 볼 때보다 얌전한 얼굴이었다.
뭐야. 사람 가리나.
하린이 태윤의 소매를 가리켰다.
“그쪽도 확인해야죠.”
태윤은 대답 대신 창고를 봤다.
“안에 사람 있습니까?”
“직원 같아요. 들어갔다가 문 잠그고 안 나와요.” “이름 불러 봤어요?” “대답 안 합니다.”시현은 창고 문에 붙은 근무표를 봤다. 민서영. 이름 옆에 볼펜으로 동생 생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문을 두드렸다.
“서영 씨. 밖으로 나가야 해요.”
안에서 뭔가 긁혔다. 발소리라고 하기에는 낮았다. 시현이 몸을 숙이려는 순간 태윤의 팔이 앞을 막았다.
“거기 서요.”
“명령은 좀.” “그럼 부탁으로 들으세요.”태윤이 문 옆으로 시현을 밀어 세웠다. 힘을 준 것 같지도 않은데 등이 벽에 닿았다. 시현은 남자의 팔을 밀어냈다.
“손부터 치우면 생각해 볼게.”
태윤은 바로 손을 뗐다.
철문 아래로 손가락이 나왔다. 손톱 하나가 없었다. 하린이 가방을 움켜쥐었다. 시현은 파이프를 들었다.
“이제 앞에 하나, 뒤에 넷이네.”
태윤이 낮게 말했다.
시현은 그를 쳐다봤다.
“그쪽은 빼고 센 건데.”
“빼면 안 됩니다.”태윤이 왼쪽 소매를 걷었다.
팔 안쪽에 선명한 잇자국이 있었다. 상처에서 뻗은 잿빛 선이 팔꿈치 위로 사라졌다.
시현은 한동안 그 팔을 봤다. 그리고 천천히 남자의 얼굴로 시선을 올렸다.
“언제.”
“어제.” “그런데 말을 해?” “지금은.”창고 문이 안쪽에서 크게 울렸다.
태윤은 시현을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도 같이 세요. 사람으로 안 보이기 전에.”
시현은 태윤의 얼굴을 똑바로 봤다.“내가 어디로 갔어?” “여기.” “그럼 나 봐. 아래 보지 말고.”태윤의 손이 서준의 어깨에서 움직였다. 시현은 자기 무릎으로 서준의 팔을 누르고 태윤의 옷깃을 잡았다.“혼자 둘 테니까 나가라는 말도 하지 마.”태윤이 눈을 감았다. 시현은 옷깃을 놓지 않았다. 태윤이 돌아보지 않는 동안 서영이 동생 이름을 불렀다. 하린은 손목을 댈 다른 끈을 찾았다.서준이 크게 몸을 뒤틀었다.시현의 손바닥이 바닥에 쓸렸다. 거즈가 벗겨졌다. 손을 빼려는데 서준의 얼굴이 돌아왔다. 턱 아래를 막은 손에 이가 닿았다.태윤이 서준의 몸을 돌렸다. 시현이 팔을 잡아 뺐다.아팠다. 이번에는 아까의 상처만 아픈 건지 알 수 없었다.하린이 새 거즈를 눌렀다. 시현은 손 대신 서준을 봤다. 바닥을 치던 발끝이 멈췄다.서영이 동생의 얼굴을 들여다봤다.“민서준.”그는 누나를 올려다봤다. 입술 안쪽에 피가 조금 묻어 있었다. 시현의 손바닥에서 난 피였다.“누나.”서영이 입을 막았다. 시현은 태윤을 봤다. 남자는 여전히 서준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눈에서 붉은 기운이 조금씩 빠졌다.“손 힘 빼.”시현이 말하자 태윤은 그제야 서준을 놓았다.서준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자기 발목의 끈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하린은 서영에게 동생 옆에 앉아 달라고 하고 시현의 손을 데리고 문 쪽으로 갔다.이번에는 시현도 아픈 걸 감추지 않았다.“이가 들어갔어요?” “상처 가장자리가 벌어졌어요. 아까랑 달라요. 씻고 봐야 해요.”태윤이 따라왔다. 하린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세면대가 있는 작은 방을 가리켰다.“같이 가요. 제가 금방 따라갈게요.”시현은 그 방 앞에서 멈췄다. 태윤이 물병을 열었다. 하린이 와서 손을 확인하는 동안 그는 문 가까이 서 있었다.“물린 자국은 지금 뚜렷하게 안 보여요. 그렇다고 괜찮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하린의 말에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윤은 그러지 못했다.“서준 씨는요.”시현
문이 열리자 서영이 가장 먼저 들어갔다.서준은 뒤로 물러나려다가 발목 끈에 걸렸다. 서영이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누나의 목을 보지 않으려고 천장을 올려다봤다.“나랑 붙어 있지 마.” “그러면 네가 가만히 있어.”서영은 물병을 동생에게 쥐여 줬다. 손이 떨려 물이 셔츠 앞에 흘렀다. 그녀가 소매로 닦아 주자 서준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누나 나 진짜 무서워.”시현은 문 옆에 섰다. 태윤은 복도 쪽에 남았다. 하린은 서준의 끈을 조금 늦추고 부은 발목을 살폈다.“끈 풀면 달아날 거라고 생각하겠죠.”서준이 도훈을 봤다. 도훈은 대답하지 않았다.“못 달아나요. 저 다리 이래서.”하린이 매듭 밑에 접은 거즈를 끼웠다. 끈을 바로 끊지는 않았다.시현은 벽에 기대 물었다.“사진은 어떻게 보냈어?” “처음 왔을 땐 안쪽에 안 있었어요. 어떤 아저씨가 넘어져서 도와드렸는데 손을 물렸어요.”서준이 손등을 들어 보였다. 작은 잇자국이었다.“누나한테 말하면 나 찾으러 올까 봐. 그냥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서영이 그의 이마를 손으로 밀었다.“너 멋있는 척 좀 하지 마.” “누나는 맨날 하면서.”시현은 둘이 싸우는 동안 도훈을 봤다. 남자는 문 안을 살피고 있었다. 서영의 얼굴에서 자꾸 시선이 멈췄다.복도 밖에서 비명이 났다.도훈이 돌아섰다. 곧 두 번째 비명이 이어졌다. 태윤이 계단 쪽을 봤다.“정문입니다.”누군가 달려와 도훈의 팔을 붙잡았다. 차로 옮겨 온 감염자가 들것에서 풀려났다고 했다.서영의 얼굴이 하얘졌다.“우리 점장님이에요?”봉사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도훈이 무전기를 꺼냈다. 지시를 하는 동안 시현은 창문 너머 운동장 바닥을 봤다. 사람들이 흰 칸막이를 밀며 계단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시현은 도훈의 팔을 잡았다.“앞문만 막으면 되는 거예요?” “모르니까 여기 있어요.”태윤이 그의 손을 떼고 대신 섰다.“대답해요. 뒷문 열려 있습니까?”도훈은 지하 출입문을 보라고 했다. 태윤은 하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
시현이 먼저 문을 열었다.밖에 선 남자는 서른 중반쯤 되어 보였다. 명찰에는 운영 책임자라고 적혀 있었다. 구두에는 체육관 바닥의 흰 먼지가 묻어 있었다.“윤시현 씨?” “이름 어디서 봤어요.” “접수하셨잖아요.”시현은 괜한 질문을 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물러나지는 않았다.권도훈은 태윤에게 눈길을 돌렸다.“돌아올 줄 알았다.” “동생 만나러 온 사람이 있습니다.” “소개부터 하자. 이렇게 남의 문 막고 서 있으면 오해해.”태윤은 의자를 옆으로 밀었다. 시현이 나가자 남자가 바로 뒤에 붙었다. 도훈은 둘의 간격을 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영과 하린은 창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훈은 서영에게 먼저 사과했다. 접수 명단과 격리 명단을 따로 관리해서 찾는 데 오래 걸렸다고 했다.“그럼 이제 만나게 해 주세요.”서영이 말했다.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보여 드리기 전에 설명을 좀.” “설명은 가면서 들을게요.”서영이 먼저 걸었다. 도훈은 그녀를 앞질러 복도 끝으로 갔다.격리 구역은 무대 뒤 대기실이었다. 원래 문에 달린 손잡이 위로 바깥 걸쇠를 덧댔다. 문 옆에는 눈으로 안쪽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창이 있었다.서영이 창문에 붙었다.안에는 남자 하나가 앉아 있었다. 시현은 사진 속 얼굴을 알아봤다. 서준은 누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발목에 달린 끈 때문에 멈췄다.서영이 문을 두드렸다.“민서준.”서준은 웃으려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왜 이제 와.” “너 어디 아파?” “누나 옷 왜 그래.”서영은 세탁소에서 가져온 큰 셔츠를 잡아당겼다. 목 옆의 거즈를 더 가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서준의 얼굴이 굳었다.“누나도 물렸어?”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의 눈에서 웃음이 사라지자 서둘러 덧붙였다.“근데 지금 괜찮아. 말도 하고. 너도 그러잖아.” “나는 안 괜찮아.”그가 바닥을 봤다. 종이컵 하나가 뒤집혀 있었다. 물은 이미 말라 있었다.“가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서영이 문손잡
“일단 소리 지르지 마요.”하린이 계단 아래 빈 창고로 그들을 데려갔다. 농구공이 담긴 철망 카트 옆에 서영이 앉았다.“저 안 질렀어요.”시현이 말하자 하린은 태윤을 봤다.“이쪽이 먼저 나갈 것 같아서요.”태윤은 문 옆에 서 있었다. 오른손으로 손목의 검은 띠를 가리고 있었다.하린이 설명했다. 서준은 별도 격리실에 있었다. 감염 증상을 보인 지 이틀째지만 아직 말을 한다고 했다. 보호자 확인이 끝나면 담당자가 면회를 결정한다는 대답만 받았다.“그 담당자가 누군데.” “권도훈. 이곳 운영 책임자래요.”태윤이 문손잡이에서 손을 뗐다.시현은 그 작은 움직임을 봤다. 서영도 봤다.“아는 분이에요?”태윤은 잠시 서영을 마주 보지 못했다.“전에 같이 일했습니다.” “그럼 말해 주시면 안 돼요? 저 잠깐만 보면 돼요. 서준이한테 제가 살아 있다고.”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은 그보다 먼저 하린에게 물었다.“물린 건 확실해요?” “제가 본 건 명단이에요. 아직 아무도 직접 못 봤어요.”서영이 고개를 숙였다. 시현은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사진 보냈다고 했죠. 그거 보여 줄 수 있어요?”사진 속 서준은 운동장 바닥에 앉아 손으로 브이를 만들고 있었다. 뒤로 흰 칸막이가 보였다. 칸막이에는 굵은 매직으로 7이라고 써 있었다.사진 아래에는 메시지가 하나 더 있었다.누나 나 기다려. 먼저 가지 마.시현은 휴대전화를 돌려줬다.“우리가 먼저 가는 일은 없어요.”하린이 그를 봤다. 시현은 모르는 척했다.문밖에서 자원봉사자가 수건과 옷을 내밀었다. 깨끗한 걸로 갈아입고 기다리라고 했다. 전기는 제한 중이고 물은 저수탱크에서 내려오니 아껴 써 달라는 말도 붙였다.시현은 옷을 받았다. 태윤의 왼쪽 소매에는 점장이 흘린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아직도 그 옷으로 사람 옆에 서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너도 갈아입어.”태윤이 계단 쪽을 보자 시현이 앞을 막았다.“하린 씨가 서영 씨랑 있을 거야. 사람 만나러 가는 거면 그 꼴부터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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