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연 씨 보호자분, 이쪽입니다!”복도 끝에서 들려온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서연은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그것을 정리할 겨를조차 없었다. 응급센터 안에는 소독약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고, 바퀴 달린 침대가 지나갈 때마다 바닥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시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집에서 뛰쳐나온 뒤로 서연은 하연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뿐이었다.‘하연이가 사고를 당했어! 당장 병원으로 와!’명희는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지 물을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평소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던 시어머니가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서연은 안내받은 복도 끝으로 향했다.유리문 너머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들 사이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권시준이었다.“여보!”서연은 남편을 발견하자마자 달려갔다.평소라면 그녀가 다가오는 기척만으로도 고개를 돌렸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준은 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의 곁에는 시어머니 차명희가 앉아 있었다. 언제나 단정하게 올려 묶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번진 화장 아래로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손에 쥔 손수건도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서연은 명희 앞에 무릎을 굽혔다.“어머니, 하연이는요? 많이 다쳤어요? 지금 수술 중이에요?”명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서연은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말을 멈췄다. 시어머니는 분명 울고 있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는 슬픔보다 훨씬 짙은 증오가 담겨 있었다.“네가…….”명희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어머니?”찰싹!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서연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예상하지 못한 충격에 몸이 휘청거렸고,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가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살려내! 우리 하연이 살려내, 이 뱀 같은 년아!”명희가 서연의 어깨를 움켜쥐고 거칠게
Zuletzt aktualisiert : 2026-10-08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