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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붉은측백
10 년째 이런 식이었다. 남겨 둔 돈의 액수조차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지폐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어젯밤 그렇게 다투고 난 뒤로 두 분은 더는 숨기려 하지 않았다.

방에서 통화하는 엄마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장소는 다 꾸며 놨어요. 정말 동화 속 세상 같아요!"

아빠도 베란다에서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그 1982년산 샤토 라피트 로칠드도 챙겨 와요. 오늘은 서우가 제대로 즐기게 해 줘야 하니까."

나는 제집에서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혼자 겉돌았다.

서유진은 아침 일찍 나갔다. 나가기 전,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한 번 바라봤다.

"오빠, 눈앞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날 믿어 줘."

'널 믿으라고?'

'너도 이 사기극에 한패로 끼어 있다는 걸 믿으라고?'

나는 코웃음만 치고 대꾸하지 않았다.

한낮에 운송 업체 차량 한 대가 건물 앞에 멈췄다. 운반 기사 두 사람이 요란한 파란 리본이 달린 거대한 선물 상자를 내려놓았다.

창가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두 분에게 나는 선물 하나만도 못한 존재였구나.

엄마는 종종걸음으로 내려가 물건을 받았다는 서명을 했다.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혹시라도 부딪힐까 봐 기사들에게 조심해서 옮기라고 거듭 당부했다.

낯익은 로고였다. 지난달 출시된 한정판 피아노로, 가격표에는 엄청난 액수가 적혀 있었다.

내가 10 년째 쓰는 피아노는 건반이 누렇게 변한 지 오래였고, 음도 틀어지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넌지시 얘기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같았다.

"아직 쓸 수 있으면 그냥 써. 집에 돈 들어갈 데가 많아."

돈 들어갈 데가 많아서가 아니었다. 나는 그만한 돈을 쓸 가치가 없었던 거다.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마저 꺼졌다.

오후에는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눈 밑의 초췌한 기색을 감추려고 공들여 화장도 했다.

'초라한 꼴을 보여 줄 순 없지.'

가장 당당한 모습으로 두 분과 선을 긋고 싶었다.

파티 장소는 어젯밤 엄마가 통화할 때 이미 들었다.

도시에서 가장 좋은 연회장을 통째로 빌렸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기사님은 감탄했다.

"오늘 무슨 큰 행사라도 있어요? 저 앞 도로까지 막았던데. 부자가 아들 생일 파티를 연다더니 규모가 대단하네요."

나는 입꼬리만 조금 움직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대단한 규모였다.

내가 10 년 동안 삼킨 서러움을 밑에 깔아야 할 만큼.

연회장 입구에는 붉은 카펫이 길게 깔려 있었고, 양옆에는 파란 장미 꽃다발이 가득했다.

입구의 안내판에는 장식적인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 보물, 생일 축하해.]

맨 아래에는 [너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라는 서명이 있었다.

그 문구가 견딜 수 없이 눈에 거슬렸다.

휴대전화를 꺼내 서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네가 말한 서프라이즈, 내가 직접 확인하러 왔어.]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구둣발을 한 걸음씩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연회장에서는 손님들이 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엄마 아빠는 사람들 한가운데서 환한 얼굴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곁에는 파란 정장을 입은 남자애가 서 있었다.

민서우였다.

모두의 시선과 축하를 한 몸에 받으며 한껏 으쓱해 있었다.

엄마는 직접 정교한 다이아몬드 왕관을 씌워 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우리 서우, 오늘은 누구보다 귀한 왕자님이네."

아빠는 벨벳 상자를 건넸다. 그 안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마음에 들어? 아빠가 너 주려고 특별히 주문한 거야."

민서우가 얌전히 웃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감사해요. 저한테 너무 잘해 주시네요."

주변에서 부러움 섞인 탄성이 잇따랐다.

"사장님, 아들처럼 아끼신다더니 친아들보다 더하시네요!"

"그러게요. 저희는 이 정도로 해 줄 엄두도 못 내겠어요."

"친아들도 아닌데 이렇게 챙기시면, 진짜 아들 생일에는 뭐든 다 해 주시겠네요."

엄마 아빠는 더없이 흐뭇하게 웃으며 연신 손을 내저었다.

"당연히 해 줘야죠."

구석에 서 있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그 모습을 선명하게 녹화했다.

정장을 매만진 뒤 샴페인 잔 하나를 들고 두 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주변의 소란이 멀어지는 듯했다. 내 눈에는 다정하게 모여 있는 그 세 사람만 보였다.

엄마가 잔을 들고 손님들에게 또렷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늘 저희 가족의 보물 같은 아들 생일 파티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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