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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호구의 허락

Auteur: 루니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7 10:57:11

“채아야, 나도 가끔 무섭다.”

그 말을 듣고도 채아는 남편의 뺨에 손을 얹은 채 웃었다. 연회장 대기실에는 장미 향과 식어 버린 차 냄새가 섞여 있었다. 문밖에서는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손님들의 발소리가 이어졌지만, 태준은 아내를 바라보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뭐가 무서운데? 내가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자꾸 꼬이는 거?”

“어느 날 자기가 나 없이도 괜찮다고 할까 봐.”

채아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런 걱정이라면 구두 한 켤레로도 달래 줄 수 있었다. 아까부터 남편의 손이 자신의 허리까지 오지 않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아이고, 우리 여보 또 청승이야? 내가 바람 좀 피운다고 남편 자리까지 뺏기겠어? 당신은 평생 내 호구야.”

태준은 웃으려다 끝내 고개만 끄덕였다. 채아가 그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지만, 그는 늘 하던 것처럼 한 번 더 해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채아는 괜히 입술을 문질렀다. 자신이 원한 건 이 남자가 질투하는 모습이지, 이렇게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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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남편은 호구랍니다   제20화. 다시 바람날 거야

    “언제까지 시험할 거냐고? 내 남편이 날 그만 사랑할 때까지. 그런데 그날은 안 올걸?”윤채아는 강우혁의 휴대전화 화면을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응급실 복도 끝에는 밤새 켜 둔 형광등이 희미하게 떨렸고, 열린 문틈으로는 소독약 냄새가 흘러나왔다. 사진 속 자신은 울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 얼굴을 남편도 봤을까 싶어 우혁에게 더 심술이 났다.“그 사진 지워. 내 우는 얼굴은 남편한테만 보여 줄 거야.”“그렇게 아끼는 남편 두고 왜 나를 만나?”“오빠가 나 꼬셨잖아. 이제 와서 양심 있는 척하면 내가 감동할 줄 알아?”우혁이 웃음을 거두자 채아는 돌아섰다. 커튼 안에서 태준이 일어나려는 모습이 보였다. 채아는 달려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붕대에서 풍기는 약 냄새와 셔츠에 밴 익숙한 향이 섞여 있었다. 다치지 않은 팔이 조심스럽게 등을 감싸자, 그제야 밤새 목구멍에 걸려 있던 숨이 내려갔다.“우리 애기, 왜 그래? 많이 놀랐어?”“입 다물어. 당신 또 운전하다 다치면 진짜 이혼이야. 그럼 내 평생 호구는 누가 해?”태준은 그녀의 머리칼만 쓰다듬었다. 채아는 더 안겨 있고 싶었지만 우혁이 지켜보는 게 싫어 먼저 몸을 뗐다. 남편이 아프다는 사실 앞에서 자신까지 달라졌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저택에 돌아왔을 때에는 새벽빛이 커튼 가장자리에 스며 있었다. 태준은 손목 때문에 단추를 채우기 힘들어했고, 채아는 투덜거리며 잠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그가 고맙다며 입맞춤을 청하자 그녀는 일부러 두 번이나 볼을 내밀었다. 그러나 태준이 잠들자 침대 옆에 놓인 열두 통의 부재중 기록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을 쓰다듬다가 결국 지워 버린 건 남편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었다.아침 식탁에는 태준이 좋아하는 따뜻한 국이 차려졌다. 그는 다친 손을 식탁 아래에 두고 수저를 들다가 채아가 현관으로 걸어가는 걸 봤다. 어제 입었던 옷 대신 짧은 원피스와 새 구두를 신었다. 외출 준비를 마친 아내의 얼굴에는 밤새 응급실을 뛰어다니던 흔적이 거의 없었다.“자

  • 재벌 남편은 호구랍니다   제19화. 울지 마, 여보

    “강우혁, 네가 왜 내 남편 침대 옆에 있어?”채아는 응급실 문을 밀어젖힌 채 멈춰 섰다. 흰 커튼 사이로 소독약 냄새가 번졌고, 침상에 앉은 태준의 이마에는 거즈가 붙어 있었다. 오른쪽 손목까지 붕대로 감긴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아까까지 목에 걸렸던 욕설이 사라졌다. 열두 통의 전화를 거절한 건 자신이었다. 그런데 다친 건 태준이었다.우혁은 침상 곁에서 휴대전화를 내렸다. 채아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느냐고 따지자 그는 자신도 사고 소식을 듣고 왔다는 말만 했다. 사진 속 세 번째 사람에 관한 약속은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채아는 그를 더 추궁하려다 침대 위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그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태준이 몸을 일으켰다. 침대 아래 놓인 슬리퍼를 찾다가 다친 손을 짚었는지 얼굴을 찌푸렸다.“우리 애기, 왔어? 비 맞았어?”“지금 그게 중요해? 당신 손은 왜 저래!”채아가 다가가자 태준은 멀쩡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젖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바닥을 펼쳐 보더니 가방 끈에 눌려 붉어진 손가락을 하나씩 만졌다. 간호사가 확인해 준 자신의 상처보다 아내의 작은 자국에 더 놀란 표정이었다.“손이 이렇게 차가운데 장갑은? 넘어지진 않았어?”“차태준, 당신 지금 환자야. 누굴 검사해!”“자기 손부터 보고 싶었어. 많이 놀랐지?”채아는 대꾸하지 못했다. 이마의 거즈 가장자리에 마른 핏자국이 보였다. 눈앞에 멀쩡히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도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빼내 태준의 어깨를 한 대 때릴 시늉만 했다.“씨, 진짜! 마누라 전화 안 받으면 집에서 기다려야지. 재벌이 운전기사도 없냐? 당신 죽으면 내 구두는 누가 사 줘?”태준은 웃다가 손목을 움츠렸다. 채아는 그 움직임에 놀라 얼른 팔을 받쳤다. 곧 손을 뗐지만 이미 눈가가 뜨거워져 있었다. 울고 싶지 않았다. 우혁이 보고 있는 앞에서라면 더더욱.“미안해. 전화하다 사고 난 건 아니야. 길에서 오토바이를 피하다가 그랬어. 다른 사람은 안 다쳤고, 검사도

  • 재벌 남편은 호구랍니다   제18화. 열두 통의 전화

    “여보, 열두 번이나 전화하면 내 몸에 위치추적기라도 달리는 줄 알아?”윤채아는 울리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열두 번째 부재중 전화였다. 강우혁이 알려 준 약속 장소는 강변의 작은 라운지였고, 창밖에는 늦은 비가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우혁은 나타나지 않았다. 호텔 사진에 비친 세 번째 사람 이야기를 해 주겠다더니, 답장도 없었다. 라운지 입구에는 늦은 손님을 기다리는 직원 하나만 남아 있었다. 채아는 잔에 남은 얼음을 포크로 건드렸다.처음 전화가 왔을 때는 태준이 걱정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다섯 번째에는 자신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궁금했고, 열 번째쯤에는 이쯤 했으면 남편이 화라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면에 쌓인 메시지는 하나같이 싱거웠다.‘자기야, 어디야? 데리러 갈게.’‘비 많이 와. 운전하지 말고.’‘혼내는 거 아니야. 무사한지만 알려 줘.’채아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입술을 삐죽였다. 겨우 약속 하나 어겼다고 저렇게 애걸하는 남자가 또 있을까. 오늘 아침에도 구두끈을 매 주며 자기 발목만 걱정하던 사람이었다.“아유, 이 호구. 나한테 화내랬지 누가 사랑 고백 열두 번 하랬어?”그 시각 태준은 운전대를 잡고 도심을 돌고 있었다. 아내가 집을 나설 때 입었던 옷과 구두를 기억하고, 평소 들르던 카페부터 우혁과 만났던 호텔 앞까지 확인했다. 기사가 쉬는 시간이어서 직접 차를 몰았다. 와이퍼가 빗물을 밀어 낼 때마다 신호등 불빛이 길게 번졌다.민석의 전화가 차량 스피커로 울렸다.“대표님, 사모님 성인이십니다. 연락이 안 된다고 무작정 돌아다니시면 안 됩니다. 어디 계신지만 확인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알아요. 그런데 채아가 오늘 우혁 씨한테 사진 얘기를 들으러 간다고 했어요. 누가 그 방에 있었는지도 모르잖아요.”“그렇다고 대표님이 위험해지시면요?”태준은 대답 대신 속도를 줄였다. 채아가 연락 한 번만 해 줬으면 곧장 돌아갈 생각이었다. 집에서 기다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내가 비

  • 재벌 남편은 호구랍니다   제17화. 내 돈으로 혼나줘

    “여보, 나 좀 혼내 봐. 당신 마누라가 딴 남자랑 호텔에 갔는데 방에 누가 더 있었는지도 모른대.”채아가 서재 책상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었다. 민석이 확대해 놓은 사진에는 장식장 유리에 비친 손과 휴대전화 모서리가 남아 있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자신인데 정작 촬영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우혁은 객실에 둘만 있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전화를 받겠다며 나갔고, 돌아오지 않았다.“태준 씨, 호텔 측 회신이 오기 전까지 자료를 보존하겠습니다. 상대방 신원은 추측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민석이 태블릿을 챙겼다. 태준은 아내가 보고 있던 사진을 가린 뒤 서류를 건넸다. 민석은 호텔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우혁과 주고받은 연락도 그대로 보관해 달라고 요청했다. 채아는 제 연애 기록까지 증거가 되는 게 우스워 투덜댔지만, 태준이 원본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자 휴대전화에서 손을 뗐다. 잠시 후 문이 닫히자 서재에는 오래된 시계가 움직이는 소리만 남았다. 채아는 굳은 얼굴의 남편을 내려다봤다. 이번만큼은 그가 화를 낼 것 같았다.“왜, 드디어 질투 나? 나한테 소리라도 질러 봐. 내가 얼마나 예쁜 죄인인지 재판해 보라고.”“자기가 위험한 상황에 있었을지도 모르잖아.”“그 얘기 말고! 내가 바람피운 거. 그걸로 혼내 달라고.”태준은 책상 모서리에 걸쳐 있던 아내의 구두를 바닥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발을 내딛기 좋도록 코앞에 돌려놓는 손길이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채아는 일부러 구두를 신지 않았다. 남편이 자기를 붙들어 줄 이유 하나쯤 남겨 두고 싶었다.“내가 우혁 오빠랑 또 만난다고 하면?”“싫어.”이번에는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다. 채아는 눈을 깜빡였다.“어머, 우리 호구 고장 났네. 한 번 더 해 봐.”“싫어, 채아야. 자기가 다른 사람이랑 있는 걸 보면 속상해. 사진이 퍼졌을 때는 무섭기도 했어.”태준은 말을 마치고 입술을 다물었다. 아내가 웃어넘길까 봐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채아는 그의 셔츠 깃을 잡아당기려다 멈췄다. 장난을 치

  • 재벌 남편은 호구랍니다   제16화. 그날 밤의 빈방

    “오후 4시 17분? 내가 아침에 보낸 불륜 사진에 왜 오후 시간이 찍혀 있어?”채아는 민석의 휴대전화를 빼앗듯 받아 들었다. 화면 속 디지털 시계는 분명 16:17을 가리켰다. 호텔 침대에 기대 웃고 있는 자신과 우혁의 얼굴은 익숙했지만, 사진을 찍었던 순간만큼은 선명하지 않았다. 전날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두 사람은 같은 객실에 있었고, 채아는 가장 남편을 약 올릴 만한 사진을 골라 보냈을 뿐이었다.“사모님, 사진을 전송한 시각과 촬영한 시각은 다릅니다. 우선 호텔 기록부터 확인해야 합니다.”“그럼 내 기억력이 나쁘다는 거야? 비서님, 내가 예쁘다고 머리까지 장식품인 줄 알아?”“그런 뜻 아닙니다. 그리고 사진을 확보한 경로도 확인해야 합니다.”우혁은 응접실 끝에 서서 팔짱을 꼈다. 조금 전까지 사진을 내놓으라며 채아를 몰아붙이던 남자가 시계 숫자 앞에서는 말을 아꼈다. 채아는 일부러 그에게 휴대전화를 들이밀었다.“오빠, 우리 오후에도 사진 찍었어? 나랑 놀기 바빠서 시간 가는 줄 몰랐나 봐?”“내가 그날 날짜까지 외워야 해?”“어머, 연애는 해 놓고 기억은 남편한테 외주 줬어?”태준은 채아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가 흔들리지 않도록 받쳐 주었다. 그는 시계보다 사진 가장자리를 오래 살폈다. 아내가 실제로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자기에게 보낸 사적인 사진이 행사장 화면까지 흘러간 과정에는 누군가의 손이 있었다.“자기야, 그 사진 직접 보낸 건 맞지?”“맞아. 다른 남자랑 잔 것도 맞고. 나 그거 거짓말한 적 없어. 그런데 왜 당신은 자꾸 내가 억울한 일 당했는지만 걱정해?”“자기가 한 선택이랑 남이 사진 퍼뜨린 건 다른 일이니까.”태준은 아내를 바라보다 손끝으로 사진에 묻은 지문을 닦았다. 채아가 웃고 있는 얼굴 옆에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속상했다. 하지만 누군가 그 사진을 몰래 퍼뜨릴 수 있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빼앗길지 몰랐다. 태준은 화가 나도 아내에게 묻고 싶지 않은 질문을 삼켰

  • 재벌 남편은 호구랍니다    제15화. 불륜 사진 경매

    “의장님, 이 사진도 회사 자산으로 잡으실 거예요? 제 남편 망신값은 제가 받아야 하는데.”채아가 호텔 사진을 회의 탁자에 밀어 놓자, 이사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모였다. 흐트러진 이불 위에 채아와 강우혁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누군가는 헛기침을 했고, 오혜진은 사진을 뒤집었다. 회의실 끝에 앉은 태준은 아내가 입고 온 얇은 원피스 어깨만 바라봤다. 냉방이 지나치게 셌다.“윤채아 씨, 이건 이사회에서 판단할 자료가 아닙니다.”“저 때문에 회의를 여셨잖아요. 그런데 당사자가 증거까지 가져오니까 싫으세요? 어머, 심사위원님들 눈이 아주 귀하네.”의장이 수행 직원에게 사진을 치우라고 손짓했다. 채아는 재빨리 사진을 집어 가방에 넣었다. 태준이 다가와 어깨에 겉옷을 걸쳐 주자 그녀는 사람들이 보란 듯 남편의 넥타이를 당겼다.“우리 여보, 이 사람들 앞에서도 나 예뻐?”“응. 근데 사진은 함부로 보여 주지 마. 자기 얼굴 모르는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거 싫어.”“바람피운 마누라보다 사진 뺏길까 봐 걱정하는 거야? 아주 사랑에 미쳤네.”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태준은 따라 웃지 않았다. 사진 속에서 아내가 웃는 이유를 자신은 모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채아는 그 얼굴을 보자 괜히 그의 손을 더 꼭 잡았다.오혜진은 흩어진 서류를 가지런히 모았다. 그녀는 태준의 경영 실적을 따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채아가 이사회에 불륜 사진을 들고 온 행동까지 감싸지는 않았다. 채아는 그 말을 듣고도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을 꾸짖는 건 좋았다. 남편까지 싸잡아 무능하다고 부르는 것만 아니면 됐다.회의가 중단되자 민석이 두 사람을 옆 응접실로 안내했다. 민석은 복도로 나오자마자 보안 담당자에게 이사회에서 꺼낸 사진이 추가로 촬영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가 휴대전화 두 대를 번갈아 붙잡고 있는 사이, 태준은 아내가 벗어 놓은 외투를 주워 팔에 걸었다.그곳에는 뜻밖에도 우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채아가 사진을 들고 본사에 왔다는 연락을 듣고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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