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사모님, 허리를 더 돌리셔야 합니다: Kabanata 21 - Kabanata 30

41 Kabanata

21화. 뒤바뀐 사냥터와 은밀한 제안

서린의 일갈에 민채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타올랐다.“너…… 너 사기 친 거지?! 프로 강사 불러서 장난질 친 거잖아!”채리가 악에 받쳐 소리쳤지만, 돌아온 것은 갤러리들의 싸늘한 경멸뿐이었다.“민채리 씨, 매너 지키세요. 엄연한 자선 대회 자리입니다.”박 대표는 채리에게 더 말하지 않고 서린에게 악수를 청했다. 구진혁이 끼어들려 했지만 손을 내민 상대는 바뀌지 않았다.“백 사모님, 정말 경이로운 샷이었습니다. 스윙 스피드와 하체 회전력이 가히 예술이더군요.”“감사합니다, 박 대표님. 좋은 코치 덕분이죠.”서린이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태오를 힐긋 바라보았다. 태오는 묵묵히 서린의 곁을 지키며, 구진혁을 서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혁은 피눈물을 삼키며 억지 미소를 지은 채 끼어들었다.“하하, 박 대표님! 제 아내가 오늘 운이 좋았나 봅니다. 그것보다 오늘 라운딩 끝나고 저희 진우홀딩스 500억 PF 대출 계약서……”“구 대표.”박 대표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투자 얘기는 나중에 하지. 난 지금 백 사모님과 이야기 나누고 싶으니까, 자네는 뒤에서 채리 씨 멘탈이나 챙기게.”박 대표는 진혁을 대놓고 무시하며 서린의 곁으로 걸어갔다. 구진혁의 주먹이 하얗게 질리도록 쥐어졌다. 500억 계약을 따내기 위해 아내를 광대로 세웠던 판이, 아내의 독무대로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라운딩이 2번 홀, 3번 홀로 이어질수록 격차는 처참하게 벌어졌다. 멘탈이 완전히 붕괴된 채리는 연거푸 티샷을 오비(OB) 구역으로 날려버렸고, 진혁 역시 뒤땅을 치며 체면을 구겼다.반면 서린은 태오의 완벽한 거리 측정과 코스 공략에 힘입어 연속 버디를 낚아채며 좌중을 압도했다. 1번 홀에 이어 4번 홀도 파로 마무리했다. 그늘집을 앞둔 5번 홀 그린.박 대표가 서린에게 은밀하게 말을 건넸다.“사모님, 진우홀딩스의 핵심 플랫폼을 직접 기획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골프 얘기는 잠깐 접고, 그 자료를 볼 수 있을까요?”서린의 입가에 차갑고도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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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빗줄기 속의 도발

타다닥—!굵어지기 시작한 가을비가 페어웨이 잔디를 거칠게 때리기 시작했다. 6번 홀 티박스에 선 구진혁의 얼굴은 흙빛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박성재 대표를 비롯한 사모펀드 회장들의 시선은 이미 진혁에게서 완전히 떠나 있었다.그들의 눈은 오직 서린의 매끄러운 스윙 궤적과 그녀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강태오에게 쏠려 있었다. 진혁이 카트 뒤편으로 걸어와 서린의 팔뚝을 낚아챘다.“백서린, 너 이리 와.”진혁의 젖은 앞머리 사이로 살기 어린 눈빛이 번뜩였다.“너 강태오 저 새끼랑 무슨 사이야? 저 자식이 왜 네 전담 코치로 등록되어 있어?!”서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차갑게 손을 털어냈다.“무슨 사이긴. 네가 짓밟고 쫓아낸 천재 프로에게 제대로 된 레슨을 받는 사이일 뿐이야.”“뭐? 레슨? 네가 감히 내 등에 칼을 꽂아?!”진혁이 고성을 지르며 주먹을 쥐었다. 그 순간, 대형 골프 우산이 서린의 머리 위로 드리워지며 빗줄기를 가로막았다.태오였다.태오가 두 사람 사이에 우산을 세웠다. 서린이 팔을 빼내고 타석으로 돌아갈 만큼의 거리를 만들었다.“구진혁 대표님, 경기 진행 중입니다. 선수 멘탈 흔들지 마시고 본인 티샷이나 준비하시죠.”“이 새끼가 진짜……! 너 내가 다시 한번 바닥으로 처박아줄까? 이번엔 영구 제명으로 안 끝나!”진혁이 핏대를 세우며 덤벼들려 했다. 태오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서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남자의 단단한 팔이 서린의 몸을 끌어당기자, 진혁의 눈동자가 분노로 뒤집혔다.“사모님, 7번 아이언 145미터입니다. 바람 계산해서 핀 왼쪽 노리겠습니다.”“알았어, 태오야.”서린이 다정하게 태오의 이름을 부르며 아이언을 건네받았다. 그 꼴을 보던 진혁이 입술을 바들바들 떨었다.“백서린…… 너, 설마……!”“진혁 씨, 뭐 해! 빨리 쳐야지!”카트에서 채리가 징징대며 소리쳤다. 진혁은 피눈물을 삼키며 타석으로 돌아섰고, 비에 젖은 채로 날린 티샷은 어김없이 왼쪽 깊은 벙커에 처박혔다. 서린의 입술 끝에 비릿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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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아일랜드 그린의 환호와 폭풍우

9번 홀 파3, 아일랜드 그린. 연못 한가운데 떠 있는 둥근 섬 형태의 그린 주변으로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7·8번 홀에서 보기 하나씩을 적어, 서린의 스코어는 1언더파였다.전반 마지막 홀이자, 오늘 자선 대회의 최고 승부처였다.“아우, 비가 왜 이렇게 와? 짜증 나게!”민채리가 빗물에 젖은 앞머리를 쥐어뜯으며 6번 아이언을 휘둘렀다.퐁당—!경쾌한 물소리와 함께 하얀 물보라가 튀어 올랐다.“워터 해저드! 벌타입니다!”캐디의 비정한 외침에 채리가 악을 썼다.“말도 안 돼! 바람 때문이잖아! 다시 칠 거야!”채리가 드롭 존에서 다시 친 공마저 허무하게 연못으로 가라앉았다.연속 해저드.채리의 스코어 카드는 이미 수습 불가능한 트리플 보기를 넘어서고 있었다. 갤러리들 사이에서 조소 섞인 혀 차는 소리가 흘러나왔다.‘SNS에서만 잘 치는 척하더니, 실전 나오니까 밑천 다 드러나네.’‘저런 애를 끼고 다니는 구 대표도 참 눈이 삐었지.’진혁이 고개를 숙이는 사이 서린은 8번 아이언을 골랐다. 앞선 두 홀에서 잃은 타수가 신경 쓰였지만, 여기서 한꺼번에 만회하려 들면 같은 실수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태오가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깃발이 한쪽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태오가 서린의 등 뒤에 서서 우산을 받쳐 들며 낮게 속삭였다.“맞바람 시속 15km입니다. 클럽 페이스 1도 닫고, 백스윙 크기 80%만 가져가세요.”남자의 뜨거운 입김이 서린의 젖은 귓가를 데웠다. 태오의 커다란 손이 서린의 그립 위를 감싸며 방향을 정교하게 보정했다.“사모님, 저 물웅덩이 신경 쓰지 마세요. 핀만 보고 꽂아 넣는 겁니다.”“알아. 당신만 믿고 칠게.”서린의 간결하고 날카로운 스윙이 비바람을 갈랐다.타앙—!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날아간 공이 바람을 뚫고 깃대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탁! 톡, 도로록.그린에 떨어진 공은 백스핀을 먹으며 홀컵 불과 1미터 지점에 마법처럼 멈추어 섰다.“오 마이 갓! 홀인원 될 뻔했잖아!”“나이스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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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그늘집 비품실의 밀회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몰아치며 가평 베네치아 CC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갤러리들과 VIP 참가자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9번 홀 바로 옆 대형 그늘집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로비는 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루었다.“박 대표님! 박 대표님, 잠깐 제 얘기 좀 들으시죠!”구진혁이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박성재 대표의 뒤를 처절하게 쫓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진혁의 손을 뿌리치며 혐오스럽다는 듯 쳐다보았다.“구 대표, 2언더파 친 백 대표에게 진 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아까 물은 사업 자료는 가져왔나? 확인도 안 하고 내 500억부터 달라는 말은 그만하게.”진혁은 젖은 재킷 안주머니를 더듬었다. 내밀려던 투자확약서를 다시 넣고 휴대폰으로 회사에 자료를 재촉했다. 그가 통화에 매달리는 사이, 태오가 서린에게 안쪽 복도를 가리켰다. 서린도 로비를 벗어나 그를 따라갔다.복도 끝에 위치한 묵직한 철제 문.[직원 전용 락커룸 및 비품 창고]달칵.태오가 문을 열었다. 서린이 들어간 뒤 그도 안으로 들어와 철제 문을 닫았다.철컥.바깥의 빗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일순간 아득하게 차단되었다. 어둡고 좁은 비품실 안에는 퀴퀴한 세탁물 냄새와 함께 골프 타월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서린의 가쁜 숨소리가 어둠 속에서 거칠게 울렸다.서린이 안쪽 잠금장치를 걸었다. 로비에서 헤어진 박 대표보다 자신을 찾던 진혁의 목소리가 더 가까이 들리는 듯했다. 그가 복도로 한 번만 돌아오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게 된다. 문고리를 놓은 뒤에도 귀는 바깥으로 쏠렸다.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시상식 준비가 끝나면 알려주겠다는 직원의 문자였다. 서린은 알림을 진동으로 두었다. 지금 빠져나갈 수 있어도 시상식과 투자 미팅까지 놓칠 수는 없었다.“하아…… 태오야, 여긴 왜…….”태오가 가까이 오자 서린은 그의 옷깃을 잡았다.“잠깐만이야. 나가면 바로 자료 챙겨야 해.”그가 대답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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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문고리 너머의 호흡

철컥—! 철컥—!비품실 철제 문고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정없이 덜컹거렸다."어? 문이 왜 잠겨 있어? 이 안에 누구 있습니까?"문밖에서 들려오는 구진혁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서린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태오는 서린의 입술을 자신의 큰 손으로 틀어막으며, 남자의 묵직한 허리짓을 마지막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하…… 읏……!"서린은 태오의 어깨를 손톱이 부러지도록 파고들며 비명을 삼켰다. 남자의 단단한 근육들이 서린의 몸 안에서 뜨겁게 요동쳤다. 살갗이 찢어질 듯한 배덕한 열락 끝에, 태오의 거친 숨결이 서린의 목덜미로 쏟아져 내렸다.절정의 여운을 음미할 틈도 없었다.- "구 대표님! 저기 계셨군요! 박성재 대표님이 찾으십니다!"바깥 복도에서 직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혁이 혀를 차며 문고리에서 손을 떼는 소리가 들렸다."쯧, 알았어요. 갑니다, 가."진혁의 구둣발 소리가 멀어지는 순간, 서린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토해냈다."하아…… 하……!"서린의 전신이 탈진한 듯 풀썩 무너져 내렸다. 태오가 서린의 젖은 몸을 단단히 받아 안으며 바닥으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남자는 선반에 쌓인 마른 타월을 꺼내 서린의 젖은 머리칼과 쇄골에 묻은 땀을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태오가 문에 귀를 대고 기다리는 동안 서린은 마른 타월을 어깨에 둘렀다. 복도에서는 진혁이 직원에게 시상식이 언제 시작되느냐고 따지는 소리가 났다. 서린은 그의 동선이 홀 쪽으로 꺾이는 것을 듣고서야 옷을 챙겼다."놀라셨습니까, 사모님?"태오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서린은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바로잡으며 붉어진 입술로 피식 웃었다."놀라긴. 오히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미칠 것 같았어."태오의 입꼬리가 호를 그리며 비틀렸다."그 배짱, 정말 마음에 듭니다."태오가 선반 위에 놓여 있던 서린의 골프웨어 셔츠를 건네며 나직하게 속삭였다."우선 옷부터 갈아입으셔야겠습니다. 채리는 시상식 뒤에 만나실 겁니까?"서린은 단추를 여미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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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1위 트로피와 500억의 유혹

클럽하우스 메인 라운지 홀. 폭우로 후반 경기가 취소되어 전반 기록으로 시상하기로 했지만, 실내의 열기는 축제 분위기였다.시상대 옆 전반 성적표에는 서린의 기록이 1번 홀부터 4·4·3·4·4·3·5·5·2타로 적혀 있었다. 아홉 칸의 합계는 34타였다. 알파인베스트의 박성재 대표가 샴페인 잔을 치켜들고 단상 위에 서 있었다."비록 악천후로 전반 9홀에서 경기가 조기 종료되었지만, 오늘 가장 예상 밖의 성적을 낸 분을 소개하겠습니다!"박 대표의 우렁찬 목소리에 30여 명의 정재계 거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오늘 자선 대회 영예의 1위! 전반 2언더파 34타, 백서린 대표님을 모시겠습니다!"우레와 같은 기립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새하얀 명품 실크 수트로 갈아입은 서린이 단정하고 우아한 걸음걸이로 단상에 올랐다. 그녀의 곁에는 말끔한 블랙 수트 차림의 태오가 듬직하게 서 있었다.서린이 순은 장식이 둘린 크리스털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한구석 테이블에 처박혀 있던 구진혁의 낯빛은 시체처럼 썩어 있었다.박성재는 진혁의 테이블을 지나 서린에게 왔다. 진혁이 의자를 밀며 일어났지만 박 대표는 이미 잔을 내민 뒤였다.서린은 트로피를 몸 가까이 당겨 들었다. 1번 홀에서 타격을 끝냈을 때보다 지금 잔이 다가오는 순간이 더 긴장됐고, 이제는 자신이 만든 사업으로 답해야 할 차례였다. 그녀는 박 대표의 인사를 들으며 준비한 서류의 순서를 떠올렸다."백 대표님, 아까 5번 홀에서 하셨던 말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박 대표의 목소리는 은밀하고 진지했다."진우홀딩스에 투자하려던 500억 펀드, 구진혁이 아니라 백 대표님이 설립할 신규 법인에 직접 매칭할 의향이 있습니다."서린은 투자하겠다는 표현과 서류 검토 요청을 구분해 들었다. 아직 서명된 계약은 없었다."현명한 선택이십니다, 박 대표님. 껍데기가 아닌 진짜 브레인에게 베팅하셔야죠.""그렇다면 오늘 저녁, 서류를 검토할 수 있겠습니까?""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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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상간녀를 무릎 꿇리다

여성 전용 VIP 락커룸.화려한 금빛 대리석으로 장식된 파우더룸 거울 앞에서, 민채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스카라를 덧바르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채리의 얼굴은 눈물과 분노로 흉하게 번져 있었다.탁, 탁, 탁.서린의 날카로운 킬힐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울리며 다가왔다. 채리가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단정한 수트 차림의 서린이 팔짱을 낀 채, 서늘한 눈빛으로 채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여기까지 쫓아와서 날 비웃으려고?!"채리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너 골프 좀 친다고 기고만장하지 마! 진혁 씨가 나한테 사준 청담동 숍이랑 성수동 아파트가 얼만 줄 알아? 넌 결국 버림받을 껍데기야!"서린은 아무 말 없이 주머니에서 방수 팩에 든 서류를 꺼내 화장대 위로 던졌다.퍽.서류 첫 장이 펼쳐지자 채리의 숨이 순간 턱 멎었다.[진우홀딩스-민채리 인플루언서 전속 스폰서십 및 차명 자산 관리 계약서]채리는 계약서보다 먼저 서린의 손을 보았다. 다른 서류가 더 있는지 가늠하려다 다시 자기 이름으로 시선을 내렸다."이…… 이게 왜 네 손에 있어?!""왜 있겠니?"서린은 채리에게 얼굴을 들이밀지 않고 계약서의 해당 조항을 펼쳤다. 사본을 못 봤다는 핑계부터 없앨 생각이었다."제2조 3항. '을(민채리)은 갑(구진혁)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 법인 자산을 반환해야 하며, 불응 시 민형사상 횡령 배임 책임을 진다.'"채리는 조항의 끝보다 자신이 서명한 자리를 먼저 찾았다."구진혁이 널 사랑해서 아파트를 줬을까? 아니. 회사 부도 직전에 검찰 압류 피하려고 네 명의로 차명 돌려막기 한 거야. 법인 전세권에 방금 본 반환 계약까지 묶여 있으니, 이름만 네 거지. 넌 그냥 횡령 혐의를 대신 뒤집어쓸 바지사장이자 총알받이라고."채리가 다음 장을 넘기려다 멈췄다."거…… 거짓말이야……!"“못 믿겠으면 뒤편을 봐. 네가 불법 프로포폴 맞았던 강남 성형외과 진료 차트 사본도 들어있으니까. 구진혁이 네 목줄 죄려고 다 모아뒀더구나.”채리의 다리가 풀리며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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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스파이의 밀실 거래

자정이 가까워진 시각, 청담동의 한 프라이빗 지하 주차장. 틴팅이 짙게 깔린 검은색 레인지로버 뒷좌석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꽁꽁 싸맨 민채리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차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가져왔어요…….”채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핸드백에서 검은색 암호화 USB와 OTP 카드를 꺼내놓았다. 서린은 서늘한 눈빛으로 USB를 낚아채 노트북에 꽂았다. 인식음과 함께 화면 가득 떠오르는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 내역과 차명 계좌 리스트.구진혁이 회사 공금을 횡령해 홍콩과 조세회피처로 빼돌린 명백한 범죄의 증거들이었다.“진혁 씨 서재 금고에서 빼냈어요. 의심 안 받으려고 원본 파일은 그대로 두고 복사만 떴어요.”채리가 마른침을 삼키며 서린의 눈치를 살폈다.“저…… 약속은 지키시는 거죠? 진혁 씨 무너지면 저까지 엮여 들어가는 일은 없는 거죠?”서린은 USB의 폴더를 열어 목록을 읽었다. OTP 카드도 봉투에 따로 넣었다.“녹취록은?”“금고에는 없었어요. 있는 파일만 복사했어요.”서린은 목록 옆에 미확보라고 적었다. 채리는 그 표시를 지켜보다가 언제쯤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설명했다.“네가 넘긴 자료와 시각부터 남겨둘게. 네 명의로 된 거래를 누가 지시했는지 밝히는 데 쓸 거야. 내가 말한 건 네가 안 한 일까지 떠안게 두지 않겠다는 약속이야.”서린이 핸드백에서 1억 원짜리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CD) 한 장을 꺼내 채리의 무릎 위에 던져주었다.“약속한 선금이야. 현금화할 때 필요한 절차도 안내해줄게. 구진혁이 의심하지 않게 평소처럼 행동하고, 그 사람 움직임은 알려줘.”채리는 예금증서보다 노트북의 파일 목록을 오래 봤다. 자기 이름으로 된 거래 하나를 짚고, 그날 진혁이 어느 서류에 서명하라고 했는지 덧붙였다. 서린은 장부의 숫자 옆에 채리의 설명을 따로 적었다. 진술과 거래 기록이 어긋나는 곳부터 찾아야 했다.“제가 건넨 목록, 저한테도 보내주세요. 나중에 다른 파일까지 제가 줬다고 하시면 안 돼요.”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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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500억의 계약과 역습의 서막

새벽 1시, 청담동 최고급 프라이빗 비즈니스 클럽 ‘더 펜트’. 사모펀드 알파인베스트의 박성재 대표가 와인 잔을 흔들며 서린의 앞에 마주 앉아 있었다. 서린이 테이블 위로 태블릿 PC를 밀어 넣었다.화면에는 채리가 건넨 비자금 장부와 5년 전 서린의 명의로 출원된 원천 특허가 나란히 열려 있었다. 박 대표는 장부를 빠르게 넘겼지만 특허 명의가 나온 페이지에서는 멈췄다.“이게…… 진우홀딩스 핵심 기술의 원본이란 말입니까?”“네. 구진혁 대표는 기술적 이해도가 전무합니다. 그가 자랑하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은 제가 작성한 껍데기를 베낀 것에 불과하죠.”서린의 명징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프라이빗 룸을 울렸다.“게다가 진우홀딩스는 현재 3개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실 부동산 PF 대출을 돌려막기 하고 있습니다. 알파인베스트의 500억이 들어가는 순간, 그 돈은 고스란히 유령 채권 메우기에 증발할 겁니다.”박 대표는 500억이 들어갈 계좌와 장부의 회사명을 대조했다. 서린이 건네지 않았다면 검토하지 못했을 자료였다. 그는 계약서보다 먼저 추가 출자 설명을 덮었다.“구진혁…… 이 파렴치한 사기꾼 새끼가 감히 나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 해?!”박 대표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분노를 터뜨렸다. 서린은 침착하게 와인을 한 모금 넘기며 미소 지었다.“그 장부가 제가 가져온 이야기의 전부는 아닙니다. 신규 법인 ‘에이펙스 파트너스’의 사업 계획을 봐주십시오.”“에이펙스 파트너스……?”“원천 특허의 권리는 제게 있습니다. 펀드는 에이펙스에 투자하고, 저는 그 회사의 사업을 책임지겠습니다. 진우홀딩스의 자산은 외부 평가를 거쳐 필요한 것만 인수할 겁니다. 싸게 넘겨받았다는 시비에 새 회사까지 묶일 수는 없으니까요.”서린이 미리 준비해 둔 500억 투자 확약서를 박 대표의 앞에 내밀었다.박 대표는 확약서에 바로 손대지 않았다.“구 대표 회사가 부실한 건 알겠습니다. 그것과 백 대표님 회사의 수익은 별개 아닙니까?”서린은 사업 계획서를 펼쳤다. 기존 원천 기술과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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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루프탑의 축배와 번뜩이는 렌즈

새벽 2시 30분. 청담동 오피스텔 루프탑 테라스. 도심의 네온사인이 저 멀리 발아래에서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가을밤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서린의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탁.태오가 돔 페리뇽 샴페인 병을 열자, 시원한 기포와 함께 향긋한 포도 향이 허공으로 퍼져나갔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 아니, 백서린 대표님.”태오가 잔을 건네며 낮게 속삭였다. 서린은 잔을 받아 들고 태오의 잔에 가볍게 부딪쳤다.챙—!서린은 잔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조금 전까지 숫자를 잘못 말하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지금은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오지 않았다. 가방에 꽂힌 계약서 모서리를 보고서야 짧은 말이 나왔다.“나, 해냈지?”태오의 대답을 기다리면서 그녀가 다시 잔을 들었다.“당신 덕분이야, 태오야. 네가 아니었다면 난 아직도 그 인간 밑에서 헛스윙이나 하며 울고 있었겠지.”“공을 치신 것도, 계약서에 이름을 받아오신 것도 사모님입니다. 고맙다는 말씀은 받겠지만 전부 제 덕은 아닙니다.”태오가 서린의 잔을 빼앗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남자의 거대한 손이 서린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쿵.태오의 가슴에 기댄 서린은 창 너머의 야경을 한동안 말없이 보았다. 장부에 적힌 계좌와 건물 이름이 아니라, 실제 불 켜진 방들이 내려다보였다. 계약 뒤에도 이런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늘은 약속한 투자부터 받아내셨습니다. 남은 일까지 지금 끝내려고 하지 마십시오.”태오의 뜨거운 입술이 서린의 귓가를 스쳐 목덜미로 내려앉았다.“오늘 밤은…… 복수 생각 말고, 온전히 내 생각만 하십시오.”서린은 남자의 젖은 흑발을 손가락 사이에 감아쥐며 입술을 허락했다. 도심의 야경을 등진 채, 두 사람의 격렬하고도 달콤한 입맞춤이 깊어져 갔다.***같은 시각, 한남동 펜트하우스 서재. 구진혁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쥐고 있었다.- “구 대표님, 죄송하지만 알파인베스트에서 PF 500억 대출 집행을 전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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