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준.’장부 맨 아래 남편 이름을 적은 채아가 펜을 놓자 민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불륜 상대에게 지급한 비용을 정리한 서류에 대표 이름까지 올라갔으니, 이젠 무슨 항목으로 분류해야 할지 막막했다.“사모님, 대표님은 왜 적으십니까?”“내 남자잖아요. 게다가 제일 돈 많이 쓰는 남자. 이런 우수 고객을 빼놓으면 장부가 섭섭하지.”통화 화면 속 태준이 웃었다. 채아가 자신을 ‘내 남자’라고 부른 게 그렇게 좋았는지, 회의실에서 기다리던 직원들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하기까지 했다.“자기야, 나도 여기 적히는 거야?”“그럼. 평생 회원이니까 탈퇴도 안 돼. 알겠어?”“응. 나 안 나갈게.”민석은 서류철을 닫았다. 사모님이 남편을 놀리는 동안 대표는 또다시 청혼을 받은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둘 사이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일에도 수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날 저녁 태준은 약속대로 일찍 돌아왔다. 채아가 소파에서 발끝으로 슬리퍼를 밀고 있자 그는 넥타이도 풀기 전에 무릎을 굽혀 신발을 신겨 주었다. 채아는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내일 우혁을 다시 만나겠다고 알렸다. 태준은 손을 잠시 멈췄지만, 어느 식당인지와 언제 끝나는지를 물은 뒤 밤공기가 쌀쌀하다며 얇은 숄을 골라 주었다.다음 날 오후, 채아는 우혁과 호텔 근처의 레스토랑에 앉아 있었다. 창가 테이블은 꽃과 은색 식기로 꾸며져 있었고, 맞은편 남자는 그녀가 주문서를 넘기는 동안 계속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어제 남편 돈은 필요 없다며 큰소리치고 떠나더니, 오늘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해 온 참이었다.“왜 그렇게 뚱해? 나랑 데이트하는데 영광스러운 줄 알아야지.”“당신 남편, 내가 돈 안 받겠다는 얘기 듣고 뭐래?”“우리 여보? 자기가 밥 굶을까 걱정하던데.”우혁의 입가가 뒤틀렸다. 채아는 그 표정을 감상하며 물잔을 돌렸다. 남자들이 자기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는 건 익숙했지만, 태준은 언제나 경쟁에 끼어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게 재미없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을 간질였다.그때 직원
Terakhir Diperbarui : 2026-10-27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