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허리를 더 돌리셔야 합니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38 チャプター

11화. 침실 앞 복도의 배덕

지하 연습장의 은밀한 어둠을 빠져나와 펜트하우스 2층으로 향하는 나선형 계단. 대리석 계단을 밟고 올라서는 서린의 발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방금 전까지 카우치 위에서 격렬하게 탐닉당했던 몸은 여전히 뻐근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태오는 서린의 한 걸음 뒤를 따라왔다. 서린이 계단에서 멈추면 그도 멈췄고, 다시 걷자 뒤따랐다. 마침내 2층 마스터 베드룸 앞이었다.금빛 테두리로 장식된 거대한 부부 침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서린은 차가운 벽면에 등을 기대고 서서 숨을 골랐다.“여기가…… 구진혁의 침실이야.”서린의 목소리가 텅 빈 복도를 타고 서늘하게 울렸다.“매일 밤 술에 취해 들어와 나를 멸시하고, 애를 못 낳는 불임이라며 방문을 걸어 잠그던 곳이지.”서린은 문고리에 손을 대지 않았다. 혼자 복도를 건너던 밤이면 안에서 자신을 부르지 않을까 기다리곤 했다. 오늘도 문은 닫혀 있었지만 돌아서고 싶지 않았다. 문을 열어달라고 할 마음도 없었다.뒤따라오던 발소리가 멎었다.태오가 성큼 다가왔다.남자의 짙은 시선이 침실 문을 훑고는, 벽에 기댄 서린의 얼굴로 향했다.“참 더러운 기억이 많은 공간이네요.”태오가 서린의 양옆으로 손을 뻗어 벽을 짚었다.서린은 열린 계단 쪽을 등지고 태오에게 돌아섰다.“안으로 들어가실 겁니까?”“아니. 오늘은 저 문 열고 싶지 않아.”태오는 문손잡이로 손을 뻗지 않았다. 서린은 잠시 그를 보다가 셔츠 자락을 잡았다. 이 문 앞에서는 늘 진혁이 들어오고 나갈 때를 정했다. 오늘 자신이 멈춘 곳은 복도였고, 거기 남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서린이 고개를 들자 태오의 얼굴이 가까이에 있었다.“그래서 널 불렀잖아. 이 더러운 기억을 전부 당신의 냄새로 덮어버리라고.”태오의 입술 끝이 비틀렸다.“사모님은 참 겁도 없으십니다. 남편의 침실 문 바로 앞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가, 혹시라도 가정부나 경비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그럽니까?”“가정부는 휴가 보냈고, 경비는 인터폰 없인 2층에 못 올라와.”서린이 도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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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비상벨과 열린 서재

삐비빅—! 삐비빅—!정적에 휩싸여 있던 펜트하우스 전체에 날카로운 전자 비프음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서린의 숨이 순간 턱 멎었다. 벽에 밀착되어 있던 온몸의 신경이 얼음물에 처박힌 듯 굳어졌다.태오의 움직임도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추었다. 남자의 단단한 근육들이 일순간 강철처럼 팽팽하게 긴장했다.“……!”서린은 태오의 어깨를 꽉 쥐며 입술을 바짝 깨물었다. 이 야밤에, 그것도 1층 메인 로비 보안실에서 연결되는 비상 인터폰이었다. 태오가 서린의 입술 위로 검지손가락을 가만히 얹었다.‘쉿.’어둠 속에서 남자의 서늘한 눈빛이 번뜩였다. 남자는 서린의 몸에서 천천히 떨어져 나와, 복도 난간 아래 1층 거실을 예리하게 훑었다. 삐비빅— 소리가 세 번 더 울리더니, 인터폰 화면에서 경비실 직원의 다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사모님, 펜트하우스 보안팀입니다. 지하 주차장에 대표님 전용 의전 차량이 방금 진입했습니다. 대표님 귀가하시는 것 같아 미리 인터폰 드립니다.”서린은 인터폰 화면에 뜬 차량의 번호를 다시 읽었다. 잘못 본 번호가 아니었다.‘구진혁이 벌써 왔다고?’홍콩 출장은 분명 3박 4일 일정이었다. 오후 4시 비행기를 탈 예정이던 놈이, 왜 불과 몇 시간 만에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온단 말인가? 서린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엘리베이터가 펜트하우스 전용 층으로 올라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껏해야 2분. 옷부터 추슬러야 했다. 태오도 계단 쪽을 살피느라 대답이 늦었다.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셔츠를 집어 서린의 어깨에 걸쳐주며 낮고 냉철하게 속삭였다.“옷부터 입으세요. 계단은 제가 보겠습니다.”태오의 차분하고 단단한 목소리가 서린의 귓전을 때렸다. 서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를 악물었다.서린은 난간 아래로 시선을 던졌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동안 움직여야 했고, 태오를 붙잡은 손을 풀면 그 짧은 시간마저 놓칠 것 같았다. 그녀는 먼저 나갈 길부터 머릿속에 그렸다.그래, 여기서 당황하면 구진혁의 발밑에 다시 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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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서재 책상 아래의 숨결

쿵, 쿵, 쿵—!1층 현관에서부터 올라오는 구진혁의 구둣발 소리가 대리석 계단을 울렸다. 서린은 태오의 손을 잡아끌고 서재 안쪽 거대한 마호가니 책상 밑 깊숙한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두 사람의 몸이 좁은 책상 아래 공간에서 빈틈없이 엉켜 붙었다.태오가 서린을 뒤에서 감싸 안으며 한 손으로 서린의 입술을 부드럽게 틀어막았다. 남자의 거대한 가슴팍이 서린의 등에 완전히 겹쳐졌다. 남자의 단단한 허벅지 사이에 서린의 골반이 갇힌 채, 서린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쿵—!서재 문이 거칠게 열렸다.술 냄새와 담배 냄새를 짙게 풍기며 구진혁이 방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 진혁은 불도 켜지 않은 채 책상 위 노트북 스크린 불빛 앞에 섰다. 책상 바로 위에서 진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탁탁탁 울렸다.불과 30센티미터 위.책상 상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편의 발치 아래에서 서린은 불륜남의 품에 안겨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온몸의 피가 바짝 말라붙는 듯한 극한의 스릴과 공포, 그리고 기묘한 쾌감이 등골을 훑고 지나갔다.태오의 손가락이 서린의 잘록한 허리를 단단하게 그러쥐고 있었다. 남자는 들어오기 직전에 보았던 노트북 화면의 보고서를 떠올리듯 굳어 있었다.[피조사자: 강태오 / 조사 의뢰인: 구진혁]태오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몸을 일으키려는 기척에 서린은 책상 위에서 나는 키보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진혁은 아직 바로 앞에 있었다.‘태오야, 안 돼…….’서린은 태오가 이성을 잃고 튀어 나갈까 봐, 남자의 굵은 팔뚝을 양손으로 꽉 부여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태오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서린의 뜨겁고 젖은 입술이 태오의 펄떡이는 경동맥을 지그시 눌러왔다.‘참아. 지금은 아니야.’서린의 무언의 애원이 살갗을 타고 전해지자, 태오의 턱 근육이 사납게 조여들었다. 그때 책상 위에서 진혁이 휴대폰을 귀에 대며 거칠게 통화를 시작했다.- “어, 나야. 홍콩 투자 건 미뤄졌어. 김 부장, 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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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판도라의 상자와 자백

서린은 보고서에서 날짜와 조사 의뢰인 항목을 다시 짚었다. 태오는 마우스를 멈췄다. 바깥에서 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멀어져도 두 사람은 화면 앞을 떠나지 않았다.첫 보고서에 연결된 상벌위원회 결과 파일이 있었다. 태오가 그 파일을 열었다. 서린은 처분 항목까지 읽은 뒤 노트북 너머의 그를 보았다. 조금 전 함께 몸을 숨긴 이유와 오래전 그가 다가온 이유는 다른 문제였다.[2023 KPGA 정기 상벌위원회 결과 보고서][안건: 투어 프로 강태오의 불법 도박·부동산 PF 리베이트 수수·승부조작 및 금지약물 복용 혐의][처분: 영구 제명 및 지도자 자격 박탈][사건 배후 및 제보자: (주)진우홀딩스 대표이사 구진혁]서린은 처분 내용과 조사 의뢰인의 이름을 번갈아 읽었다. 같은 보관 폴더에 들어 있던 민채리의 스폰 계약서와 진료 차트도 눈에 띄었다. 진혁이 누군가를 압박하려고 모아둔 자료였다. 서린은 나중에 출처를 대조할 수 있도록 파일명과 저장 위치를 적고 사본을 확보했다. 청담동 스크린 룸에서만 태오를 볼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지만, 이 문서는 그가 왜 자신에게 다가왔는지까지 설명해주지는 않았다.그 대답은 당사자에게 들어야 했다.“이거였어?”서린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서재의 침묵을 갈랐다. 태오의 넓은 등판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서린이 성큼 걸어와 태오의 맞은편에 섰다.“구진혁에게 복수하려고 날 이용한 거였니?”태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깊은 흑안에는 숨길 수 없는 상처와 냉혹한 분노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부정하지 않겠습니다.”태오의 목소리가 마지막 음절에서 잠겼다.“구진혁 그 개자식이 파놓은 PF 덫에 우리 집안은 길바닥에 나앉았고,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내 손가락에 평생 쥐고 있던 골프채까지 산산조각 났죠.”태오가 서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그 새끼의 숨통을 끊을 수만 있다면 악마한테 영혼이라도 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모님이 청담동 스튜디오에 발을 들였을 때, 신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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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운명 공동체의 결속

태오는 책상 앞에서 멈췄다. 서린이 던진 조건을 듣고도 바로 손부터 내밀 수는 없었다. 그는 노트북을 사이에 둔 채 대답했다.“날 증오해도 좋습니다.”태오의 낮게 긁히는 목소리가 서린의 귓가를 찢을 듯 울렸다.“이용당했다고 분노하며 날 경찰에 찔러 넣든, 쫓아내든 사모님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구진혁 그 새끼는 내 손으로 반드시 찢어 죽입니다.”서린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진혁에게 향한 분노는 감출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적어도 이제 누구를 보고 있는지 모른 채 이 남자를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서린이 보고서가 열린 화면을 가리켰다.“쫓아내긴 누굴 쫓아내?”“……뭐?”“차라리 잘됐어.”서린의 서늘한 목소리가 서재 안에 울려 퍼졌다.“몸이나 섞고 끝나는 시시한 불륜 따위, 난 처음부터 관심 없었어.”서린이 태오의 셔츠 깃을 잡고 자신의 코앞까지 거칠게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위험한 거리를 유지했다.“난 구진혁의 투자자들 앞에 설 스윙이 필요했고, 넌 그 새끼의 회사를 안에서 무너뜨릴 사람이 필요했던 거잖아.”“하지만 내 이름으로 움직일 일은 나한테 먼저 말해. 나도 당신 일은 혼자 결정하지 않을게.”태오는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고 서린을 보았다. 쫓겨날 줄 알았던 자리에서 조건을 듣고 있었다.“이용당해 줄게, 강태오.”서린이 태오의 입술에 자신의 붉은 입술을 가볍게 스치며 속삭였다.“대신 넌 내 공범이 돼. 투자자들 앞에 내가 직접 설 수 있게 가르쳐줘. 내 손발인 척하다 뒤에서 다른 판을 짜지는 마.”서린은 말끝을 흐리지 않았다. 태오가 먼저 고백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의심해야 했을 일이었고, 이제는 무엇을 노리고 자신에게 다가왔는지 적어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이 상처를 지워주지는 않았지만, 구진혁 앞에서 다시 혼자가 될 이유도 되지는 못했다. 그녀는 그를 끌어당긴 손에 힘을 주며 다음 대답을 기다렸다.태오의 숨이 턱 멎었다.태오는 자신이 알아서 대신하겠다는 말을 삼켰다. 서린이 원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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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240미터 장타의 메커니즘

탕—! 탕—! 탕—!청담동 VIP 스크린 룸의 두꺼운 방음벽을 뚫을 듯이 날카로운 파열음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서린의 이마와 쇄골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타석 매트 위로 뚝뚝 떨어졌다.몸에 달라붙은 블랙 민소매 골프웨어가 땀에 흠뻑 젖어 은밀한 곡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아직 아닙니다. 임팩트 순간에 골반이 멈춰요.”태오가 서린의 등 뒤에 바짝 밀착하며 양손으로 서린의 허리뼈를 거칠게 틀어쥐었다. 남자의 단단한 가슴팍이 서린의 젖은 날개뼈에 부딪히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사모님, 손목 힘으로 때리려 하지 마세요. 클럽 헤드가 지나갈 길을 몸으로 열어주는 겁니다.”“하…… 말은 쉬운데, 240미터를 치려면……!”“내 몸에 당신 몸을 실어요.”태오가 서린의 골반을 잡고 타겟 방향으로 강하게 밀어 넣었다. 남자의 허벅지와 서린의 엉덩이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맞물렸다.“코킹 유지하고, 다운스윙 시작할 때 왼쪽 무릎을 바깥으로 열어요. 그리고 골반을 벽에 짓이기듯 사정없이 돌리는 겁니다.”남자의 거친 손가락이 서린의 아랫배 안쪽 근육을 꾹 눌러왔다. 살갗을 파고드는 남자의 단단한 지압에 서린의 입술 사이로 야릇한 교성이 터져 나왔다.“아흣……!”“거기 힘줘요. 거기가 회전의 핵입니다.”서린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숫자가 떠오를 때마다 팔에 힘이 들어갔다. 태오가 지적한 것은 그 순간 몸이 멈춘다는 점이었다.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서린은 자신의 몸을 태오의 손길에 온전히 내맡겼다.“다시 갑니다. 셋, 둘, 하나…… 쳐요!”태오의 거대한 손이 서린의 손을 감싼 채 허공을 갈랐다. 서린의 골반이 번개처럼 맹렬하게 회전하며 임팩트 구간을 꿰뚫었다.콰아아앙—!공기를 찢어발기는 묵직한 굉음이 스크린 룸을 뒤흔들었다. 드라이버 헤드에 정타로 맞은 골프공이 대형 화면을 뚫어버릴 듯한 탄도로 치솟았다. 시원한 궤적을 그리며 뻗어 나간 공은 화면 속 페어웨이 한가운데, 238미터 지점에 꽂혔다.“해냈어……!”서린이 탄성을 내지르며 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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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접대용 광대와 잔혹한 밀약

대회 전날 밤, 한남동 펜트하우스 다이닝 룸. 홍콩 출장을 취소한 구진혁은 고급 시가를 태우며 식탁 맞은편의 서린을 서늘하게 내려다보았다.탁.진혁이 서류 봉투 하나를 서린의 앞에 거칠게 내던졌다.“내일 사모펀드 협회 주최 자선 골프 대회야. 회장님들 앞에서 얌전히 처신해.”서린은 커피 잔을 든 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내가 나가서 무슨 망신을 또 당하라고?”“망신?”진혁이 조소를 흘리며 서린에게 다가왔다. 남자의 손가락이 서린의 턱 끝을 거칠게 치켜올렸다.“내일 라운딩에서 네가 칠 헛스윙과 몸개그는, 투자자들의 긴장을 풀어줄 최고의 접대용 광대 쇼야.”진혁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시가 연기가 서린의 얼굴을 덮쳤다.“채리가 옆에서 예쁘게 굿샷을 날릴 때, 넌 그냥 못난 조강지처 흉내나 내며 웃어주면 돼. 그러면 회장님들이 기분 좋게 500억 PF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줄 테니까.”서린은 봉투를 펼쳤다. 참가자 명단보다 500억이라는 금액이 먼저 남았다. 진혁은 자신을 데려갈 이유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녀가 거절하거나 그 자리를 다른 일에 쓸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알았어. 시키는 대로 할게.”“그래, 진작 그렇게 고분고분 굴었어야지.”서재 문이 닫힐 때까지 서린은 봉투를 읽는 척했다. 진혁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봉투를 내려놓고 내일 챙겨야 할 자료를 골랐다.서린은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태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단 한 번 울리고 전화가 연결되었다.- “듣고 있습니다, 사모님.”목소리를 듣자 말을 꺼내기는 쉬워졌다. 그래도 진혁이 웃음거리로 세우겠다고 한 말은 남아 있었다. 내일 직접 그 앞에 서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었다.“구진혁이 내일 날 접대용 광대로 쓸 생각이래.”- “예상했던 시나리오입니다.”태오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내일은 일부러 못 칠 필요 없습니다. 웃는 사람이 있더라도 사모님이 준비한 공을 치시면 됩니다.”“내일…… 진짜 올 거지?”서린의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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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클럽하우스의 선전포고

이튿날 아침 8시. 경기도 가평의 VVIP 회원제 골프 클럽. 수십억 원대 고가 회원권을 보유한 재계 인사들이 드나든다는 프라이빗 명문 코스였다.가을의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최고급 수입 세단과 롤스로이스들이 클럽하우스 앞을 가득 메웠다. 클럽하우스 로비에는 수천억 원대 사모펀드를 굴리는 대형 투자사 대표들과 정재계 거물들이 모여 샴페인을 들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어머, 진혁 씨! 날씨 너무 좋다!”요란한 웃음소리와 함께 민채리가 나타났다. 화려한 명품 로고가 박힌 핑크색 골프웨어를 입고 수천만 원짜리 에르메스 백을 든 그녀가 진혁의 옆으로 다가왔다. 말끔한 네이비 블레이저를 입은 구진혁이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다.그때, 로비 유리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걸어 들어왔다.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핏의 블랙 테일러드 골프웨어를 입은 백서린이었다. 단정하게 묶어 올린 포니테일과 짙은 선글라스 아래로 드러난 서늘하고 우아한 턱선.서린은 로비를 가로지르는 동안 진혁 쪽으로 걸음을 틀지 않았다. 낮은 인사말과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첫 라운딩에서 자신을 구경거리로 세우던 시선들이 떠올랐다.서린은 로비를 가로질러 오늘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인사를 건넬 사람을 찾았다. 진혁이 부른다고 바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대신 어젯밤 태오와 정한 동선을 따랐다. 첫 공을 치기 전부터 남편의 지시에 맞춰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투자자들의 시선이 일순간 서린에게 쏠렸다.‘저 사람이 진우홀딩스 안주인인가?’‘소문엔 우울증으로 앓아누웠다더니…… 분위기가 장난이 아닌데?’채리의 입술이 비틀렸다.채리가 진혁의 팔짱을 끼며 서린을 향해 비아냥거렸다.“사모님, 오늘도 손목 삐끗해서 카트에만 앉아 계시지 마시고 공이나 제대로 맞혀보세요.”진혁 역시 비열한 눈빛으로 서린을 훑으며 속삭였다.“백서린, 명심해. 오늘 넌 얌전히 입 다물고 들러리나 서.”서린은 대답 대신 차가운 미소로 선글라스를 벗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클럽하우스 정문으로 강태오가 들어왔다.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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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1번 홀 티박스의 살기

초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가평 베네치아 CC 1번 홀 페어웨이를 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1번 홀 티박스 주변의 공기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 서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대형 사모펀드 알파인베스트의 박성재 대표를 비롯해 30여 명의 정재계 거물들이 티박스 뒤편에 갤러리로 도열해 있었다. 구진혁은 비틀린 손목을 부여잡은 채, 살인적인 눈빛으로 태오와 서린을 노려보았다.‘감히 내 돈으로 먹고사는 년놈들이…… 오늘 내 손에 둘 다 파멸이다.’진혁이 이를 악물며 채리에게 눈짓을 보냈다.“채리야, 네가 먼저 쳐. 저 허접한 여자한테 진짜 프로다운 스윙이 뭔지 보여줘.”“응, 진혁 씨! 나만 믿어.”채리가 교태를 부리며 핑크색 드라이버를 들고 티박스로 올라섰다. SNS 100만 팔로워를 거느린 골프 인플루언서답게 자세는 화려했다. 백스윙에 이어 휘둘러진 채리의 드라이버가 경쾌한 소리를 냈다.탕—!공은 페어웨이 우측으로 날아가 약 180미터 지점에 안착했다.“오, 나이스 샷!”갤러리들 사이에서 형식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채리가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서린을 힐긋 쳐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사모님, 180미터는 넘기셔야 세컨 샷이라도 칠 텐데…… 혹시 또 20미터 굴러가는 헛스윙 하실까 봐 걱정이네요.”진혁 역시 비열하게 웃으며 거들었다.“박 대표님, 제 아내가 워낙 몸치라 웃음거리가 되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십시오.”박성재 대표는 대답 대신 무표정한 얼굴로 서린을 바라보았다. 서린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갑을 고쳐 쥐며 천천히 티박스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의 뒤를 블랙 캐디 재킷을 걸친 태오가 묵직한 보폭으로 따랐다. 태오가 무릎을 꿇고 서린의 발앞 잔디에 정성스럽게 롱 티를 꽂았다. 그리고 하얀 골프공을 얹어둔 뒤 일어서며, 서린의 등 뒤에 서늘하게 밀착했다.“사모님.”태오는 주변의 웃음소리보다 서린이 그립을 얼마나 세게 쥐는지를 살폈다. 그녀가 클럽을 받을 수 있도록 손잡이 방향을 돌렸다.“저 쓰레기들이 지껄이는 소리,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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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245미터 폭격과 침묵

태오가 물러선 자리에서 서린의 눈빛이 차가운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서린은 드라이버를 쥔 채 어드레스 자세의 중심을 끝까지 지켰다. 단단하게 조여진 허리와 완벽한 삼각형을 이룬 팔의 각도.박성재는 서린의 자세가 잡히자 옆 사람과 나누던 말을 멈췄다. 아직 공은 날아가지 않았다. 그는 셋업보다 그 자세가 임팩트까지 이어지는지를 보려 했다.‘저 자세가…… 몸치라고?’박 대표의 동공이 흔들렸다. 서린은 들이마신 호흡을 붙잡은 채 백스윙을 이어갔다. 태오가 가르쳐준 대로, 낮고 길게 뻗어 나가는 테이크어웨이.정점에 도달한 순간, 서린의 코어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그리고—!서린의 골반이 태오의 손길을 기억하듯 거침없이 폭발적으로 회전했다. 하체의 중심 이동이 완벽하게 실린 클럽 페이스가 공을 향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콰아아앙—!대포가 터지는 듯한 둔탁하고 묵직한 파열음이 골프장 전체를 집어삼켰다. 순간 티박스 주변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하얀 골프공이 중력을 무시하듯 치솟아 오르며, 푸른 가을 하늘을 날카롭게 찢어발겼다.총알 같은 탄도로 날아간 공은 맞바람을 뚫고 끝없이 뻗어 나갔다. 200미터, 220미터, 230미터……! 공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245미터 지점에 쿵 소리를 내며 떨어져 정확히 멈추어 섰다.정적.먼저 웃던 사람들도 공이 멈춘 쪽을 확인했다.“……말도 안 돼.”민채리의 손에서 드라이버가 힘없이 미끄러져 잔디 위로 툭 떨어졌다. 구진혁의 얼굴은 핏기가 모조리 빠져나가 시체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245미터.국내 여자 프로 투어에서도 최정상급 장타자만이 칠 수 있는 경이적인 비거리였다.“와아아아—!”박성재 대표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터뜨렸다.“원더풀! 대단합니다, 백서린 사모님! 내가 30년 골프를 쳤지만, 아마추어 여성 골퍼가 이런 완벽한 메커니즘으로 240미터를 날리는 건 난생처음 봅니다!”사모펀드 대표들과 거물들이 일제히 감탄을 쏟아내며 서린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서린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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