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Kapitel 1 – Kapitel 10

23 Kapitel

1화

“권하연 씨 보호자분, 이쪽입니다!”복도 끝에서 들려온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서연은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그것을 정리할 겨를조차 없었다. 응급센터 안에는 소독약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고, 바퀴 달린 침대가 지나갈 때마다 바닥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시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집에서 뛰쳐나온 뒤로 서연은 하연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뿐이었다.‘하연이가 사고를 당했어! 당장 병원으로 와!’명희는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지 물을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평소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던 시어머니가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서연은 안내받은 복도 끝으로 향했다.유리문 너머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들 사이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권시준이었다.“여보!”서연은 남편을 발견하자마자 달려갔다.평소라면 그녀가 다가오는 기척만으로도 고개를 돌렸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준은 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의 곁에는 시어머니 차명희가 앉아 있었다. 언제나 단정하게 올려 묶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번진 화장 아래로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손에 쥔 손수건도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서연은 명희 앞에 무릎을 굽혔다.“어머니, 하연이는요? 많이 다쳤어요? 지금 수술 중이에요?”명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서연은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말을 멈췄다. 시어머니는 분명 울고 있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는 슬픔보다 훨씬 짙은 증오가 담겨 있었다.“네가…….”명희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어머니?”찰싹!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서연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예상하지 못한 충격에 몸이 휘청거렸고,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가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살려내! 우리 하연이 살려내, 이 뱀 같은 년아!”명희가 서연의 어깨를 움켜쥐고 거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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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서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뭐라고요?”“죽었다고. 네가 그렇게 미워하던 내 동생이.”시준의 목소리는 낮고 메말라 있었다.서연은 남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거짓말하지 마요. 그럴 리가 없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나랑 통화했는데…….”불과 몇 시간 전, 하연과 나누었던 통화가 떠올랐다. 두 사람은 심하게 다투었고, 서로 감정이 상한 채 전화를 끊었다. 서연은 나중에 다시 연락해 따질 생각이었지만, 그것이 마지막 통화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사고가 어떻게 난 건데요? 의사는 뭐라고 했어요? 응급처치 중인 거 아니에요?”서연은 복도 안쪽의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출입 제한 안내문이 붙은 유리문 너머로 의료진 몇 사람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제가 직접 볼게요.”서연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시준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어딜 가.”“하연이 보러 가야죠. 정말 죽었다면……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봐야 할 거 아니에요!”“네가 무슨 자격으로?”시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서연은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남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자격이라니요? 저도 하연이 가족이에요. 당신 아내고, 하연이 올케잖아요!”시준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스쳤다.“가족?”그는 서연의 손목을 놓더니 그녀의 왼손을 내려다보았다.“네 팔찌는 어디 있지?”“……팔찌요?”“지난 결혼기념일에 내가 사준 팔찌.”서연은 반사적으로 왼쪽 손목을 내려다보았다.아침에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분명 차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글쎄요. 급하게 나오느라 집에 두고 왔나…….”“잘 생각해.”시준이 한 걸음 다가왔다.“오늘 어디서 벗었어?”“지금 그게 왜 중요해요?”서연은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를 높였다.“하연이가 죽었다면서요. 그런데 갑자기 팔찌는 왜 물어요?”시준은 대답 대신 옆에 서 있던 수행원에게 손을 내밀었다.수행원이 작은 투명 봉투를 건넸다.봉투 안에는 가느다란 금색 팔찌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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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서연은 떨리는 숨을 가다듬었다.“팔찌가 왜 거기 있었는지는 저도 몰라요. 누가 가져갔을 수도 있고, 어디선가 떨어뜨린 걸 하연이가 주웠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먼저 확인을…….”“어디까지 변명할 생각이지?”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하연이가 죽었어. 그런데 넌 네가 의심받는 게 억울하다는 말부터 하는군.”서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녀가 알고 있는 권시준은 한 번 결론을 내리면 좀처럼 생각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었다. 결혼 생활 내내 두 사람은 그 성격 때문에 수없이 부딪혔고, 서연이 아무리 설명해도 시준은 자신이 보고 판단한 것만 믿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사람이 죽었고, 남편은 자신의 아내를 살인범으로 단정하고 있었다.“시준 씨…… 제발.”서연은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당신이 저를 미워하는 거 알아요. 제가 예전에 잘못한 것도 인정해요. 하지만 아무리 저를 싫어해도, 제가 사람을 죽일 여자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잖아요.”목소리가 갈라졌다.“하연이랑 사이가 나빴던 건 사실이에요. 서로 미워하고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죽기를 바란 적은 없어요.”시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서연은 그 작은 변화에 매달렸다.“나 좀 봐요, 여보. 제발 제 눈을 봐요. 제가 정말 하연이를 죽인 사람처럼 보여요?”시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연은 그가 자신을 믿어 줄 말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하지만 시준은 그녀의 손에서 천천히 자신의 손을 빼냈다.“네가 가족이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어?”서연의 얼굴이 굳었다.“하연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아?”“그건 하연이도 저한테…….”“오늘 마지막 통화에서 무슨 말을 했어?”서연은 입을 다물었다.시준이 말을 이었다.“하연이가 죽기 전에 나한테 전화했어. 울면서 네 이야기를 하더군.”서연은 놀란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았다.“……하연이가 당신한테 전화했다고요?”“네가 자기를 얼마나 괴롭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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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시준의 차가운 말이 떨어지자 서연은 더 이상 몸부림치지 못했다.양팔을 붙잡고 있던 수행원들이 조금씩 힘을 풀었지만, 서연은 그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남편을 바라보았다.삼 년을 함께 살았던 사람이었다. 자신을 향한 냉담한 태도에도 언젠가는 마음을 열어 줄 거라 믿었고, 어쩌다 다정한 눈길이라도 마주치는 날이면 그것만으로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그런 남편이 이제는 자신을 살인범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당신, 정말 내가 하연이를 죽였다고 생각해요?”서연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지만 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더는 들을 말이 없다는 듯 몸을 돌리는 남편을 보자, 서연은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그럼 경찰을 불러요! 당장 신고하라고요!”그제야 시준의 걸음이 멈췄다.“내가 정말 하연이를 죽였다고 생각한다면 경찰에 넘겨서 조사받게 해요. 나도 알고 싶으니까. 하연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왜 내 팔찌가 거기 있었는지 나도 알아야겠으니까!”서연이 수행원들의 손을 뿌리치자 남자들이 다시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시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서연은 비틀거리며 남편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경찰이든 누구든 불러서 제대로 확인해요.”시준은 한동안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 반대편에서 정장 차림의 남자 둘이 다가왔다. 앞장선 남자가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박성훈 형사입니다. 서연 씨 맞으십니까?”서연은 순간 굳어 버린 채 남편을 돌아보았다. 시준은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경찰이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차분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경찰이 오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는 건 서연도 알고 있었다. 사람이 죽었으니 조사를 해야 하고, 자신 역시 마지막으로 하연과 통화한 사람으로서 확인할 것이 많을 터였다.그런데 남편이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시준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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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하연과의 갈등을 낯선 사람에게 설명하려니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몇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삼 년 동안 쌓여 있었다.“집안 문제였어요. 하연이가 제 사생활과 결혼 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했고, 저는 더 이상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구체적으로 어떤 말씀을 하셨습니까?”서연이 대답을 고르는 사이, 박 형사는 작은 디지털 녹음 장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그전에 이것부터 확인해 보시죠.”그가 버튼을 누르자 작은 스피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서연은 숨을 멈췄다.자신의 목소리였다.곧이어 울음에 젖은 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언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내가 그렇게 싫어?”“그래. 네가 아예 사라져 버리면 다 끝나겠지. 그러니까 제발 내 눈앞에서 꺼져.”서연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잠깐만요! 그거 끄세요!”박 형사가 재생을 멈추자 서연은 떨리는 손으로 녹음 장치를 가리켰다.“이거 어디서 난 거예요? 누가 녹음한 건데요?”“사망한 권하연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통화 녹음 일부입니다.”“일부라고요?”“휴대전화가 사고 충격으로 심하게 파손돼서 현재 복구 가능한 부분부터 확인하고 있습니다.”서연은 녹음 장치를 내려다보았다. 분명 자신의 목소리였지만 앞뒤 이야기가 빠져 있었다.하연이 먼저 어떤 말로 자신을 자극했는지, 남편과의 관계를 들먹이며 얼마나 심하게 비웃었는지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녹음에는 자신이 화를 참지 못하고 퍼부었던 말들만 남아 있었다.그날 하연은 서연이 무슨 말을 해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화를 낼수록 재미있다는 듯 웃었고, 서연이 전화를 끊으려 할 때마다 새로운 말을 꺼내며 자극했다.결국 참지 못한 서연이 심한 말을 내뱉었지만, 하연은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들려오는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마치 서연이 일방적으로 협박하고 하연은 울면서 애원하기만 했던 것처럼 들렸다.“이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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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형사는 그녀의 말을 수첩에 적었다.“통화 녹음에 편집이나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하시는 겁니까?”“조작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중간에 빠진 부분이 너무 많아요. 전체를 들어 보면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복구 작업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그럼 전부 복구한 다음에 판단해 주세요. 지금 들으신 것만으로는…….”“서연 씨.”박 형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끊었다.“저희는 아직 서연 씨를 범인으로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망 직전 통화에서 두 분 사이에 심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 확인하는 겁니다.”서연은 형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상담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신이 무언가를 해명해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박 형사는 수첩을 한 장 넘겼다.“오늘 저녁 여덟 시 전후에는 어디에 계셨습니까?”“집에 있었어요.”“계속 집에 계셨습니까?”서연은 잠시 생각했다.“아니요. 저녁에 잠깐 나갔다 왔어요.”형사의 펜이 멈췄다.“어디에 다녀오셨습니까?”“시내에 볼일이 있어서요. 정확한 시간은 휴대전화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택시를 탔으니까 승차 기록도 남아 있을 거고요.”서연은 금이 간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제 동선을 확인해 보세요. 저는 하연이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오늘 직접 만난 적도 없어요.”박 형사는 동료에게 눈짓했다.동료 형사가 서연에게 휴대전화 확인에 동의하는지 묻자 그녀는 곧바로 잠금을 풀어 건넸다. 형사는 통화 목록과 승차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상담실 밖으로 나갔다.서연은 답답한 마음에 다시 박 형사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왜 제 동선을 이렇게까지 확인하시는 거예요? 제가 하연이를 죽였다는 증거라도 있는 건가요?”박 형사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서류 봉투에서 태블릿을 꺼내 몇 차례 화면을 넘기더니 서연 쪽으로 돌려놓았다.“이 영상을 한번 보시겠습니까?”화면에는 비가 내리는 밤의 도로가 보였다. 가로등 불빛이 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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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7화. 택시 기록빗물에 젖은 옷이 서서히 마르면서 경찰서 상담실의 냉기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시준의 손아귀에 턱을 붙잡힌 서연은 숨을 헉 들이켜며 남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놓아요. 아프다고요!”그제야 시준이 손을 거두었지만, 서연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온기가 없었다. 그는 조금 전 박성훈 형사가 보여 준 CCTV 화면을 다시 바라보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네 차가 사고 현장 근처에 찍혔어. 그런데 넌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말이 돼?”서연은 붉어진 턱을 감싸 쥔 채 한 걸음 물러섰다. 억울한 것도 억울한 것이었지만, 경찰이 지켜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웠다.“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들어요? 나는 택시를 타고 나갔다고요. 차는 집에 두고 나왔고요.”“그럼 네 차가 왜 거기 있었는지 설명해 봐.”“그걸 알아내려고 경찰이 조사하는 거잖아요!”서연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박 형사가 두 사람 사이로 나섰다. 그는 시준에게 조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달라고 요청한 뒤, 서연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서연은 종이컵을 받아 들었지만 마시지는 못했다. 컵을 쥔 손끝이 떨리면서 물이 가장자리까지 출렁거렸다.“서연 씨, 아까 택시를 이용하셨다고 했죠? 호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네. 제 휴대전화에 있어요.”서연이 서둘러 가방을 뒤지려 할 때 상담실 문이 열렸다. 밖으로 나갔던 동료 형사가 그녀의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왔다.“택시 호출 기록이 확인됐습니다.”그 한마디에 서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박 형사는 동료가 건넨 화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오늘 오후 여덟 시 십칠 분에 탑승하셨네요. 출발지는 자택 인근이고, 목적지는 시내 중앙로로 확인됩니다. 맞습니까?”“맞아요. 그때 탔어요.”서연은 그제야 막혀 있던 숨이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 자신이 분명히 기억하는 일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그럼 제가 운전한 게 아니라는 건 증명된 거죠? CCTV에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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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8화. 의심하는 남편“……뭐라고요?”“네 차를 다른 사람이 운전했다면 그 사람에게 키를 준 게 누구겠어? 네가 직접 운전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의심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서연은 남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의 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경찰이라면 당연히 확인해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서연을 괴롭게 한 것은 그 말을 꺼내는 남편의 태도였다.시준은 아내가 결백할 가능성을 조금도 반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택시 기록으로 자신의 의심이 흔들리자 다른 이유를 찾아내려는 사람처럼 보였다.“당신은…… 내가 범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시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곧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다.“하연이가 죽었어.”“나도 알아요. 그래서 나도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요.”서연은 더 이상 남편을 설득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시준의 믿음이 아니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다.그녀는 박 형사에게 몸을 돌렸다.“제 차 키부터 확인해 주세요. 오늘 집에서 나올 때 분명 현관 신발장 위에 있는 가죽 쟁반에 올려두고 나왔어요.”“평소에도 그 자리에 보관하십니까?”“네. 차 키랑 출입 카드를 늘 두는 곳이에요. 그리고 예비 키가 하나 더 있어요.”“예비 키는 어디에 있습니까?”박 형사의 시선이 시준에게 향했다.시준은 잠시 서연을 바라보다가 낮게 대답했다.“내 서재의 잠금 서랍에 있습니다. 최근에 꺼낸 적은 없고요.”“그럼 그 열쇠도 확인해 주세요. 누군가 제 차를 가져갔다면 열쇠를 어떻게 구했는지 알아야 하잖아요.”박 형사는 두 사람의 진술을 수첩에 적은 뒤, 예비 키가 실제로 보관돼 있는지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서연은 그제야 자신이 오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시준은 그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서연은 남편이 당장이라도 집에 연락해 확인해 주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서연은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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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9화. 사라진 열쇠서연은 천천히 현관문을 돌아보았다.이 집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자신과 시준, 집안일을 도와주는 직원, 그리고 시준의 허락을 받은 일부 가족뿐이었다.그중에는 하연도 있었다.하연은 시준에게서 별도의 출입 카드를 받아 가지고 있었다. 시준이 집에 없을 때도 예고 없이 찾아오곤 했고, 서연이 불편하다고 말하면 자기 오빠 집에 오는 것이 무슨 문제냐며 웃어넘겼다.문득 하연이 차 키를 가져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곧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하연이 자신의 차를 가져갔다면 왜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던 걸까. 또 사고 당시 그 차를 운전한 사람은 누구였을까.서연은 신발장 옆에 걸린 출입 카드 보관함도 살펴보았다. 평소 시준이 사용하는 카드와 자신의 카드가 놓여 있는 자리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연의 카드는 원래부터 따로 가지고 다녔으니, 그것만으로는 누가 다녀갔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현관문 손잡이와 도어락 주변까지 살펴보았지만 낯선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누군가 정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왔다면 문을 억지로 열거나 흔적을 남길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서연은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집안일을 도와주는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늦은 시간이라 연결음이 한참 울린 뒤에야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죄송해요, 이모님. 확인할 게 있어서요. 혹시 오늘 오후에 집에 들어온 사람 있었어요?”상대는 잠시 생각하더니 청소를 마치고 퇴근할 때까지는 특별한 방문자가 없었다고 대답했다.“그럼 오전에는요? 현관 쟁반 위에 제 차 키가 있었는지 기억하세요?”“차 키요? 네, 봤죠. 쟁반 먼지 닦으면서 차 키랑 동전을 옆으로 치웠다가 다시 올려놨거든요.”서연은 휴대전화를 더욱 세게 붙잡았다.“확실하세요?”“그럼요. 사모님이 늘 두시는 자리잖아요. 무슨 일 있으세요?”“아니에요.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랬어요.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전화를 끊은 뒤에도 서연은 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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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10화. 삭제된 권한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시준 씨, 당신은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오는 게 그렇게 싫어요? 내가 범인이어야만 해요?”전화 너머가 조용해졌다.잠시 뒤 시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말조심해.”“내가 억울하다는 말조차 하면 안 되는 거예요?”“하연이가 죽었어. 지금 네 억울함만 생각할 때가 아니야.”서연은 눈을 감았다.남편에게는 죽은 동생의 억울함만 중요했다. 그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자신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는 조금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시준 씨, 부탁이에요. CCTV만 확인하게 해 줘요. 그거 하나면 돼요.”“오늘은 더 이상 전화하지 마.”“잠깐만요. 시준 씨…….”통화가 끊겼다.서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다보았다.현관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의 붉은 불빛이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누군가 집에 들어왔다면 저 카메라에 찍혔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집의 안주인인 자신은 그 영상을 확인할 수 없었다.서연은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잠시 뒤 박성훈 형사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서연 씨, 내일 오전에 자택 출입 기록 및 차 키 관련해서 추가 확인을 진행하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서연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차 키가 사라졌습니다. 오전에 도우미가 확인했고, 지금은 없습니다. 현관 CCTV에도 접속할 수 없습니다. 내일 꼭 확인해 주세요.'문자를 보내고 나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경찰이 직접 확인한다면 적어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 시준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서연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그녀는 보안업체 고객센터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긴급 보안 상담은 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왔고, 몇 차례 연결음이 울린 뒤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서연은 주소와 이름을 밝히고 현관 카메라의 녹화 영상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상담원은 등록된 기기에서 접속이 되지 않는다면 관리자 계정으로 다시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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