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은 호텔로 돌아가지 않았다. 택시 안에서 목적지를 묻는 기사의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익숙한 주소를 말했다. 도현과 살던 집. 정확히는 아직 법적으로 자신의 집이기도 한 곳. 가는 내내 재하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게 나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야.’ 도현은 자신을 알고 있었다. 전시회에서 만나기 전부터. 재하와 헤어지기 전부터. 심지어 자신의 사진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 도현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마치 그녀가 돌아올 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서연을 발견한 순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있었어?” 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도현이 한 걸음 다가왔다. “전화는 왜 안 받아.” “물어볼 게 있어.” 그제야 도현의 표정이 굳었다. 서연은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그를 바라봤다. “나 언제 처음 봤어?” 짧은 침묵이 흘렀다. 도현의 시선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 서연은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이 나를 처음 본 게 언제냐고.” 도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반응만으로 이미 어느 정도 답을 얻은 기분이었다. “전시회 아니지?” “서연아.” “맞아, 아니야.” “……” “도현아.” 서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번에도 거짓말하면 정말 끝이야.” 도현의 턱이 굳었다. “이미 끝내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더 숨길 이유도 없잖아.” 그 말에 도현은 입을 다물었다. 한참 뒤, 그가 천천히 소파 쪽으로 돌아섰다. “앉아서 얘기하자.” “난 여기서 들을게.” 도현은 잠시 서연을 바라보다 결국 말했다. “사진으로 처음 봤어.” 예상했던 대답인데도 가슴이 내려앉았다. “언제?” “윤재하가 한국 떠나기 전.” 서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재하 지갑에 있던 사진?” “그래.” “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9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