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림의 출입카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월요일 오전 아홉 시 십이 분이었다.평소처럼 갤러리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삼 층으로 올라온 유림은 감정실 문 앞에서 카드를 갖다 댔다. 짧은 경고음과 함께 표시등이 붉게 변하자 잠시 기계 오류를 의심했지만, 세 번이나 같은 소리가 반복되는 동안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복도 끝에서 시설관리 직원이 다가왔다. 그는 유림의 손에 들린 출입카드를 확인하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업무용 단말기를 꺼냈다.“차 실장님, 출입 권한 변경 안내 못 받으셨습니까? 어젯밤 대표님 지시로 감정실 출입 권한이 조정됐습니다.”“누구 지시라고요?”“강도혁 대표님입니다. 앞으로는 백나경 공동대표님 승인이 있어야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유림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난 금요일, 나경의 이름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거부했을 때 도혁은 생각을 잘하라고 했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생각했다고 대답했고, 그날의 대화는 거기서 끝난 줄 알았다.그러나 남편은 주말 사이 아내가 십 년 가까이 사용한 감정실의 출입 권한부터 없애 버렸다.“제 업무용 컴퓨터와 개인 물품이 안에 있습니다. 진행 중인 자료도 확인해야 하고요.”“죄송합니다. 저희는 전달받은 지시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직원에게 더 물어도 달라질 것이 없었다. 유림은 출입 오류 화면과 시간을 휴대전화에 남긴 뒤, 권한 변경의 사유와 개인 물품 반환 절차를 서면으로 알려 달라는 메일을 작성했다.그때 복도 반대편에서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들렸다.백나경이었다.나경은 유림을 발견하자 놀란 척 눈을 크게 떴지만, 시선은 곧 그녀의 손에 들린 출입카드로 내려갔다.“언니, 아직도 여기 계셨어요? 오빠가 말씀 안 하셨구나.”나경은 감정실 문 앞으로 다가와 자신의 카드를 갖다 댔다. 조금 전까지 굳게 닫혀 있던 문이 가볍게 열리자, 그녀는 유림이 안쪽을 볼 수 있도록 일부러 문을 반쯤 열어 두었다.“앞으로 감정실은 제가 관리하기로 했어요. 중요한 자료가 많으니까 출입 권한
Last Updated : 2026-10-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