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전 열 시. A코스 현장 검증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나는 소회의실 테이블 위에 출력해 온 A코스 검증 체크리스트를 반듯하게 펼쳤다. 대중교통 접근성, 장소별 예상 비용, 시간대별 대기 시간, 추가 비용 발생 여부, 실제 체류 시간, 현장 촬영 가능 지점, 동선 변경 필요 여부까지. A4 용지 세 장에 걸쳐 내부 사전 검증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항목들이 명사형으로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한이준이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문서를 들여다보았다. 첫 장을 훑던 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와. 이 정도면 데이트가 아니라 정기 세무 조사 대상인데요?” “세무 조사요?” “예산이 백 원만 펑크 나도 바로 사유서 쓰고 불려 갈 것 같은데요.” 나는 볼펜 꼭지를 딸깍 누르며 대꾸했다. “백 원이 아니라 십 원만 초과해도 원인을 철저히 분석할 겁니다. 오만 원 이하로 즐기는 저예산 코스가 이번 기획의 핵심이니까요.” “무섭네요." “수석님 개인 사비를 털어 쓰는 건 아니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럼 제 돈이면 백 원 정도는 기획자 재량으로 봐주시나요?” “절대 안 됩니다.” “단호하시네요.” “예산 앞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한이준이 작게 소리 내어 웃으며 표에 적힌 세부 예산안을 짚었다. “이 오만 원이면 두 사람 기준인 거죠?” “네. 두 사람 합산 오만 원입니다. 공방 체험비 삼만 원, 카페 음료와 디저트 만 오천 원, 나머지 오천 원은 추가 구매나 예비비로 잡았습니다.” “계산이 아주 빈틈이 없네요. 혹시 내일 현장에서 기가 막힌 길거리 간식 냄새가 나도 꾹 참아야 하나요?” “예비비 오천 원 안에서 해결 가능한 간식이면 기획안 범위 내로 허용됩니다.” “다행이네요. 붕어빵 정도는 사 먹을 수 있겠어요." “대신 영수증이 없으면 계좌이체 내역이나 구매 내역이라도 꼭 캡처해서 남겨 주세요.” “길거리 붕어빵을 사 먹고 구매 내역 캡처요?” “증빙 자료가 없으면 업무
최신 업데이트 : 2026-10-2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