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아가 우혁의 손을 들어 올리자 태준의 무릎 위에 놓였던 코트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방금 아내는 남편 앞에서 다른 남자와 공개 연애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태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코트에 묻은 먼지를 털어 주는 것이었다.“우리 애기, 진짜 사람들이 다 아는 데서 만나려고?”“응. 왜, 창피해? 그럼 당신도 애인 하나 만들든가. 아, 안 되겠다. 당신은 나 없이 키스도 못 하잖아.”채아가 남편 턱을 손끝으로 살짝 들어 올렸다. 태준은 그 손가락이 자기 입술에 닿을까 기다렸다가, 그녀가 손을 거두자 조용히 코트를 접었다. 우혁은 잡은 손에 힘을 주며 태준을 노려봤다.“허락하신 거죠? 나중에 딴말하지 마십시오.”“허락할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 채아가 선택한 거니까요.”“우리 여보 착한 거 봐. 당신 얼굴로 태어나서 이렇게 호구짓하기도 쉽지 않은데.”채아는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이 잡아 달라고 내밀었던 손으로 다른 남자 손을 잡고 있는데도 그는 따지지 않았다. 다만 코트 안감을 몇 번이나 펴는 걸 보니 서운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조금만 더 놀리면 드디어 질투 한마디쯤 들을 수 있겠지.민석은 휴대전화 메모장에 일정을 적다가 펜을 찾는 시늉만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진 유출 문제를 정리하던 자리였다. 상대가 돈을 거절하는 것까지는 예상했지만, 공개 데이트의 날짜와 장소를 자기 눈앞에서 정하게 될 줄은 몰랐다.“사모님, 이 관계가 언론에 노출되면 대표님뿐 아니라 회사 행사까지 영향을 받습니다.”“어머, 그러면 저도 연예인이야? 비서님, 내 기사 나오면 예쁜 사진으로 골라 줘.”“사진을 골라 드리는 일이 아닙니다.”“그럼 남편 사진 옆에 붙여 줘. 재벌은 내 남편이고, 남친은 내 남친이라고. 헷갈리지 않게.”민석이 길게 숨을 뱉었다. 태준은 그런 비서를 달래듯 어깨를 두드린 뒤 채아에게 물었다.“내일 몇 시에 나가? 아침에 비 온다는데.”“당신 마누라 데이트 시간표까지 외우려고? 여보, 진짜 나한테 미쳤어
최신 업데이트 : 2026-10-2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