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문이 열리자 서영이 가장 먼저 들어갔다.
서준은 뒤로 물러나려다가 발목 끈에 걸렸다. 서영이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누나의 목을 보지 않으려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나랑 붙어 있지 마.”
“그러면 네가 가만히 있어.”서영은 물병을 동생에게 쥐여 줬다. 손이 떨려 물이 셔츠 앞에 흘렀다. 그녀가 소매로 닦아 주자 서준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누나 나 진짜 무서워.”
시현은 문 옆에 섰다. 태윤은 복도 쪽에 남았다. 하린은 서준의 끈을 조금 늦추고 부은 발목을 살폈다.
“끈 풀면 달아날 거라고 생각하겠죠.”
서준이 도훈을 봤다. 도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못 달아나요. 저 다리 이래서.”
하린이 매듭 밑에 접은 거즈를 끼웠다. 끈을 바로 끊지는 않았다.
시현은 벽에 기대 물었다.
“사진은 어떻게 보냈어?”
“처음 왔을 땐 안쪽에 안 있었어요. 어떤 아저씨가 넘어져서 도와드렸는데 손을 물렸어요.”서준이 손등을 들어 보였다. 작은 잇자국이었다.
“누나한테 말하면 나 찾으러 올까 봐. 그냥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서영이 그의 이마를 손으로 밀었다.
“너 멋있는 척 좀 하지 마.”
“누나는 맨날 하면서.”시현은 둘이 싸우는 동안 도훈을 봤다. 남자는 문 안을 살피고 있었다. 서영의 얼굴에서 자꾸 시선이 멈췄다.
복도 밖에서 비명이 났다.
도훈이 돌아섰다. 곧 두 번째 비명이 이어졌다. 태윤이 계단 쪽을 봤다.
“정문입니다.”
누군가 달려와 도훈의 팔을 붙잡았다. 차로 옮겨 온 감염자가 들것에서 풀려났다고 했다.
서영의 얼굴이 하얘졌다.
“우리 점장님이에요?”
봉사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도훈이 무전기를 꺼냈다. 지시를 하는 동안 시현은 창문 너머 운동장 바닥을 봤다. 사람들이 흰 칸막이를 밀며 계단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시현은 도훈의 팔을 잡았다.
“앞문만 막으면 되는 거예요?”
“모르니까 여기 있어요.”태윤이 그의 손을 떼고 대신 섰다.
“대답해요. 뒷문 열려 있습니까?”
도훈은 지하 출입문을 보라고 했다. 태윤은 하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이 따라 나가자 서영이 불렀다.
“두 분, 점장님이면—”
“보고 올게요.”시현은 더 약속하지 않았다.
운동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사람들이 엉켜 있었다. 위로 올라오는 사람과 아래로 내려가려는 사람이 부딪쳤다. 태윤이 난간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시현은 따라 뛰지 않았다. 아래를 보고 짐부터 던졌다.
계단 중간에서 할머니 하나가 벽에 붙어 서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몸이 밀렸다. 시현은 난간 쪽으로 팔을 뻗어 길을 막았다.
“왼쪽으로 붙어서 가요. 뛰지 말고!”
뒤에서 누군가 짜증을 냈다. 시현은 돌아보지 않았다. 할머니가 난간을 잡고 올라가자 막았던 팔을 뗐다.
밑에서 태윤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재촉하지 않았다. 자기 어깨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옆으로 보내고 있었다.
“받아!”
태윤이 가방을 받았다. 시현은 계단으로 내려갔다. 남자가 손을 내밀자 마지막 두 칸에서 잡았다.
“혼자 묘기 좀 하지 마.”
“당신까지 떨어질 줄 알고 먼저 간 건데.”시현은 욕하면서 그의 팔을 밀었다.
정문 옆에서 남자가 바닥에 눌려 있었다. 점장이 아니었다. 들것 바퀴에 옷자락이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손을 뻗었다. 시현은 그 손을 피해 대걸레 자루를 잡았다.
“누르기만 해요. 얼굴 말고 어깨.”
태윤이 봉사자들에게 말했다. 봉사자 한 명이 울면서 쇠의자를 들었다. 태윤이 의자 다리를 잡아 바닥으로 내렸다.
“지금 누르고 있잖아요.”
그의 목소리가 변했다. 시현은 바로 태윤의 팔꿈치를 잡았다. 남자가 그를 돌아봤다.
“여기 있어.”
짧게 말하자 태윤이 눈을 감았다 뜨고 의자를 놓았다. 그 사이 정욱이 들것 끈을 가져왔다. 시현은 자루를 잡은 채 고개로 위치를 가리켰다.
위층에서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시현은 몸을 돌렸다. 하린이 난간에 나와 있었다.
“서준 씨가 이상해요!”
태윤이 먼저 계단으로 달렸다. 시현은 봉사자에게 자루를 넘기고 따라갔다.
서준은 침대가 아니라 바닥에 있었다. 서영이 벽에 붙어 울고 있었다. 끈이 발목에 당겨진 채 서준은 목을 들고 누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린은 문 옆에서 팔을 붙잡고 있었다. 찢어진 소매 안에 피가 보였다.
“할퀸 거예요. 문을 닫으려다가.”
태윤이 서준의 어깨를 눌렀다. 시현은 반대쪽에 무릎을 꿇었다. 서준의 손이 그의 셔츠를 잡아당겼다. 목깃이 터졌다.
시현이 몸을 숙여 손가락을 떼는 순간, 태윤의 숨이 거칠어졌다.
“시현아.”
처음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
“잠깐만 나 봐.”
시현은 고개를 들었다.
태윤의 눈도 붉어지고 있었다. 그의 손 아래에서는 서준이 울음과 으르렁거림 사이의 소리를 냈다.
둘을 동시에 붙잡아야 했다.
시현은 태윤의 얼굴을 똑바로 봤다.“내가 어디로 갔어?” “여기.” “그럼 나 봐. 아래 보지 말고.”태윤의 손이 서준의 어깨에서 움직였다. 시현은 자기 무릎으로 서준의 팔을 누르고 태윤의 옷깃을 잡았다.“혼자 둘 테니까 나가라는 말도 하지 마.”태윤이 눈을 감았다. 시현은 옷깃을 놓지 않았다. 태윤이 돌아보지 않는 동안 서영이 동생 이름을 불렀다. 하린은 손목을 댈 다른 끈을 찾았다.서준이 크게 몸을 뒤틀었다.시현의 손바닥이 바닥에 쓸렸다. 거즈가 벗겨졌다. 손을 빼려는데 서준의 얼굴이 돌아왔다. 턱 아래를 막은 손에 이가 닿았다.태윤이 서준의 몸을 돌렸다. 시현이 팔을 잡아 뺐다.아팠다. 이번에는 아까의 상처만 아픈 건지 알 수 없었다.하린이 새 거즈를 눌렀다. 시현은 손 대신 서준을 봤다. 바닥을 치던 발끝이 멈췄다.서영이 동생의 얼굴을 들여다봤다.“민서준.”그는 누나를 올려다봤다. 입술 안쪽에 피가 조금 묻어 있었다. 시현의 손바닥에서 난 피였다.“누나.”서영이 입을 막았다. 시현은 태윤을 봤다. 남자는 여전히 서준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눈에서 붉은 기운이 조금씩 빠졌다.“손 힘 빼.”시현이 말하자 태윤은 그제야 서준을 놓았다.서준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자기 발목의 끈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하린은 서영에게 동생 옆에 앉아 달라고 하고 시현의 손을 데리고 문 쪽으로 갔다.이번에는 시현도 아픈 걸 감추지 않았다.“이가 들어갔어요?” “상처 가장자리가 벌어졌어요. 아까랑 달라요. 씻고 봐야 해요.”태윤이 따라왔다. 하린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세면대가 있는 작은 방을 가리켰다.“같이 가요. 제가 금방 따라갈게요.”시현은 그 방 앞에서 멈췄다. 태윤이 물병을 열었다. 하린이 와서 손을 확인하는 동안 그는 문 가까이 서 있었다.“물린 자국은 지금 뚜렷하게 안 보여요. 그렇다고 괜찮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하린의 말에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윤은 그러지 못했다.“서준 씨는요.”시현
문이 열리자 서영이 가장 먼저 들어갔다.서준은 뒤로 물러나려다가 발목 끈에 걸렸다. 서영이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누나의 목을 보지 않으려고 천장을 올려다봤다.“나랑 붙어 있지 마.” “그러면 네가 가만히 있어.”서영은 물병을 동생에게 쥐여 줬다. 손이 떨려 물이 셔츠 앞에 흘렀다. 그녀가 소매로 닦아 주자 서준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누나 나 진짜 무서워.”시현은 문 옆에 섰다. 태윤은 복도 쪽에 남았다. 하린은 서준의 끈을 조금 늦추고 부은 발목을 살폈다.“끈 풀면 달아날 거라고 생각하겠죠.”서준이 도훈을 봤다. 도훈은 대답하지 않았다.“못 달아나요. 저 다리 이래서.”하린이 매듭 밑에 접은 거즈를 끼웠다. 끈을 바로 끊지는 않았다.시현은 벽에 기대 물었다.“사진은 어떻게 보냈어?” “처음 왔을 땐 안쪽에 안 있었어요. 어떤 아저씨가 넘어져서 도와드렸는데 손을 물렸어요.”서준이 손등을 들어 보였다. 작은 잇자국이었다.“누나한테 말하면 나 찾으러 올까 봐. 그냥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서영이 그의 이마를 손으로 밀었다.“너 멋있는 척 좀 하지 마.” “누나는 맨날 하면서.”시현은 둘이 싸우는 동안 도훈을 봤다. 남자는 문 안을 살피고 있었다. 서영의 얼굴에서 자꾸 시선이 멈췄다.복도 밖에서 비명이 났다.도훈이 돌아섰다. 곧 두 번째 비명이 이어졌다. 태윤이 계단 쪽을 봤다.“정문입니다.”누군가 달려와 도훈의 팔을 붙잡았다. 차로 옮겨 온 감염자가 들것에서 풀려났다고 했다.서영의 얼굴이 하얘졌다.“우리 점장님이에요?”봉사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도훈이 무전기를 꺼냈다. 지시를 하는 동안 시현은 창문 너머 운동장 바닥을 봤다. 사람들이 흰 칸막이를 밀며 계단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시현은 도훈의 팔을 잡았다.“앞문만 막으면 되는 거예요?” “모르니까 여기 있어요.”태윤이 그의 손을 떼고 대신 섰다.“대답해요. 뒷문 열려 있습니까?”도훈은 지하 출입문을 보라고 했다. 태윤은 하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
시현이 먼저 문을 열었다.밖에 선 남자는 서른 중반쯤 되어 보였다. 명찰에는 운영 책임자라고 적혀 있었다. 구두에는 체육관 바닥의 흰 먼지가 묻어 있었다.“윤시현 씨?” “이름 어디서 봤어요.” “접수하셨잖아요.”시현은 괜한 질문을 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물러나지는 않았다.권도훈은 태윤에게 눈길을 돌렸다.“돌아올 줄 알았다.” “동생 만나러 온 사람이 있습니다.” “소개부터 하자. 이렇게 남의 문 막고 서 있으면 오해해.”태윤은 의자를 옆으로 밀었다. 시현이 나가자 남자가 바로 뒤에 붙었다. 도훈은 둘의 간격을 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영과 하린은 창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훈은 서영에게 먼저 사과했다. 접수 명단과 격리 명단을 따로 관리해서 찾는 데 오래 걸렸다고 했다.“그럼 이제 만나게 해 주세요.”서영이 말했다.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보여 드리기 전에 설명을 좀.” “설명은 가면서 들을게요.”서영이 먼저 걸었다. 도훈은 그녀를 앞질러 복도 끝으로 갔다.격리 구역은 무대 뒤 대기실이었다. 원래 문에 달린 손잡이 위로 바깥 걸쇠를 덧댔다. 문 옆에는 눈으로 안쪽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창이 있었다.서영이 창문에 붙었다.안에는 남자 하나가 앉아 있었다. 시현은 사진 속 얼굴을 알아봤다. 서준은 누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발목에 달린 끈 때문에 멈췄다.서영이 문을 두드렸다.“민서준.”서준은 웃으려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왜 이제 와.” “너 어디 아파?” “누나 옷 왜 그래.”서영은 세탁소에서 가져온 큰 셔츠를 잡아당겼다. 목 옆의 거즈를 더 가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서준의 얼굴이 굳었다.“누나도 물렸어?”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의 눈에서 웃음이 사라지자 서둘러 덧붙였다.“근데 지금 괜찮아. 말도 하고. 너도 그러잖아.” “나는 안 괜찮아.”그가 바닥을 봤다. 종이컵 하나가 뒤집혀 있었다. 물은 이미 말라 있었다.“가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서영이 문손잡
“일단 소리 지르지 마요.”하린이 계단 아래 빈 창고로 그들을 데려갔다. 농구공이 담긴 철망 카트 옆에 서영이 앉았다.“저 안 질렀어요.”시현이 말하자 하린은 태윤을 봤다.“이쪽이 먼저 나갈 것 같아서요.”태윤은 문 옆에 서 있었다. 오른손으로 손목의 검은 띠를 가리고 있었다.하린이 설명했다. 서준은 별도 격리실에 있었다. 감염 증상을 보인 지 이틀째지만 아직 말을 한다고 했다. 보호자 확인이 끝나면 담당자가 면회를 결정한다는 대답만 받았다.“그 담당자가 누군데.” “권도훈. 이곳 운영 책임자래요.”태윤이 문손잡이에서 손을 뗐다.시현은 그 작은 움직임을 봤다. 서영도 봤다.“아는 분이에요?”태윤은 잠시 서영을 마주 보지 못했다.“전에 같이 일했습니다.” “그럼 말해 주시면 안 돼요? 저 잠깐만 보면 돼요. 서준이한테 제가 살아 있다고.”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은 그보다 먼저 하린에게 물었다.“물린 건 확실해요?” “제가 본 건 명단이에요. 아직 아무도 직접 못 봤어요.”서영이 고개를 숙였다. 시현은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사진 보냈다고 했죠. 그거 보여 줄 수 있어요?”사진 속 서준은 운동장 바닥에 앉아 손으로 브이를 만들고 있었다. 뒤로 흰 칸막이가 보였다. 칸막이에는 굵은 매직으로 7이라고 써 있었다.사진 아래에는 메시지가 하나 더 있었다.누나 나 기다려. 먼저 가지 마.시현은 휴대전화를 돌려줬다.“우리가 먼저 가는 일은 없어요.”하린이 그를 봤다. 시현은 모르는 척했다.문밖에서 자원봉사자가 수건과 옷을 내밀었다. 깨끗한 걸로 갈아입고 기다리라고 했다. 전기는 제한 중이고 물은 저수탱크에서 내려오니 아껴 써 달라는 말도 붙였다.시현은 옷을 받았다. 태윤의 왼쪽 소매에는 점장이 흘린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아직도 그 옷으로 사람 옆에 서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너도 갈아입어.”태윤이 계단 쪽을 보자 시현이 앞을 막았다.“하린 씨가 서영 씨랑 있을 거야. 사람 만나러 가는 거면 그 꼴부터 바꿔.
“잡은 손은 놓고 얘기해 주시면 좋겠는데.”회색 조끼의 남자가 태윤을 봤다. 시현은 그제야 손목에 힘이 들어간 걸 느꼈다.“아는 사람이에요?”그가 묻자 태윤은 고개를 저었다.“얼굴은 처음 봅니다.”“조끼는 봤고?”남자의 웃음이 조금 줄었다.“안에서 무슨 일 있었나 본데, 지금 여기서 따질 시간은 없어요. 식수하고 충전 자리 있습니다. 걸을 수 있는 분은 따라오세요.”하린이 말했다.“안 걸을 수 있는 분은요?”“차로 데리러 옵니다.”“주차장에 한 분 있어요. 묶어 놨는데 다친 데부터 봐야 해요.”남자가 차 안을 들여다보고 수첩에 번호를 적었다. 서영이 그의 조끼를 잡았다.“민서준. 스무 살이에요. 이틀 전에 체육관으로 갔는데.”“이름으로 찾을 수 있어요. 저는 정욱이라고 합니다.”태윤은 여전히 시현의 손목을 쥐고 있었다. 시현이 손을 돌려 그의 엄지 밑을 눌렀다. 태윤이 놓았다.“도망가자는 거면 말로 해.”“서영 씨는 갈 겁니다.”“그러니까.”시현은 물병을 가방에 넣었다.“네가 아는 걸 안에서 알려 줘. 모르는 척하다가 끌고 나오지 말고.”태윤이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둘의 대화를 들은 정욱은 먼저 골목으로 들어갔다.체육관으로 가는 길에는 낡은 플라스틱 의자가 띄엄띄엄 놓여 있었다. 방향을 표시하는 종이가 등받이에 붙어 있었다. 종이에는 살아 있는 사람은 왼쪽이라고 적혀 있었다.시현은 오른쪽 골목을 봤다. 쓰레기봉투뿐이었다.“누가 저따위로 써 놨어.”정욱이 종이를 떼 주머니에 넣었다.“급하게 만들다 보니.”“급하면 그냥 화살표만 그려요.”하린이 그의 가방을 밀었다. 지금 싸우지 말라는 뜻이었다.체육관 정문 앞에는 사람 열댓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문 한쪽에 발전기 소리가 낮게 깔렸다. 안에서는 탁구대 두 개를 붙여 충전 케이블을 늘어놓았다. 몇몇 사람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잠들어 있었다.서영이 처음으로 걸음을 빨리했다.“서준아.”대답은 없었다. 시현은 팔을 붙잡는 대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체육관 가 봤어?”시현의 질문에 태윤은 과자 봉지를 접었다.“어젯밤에 나왔습니다.” “물린 채로?” “물리기 전엔 들어갔고.”하린이 서영의 휴대전화를 돌려줬다.“격리 구역이 따로 있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들었습니다.” “들은 거 말고 본 거.”태윤은 손목의 끈을 봤다.“밖으로 나가겠다고 한 사람을 안 보내 줬어요.”서영이 물병 뚜껑을 너무 세게 돌렸다. 플라스틱이 손안에서 찌그러졌다.“서준이는 안 물렸어요. 저한테 사진도 보냈어요.” “그럼 그거부터 확인합시다.”시현이 일어서자 태윤도 몸을 움직였다. 끈이 당겨졌다. 시현은 그를 내려다봤다.“일어나지 말라더니 자기는.” “혼자 가는 건 더 싫어서.”시현은 매듭을 풀었다. 끈이 손에서 빠지는 순간 태윤이 그의 팔을 받쳤다. 시현은 반사적으로 손을 뺐다.“안 넘어졌어.” “알아요.” “아는데 왜 잡아.”태윤은 대답 대신 작업대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시현의 셔츠가 거기에 걸려 있었다. 그는 옷자락을 빼고 헛기침을 했다.계획은 하린이 정리했다. 바로 체육관으로 가지 않았다. 서영의 목에 댈 거즈와 물이 필요했다. 편의점으로 돌아가되, 차 안의 점장을 어떻게 할지는 상태를 보고 정하기로 했다.“시현 씨 손 다시 다치면 제가 정말 화낼 거예요.” “이미 화난 것 같은데.” “아직 시작 안 했어요.”세탁소 문을 열자 오후의 더운 바람이 들어왔다. 태윤이 앞서 나갔다. 시현이 그의 뒤에 붙자 남자가 돌아봤다.“너무 가까운 거 아닙니까.” “떨어지면 또 발작할까 봐.” “그 말을 그렇게 붙어서 하면 좀 억울한데.”시현은 한 뼘 물러났다. 태윤이 웃었다. 멀쩡한 인간일 때도 성가신 놈이었다.골목을 돌아 주차장에 닿았을 때, 차 안의 점장은 조용했다. 운전석 유리에 이마를 대고 있었다. 서영이 이름을 부르려 하자 시현이 손을 들었다.“말부터 걸면 움직여요. 잠깐만.”서영은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태윤이 차 주변을 살폈다. 뒷좌석에 종이 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