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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돌아온다고 했잖아요

Author: 운디네J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10-07 21:46:09

“체육관 가 봤어?”

시현의 질문에 태윤은 과자 봉지를 접었다.

“어젯밤에 나왔습니다.”

“물린 채로?”

“물리기 전엔 들어갔고.”

하린이 서영의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격리 구역이 따로 있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들었습니다.”

“들은 거 말고 본 거.”

태윤은 손목의 끈을 봤다.

“밖으로 나가겠다고 한 사람을 안 보내 줬어요.”

서영이 물병 뚜껑을 너무 세게 돌렸다. 플라스틱이 손안에서 찌그러졌다.

“서준이는 안 물렸어요. 저한테 사진도 보냈어요.”

“그럼 그거부터 확인합시다.”

시현이 일어서자 태윤도 몸을 움직였다. 끈이 당겨졌다. 시현은 그를 내려다봤다.

“일어나지 말라더니 자기는.”

“혼자 가는 건 더 싫어서.”

시현은 매듭을 풀었다. 끈이 손에서 빠지는 순간 태윤이 그의 팔을 받쳤다. 시현은 반사적으로 손을 뺐다.

“안 넘어졌어.”

“알아요.”

“아는데 왜 잡아.”

태윤은 대답 대신 작업대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시현의 셔츠가 거기에 걸려 있었다. 그는 옷자락을 빼고 헛기침을 했다.

계획은 하린이 정리했다. 바로 체육관으로 가지 않았다. 서영의 목에 댈 거즈와 물이 필요했다. 편의점으로 돌아가되, 차 안의 점장을 어떻게 할지는 상태를 보고 정하기로 했다.

“시현 씨 손 다시 다치면 제가 정말 화낼 거예요.”

“이미 화난 것 같은데.”

“아직 시작 안 했어요.”

세탁소 문을 열자 오후의 더운 바람이 들어왔다. 태윤이 앞서 나갔다. 시현이 그의 뒤에 붙자 남자가 돌아봤다.

“너무 가까운 거 아닙니까.”

“떨어지면 또 발작할까 봐.”

“그 말을 그렇게 붙어서 하면 좀 억울한데.”

시현은 한 뼘 물러났다. 태윤이 웃었다. 멀쩡한 인간일 때도 성가신 놈이었다.

골목을 돌아 주차장에 닿았을 때, 차 안의 점장은 조용했다. 운전석 유리에 이마를 대고 있었다. 서영이 이름을 부르려 하자 시현이 손을 들었다.

“말부터 걸면 움직여요. 잠깐만.”

서영은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태윤이 차 주변을 살폈다. 뒷좌석에 종이 상자가 쌓여 있었다. 생수였다. 시현은 차 번호를 휴대전화 사진과 대조했다.

“번호까지 찍었으면서 뭘 또 봐요.”

“괜히 다른 차 열었다가 욕먹기 싫어서.”

태윤이 운전석 옆에 섰다. 시현은 반대쪽 문손잡이를 잡았다. 잠겨 있었다.

“열쇠 있어요.”

서영이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냈다.

“창고 들어가기 전에 주셨어요. 못 나오면 물이라도 가져가라고.”

시현은 키를 받았다. 돌아갈 수 있느냐고 묻던 얼굴이 이제 조금 이해됐다.

태윤이 점장의 어깨 쪽을 가리켰다. 안전벨트가 채워져 있었다. 일부러 그랬는지 사고가 나서 그대로였는지는 몰랐다.

“문 열면 내가 잡겠습니다. 물부터 빼요.”

“점장님도요.”

서영이 말했다. 시현은 그녀에게 가방을 내밀었다.

“그래서 내가 여기 왔잖아요.”

잠금장치가 딸깍 풀렸다.

점장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돌아오는 데는 반 박자도 걸리지 않았다. 태윤이 운전석 문을 붙잡고 몸을 밀어 넣었다. 차가 옆으로 흔들렸다.

시현은 뒷문을 열고 상자를 끌어냈다. 물병이 포장 비닐 안에서 서로 부딪쳤다. 하린이 받았다. 서영이 하나를 더 꺼냈다.

“다음.”

태윤의 목소리가 짧아졌다.

시현이 앞문 쪽으로 갔다. 점장은 태윤의 팔을 물려고 고개를 틀고 있었다. 상처가 난 손은 아직 붕대를 감고 있었다.

“내 손 내밀면 돼?”

“안 돼.”

“아까 서영 씨는—”

“뭘로 나았는지 모르잖아.”

태윤이 처음으로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시현은 멈췄다. 점장의 손가락이 허공을 긁었다. 태윤의 셔츠 소매가 찢어졌다. 서영이 울면서 자기 손을 내밀었다.

“저 봐요. 저예요.”

점장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현이 서영의 어깨를 뒤로 당기고 안전벨트 버클을 눌렀다. 태윤은 점장을 뒷좌석으로 밀어 눕혔다. 시현이 세탁소에서 챙긴 끈으로 손목을 묶는 동안 하린이 발목을 잡았다.

문을 닫았을 때 셋 다 숨이 찼다.

태윤이 차 지붕에 손을 짚었다. 찢어진 소매 아래로 새 상처가 보였다. 시현은 남자의 팔을 돌려 확인했다. 길게 긁힌 자국이었다.

“네 팔은 안 아파?”

“아프죠.”

“그러면 아프다고 해.”

태윤은 시현의 손을 보다가 차 지붕에서 천천히 몸을 뗐다.

서영은 유리에 손바닥을 대고 있었다.

“살아 계세요. 저처럼 다시 말할 수도 있어요.”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빈말로 약속하지 않았다. 차 키를 서영에게 돌려줬다.

“가지고 있어요.”

그녀가 키를 움켜쥐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무언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태윤이 시현을 뒤로 세웠다. 회색 조끼를 입은 사람이 나타났다. 사람 뒤로 손수레가 따라왔다.

수레에는 물병과 통조림이 실려 있었다.

조끼 가슴에 강서 체육관이라고 적혀 있었다. 남자는 차 안의 점장을 봤다가, 시현 일행의 짐을 봤다.

“생존자죠? 여기 오래 계시면 위험합니다.”

태윤이 시현의 손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시현도 빼지 않았다.

조끼를 입은 남자가 웃었다.

“물린 분도 받아요. 숨기실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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