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서는 그날도 달리기를 끝내지 못했다.운동장에 쓰러진 그녀를 내려다보던 교관은 구조 요청은커녕 기록표에 붉은 선부터 그었다. 젖은 흙바닥에 손을 짚은 이서가 겨우 고개를 들었을 때, 교관의 군화가 그녀의 손가락 바로 앞에 멈춰 섰다.“117번. 네가 죽으면 누가 대신 뛰어 주나?”이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입을 벌릴 때마다 마른기침이 터졌고, 밤새 굶주린 속에서는 신물이 올라왔다. 어제 죽 한 그릇을 지키려다 수백 명 앞에서 벌을 받은 몸으로 오늘도 새벽부터 달렸으니,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그러나 이곳에서는 그런 사정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교관은 이서의 턱 아래로 기록표를 들이밀었다.“오늘도 낙오했으니 저녁 배급은 절반이다. 내일도 이러면 아예 굶겨 주지.”그가 돌아서자 이서는 흙 묻은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어젯밤 백시온이 감아 준 붕대는 벌써 갈색으로 젖어 있었고, 손바닥을 펼 때마다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멀리서 민주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지만, 이서는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일어나려고 애썼다. 자신 때문에 민주까지 벌을 받는 일만은 막고 싶었다.하지만 한쪽 무릎을 세우자마자 시야가 흔들렸고, 그녀는 결국 다시 땅을 짚었다.***오전 훈련은 끝나지 않았다.달리기에서 낙오한 훈련생들은 곧바로 장애물 코스로 이동해야 했다.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젖은 통나무와 철조망이 놓여 있었고, 전날 내린 비 때문에 흙탕물이 발목까지 튀어 올랐다.이서는 철조망 아래를 기어가다가 오른쪽 팔꿈치가 꺾이는 바람에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어제 모래주머니를 들고 벌을 받았던 어깨가 아직 부어 있었기 때문이다.뒤따르던 훈련생이 그녀의 발목을 걷어찼다.“빨리 움직여. 너 때문에 다 밀리잖아!”이서는 비명을 삼키며 앞으로 기어갔다. 철조망 끝에 걸린 훈련복이 찢어졌지만, 옷을 확인할 여유도 없었다.다음 장애물은 사람 키보다 높은 통나무 벽이었다.앞선 훈련생들은 손을 걸고 몸을 끌어 올려 넘어갔지만, 이서는 벽에 매달리는 것조차 힘겨웠다.
Huling Na-update : 2026-10-22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