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나온 엄마는 나를 보자 곧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방금 썬 과일이 담긴 그릇을 든 채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지훈아, 왔구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릇을 받아 들었다."배고파요. 밥 있어요?"엄마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있지, 있어! 금방 데워 줄게!"엄청난 선물이라도 받은 듯 돌아서서 부엌으로 뛰어갔다.서재에서 나온 아빠와 서유진도 나를 보고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오빠..."나는 두 사람 앞으로 가서, USB 메모리를 엄마에게 건넸다."선물 감사해요."내가 말했다."전해 주시는 방식이 좀 독특하긴 했지만요."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USB 메모리를 받았다."지훈아, 너...""용서할게요."나는 말했다.그 파티 때문도, 뒤늦게 받은 선물 때문도 아니었다.CCTV 영상에서 두 분의 아픔과 후회를 봤기 때문이었다.사랑은 옳고 그름을 고르는 시험 문제와 달라서, 절대적으로 맞거나 틀린 답이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다.오히려 평생에 걸쳐 증명하고 고쳐 가야 하는 문제에 가까웠다.나는 두 분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대신 조건이 있어요.""첫째, 앞으로 우리 집에서 서프라이즈는 전부 금지예요. 특히 이런 식으로 사람 놀라게 하는 건요.""둘째, 할 말은 얼굴 보고 해요. 짐작하지도, 연기하지도 말고요.""셋째..."잠깐 말을 멈추고 부엌에서 움직이는 엄마와 곁에 선 아빠, 서유진을 바라봤다."앞으로 주말은 매번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에요. 야근도, 일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도, 연락 없이 사라지는 것도 안 돼요."아빠와 서유진은 서로를 보더니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 네 말대로 할게!"그날 저녁,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한 식탁에 둘러앉았다.비싼 와인도 고급 요리도 없었다. 평범한 집밥 몇 가지가 전부였다.엄마는 내 접시에 자꾸 음식을 덜어 줬고, 아빠는 젊었을 때 창피했던 일을 들려주며 우리를 웃겼다.옆에 앉은 서유진은 어릴 때처럼 내 접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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