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서연은 시준에게 열일곱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처음 몇 번은 연결음이 길게 이어졌지만,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부터는 휴대전화가 꺼져 있다는 안내만 들려왔다.그녀는 침대에 앉아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하나씩 넘겨보았다.놀이공원에서 시준의 목에 팔을 두르고 웃던 자신, 바닷가에서 손을 잡고 걷던 뒷모습, 첫눈이 내리던 날 그의 코트 안으로 파고들어 찍었던 사진까지.사진 속 시준은 분명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그런데 언제부터 달라진 걸까.서연은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을 확대했다.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자신은 시준의 팔짱을 끼고 활짝 웃고 있었지만, 시준의 시선은 카메라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그때도 그는 이미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서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잠들지는 못했다.같은 시각, 시준은 집 서재에 앉아 있었다.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에는 서연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쌓여 있었다. 그는 화면을 한 번 확인하고는 다시 뒤집어 놓았다.서연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오랫동안 만난 여자였다. 그녀가 울면 마음이 불편했고, 밥을 먹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걱정도 됐다.하지만 그 감정만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시준은 서재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그때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유진하였다.‘오빠, 오늘 말씀하신 일은 잘 해결됐어요?’시준은 화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답장을 보냈다.‘응. 신경 써줘서 고마워.’잠시 뒤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다행이네요.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말고 쉬세요.’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진하는 늘 그랬다. 무언가를 캐묻거나 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자신이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힘든 일이 있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조용히 곁에 있어 주었다.시준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너도 일찍 자.’짧은 답장을 보내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서연의 전화는 받지 않으면
最終更新日 : 2026-10-11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