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죽인 거야.’‘네가 날 죽였어.’‘잊지 마. 네가 날 죽인 거야.’피로 세상이 물든 그날, 나는 나를 잃었다.딱딱하게 굳어 들러붙은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려 눈을 떴다.“아…….”천장이 낯설지 않았다. 낡은 나무 들보와 창문을 뒤덮은 암막 커튼, 재만 남은 벽난로가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왔다.여기는 별장이다. 그의 별장.첫눈이 내리던 날, 함께 손을 잡고 밖으로 뛰쳐나갔던 곳, 나를 향해 사랑을 속삭이며 함께 시간을 나누던 곳.그리고, 그를 찔렀던 곳.한기가 온몸을 휘감고 심장과 폐가 짓눌린 듯,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힘겹게 헐떡대는 숨을 들이켜자 공기 속에 비릿한 냄새가 섞여 들었다.‘피?’말라붙은 피의 냄새가 잠들어 있던 세포를 하나하나 깨우기 시작했다.늘어진 몸을 일으켜 시야를 내리자, 온몸이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떨리는 손으로 피로 물든 몸을 매만져 보았다.손끝, 팔뚝, 하얀 원피스 잠옷 안쪽 허벅지 위까지.이건 내 피가 아니다. 그의 피다."윽-"머릿속이 지직거리며, 깨질 듯한 두통에 머리를 움켜쥐었다.오래된 테이프가 재생되듯 장면들이 끊겨 있다가, 순간적으로 덜컥― 하고 그날의 조각난 기억 하나가 재생된다.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왜?” “제발. 제발 이제 그만 놓아줘.”나를 향해 그가 처절하게, 그리고 애절하게 울부짖었다.결박된 채 전기 충격에 경련하던 몸이 겨우 진정되고 나서야, 그가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무서워, 이제 네가.”사랑을 속삭이던 입이었다. 그 말에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상의 끈이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그의 말, 그의 눈, 그의 입에서 내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말이 흘러왔고, 나는 분노했다.그리고 나, 난 어떻게 했었지?“아….”머릿속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기억들이 뒤죽박죽 섞여 진실을 가려내기 어렵다.그러다 덜컥- 기억 하나가 다시 재생되었다.나는 칼을 들고 있었고, 그의 가슴을...찔렀다.“윽.”그는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
Zuletzt aktualisiert : 2026-10-23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