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두려운 것은 더 이상 중궁의 벌만이 아니었다.왕이 자신에게 내리는 모든 고통을 사랑과 법도의 이름으로 정당화한다는 사실이었다.---사흘 뒤, 궁에는 다시 눈이 내렸다.해원은 중궁전 뒤뜰에서 마른 장작을 정리하고 있었다. 매를 맞은 자리는 아직 제대로 아물지 않았지만, 최상궁은 그녀가 오래 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왕이 명한 이동 제한도 그대로였다.해원은 중궁전 밖으로 함부로 나갈 수 없었고, 소담과 잠시 말을 나누는 일조차 최상궁의 눈치를 보아야 했다.그날도 새벽부터 피자탕을 마신 뒤 물을 긷고 마루를 닦았으며, 오후에는 저녁에 쓸 장작을 옮기고 있었다.눈은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했지만 오후가 되자 바람까지 거세졌다. 손끝이 얼어붙어 장작을 제대로 붙잡기 어려웠고, 매를 맞은 자리의 통증 때문에 몇 번이나 벽에 기대어 숨을 골라야 했다.그때 최상궁이 뒤뜰로 나왔다.“윤해원, 중궁마마께서 쓰실 숯이 부족하다. 동쪽 창고에 가서 가져오너라.”해원은 장작을 내려놓았다.“마마, 전하께서 중궁전 밖으로 나가지 말라 명하셨사옵니다.”“동쪽 창고는 중궁전 물품을 보관하는 곳이다. 내가 직접 명하는데도 가지 않겠다는 것이냐?”해원은 잠시 망설였다.“그런 뜻이 아니옵니다.”“그렇다면 서둘러라. 중궁마마의 화로가 식기 전에 가져와야 할 것이다.”최상궁은 빈 광주리를 그녀에게 건넸다.해원은 그것을 받아 들고 동쪽 창고로 향했다. 창고는 중궁전 담장을 따라 이어진 좁은 길 끝에 있었는데, 눈이 쌓인 돌길이 미끄러워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숯을 담아 돌아오는 길에는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해원은 광주리를 품에 안고 걸었지만, 차가운 눈발이 얼굴을 때릴 때마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담장 모퉁이를 돌아서던 순간 발이 미끄러지면서 광주리가 기울었고, 그녀는 숯이 쏟아지는 것을 막으려다 그대로 눈 위에 무릎을 꿇었다.매를 맞은 자리에 충격이 전해지자 숨이 턱 막혔다.광주리는 겨우 붙잡았지만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그때 멀리
Last Updated : 2026-10-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