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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아내의 마지막

사랑받지 못한 아내의 마지막

Por:  陌年Completado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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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양동생이 나에게 밥을 먹자고 불러낸 자리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소방관인 남편은 우리를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바위 밑에 함께 깔려 있었고 구조 여건상 한 번에 단 한 사람만 구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몸이 약하고 병치레가 잦은 양동생을 먼저 구하기 위해, 남편은 임신 5개월 차였던 나를 버렸다. 나는 제발 나를 먼저 구해달라며 피눈물 흘리며 애원했지만 그는 거대한 돌덩이가 내 팔을 짓눌러 부러뜨리는 것을 그저 차갑게 방관할 뿐이었다. “하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어. 여기 혼자 두면 죽는다고.” 그러나 내가 죽고 난 뒤, 그는 미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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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윤민재가 지진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나와 윤하나는 커다란 바위에 함께 깔려 있었다.옴짝달싹할 수조차 없이 짓눌린 배에서 묵직한 통증이 솟구치자 나는 뱃속 아이가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다.윤하나의 목소리가 끊기자 걱정이 밀려왔다. 내 상황 역시 처참하기 짝이 없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안심시켰다.“하나야, 무서워하지 마. 오빠가 금방 구하러 올 거야.”비록 오늘 아침까지도 윤하나의 일로 윤민재와 차갑게 다툰 채 지독한 냉전 중이었지만, 나는 그가 반드시 올 거라고 믿었다.내 뱃속에는 그의 아이가 있으니까.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라 할지라도, 적어도 이 아이만큼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나와 배 속의 아이가 그의 전부일 거라는 착각을.나와 윤하나 중 오직 한 사람만 먼저 구조할 수 있는 기로에 섰을 때,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하나부터 구해야겠어.”“뭐라고?”내가 귀를 의심하며 멍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일말의 온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허소율, 제발 철 좀 들어. 하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잖아. 네가 먼저 나가버리면 저 애는 버티지 못하고 죽을지도 몰라. 난 하나가 잘못되는 건 절대로 못 봐.”“조금만 참아. 하나부터 옮겨놓고 바로 너 구하러 올 테니까.”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려 했지만 짓눌린 서러움과 울음이 터져 나왔다.“여보, 이러면 안 돼. 나는 참을 수 있어도, 뱃속 아이는 더 이상 못 기다려.”“안 돼.”“윤민재, 제발 이러지 마. 우리 아기 정말 죽는단 말이야.”나는 절망과 고통에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허소율, 네 배 속 아이가 정말 잘못된다 해도, 이건 네가 하나한테 진 빚이야. 네가 예전에 하나 아이를 죽였으니 이제 그 빚을 갚는 셈 쳐.”“네 배 속 아이가 정말 내 아이인지 아닌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 난 처음부터 그 씨도 모를 애 따위는 없던 셈 칠 생각이었어.”그의 목소리에 담긴 서늘함에 나는 온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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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그의 뒤를 쫓아 병원 안을 떠돌다 윤하나의 병실까지 흘러 들어갔다.병상에 누워 가련한 척하는 윤하나를 보자 세상에 태어나 보지도 못한 내 아이가 떠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나는 분노에 차올라 윤하나와 윤민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악귀가 되어 이 뻔뻔한 두 인간이 내 아이에게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고 싶었다.“오빠, 혹시 나 원망해? 나만 없었어도 새언니를 먼저 구조할 수 있었을 텐데.”“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윤민재는 윤하나를 품에 안고 등을 다독이며 다정하게 달랬다.“그 사람은 원래 몸이 튼튼하니까 괜찮아. 사람 보내서 구하라고 일러뒀으니 좀 고생하겠지만 죽진 않을 거야.”“그래도 오빠 아내인데, 비록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윤민재의 싸늘한 한마디에 가슴이 도려내듯 아파왔다.‘여보, 당신은 알고 있을까? 당신이 말한 그 처벌이 이미 내 목숨을, 그리고 우리 아이의 목숨까지 빼앗아 가 버렸다는 걸.’나와 윤민재는 소꿉친구로 어릴 적 정혼까지 한 사이였다.윤하나는 여섯 살 때 윤씨 가문에 수양딸로 들어왔는데 윤민재는 그 양동생을 친동생보다 더 살뜰히 챙기곤 했다.나는 어려서부터 윤민재를 좋아했지만, 그는 늘 나를 덤덤하게 대하며 몇 번이나 내 마음을 거절했다.한때 그가 윤하나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그는 매번 내게 윤하나는 그저 동생일 뿐이라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그러다 윤하나가 해외로 떠난 날 밤, 윤민재는 술에 잔뜩 취해 나를 찾아와 벽에 밀어붙이고 입을 맞췄다.나는 멍해진 채로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고, 마음속은 마치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처럼 기쁨으로 벅차올랐다.다음 날, 윤민재는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그렇게 나는 윤민재와 결혼했다. 제대로 된 고백도, 프러포즈도, 웨딩 촬영도, 신혼여행도 없는 결혼이었다.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나를 아내로 맞이한 이유 역시 그저 술김에 저지른 일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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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리고 윤민재는 그 모든 과정을 눈앞에서 똑똑히 목격했다.“허소율, 만약 하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 평생 너 용서 안 해.”그날 이후 윤민재는 나를 끔찍하도록 혐오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혼을 요구하며 나를 몰아세웠다.그 시절 나는 그에게 악착같이 매달리며 어떻게든 이혼만은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깨져버린 우리 부부관계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살얼음판과 같았다.윤하나는 언제나 우리 사이에 깊게 박힌 가시였고 아무리 뽑아내려 애써도 도무지 빠지지 않는 잔혹한 고통이었다.나는 윤민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만약 당신이 내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드디어 나를 완전히 떨쳐내게 되었다며 기뻐할까.’바로 그때, 윤민재의 휴대폰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그는 전화를 받았지만 스피커폰을 켜지 않아 누구에게서 온 연락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호기심에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혹시 구조대원이 내 죽음을 알리려 전화를 건 건 아닐까?’내 죽음을 듣고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그러나 발신자 표시창에 뜬 내 이름을 확인한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차갑게 굳어버리고 말았다.“윤민재, 윤하나를 구하겠다고 날 버려? 우리 이혼해!”전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의심할 여지 없는 내 목소리였다. 윤민재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허소율, 멀쩡하게 살아있으면 당장 집으로 기어 들어와.”“나더러 돌아오라고? 그럼 윤하나부터 당장 내쫓아.”“그럼 평생 돌아오지 마. 밖에서 죽든 말든 알아서 해.”윤민재는 거칠게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가 내뱉은 마지막 독설이 가슴 깊숙이 비수처럼 꽂혀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파왔다.나는 정말 그의 바람대로 밖에서 죽어버렸고 이제는 영영 그에게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대체 이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참으로 궁금했다. 어찌 되었든 이미 차갑게 죽은 내가 걸었을 리는 없으니까.“오빠, 그래도 일단 새언니한테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뱃속에 오빠 애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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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민재야, 넌 이미 소율이랑 결혼했고 곧 너희 아이까지 태어나. 처신 똑바로 해.”“당장 가서 소율이 데려오고 제대로 사과해. 하나는 내가 알아서 단속할 테니까. 이건 전부 얘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내뱉은 망발이다.”시어머니가 단호하게 상황을 일축하며 결론을 내렸다.“소율이는 어찌 되었든 네 아내인데, 걔가 지금 지진 현장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모르는 판국에 네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당장 가서 소율이 찾아와!”시어머니는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차갑게 식어갔다. 나만 까맣게 속고 있었던 것이다. 윤민재와 윤하나, 저 두 사람의 더럽고 역겨운 관계를 오직 나만 모르고 있었다니.게다가 저들은 끝까지 나를 속이고 기만할 작정이었다. 낯익으면서도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는 저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밀려왔다.‘만약 내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평생을 이렇게 속은 채 살아갔겠지.’“엄마, 소율이한테는 사과할게요. 하지만 지금은 하나 몸이 먼저예요. 소율이는 구조됐고 무사하니까 하나 상태가 좀 안정되면 그때 데리러 갈 거예요. 걔 지금 친정으로 돌아갔고 당장은 제 얼굴을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아요.”“민재, 너 대체 제정신이야? 당장 가서 소율이부터 데려와.”시어머니는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게 분명했다. 다들 내가 어딘가에 멀쩡히 살아있다고 믿고 있겠지만, 정작 나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버렸다.“엄마, 지금 하나 혼자 두고는 못 간다니까요. 정 못 믿으시겠으면 제가 지금 소율이한테 영상통화라도 걸어서 확인시켜 드릴게요. 저는 진짜 지금 당장은 하나 옆에 있어야겠어요.”윤민재는 잔뜩 짜증 섞인 얼굴로 내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지난 7년의 결혼 생활 동안, 윤민재가 내게 먼저 영상통화를 건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내 기억 속엔 늘 내가 먼저 전화를 걸거나 영상통화를 걸었고, 그때마다 그는 통화를 거절하거나 바쁘다며 황급히 끊어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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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건 그저 윤하나를 향한 맹목적인 애정이었을 뿐이다. 윤민재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윤하나였기에 그녀의 앞에서는 그 어떤 사람도, 그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시어머니가 나를 찾아가 보라고 그토록 타이르고 타일렀음에도 윤민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때 그의 카톡 알림음이 울렸고 화면을 힐끗 확인한 그의 얼굴에 분노가 어렸다.“엄마, 그만 하세요. 걘 죽었다 깨어나도 반성할 애가 아니에요.”“내가 하나부터 구했다고 이혼하자고 난리 치는 것도 모자라, 이젠 하나를 집에서 내쫓지 않으면 배 속의 아이를 지워버리겠다고 나를 협박하고 있다고요! 진짜 독해 빠진 계집이라니까요.”윤민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나는 의아한 마음에 그에게로 둥둥 떠 살며시 다가가 그의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믿기지 않게도 정말로 내가 보낸 카톡이었다.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나는 윤하나를 노려보며 이 모든 게 그녀의 자작극일 거라고 확신했다. 이런 짓을 꾸밀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었으니까.“이 불효막심한 놈. 기어코 날 화병으로 죽일 작정이야? 만에 하나 소율이랑 배 속의 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넌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어!”“엄마, 제발 쓸데없는 걱정 좀 하지 마세요. 나한테 이런 협박 톡까지 보낼 기력이 있는데 무슨 일이 생겨요.”그 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수년을 함께 살았으면서도, 그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일말의 이해도, 기본적인 믿음조차 없었다.“민재야, 당장 가서 소율이 찾아봐. 내 직감이 영 불길해서 그래. 소율이는 그렇게 앞뒤 없이 구는 애가 아니란 말이다.”나는 시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어머니와 나는 고부간임에도 사이가 꽤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내 남편이라는 작자보다는, 내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훨씬 잘 알고 계신 분이었으니까.어느새 희끗희끗하게 하얗게 새어 버린 시어머니의 머리를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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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내 시신은 이틀이 지나서야 발견되었다. 참혹하게 발견된 내 몸과 얼굴은 온통 긁히고 찢긴 상처투성이였지만, 내 두 손만은 마지막 순간까지 배 속의 아이를 지켜내려는 듯 굳게 감싸 쥐고 있었다.구조대원은 즉시 내 남편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았고 결국 소식은 우리 엄마와 시어머니에게 전해졌다.현장에 도착해 참혹하게 식어버린 내 시신을 확인한 엄마는 그 자리에서 오열하다 기절하셨고, 시어머니 역시 피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두 분은 겨우 정신을 차린 뒤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내 시신을 황망히 장례식장으로 옮겼다.시어머니와 엄마는 윤민재에게 거듭 전화를 걸어 이 참혹한 소식을 전하려 했지만 윤민재는 매번 전화를 끊어버렸다.장례식장 안치실에 싸늘하게 누워 있는 나를 마주한 내 동생 허준서는 180cm가 넘는 거구의 사내답지 않게 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누나, 그때 내가 어떻게든 뜯어말렸어야 했는데... 그 짐승 같은 놈한테 시집보내지 말았어야 했어.”“빨리 이혼하라고 더 세게 다그칠걸, 그랬으면 이렇게 허망하게 죽진 않았을 텐데.”허준서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가슴을 쥐어짜며 울부짖었다.나는 엉망진창으로 오열하는 허준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소용없었다고. 때의 나는 윤민재라는 남자에 미쳐 있어서, 그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노라고.나는 그를 사랑해서 스스로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내 모든 것을 내던지며 그와의 결혼을 강행했었다. 그가 나를 윤하나의 유산 범인으로 몰아세우며 이혼을 요구할 때조차, 나는 미련하게 그 손을 놓지 못했었다.돌이켜보면 이 결혼은 오롯이 나의 맹목적인 집착이 만들어낸 것이었다.하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그 모든 게 참으로 가소롭고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었는데, 내 남편이라는 작자는 여전히 그 여자 곁을 지키며 내 생사조차 물으려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시어머니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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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세 사람이 병실에 도착했을 때, 윤민재는 윤하나에게 정성스레 소고기죽을 떠먹여 주고 있었다.애틋해 보이는 둘의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졌지만, 신기하게도 전처럼 심장이 찢어질 듯 아프진 않았다.죽고 나니 모든 게 무뎌진 모양이었다. 이미 죽은 마당에 그들이 무슨 짓을 한들, 내가 살아있을 때처럼 날 다치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가장 먼저 이성을 잃고 폭발한 것은 허준서였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윤민재를 노려보던 그는 윤민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윤하나에게 죽을 떠먹여 주는 모습을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윤민재에게 주먹을 날려 바닥에 쓰러뜨린 뒤, 사정없이 발길질을 퍼부으며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둘렀다.“이 짐승만도 못한 새끼야! 우리 누나가 눈이 멀어서 너 같은 쓰레기를 좋아했던 거지! 누나 시신이 아직 식지도 않았는데 넌 여기서 이 년이나 챙기고 있어? 누나가 억울해서 어떻게 눈을 감아!”허준서는 윤민재를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 기세로 눈이 돌아 덤벼들었고 윤민재 역시 순순히 맞아주지 않고 맞받아쳤다.두 사람의 난투극은 의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강제로 떼어놓은 후에야 겨우 끝이 났다.“허준서, 너 미쳤어? 입 함부로 놀리지 마. 감히 어디서 욕설이야? 그리고 허소율이 죽어? 다들 유치하게 단체로 약이라도 먹었어? 그따위 조잡한 거짓말에 내가 속아 넘어갈 줄 알고?”윤민재는 몹시 불쾌하다는 듯 솟구치는 혐오감을 숨기지 않은 채, 허준서를 차갑게 노려보며 일어섰다.“가서 똑똑히 전해. 직접 기어 와서 하나 앞에 무릎 꿇고 빌면 용서해 줄 테니까, 이딴 무식하고 저급한 연극은 당장 치우라고. 이럴수록 정만 더 털릴 뿐이니까.”“개만도 못한 새끼가! 우리 누나는 진짜 죽었는데 죽은 누나더러 이 천하의 죽일 년한테 와서 사과하라고? 네놈이 그러고도 사람 새끼냐!”허준서는 제지당하는 와중에도 윤민재를 때리려고 악을 썼다.윤민재는 코웃음을 치며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혀 믿지 않았다. 이 모든 게 그저 내가 꾸며낸 자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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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나는 믿기 힘든 폭언에 경악해 눈을 크게 떴다.‘윤민재가 대체 무슨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이 x발 놈이 돌았나! 우리 누나야, 피는 안 섞였어도 어릴 때부터 나 업어 키운 누나라고. 어디서 함부로 그 개 같은 주둥이를 놀려!”허준서는 극도로 분노해 눈이 핏발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윤민재, 내 딸은 너한테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소율이랑 준서가 비록 피를 나눈 남매는 아닐지언정, 네 입에 그렇게 더럽게 오르내릴 애들은 아니야.”엄마 역시 눈앞의 남자를 생전 처음 본다는 듯, 경악과 충격에 휩싸인 얼굴이었다.“제가 없는 말 지어내는 건지 아닌지는 본인들이 제일 잘 알 겁니다.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요. 야심한 새벽에 허준서가 허소율 방에서 나오는 걸요.”“떳떳하지 못한 짓을 한 게 아니라면, 다 큰 동생이 오밤중에 누나 방에서 뭐 하러 나옵니까? 그러고 나서 한 달 뒤에 소율이가 임신했는데, 그 핏덩이가 과연 누구 애겠어요?”윤민재 역시 차가운 눈빛으로 허준서를 쏘아보았다.나는 윤민재를 응시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내가 그토록 수치심도 모르는 천박한 여자로 전락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날 밤, 나는 급성 위장염으로 쓰러져 허준서의 부축을 받아 응급실에 갔고, 입원이 필요해 허준서가 세면도구와 옷가지를 챙기러 잠시 내 방에 다녀온 것뿐이었다.그날 밤 병원으로 돌아온 허준서는 집에 갔을 때 윤민재와 마주쳤다는 말을 전해 주었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그이가 나를 보러 병원으로 찾아와 줄 거라 굳게 믿으며 가슴을 졸였었다. 비록 크게 다툰 뒤 화를 참지 못해 친정으로 뛰쳐나온 상태였지만, 내가 입원했다는 사실을 알면 적어도 달려와 줄 거라 믿었던 것이다.하지만 내가 퇴원하는 그날까지 윤민재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는 내가 입원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자신과 윤하나의 그 지저분한 관계처럼, 남동생과 부적절한 짓거리나 저지르고 다닌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차라리 내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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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사람이 서로의 눈을 맞추며 그려 내는 그 다정하고 아늑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 깊은 곳이 순식간에 날카로운 칼날로 도려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내가 살아있었다면 분명 그들 사이의 눈엣가시에 불과했으리라.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사그라드는 건 정말이지 한순간이었다. 평생을 갈 것처럼 지독하고 집요했던 윤민재를 향한 내 사랑이, 그 찰나의 순간에 거짓말처럼 깡그리 깨져 버렸다.나는 윤민재가 윤하나를 보듬고 달래며, 배 속의 애와 함께 셋이서 누릴 헛된 행복을 속삭이는 소리를 그저 잠자코 들었다.이제 그를 향한 마음 따위 깨끗이 정리가 된 줄 알았는데. 그런데 왜 가슴 한구석은 이토록 곪아 터지다 못해 피고름이 흐르듯 아린 걸까.사랑하지 않으면 그의 곁을 떠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내 영혼은 여전히 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나는 그가 윤하나를 재우고 병원을 나서 차를 모는 내내 뒤를 쫓았다.윤민재는 유아용품점에 들어가 아기 물건들을 한아름 샀다.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내가 임신했을 때 나도 윤민재에게 같이 아기용품을 사러 가자고 졸랐던 적이 있었다.그때 그는 너무 이르다며, 태어나면 그때 보자는 말로 차갑게 나를 거절했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다른 여자의 아이를 위해, 내가 그토록 꿈꿨던 그 일을 너무나 즐겁게 해내고 있다.유아용품점을 나온 그는 곧바로 주얼리 매장에 들어갔다.그는 금팔찌와 작은 금 열쇠를 골랐고, 결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우리가 결혼할 때, 나는 그에게 금목걸이, 금팔찌, 금귀걸이를 세트로 해 달라고 졸랐던 적이 있다.정말 금이 탐나서가 아니라 그저 남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확인을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하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심지어 나를 적당히 둘러대며 달랠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채, 변명거리 하나 찾으려 하지 않았다.그때 그는 차가운 얼굴로 내게 자신은 속물적인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었다.그런데 지금, 그는 제 발로 윤하나를 위해 금팔찌를 사고, 그들의 아이를 위해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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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다음 날, 뜻밖에도 허준서가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 그는 말 한마디 없이 병실로 들이닥치더니, 다짜고짜 윤민재의 멱살을 틀어쥐고 밖으로 끌어냈다.“뭐 하는 짓이야? 미쳤어?”복도로 끌려 나온 윤민재가 불같이 화를 내며 손을 털어냈다.“우리 누나가 죽었다는 거 안 믿는다며. 오늘 내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줄게.” 허준서는 무섭게 굳은 얼굴로 윤민재를 병원 밖으로 끌고 갔다.“미친 새끼, 나 안 가!”윤민재는 갑자기 극도로 발악하며 거부했다.“안 믿는다며, 그런데 왜 이렇게 발악해? 직접 가서 눈으로 보면 알 거 아니야, 이 짐승만도 못한 새끼야!”윤민재는 기를 쓰고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허준서에게 질질 끌려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허준서는 윤민재를 내 시신이 안치된 안치실 냉동고 앞으로 끌고 가 무섭게 짓눌렀다. 그리고 차갑게 얼어붙은 내 얼굴을 강제로 보게 했다.내 시신을 마주한 윤민재는 무의식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중얼거렸다.“이건 허소율이 아니야! 소율이가 아니라고! 그렇게 이기적이고 지독한 여자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을 리가 없어!”“뭘 그렇게 두려워해. 눈 똑바로 뜨고 네 마누라가 어떻게 죽었는지 똑똑히 봐! 누나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네 핏줄 살리겠다고 발버둥 쳤어. 그런데 너희 년놈은 병원에서 애틋하게 놀아나고 있었잖아!”허준서는 발악하는 그의 고개를 짓눌러 강제로 내 시신을 직시하게 만들었다.내 주검을 마주하자 윤민재는 돌연 오열하며 빌기 시작했다.“미안해, 여보. 난 정말 그러려던 게 아니었어. 네가 죽기를 바란 적은 없었어, 정말이야. 난 그냥 하나가 몸이 약해서, 하나 먼저 구하고 널 구하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네가 죽을 줄은 정말 몰랐어.”윤민재는 눈물 콧물을 질질 짜며 내 시신을 향해 애원했다.“여보, 그만 자고 일어나. 우리 집에 가자. 이혼 안 할게. 내가 앞으로 진짜 잘할 테니까 제발 일어나 봐. 나 좀 보라고, 제발.”“개수작 부리지 마, 가증스러운 새끼야. 우리 누나 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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