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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용의자 6

작가: 지은
last update 게시일: 2026-10-24 07:30:13

책상 서랍을 열자 그 안엔 또 다른 봉투가 들어 있었다. 서완은 서류를 하나하나 넘겼다.

-약 불출대장

-(서완의) 수사기록 노트

-11호 1234 톨게이트 기록

-서민규정신병원 진료기록

-서완 경위 실종 전 통화기록

그리고 가장 밑에 놓인 USB 하나. 서완은 그걸 손에 쥔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췄다.

USB 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노트북을 열고 USB를 삽입하자, 비밀번호 창이 떴다.

멀건히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던 서완은 먼저 진우의 생일을 입력했다.

[비밀번호 오류]

진우의 휴대폰 번호일까.

[비밀번호 오류]

진우의 사번?

[비밀번호 오류]

“하…….”

서완은 책상을 톡톡톡 두드렸다.

“설마…….”

서완이 자신의 생년월일을 입력하자 티링, 하며 파일이 열렸다.

“[SR]? SR이 뭐지?”

마우스를 클릭하자 통화 음성 파일들이 날짜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서완은 첫 번째 파일을 클릭했다.

“왜 이제야 전화를 받아요? 네? 왜 이렇게 통화가 힘든 건데요? 네? 여보세요!”

‘이건……?’

그때 띵동- 띵동- 현관 벨이 울렸다.

현관 벨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USB를 노트북에서 급하게 뽑았다.

삑삑삑삑, 이어지는 번호키 소리에 서완은 USB를 제자리에 놓고 서둘러 소파에 가 앉았다.

띠리링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진우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관에 들어섰다.

“선배, 나 왔어요.”

그가 지나온 자리를 따라 따끈한 순댓국 냄새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서완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진우는 어색한 공기를 가르며 식탁에 뜨거운 순댓국을 올려놓았다.

자연스럽게 찬장을 열어 면기 두 개와 수저를 꺼내고, 뜨거운 플라스틱 용기에 든 순댓국을 조심스럽게 면기에 담아냈다.

“먹어요. 여기 순댓국 좋아했잖아요.”

“……고마워.”

진우는 밥상을 차리며 빙그레 웃었다. 늘 그랬듯 사람을 편안하고 기분좋게 하는 웃음이다.

“양념도 없이 순대만 넣은 순댓국 맞죠? 부산물 있으면 다 나 줬었잖아요.”

그 말에 서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기억해?”

“당연하죠. 선배랑 먹은 순댓국만 백 그릇은 될 텐데.”

“풉- 오버는.”

서완은 천천히 순댓국을 한 입 넣었다. 따끈한 국물이 온몸을 녹이자 머리까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순댓국, 감자탕,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현장을 누빈 후 동료들과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

이제야 평범했던, 형사 최서완의 일상들이 생각났다.

‘그동안 난 뭘 먹고 살았지?’

기억이 나지 않는 지난 날들을 되뇌며 바라본 수저를 쥔 손가락은 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진우가 멍하니 시선을 내린 서완의 수저에 깍두기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선배, 그때 기억나요? 우리 처음 봤던 때요.”

“응. 기억나지. 군기 바짝 든 신입 경찰이었어.”

“그때 선배 진짜 멋있었던 거 알아요?”

“그랬어? 지금은 아니란 말로 들리네?”

그때의 기억을 되짚는 서완의 입가에 서글픈 미소가 지어졌다.

진우는 서완식 유머에 피식 짧은 숨을 뱉었다. 형사 생활에서 가장 괴로웠던 그 사건을 진우와 함께했었다.

“선배, 그때 많이 울었었는데.”

“알고 있었어? 좀 창피한데?”

진우는 수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씁쓸하게 웃었다.

“선배한테도, 나한테도 힘든 사건이었으니까.”

서완은 상처였던 그 사건에 대해 입밖으로 내 놓은 적이 없었다. 진우 또한 그 사건을 들춰낸적은 없었지만,

말하지 않아도 둘은 그때의 기억을 공유했고, 회상했다.

그저, 같은 기억을 가지고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만 할 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진우가 싱크대 한편에 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꺼내고 전기포트에 물을 끓였다.

서완은 식탁에 앉아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요.”

진우가 서완에게 증기가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내밀었다.

“고마워.”

커피잔을 코에 가져다 대자 얼굴이 따뜻해지며 커피 향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에티오피아네.”

“맞아요. 하여간 커피 귀신이라니까.”

진우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서완의 앞에 앉자, 커피잔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서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우야, 그 사람, 진짜 내가 죽였을까?”

진우라면 그 답을 알려줄 것만 같았다.

“선배, 나 좀 봐요.”

서완이 그의 음성을 따라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절대요. 선배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내 손으로 그 사람을……”

“선배 지금 정신이 온전치 않아요. 정말 선배 기억인지 확신할 수 있어요?”

“잘 모르겠어. 별장에 있던 시간 동안은 내가 아닌 것 같아.”

서완의 말이 끝나자 진우는 신발장 위에 놔두었던 서류를 들고 서완의 앞에 내밀었다.

“선배 몸에서 약물이 검출되었어요.”

서완이 꽉 맞물린 종이 봉투를 천천히 열고 병원의 소견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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