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재가 지진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나와 윤하나는 커다란 바위에 함께 깔려 있었다.옴짝달싹할 수조차 없이 짓눌린 배에서 묵직한 통증이 솟구치자 나는 뱃속 아이가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다.윤하나의 목소리가 끊기자 걱정이 밀려왔다. 내 상황 역시 처참하기 짝이 없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안심시켰다.“하나야, 무서워하지 마. 오빠가 금방 구하러 올 거야.”비록 오늘 아침까지도 윤하나의 일로 윤민재와 차갑게 다툰 채 지독한 냉전 중이었지만, 나는 그가 반드시 올 거라고 믿었다.내 뱃속에는 그의 아이가 있으니까.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라 할지라도, 적어도 이 아이만큼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나와 배 속의 아이가 그의 전부일 거라는 착각을.나와 윤하나 중 오직 한 사람만 먼저 구조할 수 있는 기로에 섰을 때,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하나부터 구해야겠어.”“뭐라고?”내가 귀를 의심하며 멍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일말의 온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허소율, 제발 철 좀 들어. 하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잖아. 네가 먼저 나가버리면 저 애는 버티지 못하고 죽을지도 몰라. 난 하나가 잘못되는 건 절대로 못 봐.”“조금만 참아. 하나부터 옮겨놓고 바로 너 구하러 올 테니까.”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려 했지만 짓눌린 서러움과 울음이 터져 나왔다.“여보, 이러면 안 돼. 나는 참을 수 있어도, 뱃속 아이는 더 이상 못 기다려.”“안 돼.”“윤민재, 제발 이러지 마. 우리 아기 정말 죽는단 말이야.”나는 절망과 고통에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허소율, 네 배 속 아이가 정말 잘못된다 해도, 이건 네가 하나한테 진 빚이야. 네가 예전에 하나 아이를 죽였으니 이제 그 빚을 갚는 셈 쳐.”“네 배 속 아이가 정말 내 아이인지 아닌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 난 처음부터 그 씨도 모를 애 따위는 없던 셈 칠 생각이었어.”그의 목소리에 담긴 서늘함에 나는 온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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