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두 번째 B코스 사전 검증. 우리는 서촌 골목에 자리한 작고 고즈넉한 독립서점에 도착했다.이 코스의 핵심 미션은 명확했다. 서로에게 어울리는 책을 골라 주고, 왜 그 책을 골랐는지 이유 설명하기. 책을 현장에서 결제해야 하는 의무는 없으므로, 책을 고르고 마음을 나누는 소소한 과정이 데이트로서 즐거운지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나는 빽빽하게 꽂힌 서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소설, 에세이, 사진집, 독립 출판물까지 분야는 다양했지만, 어느 쪽 서가에서 멈춰야 할지 조금 막막했다. 그때 내 옆에서 사진 구도를 확인하던 한이준이 물었다. “고르는 게 많이 어렵습니까?” “조금요.” “책 종류가 너무 많아서요?” “아니요. 상대에게 어울리는 맞춤형 책을 골라야 하니까요. 솔직히 이준 씨가 평소에 어떤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모르잖아요.” 한이준은 서가를 가볍게 둘러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그냥 해인 씨가 평소에 읽고 싶은 책을 골라도 됩니다.” 나는 즉각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그건 이 코스 기획 미션 의도와 완전히 다르죠. 상대에게 완벽히 어울리는 책을 선물하듯 고르는 게 메인 테마잖아요.”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는 책을 상대에게 소개하고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그러면 그냥 제가 좋아하는 베스트셀러를 무작위로 추천하면 되니까, 상대를 굳이 디테일하게 관찰할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그가 나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제가 어떤 사람인지 여기서 천천히 한 번 관찰해 보세요.” 나는 클립보드를 가슴에 안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도 제 딴에는 아주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데요.” 한이준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직구를 맞은 사람처럼, 그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천천히 번졌다. “방금 그 말, 조금 설레네요.” 나는 서가의 책등을 살피는 척하며 애써 시선을 돌렸다. “기획자로서 파트너를 분석하는 평가 항목을 설명한 겁니다.”
Last Updated : 2026-10-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