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귀를 찌르던 그의 날카로운 비명과 사방으로 비산하던 피.
“이봐요! 아가씨! 괜찮아요? 곧 구급차가 올 거요! 조금만 참아 봐요.”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죽었어. 내가, 그를, 죽였어.”
사람을 마주하자, 안도감이 들어서였을까?
입에서는 내가 원치 않는 말이 뇌를 거치치 않고 쏟아져 나왔다.
그를 찾아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미 내 몸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를 찾아야 하는데, 피범벅이 된 별장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피의 공포가 온몸의 열기를 빼앗아 가고, 뇌리를 가득 채운 시뻘건 이미지에 내 의식이 아득히 점차 사라져 간다.
“아가씨! 정신 차려봐요! 아가씨!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
무거운 눈꺼풀을 느릿하게 뜨자 형광등 불빛이 시야를 덮쳤다.
빛에 노출 된 놀란 동공을 깜빡이며, 주위를 살폈다.
여기는 어디……?
희미한 소독약 냄새와 함께 살짝 메스꺼운 감각이 올라왔다.
하얀 천장, 하얀 커튼, 조용한 기계음, 부산한 움직임. 이곳은 병원이구나.
숨을 쉬자 목이 말랐고, 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힘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꽤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최서완 경위님, 들리십니까?”
최서완 경위.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나, 최서완 경위.
“여긴……?”
간신히 뱉어낸 목소리가 너무 작아 그에게 닿았는지 모르겠다.
의사는 말을 잠시 멈추고 동공 반응을 체크한 후 말을 이어갔다.
“중산병원 응급실입니다. 의식이 돌아왔네요. 가족에게는 연락을 드렸고…….”
망설이는 듯한 말투는 무엇 때문일까.
“경찰이, 이미 와있습니다.”
‘경찰?’
그 단어에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운 것 같기도, 두려운 것 같기도 한 그 단어.
나를 설명하던 그 단어가, 왜 이리 부끄럽고 두렵게 느껴졌을까?
묻고 싶은 것은 많은데 입술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의식은 돌아왔지만 머리는 여전히 안갯속을 걷듯 몽롱하고 답답한 기분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의사의 손에 든 차트가 흐릿하게 보였다.
[심한 탈수 및 영양실조 / 자상 흔적 / 약물검사 필요]
그 순간 커튼이 열리며 단정한 검은색 카라티를 입은 남자가 뚜벅뚜벅- 묵직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무표정한 얼굴, 매서운 눈매, 거뭇한 입술. 위압감이 느껴지는 남자였다.
“중산경찰서 강력팀, 박인수 경감입니다. 의식이 돌아온 겁니까?”
나는 메마른 기침을 삼키며,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최서완 경위, 당신은 지난 3개월간 실종 상태였습니다.”
내가 실종상태라니? 나는 그저 그와 시간을 함께 보냈을 뿐이었는데.
“이틀 전, 중산교 인근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주민에 의해 발견됐고, 온몸에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민규 씨의 별장을 사건 현장으로 특정하고 현장을 조사 중입니다.”
“별장.”
갈라진 목소리 끝에 목구멍이 쩍- 달라붙으며 통증이 밀려왔다.
“서민규 씨의 별장 말입니다. 모른다고 하진 않겠죠?
현장에서 서민규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쪽 발이 발견됐습니다.
혈흔, 도끼, 전기충격기, 결박 흔적. 그런데 시신은 없었죠.”
“…….”
그의 말에 기억이 조각조각 떠오른다. 그는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메마른 표정으로 내 눈에 시선을 꽂았다.
“의료기록상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패닉 상태와 탈진 상태로 판단됐습니다.
지금 질문에 바로 답하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지금부터 당신이 기억하는 걸, 가능한 한 천천히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조각난 기억은 침묵이 될 뿐이었다.
내가 그를 죽였다? 그는 대체 어디에 있지?
그날, 공포에 찬 그의 얼굴과 비명을 지르며 나에게서 도망치던 그의 뒷모습.
그리고 피로 뒤덮인 나의 손이 선명한 이미지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어쩌면, 그의 말이 사실일수도.
“최서완 경위,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술할 수 있겠습니까?”
그의 질문에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를 찔렀고 그건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또 하나의 기억, 그를 향해 도끼를 들고 다가가던 나.
“윽!”
머리가 너무 아프다. 나는 머리를 움켜쥐며 몸을 웅크렸고,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오기 시작했다.
“최서완 경위님! 괜찮으십니까?”
경련하는 나를 향해 의료진들이 달려들었고, 수많은 주삿바늘과 기계들이 연결되며, 몸은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피, 비명, 도끼를 쥐었던 내 손의 무게. 그러나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에게 대답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경감의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의심하고 있다. 진실을 꿰뚫고자 하는 강렬한 눈빛이다.
비난이 섞인 메마른 침묵이 이어졌지만 길지는 않았다.
“그렇겠죠. 용의자들은 모두 그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 말에 쿵- 하며 심장이 떨어졌다. 내가, 내가...
‘용의자?’
-----------------------------------------------------------------------------<소 견 서>의뢰 병원: 중산병원 응급의료센터환자명: 최서완 (199X년생, 여성)목적: 의식 회복 직후 심리·신경학적 상태 및 약물 중독 여부 평가[검사 결과]Ketamine: 혈중·소변 모두 양성Norketamine(케타민 대사산물): 검출Midazolam: 0.12 mg/L (치료 범위 상한 초과)Benzodiazepine 계열 대사물질: 양성[정신·신경학적 상태]자극 반응 및 시각 인식 가능하나 단기기억 저하, 시간 지남력 혼란“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적 진술 반복PTSD 의심: 회상·감각 역주행 증상 동반신체: 영양실조 / 탈수 / 자상 흔적[종합 의견]환자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Midazolam)과 해리성 마취제(Ketamine)의 장기·복합 투약 흔적을 보이며, 이는 기억 혼란·감정 둔화·해리 증상을 유발하는 약물 조합임. 현재 상태는 회복 중이나 약물 의존 및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에 대해 지속적인 관찰과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됨.-----------------------------------------------------------------------------“선배 혈액에서 미다졸람으로 추정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검출됐어요.일반적인 수면제보다 강하고, 기억을 지우는 부작용도 보고된 약이에요.”“미다졸람...?”“
책상 서랍을 열자 그 안엔 또 다른 봉투가 들어 있었다. 서완은 서류를 하나하나 넘겼다.-약 불출대장-(서완의) 수사기록 노트-11호 1234 톨게이트 기록-서민규정신병원 진료기록-서완 경위 실종 전 통화기록그리고 가장 밑에 놓인 USB 하나. 서완은 그걸 손에 쥔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췄다.USB 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노트북을 열고 USB를 삽입하자, 비밀번호 창이 떴다.멀건히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던 서완은 먼저 진우의 생일을 입력했다.[비밀번호 오류]진우의 휴대폰 번호일까.[비밀번호 오류]진우의 사번?[비밀번호 오류]“하…….”서완은 책상을 톡톡톡 두드렸다.“설마…….”서완이 자신의 생년월일을 입력하자 티링, 하며 파일이 열렸다.“[SR]? SR이 뭐지?”마우스를 클릭하자 통화 음성 파일들이 날짜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서완은 첫 번째 파일을 클릭했다. “왜 이제야 전화를 받아요? 네? 왜 이렇게 통화가 힘든 건데요? 네? 여보세요!”‘이건……?’그때 띵동- 띵동- 현관 벨이 울렸다.현관 벨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USB를 노트북에서 급하게 뽑았다.삑삑삑삑, 이어지는 번호키 소리에 서완은 U
차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묻기에는 3개월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서완은 조수석에 앉아 멍한 눈으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창밖에는 평범한 풍경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 그 모든 것은 낯설기만 했다. 하나같이 너무 오래된 것 같았다.“조금만 기다려요. 거의 다 왔어요.”진우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지만 그녀에게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그의 말에 눈동자는 그를 향했으나, 그 안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오피스텔 앞에 도착하자 진우가 조수석 문을 열며, 다정하게 말했다.“선배, 집에 왔어요.”그 말에 서완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여기….”“선배 집이잖아요. 기억나죠?”그녀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왜 이토록 낯설까.익숙한 듯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는 진우를 따라 그녀 역시 발을 디뎠다.문을 열자 현관의 센서등이 그녀를 환영하듯 빠르게 반응했다.깔끔하게 정돈된 실내. 현관에 놓인 운동화는 그녀가 출근할 때 즐겨 신던 것이었다.신발장 위에 가지런히 정리된 우편물, 그리고 공기 중에는 그녀가 좋아하던 ‘꽃시장’ 디퓨저 향이 은은하게 감돌았다.“여기, 누가 계속...”“제가 선배 실종되고 가끔 왔어요. 문도 열어보고, 청소도 조금씩 하고, 우편물도 정리했어요. 혹시라도 선배가 돌아올까 봐.”그의 목소리가 아련한 듯 침울하게 가라앉았다.“선배가 돌아오면 바로 사용할 수 있게요.”서완이 진우를 향해 살짝 미소 지었다.익숙한 소파, 어느 날엔가 야근 후 쓰러졌던 침대, 거울에 붙어 있는 경찰대 시절의 단체 사진 등 모든 것이 마지막 모습 그대로였다.그녀는 멍하니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시간이 멈춰 있었네.”진우가 그녀의 뒤에서 조용히 물었다.“기억나는 거 있어요?”서완이 잠시 눈을 감자 툭-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어떻게 살아왔지, 나?”“선배.”진우는 그녀를 향해 뻗던 손을 멈추고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여전히 그 한 뼘의 경계를 넘
3개월만에 눈을 마주한 그녀의 모습에 진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너무 말라 있었고, 눈은 퀭하게 꺼져 있었으며, 긴 머리는 부스스했고 입술은 갈라져 피가 맺혀 있었다.건강하던 살결은 창백하다 못해 희뿌연 회색빛이 돌았다. 마치 그녀가 아닌것 처럼.그녀가 이윽고 고개를 들고 그와 눈을 마주했다.“진우?”그 한마디에 그의 숨이 턱 막히고 손끝부터 떨리기 시작했다.예전의 강인하고 또렷한 그녀가 아니었다.마치 부서진 거울 조각 같은 위태로운 모습, 초점 잃은 눈빛은 텅 비어있었다.진우는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단호한 눈빛과 어조로 수사관을 향해 말했다.“……밖으로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영장 가지고 다시 오시죠.”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는지, 진우는 서완의 곁으로 성큼 다가갔다.용의자로 앉아 있는 사람이 경찰인 이상 이런 불편한 상황은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불쾌했다.박 경감이 구겨진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김진우 경장,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살인 사건 현장 근처에서 피투성이 상태로 발견됐고 피해자가 실종 상태입니다.진술도 명확하지 않아요. 우리가 이 상황을 덮고 보낼 수는...”“시신이 없습니다. 시신, 증거 말입니다.”진우가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자백도 없고 목격자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선배는 지금 정신적 충격과 영양실조 상태입니다.”진우가 소견서를 던지듯 책상에 내려놓았다.“여기 정신과 소견서입니다. 영장도 없이 심신 미약 상태인 사람을 이렇게 밤샘 취조하신 건 분명한 과잉 수사입니다.지금 이 순간까지도 선배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다량의 혈흔이 서민규 씨를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그렇다면 그 피해자의 신변 확보부터 하시죠.”“시신 유기의 가능성도 있습니다.”“그럼 그 시신은 어디 있습니까?”“그걸 찾겠다고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아닙니까?”“선배가 말하지 않는 이상, 그건 경찰이 할 일이죠.”“이봐요! 김진우 경
다음 날, 중산경찰서.무겁고 어두운 조사실의 조명이 깜빡이다가 이내 힘을 내어 실내를 밝혔다.익숙한 곳, 그러나 낯선 자리에 서완은 멍하니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여전히 머리는 무겁고, 구름 위를 걷는 듯 몽롱했다.“그 사람은 어디 있나요?”건조하게 말라 갈라진 서완의 입술 사이로 그녀의 힘겨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침묵이 감돌던 조사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박인수 경감이 시선을 들지 않은 채 서류를 신경질적으로 넘겼다.대신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수사관이 날카롭게 되물었다.“서민규 씨 말입니까?”서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 경감이 서류를 탁, 덮으며, 날카로운 눈빛이 서완을 향해 정면으로 고정됐다.용의자를 대하는 눈빛에 단호하고 건조한 말투가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그건 최서완 경위, 본인이 더 잘 알고 계시겠죠.”그녀가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었다.“...그가 죽었나요?”그 순간 형사의 눈빛이 더 예리하게 바뀌며 고압적으로 턱을 치켜들었다.“최서완 경위.”서늘하고 강압적인 목소리 앞에서 서완은 그 어떤 질문도, 대답도 더는 할 수 없었다.서늘하게 긴 정적이 이어진 후, 그의 묵직한 음성이 머리를 때렸다.“서민규 씨는 어디에 있습니까?”그 문장이 무거운 공기처럼 내려앉고, 심장이 쿵- 깊은 무저갱으로 떨어지며 온몸을 울렸다.‘그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진실을 알지 못하는 죄책감에 서완은 고개를 숙였다.창백한 손가락을 무릎 위에서 꼭 맞잡자, 손끝에 피가 빨갛게 몰렸다.“기억이, 안 납니다.”“정말입니까?”“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정말이에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날, 피가 튀었고 그리고...”“그리고?”기억들이 뒤죽박죽 섞여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조심스러웠다.“그가 날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그래서? 그를 죽였나요?”서완은 그의 압박에 눈을 감고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여전히 확실한 것은 없었다.“잘 모르겠어요. 정말이에요.”그녀를 향한 비난의 눈빛에 다시 고개를 떨궜다.“그를 찔
귀를 찌르던 그의 날카로운 비명과 사방으로 비산하던 피.“이봐요! 아가씨! 괜찮아요? 곧 구급차가 올 거요! 조금만 참아 봐요.”“그 사람이, 그 사람이 죽었어. 내가, 그를, 죽였어.”사람을 마주하자, 안도감이 들어서였을까?입에서는 내가 원치 않는 말이 뇌를 거치치 않고 쏟아져 나왔다.그를 찾아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미 내 몸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그를 찾아야 하는데, 피범벅이 된 별장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피의 공포가 온몸의 열기를 빼앗아 가고, 뇌리를 가득 채운 시뻘건 이미지에 내 의식이 아득히 점차 사라져 간다.“아가씨! 정신 차려봐요! 아가씨!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무거운 눈꺼풀을 느릿하게 뜨자 형광등 불빛이 시야를 덮쳤다. 빛에 노출 된 놀란 동공을 깜빡이며, 주위를 살폈다.여기는 어디……?희미한 소독약 냄새와 함께 살짝 메스꺼운 감각이 올라왔다.하얀 천장, 하얀 커튼, 조용한 기계음, 부산한 움직임. 이곳은 병원이구나.숨을 쉬자 목이 말랐고, 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힘이 없었다.그때 누군가 다가와 꽤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최서완 경위님, 들리십니까?”최서완 경위.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나, 최서완 경위.“여긴……?”간신히 뱉어낸 목소리가 너무 작아 그에게 닿았는지 모르겠다.의사는 말을 잠시 멈추고 동공 반응을 체크한 후 말을 이어갔다.“중산병원 응급실입니다. 의식이 돌아왔네요. 가족에게는 연락을 드렸고…….”망설이는 듯한 말투는 무엇 때문일까.“경찰이, 이미 와있습니다.”‘경찰?’그 단어에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운 것 같기도, 두려운 것 같기도 한 그 단어.나를 설명하던 그 단어가, 왜 이리 부끄럽고 두렵게 느껴졌을까?묻고 싶은 것은 많은데 입술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의식은 돌아왔지만 머리는 여전히 안갯속을 걷듯 몽롱하고 답답한 기분이었다.고개를 돌리자, 의사의 손에 든 차트가 흐릿하게 보였다.[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