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남편은 호구랍니다

재벌 남편은 호구랍니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28
By:  루니In-update ngayon lang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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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또 바람피웠어! 이번 놈은 얼마 줄 거야?” 불륜 사진을 남편에게 직접 보내는 뻔뻔한 재벌 사모님 윤채아! 그런데 남편 차태준의 반응이 더 가관이다. “우리 애기, 밥은 먹었어? 돈은 내가 해결할게.” 💸 “아잉, 여보! 역시 우리 호구 남편이 최고야♡” 애인과 데이트할 땐 남편표 도시락, 불륜 뒤처리는 남편 지갑! 그런데 어느 날, 그 착한 남편이 이혼 서류를 찢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여자에게 꽃까지 받는다고?! 🔥“야! 내 남편한테 누가 꼬리 치래?” “여보! 이 집 바람 담당은 나야! 당신은 평생 나만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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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anata 1

제1화. 여보, 이번 놈은 얼마?

“여보, 나 딴 남자랑 호텔이야. 침대 사진도 보냈어. 이번엔 질투 좀 해봐.”

윤채아는 남편에게 사진을 보내고도 부족했는지 화면을 확대했다. 흐트러진 이불 위로 자신과 강우혁의 얼굴이 나란히 잡혀 있었다. 일부러 손가락의 결혼반지를 빼고 찍었다. 누가 봐도 남편이 아닌 남자와 밤을 보낸 여자의 사진이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스위트룸에는 늦은 아침 햇살이 들었다. 협탁엔 마시다 만 샴페인 잔이, 바닥엔 채아가 벗어 던진 구두 한 짝이 뒹굴었다. 우혁은 침대 끝에 앉아 셔츠 소매를 걷다가 채아의 휴대전화를 힐끗 봤다.

“누구한테 보낸 거야?”

“우리 남편.”

“당신 정말 미쳤구나.”

“이제 알았어? 근데 나한테 반한 남자들은 꼭 그 소리 하더라.”

채아는 립스틱을 고쳐 바르며 웃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뻔했다. 평생 화 한번 제대로 안 내는 남편에게서 기어코 질투하는 얼굴을 보는 것. 차태준은 아내가 새벽에 들어와도 우유를 데웠고, 다른 남자에게 꽃을 받아와도 꽃병부터 찾았다. 재계에서는 한마디에 임원들이 일어서는 남자가 집에서는 아내의 슬리퍼를 가지런히 놓았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채아는 입술을 씰룩였다.

“어머, 우리 호구 반응 빠르네.”

‘우리 애기, 어제 늦게 잤어? 조식 시간 끝나기 전에 뭐라도 먹어.’

채아는 곧장 전화를 걸었다.

“차태준, 내가 보낸 사진 안 보여?”

“봤어. 자기는 잘 나왔더라.”

“옆에 남자도 보였어?”

“응. 근데 자기 어깨가 추워 보여. 에어컨 세게 틀었나?”

채아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호텔 복도 쪽으로 걸어가며 문을 닫자 우혁의 웃음이 멀어졌다.

“여보! 내가 지금 당신 몰래 다른 남자랑 잤다고!”

“몰래는 아니잖아. 자기가 방금 알려줬는데.”

“이걸 말이라고 해? 화도 안 나?”

태준은 대답하기까지 잠깐 뜸을 들였다. 막 끝난 태성그룹 투자 회의 자료가 그의 책상에 펼쳐져 있었다. 협상 상대의 숫자 하나도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아내의 사진 앞에서는 손끝이 굳었다. 웃고 있는 채아 옆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 태준은 책상 모서리에 세워 둔 결혼사진을 내려다봤다. 사진 속 채아는 지금과 똑같이 웃고 있었고, 그 곁에는 분명 자신이 서 있었다.

“조금 속상해. 그래도 자기가 아픈 게 더 싫어. 아침 먹었어?”

“와, 씨. 당신은 내가 바람나도 밥이 먼저야?”

“우리 애기 굶으면 속 쓰리잖아.”

“진짜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어.”

“응. 자기 호구 할게. 대신 밥만 먹어주라.”

채아는 화가 나서 웃음이 터졌다. 그때 통화를 듣던 우혁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가 ‘그 남편 대단하네’라는 입 모양을 하자 채아는 보란 듯 남편에게 더 크게 말했다.

“여보, 이 남자가 나 만나려고 회사도 그만둔대. 퇴직 위약금이 있다는데?”

“얼마인데?”

“몰라. 당신이 알아봐. 나 남자랑 노느라 바빠.”

“응, 우리 공주님. 내가 확인해볼게.”

태준은 통화를 끊고 비서실장 박민석을 불렀다. 집무실 문이 열리자 그는 호텔 사진을 보여주려다 아내의 얼굴이 드러난 화면을 먼저 가렸다. 남의 눈에 아내 사생활을 내놓고 싶지는 않았다.

“민석 씨, 퇴직 계약에 위약금이 붙는 경우가 있죠?”

“계약에 따라 다릅니다. 누구 퇴직입니까?”

“우리 채아가 만나는 남자요. 채아랑 더 자주 만나고 싶다고 직장 그만둔다네요.”

민석은 서류철을 떨어뜨릴 뻔했다.

“대표님. 사모님이 지금 외간 남자랑 호텔에 계신 겁니까?”

“네. 그런데 그분이 돈 때문에 곤란해지면 채아도 마음 불편하잖아요.”

“대표님 마음은 안 불편하십니까?”

태준은 펼쳐진 회의 자료를 내려다봤다. 아까부터 같은 줄을 세 번 읽고 있었다.

“불편해요. 그래도 채아한테 화부터 내고 싶진 않아요. 계약 내용 확인하고, 실제 지급할 의무가 있으면 제 개인 돈으로 처리할 방법 알아봐 주세요.”

민석은 한숨을 삼켰다. 태준은 잠시 망설이다 호텔 주방에도 연락했다. 채아가 좋아하는 전복죽과 생강을 뺀 반찬, 찬물을 싫어하는 아내를 위한 따뜻한 차까지 주문하고 나서야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얼마 뒤 객실에 음식이 도착했다. 채아는 쟁반에 붙은 쪽지를 읽었다.

‘우리 애기, 잘 놀아도 밥은 꼭 먹어. 사랑해.’

“아유, 진짜 못 살아. 남편이 이렇게 착하면 바람피우는 재미도 없잖아.”

입으로는 투덜대면서도 채아는 죽을 한 숟갈 떠먹었다. 취향을 정확히 맞춘 맛에 기분이 풀렸고, 우혁이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자 오히려 더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남편이 좋으면 집에 가지그래?”

“당신 질투해? 우리 여보도 안 하는 걸?”

“네 남편이 나한테 돈을 준다고?”

“응. 당신 직장 문제 해결해 준대. 착하지?”

우혁이 웃음을 거두었다. 채아는 그 표정을 보고 다시 장난기가 동했다. 빈 그릇을 찍어 태준에게 보냈더니 곧바로 답장이 왔다.

‘다 먹었네! 우리 애기 최고. 저녁엔 내가 데리러 갈까?’

채아는 그 문자를 우혁에게 보여주며 전화를 눌렀다. 태준은 첫 신호음에 받았다.

“자기야, 배불러? 더 시켜줄까?”

채아는 우혁이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를 켰다. 이번에도 남편이 무슨 대답을 할지 궁금했다. 그러자 우혁이 다가와 귀에 무언가 속삭였다. 채아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녀는 입가에 묻은 죽을 냅킨으로 닦고 웃었다.

“여보, 근데 이번엔 남자가 돈을 안 받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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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여보, 이번 놈은 얼마?
“여보, 나 딴 남자랑 호텔이야. 침대 사진도 보냈어. 이번엔 질투 좀 해봐.”윤채아는 남편에게 사진을 보내고도 부족했는지 화면을 확대했다. 흐트러진 이불 위로 자신과 강우혁의 얼굴이 나란히 잡혀 있었다. 일부러 손가락의 결혼반지를 빼고 찍었다. 누가 봐도 남편이 아닌 남자와 밤을 보낸 여자의 사진이었다.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스위트룸에는 늦은 아침 햇살이 들었다. 협탁엔 마시다 만 샴페인 잔이, 바닥엔 채아가 벗어 던진 구두 한 짝이 뒹굴었다. 우혁은 침대 끝에 앉아 셔츠 소매를 걷다가 채아의 휴대전화를 힐끗 봤다.“누구한테 보낸 거야?”“우리 남편.”“당신 정말 미쳤구나.”“이제 알았어? 근데 나한테 반한 남자들은 꼭 그 소리 하더라.”채아는 립스틱을 고쳐 바르며 웃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뻔했다. 평생 화 한번 제대로 안 내는 남편에게서 기어코 질투하는 얼굴을 보는 것. 차태준은 아내가 새벽에 들어와도 우유를 데웠고, 다른 남자에게 꽃을 받아와도 꽃병부터 찾았다. 재계에서는 한마디에 임원들이 일어서는 남자가 집에서는 아내의 슬리퍼를 가지런히 놓았다.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채아는 입술을 씰룩였다.“어머, 우리 호구 반응 빠르네.”‘우리 애기, 어제 늦게 잤어? 조식 시간 끝나기 전에 뭐라도 먹어.’채아는 곧장 전화를 걸었다.“차태준, 내가 보낸 사진 안 보여?”“봤어. 자기는 잘 나왔더라.”“옆에 남자도 보였어?”“응. 근데 자기 어깨가 추워 보여. 에어컨 세게 틀었나?”채아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호텔 복도 쪽으로 걸어가며 문을 닫자 우혁의 웃음이 멀어졌다.“여보! 내가 지금 당신 몰래 다른 남자랑 잤다고!”“몰래는 아니잖아. 자기가 방금 알려줬는데.”“이걸 말이라고 해? 화도 안 나?”태준은 대답하기까지 잠깐 뜸을 들였다. 막 끝난 태성그룹 투자 회의 자료가 그의 책상에 펼쳐져 있었다. 협상 상대의 숫자 하나도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아내의 사진 앞에서는 손끝이 굳었다. 웃고 있는 채아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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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불륜남 정산표
“돈을 안 받는다고?”태준이 수화기 너머로 되물었다. 채아는 호텔 소파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맞은편에서 시계를 차는 우혁을 구경했다. 남편은 화를 내기는커녕 상대가 퇴직하면 생활이 어려워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응. 우리 여보 돈도 싫다네. 나한테 홀딱 반했나 봐.”“그분이 손해 보는 건 없었으면 좋겠는데.”“아휴, 내 남편 착한 척은. 그럴 거면 나한테도 돈 줘. 난 당신 사랑해 주느라 바쁘잖아.”“자기한테는 내 카드 있잖아. 모자라?”“말귀를 못 알아먹어. 끊어, 이 호구야.”채아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우혁은 자신의 이름을 남편 앞에서 장난감처럼 굴리는 태도가 못마땅한지 입을 다물었다. 채아는 그 표정조차 재밌었다. 남자 둘을 동시에 약 올려도 결국 자신을 달래는 쪽은 태준이었다. 우혁은 호텔 문 앞에서 채아의 코트까지 입혀 주려다 그녀가 남편에게 받은 전화를 다시 확인하는 걸 보고 손을 거뒀다. 채아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얼굴이 잘생겼다고 해서 제 기분까지 맞춰 줄 의무는 없었다. 다만 평소처럼 인사 한마디 없이 가버리는 건 아쉬웠다. 다음에 또 만나면 되지. 채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남편이 보내 준 차에 올라탔다.오후가 되자 태준의 저택에 돌아온 채아는 현관에 굴러다니는 자신의 구두를 벗어 놓았다. 거실 탁자에는 과일 접시와 작은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태준은 퇴근 전에 꽃을 보내면서도 가시에 손이 찔릴까 줄기를 짧게 잘라 달라고 당부했다.꽃다발 옆에는 두꺼운 서류철도 있었다. 박민석이 그 앞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채아의 쇼핑 영수증만 봐도 미간부터 찌푸리는 사람이 오늘은 더 심각했다.“사모님, 대표님께 보고드린 개인 비용 내역입니다. 이번 건을 처리하기 전에 직접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어머, 우리 남편이 나한테 쓴 돈 자랑하려고?”“사모님과 관련된 분쟁 합의금입니다. 회사 돈은 한 푼도 쓰지 않았고요.”민석이 펼친 장부에는 날짜와 지급 명목, 변호사 검토 여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계약 해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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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우리 애기 화났어?
‘차태준.’장부 맨 아래 남편 이름을 적은 채아가 펜을 놓자 민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불륜 상대에게 지급한 비용을 정리한 서류에 대표 이름까지 올라갔으니, 이젠 무슨 항목으로 분류해야 할지 막막했다.“사모님, 대표님은 왜 적으십니까?”“내 남자잖아요. 게다가 제일 돈 많이 쓰는 남자. 이런 우수 고객을 빼놓으면 장부가 섭섭하지.”통화 화면 속 태준이 웃었다. 채아가 자신을 ‘내 남자’라고 부른 게 그렇게 좋았는지, 회의실에서 기다리던 직원들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하기까지 했다.“자기야, 나도 여기 적히는 거야?”“그럼. 평생 회원이니까 탈퇴도 안 돼. 알겠어?”“응. 나 안 나갈게.”민석은 서류철을 닫았다. 사모님이 남편을 놀리는 동안 대표는 또다시 청혼을 받은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둘 사이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일에도 수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날 저녁 태준은 약속대로 일찍 돌아왔다. 채아가 소파에서 발끝으로 슬리퍼를 밀고 있자 그는 넥타이도 풀기 전에 무릎을 굽혀 신발을 신겨 주었다. 채아는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내일 우혁을 다시 만나겠다고 알렸다. 태준은 손을 잠시 멈췄지만, 어느 식당인지와 언제 끝나는지를 물은 뒤 밤공기가 쌀쌀하다며 얇은 숄을 골라 주었다.다음 날 오후, 채아는 우혁과 호텔 근처의 레스토랑에 앉아 있었다. 창가 테이블은 꽃과 은색 식기로 꾸며져 있었고, 맞은편 남자는 그녀가 주문서를 넘기는 동안 계속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어제 남편 돈은 필요 없다며 큰소리치고 떠나더니, 오늘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해 온 참이었다.“왜 그렇게 뚱해? 나랑 데이트하는데 영광스러운 줄 알아야지.”“당신 남편, 내가 돈 안 받겠다는 얘기 듣고 뭐래?”“우리 여보? 자기가 밥 굶을까 걱정하던데.”우혁의 입가가 뒤틀렸다. 채아는 그 표정을 감상하며 물잔을 돌렸다. 남자들이 자기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는 건 익숙했지만, 태준은 언제나 경쟁에 끼어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게 재미없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을 간질였다.그때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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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정신 차려, 재벌님
“사모님한테 진심이라는데, 남편분은 계속 케이크나 자르실 겁니까?”강우혁이 식탁을 짚자 잔에 담긴 물이 찰랑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채아가 흘리는 농담에 웃던 남자가 태준을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정작 태준은 딸기 크림이 묻은 포크를 내려놓고 아내의 무릎부터 살폈다. 물이 튀어 원피스가 젖을까 걱정한 것이다.근처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손님들이 고개를 들었다. 채아는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의 왼편에는 남편, 맞은편에는 애인이 앉아 있었다. 이 화려하고 망신스러운 자리가 마음에 드는 건 채아뿐이었다. 그녀는 행여 남편이 민망해서 돌아갈까 봐 그의 재킷 소매를 꼭 잡아 두었다.“채아야, 괜찮아? 옷 안 젖었어?”“아이고, 우리 여보. 당신 마누라 뺏겠다는 남자가 앞에 있잖아.”“알아. 그래도 자기가 먼저지.”채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혁의 얼굴이 굳는 걸 보자 더 장난치고 싶어졌다. 그녀는 태준의 넥타이를 손끝으로 당겨 바로잡고는 남편 앞에 놓인 케이크에서 딸기 하나를 집어 그의 입술에 밀어 넣었다. 태준은 반사적으로 받아먹으면서도 아내가 손을 다칠까 포크 끝을 잡았다.“봤지? 우리 남편은 나한테 져주는 게 취미야. 그러니까 둘이 싸울 거면 나한테 허락부터 받아.”우혁은 웃지 않았다. 대신 의자에 걸어둔 재킷에서 명함과 얇은 제안서 봉투를 꺼냈다. 봉투 앞면에는 태성그룹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태준은 그제야 서류로 시선을 옮겼다. 아내의 데이트 상대가 자신에게 업무 자료를 내민 이유를 이해하려는 듯 페이지를 펼쳤다.태준은 방금 전까지 채아의 입술에 묻은 크림을 냅킨으로 닦아 주던 손으로 서류의 거래 조건을 훑었다. 금액 옆에 빠진 근거 자료, 상대 회사의 불분명한 자격부터 짚는 눈길이 빨라졌다. 그것을 본 채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남자, 마누라 일에선 그렇게 맹하더니 계약서만 들면 갑자기 똑똑해지는 게 분명했다. 남편의 그런 얼굴이 은근히 멋있어 보였다는 사실이 짜증 났다.“아, 회사 쪽 계약 때문에 만나자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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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구두값은 사랑값
“3년 전 사진 한 장으로 내 남편 협박하려고? 오빠, 그렇게까지 나한테 매달리고 싶어?”채아는 태준 앞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화면 속에는 지금보다 머리가 짧았던 자신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촬영 날짜만큼은 선명했지만, 사진의 나머지 부분은 우혁의 손가락에 가려져 있었다. 그는 채아가 화면을 넘기려 하자 재빨리 휴대전화를 가져갔다.“이 사진이 뭔지 남편한테 설명해 봐.”“왜? 내가 옛날에도 예뻤다는 증거 제출해야 해?”채아는 의자에 걸친 코트를 집어 들었다. 조금 전까지 남자 둘을 한자리에 앉혀 놓고 즐기던 기분이 깨졌다. 우혁이 과거를 무기처럼 꺼낸 것도 짜증 났지만, 그 사진을 본 태준이 아무 말 없이 손을 거둔 게 더 신경 쓰였다.태준은 사진을 다시 보여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채아의 벗은 어깨에 코트를 걸쳐 주며 물었다.“자기야, 저 사람이 자기를 곤란하게 하는 거야?”“아니거든? 내가 누구 때문에 곤란할 여자야?”“그럼 됐어. 밖에 바람 부니까 단추 잠가.”채아는 남편 얼굴을 올려다봤다. 물어야 할 걸 묻지 않는 다정함이 오늘은 얄미웠다. 속상한 티라도 내면 품에 안아 줄 텐데 태준은 코트 깃만 여며 줬다. 우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대표님, 사진이 궁금하지도 않습니까?”“채아가 말하고 싶을 때 들으면 됩니다. 대신 그걸로 겁주지는 마세요.”태준은 조금 전까지 잡고 있던 아내의 손을 바라봤다. 해명을 강요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 손을 놓고 싶진 않았다.짧고 분명한 말에 우혁이 입술을 다물었다. 채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태준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를 데리고 식당을 나서면서도 고개를 한 번 돌려 우혁에게 웃어 보였다. 나중에 전화하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흔든 건 순전히 심술이었다.차에 타자 태준은 평소처럼 안전벨트를 먼저 확인했다. 채아는 벨트를 매던 그의 손목을 잡고 자신 쪽으로 당겼다.“여보, 내가 다른 남자랑 호텔 간 거 화 안 나?”“속상하지. 자기가 나랑만 있어 주면 더 좋겠어.”“그럼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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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비서님, 수표 줘요
“여보가 사 준 구두 신고 딴 남자 만나러 가니까 기분이 어때?”채아는 조수석에 앉자마자 남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우혁의 차가 저택을 빠져나가는 동안 창밖으로 아직 현관에 서 있는 태준이 보였다. 그는 아내의 새 구두가 차 문에 걸리지 않았는지 살피느라 통화가 연결된 것도 한 박자 늦게 알아챘다.“예뻐. 발은 안 아프고?”“당신 지금 내 애인이랑 데이트하는 거 보고 있잖아.”“응. 신발이 좀 높아서 걱정돼. 돌아올 땐 편한 거 신어.”우혁이 핸들을 잡은 채 비웃었다. 채아는 듣기 좋으라는 듯 휴대전화를 스피커로 돌렸다.“여보, 오늘 키스도 할 건데?”태준은 현관 계단에서 천천히 내려오다가 멈췄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아내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잠깐 목울대를 움직였다.“자기야, 립스틱 지워지면 새로 발라. 가방 안쪽에 넣어 뒀어.”“아, 진짜! 당신은 속상하지도 않아?”“속상해. 근데 자기 발 아픈 건 싫어.”채아는 대답 대신 통화를 끊었다. 남편이 어제 직접 채워 준 발목끈이 발등을 꼭 감싸고 있었다. 우혁은 그녀의 휴대전화를 한 번 흘겨봤다.“그 인간이랑 살면서 날 만나는 이유가 뭔데?”“재미있으니까. 오빠는 나 만나면서 취업 상담까지 받잖아. 우리 남편한테 잘해. 그렇게 순한 재벌 흔치 않아.”우혁은 손가락으로 방향지시등을 거칠게 밀었다. 채아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오빠도 우리 남편 질투해? 어머, 나 인기 정말 많다.”“네 남편은 아무리 봐도 정상 아니야.”“나한테 저렇게 해 주는 남자는 하나뿐이거든.”우혁은 더 묻지 않았다. 차 안에 흐르던 음악만 조금 커졌다. 채아는 곧 지루해져 창밖을 바라봤다. 남편을 약 올릴 생각으로 나왔는데 그가 정말 속상하다고 말한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채아는 자신에게 이런 기분을 들게 한 태준이 괘씸했다.오후 늦게 돌아온 채아를 기다리는 건 박민석이었다. 거실 긴 탁자에 서류 두 부와 봉투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코트를 벗어 소파에 던지고 앉았다. 새 구두 굽이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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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 마누라 누구 거야?
“대표님, 사모님 계좌로 10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박민석이 이체 내역을 내밀자 차태준은 서류보다 소파에 앉은 아내를 먼저 봤다. 채아는 휴대전화의 입금 알림을 확대해 놓고 발끝을 까딱이고 있었다. 유리잔의 얼음이 녹아 물방울이 맺혔지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여보, 나한테 100억 주고도 이렇게 좋아? 당신 진짜 호구 자격증 있겠다.”“자기가 갖고 싶다고 했잖아. 부족하면 말해.”“부족하지. 당신 사랑은 돈으로 못 사는데.”태준이 반색하며 다가오자 채아는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밀었다. 입술을 달라고 내민 얼굴이 너무 순해서, 기어이 웃음이 새어 나왔다.민석은 이체 내역을 접으며 개인 자금 출처와 세무 검토부터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채아는 태준의 넥타이를 당겨 입맞춤하는 것으로 대답했다. 민석은 시선을 돌렸다. 대표가 서명해야 할 서류는 여전히 그의 손에 있었다.그날 저녁 태성그룹의 문화 후원 행사가 열렸다. 호텔 연회장 입구에는 취재진이 늘어서 있었고, 안쪽 벽면의 대형 화면에는 기업 홍보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채아는 태준에게 선물받은 구두를 신고 차에서 내렸다. 반짝이는 발목 장식 아래로 전날 신발끈이 스쳤던 자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채아는 유리문에 비친 제 모습을 훑었다. 계좌에 들어온 100억보다 마음에 드는 건 남편이 직접 신겨 준 구두였지만, 그런 말을 입 밖에 낼 생각은 없었다. 태준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붙은 작은 실밥을 떼어 주자 채아는 사람들이 본다며 그의 손을 탁 쳤다. 그러고는 그 손이 다시 다가오기를 기다렸다.“우리 애기, 발 괜찮아? 다른 구두 차에 실어놨어.”“여보, 카메라 앞에서 내 발만 보지 마. 당신 마누라 얼굴이 이렇게 비싼데.”태준은 웃으며 팔을 내밀었다. 사진 촬영 구역 바닥에는 부부가 설 위치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집에서 몇 번이나 채아와 나란히 서는 연습을 했다. 아내가 자기 팔짱을 끼고 웃어 주는 사진 한 장이면 오늘 늦게까지 일한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채아는 그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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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남편이 더 문제야
“야, 저거 끄라고! 내 사진 보려면 입장료부터 내!”연회장 벽을 가득 채운 호텔 사진 앞에서 윤채아가 먼저 소리쳤다. 강우혁과 나란히 누운 자신의 얼굴이 대형 화면에 떠 있는데도 그녀가 화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남들이 허락도 없이 가장 예쁜 사진을 구경하고 있다는 것. 채아는 물잔을 내려놓고 치맛자락을 정리했다. 취재진의 카메라가 자신에게 돌아오자 도망가는 대신 턱을 들었다.차태준은 곧장 아내의 앞을 막아섰다. 커다란 체격으로 렌즈를 가리면서도 채아의 손목은 잡지 않았다. 조금 전 손잡기를 거절당한 일이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우리 애기, 눈부시지? 내 뒤로 와.”“여보, 내 얼굴만 가리면 뭐 해? 저기 침대까지 다 나왔잖아!”“그건…… 민석 씨가 끄고 있어.”박민석은 이미 영상 조정실로 뛰어가고 있었다. 행사장 직원이 재생 장치를 끄자 사진이 사라지고 어두운 화면이 남았다. 그러나 객석 여기저기에서 휴대전화가 올라와 있었다. 민석은 직원에게 원본 송출 기록을 보관하도록 지시하고, 취재진 쪽으로 가서 촬영물의 무단 유포를 삼가 달라고 요청했다. 화면을 한 번 끈다고 이미 찍힌 사진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출입구 쪽에서는 기자 한 명이 동료에게 화면을 보여 주며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태준은 그들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아내 쪽으로 몸을 틀었다. 채아가 입고 온 반짝이는 드레스가 오늘따라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그래도 그녀의 어깨를 감싸지는 않았다. 채아가 원치 않으면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자신이었으니까.사회자가 다음 순서를 안내하는 동안 태준은 채아를 대기실로 데려갔다. 우혁은 따라오려 했으나 채아가 손바닥을 들어 막았다.“오빠는 여기 있어. 오늘 남편이랑 할 얘기 있거든.”“내가 사진 속 남자인데?”“알아. 얼굴 잘 나왔더라. 그만큼 봤으면 됐잖아.”우혁의 턱이 굳었다. 그는 두 사람이 들어가는 문을 한동안 바라봤지만 따라 들어오지는 않았다. 채아는 그가 화를 내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손거울부터 꺼냈다. 사진 속에선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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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여보가 좋아서 그래
‘회장 사모님 내연남.’민석의 태블릿에 뜬 제목을 읽은 채아가 손을 뻗었다. 익명 게시글에는 조금 전 행사장에서 찍힌 사진 두 장이 붙어 있었다. 남편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모습과 우혁이 자신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댄 순간이었다. 그 아래엔 ‘대표님만 모르시는 건가요?’라는 문장까지 적혀 있었다.채아는 화면을 위아래로 훑다가 코웃음을 쳤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제법 구도를 알았다. 태준이 내민 손을 자신이 거절하는 장면만 교묘하게 남겨 놓았다. 손끝에 남았던 남편의 체온이며, 그가 구두를 걱정하던 말은 어느 사진에도 담기지 않았다.“아니, 내 연애사를 회사 게시판에 올릴 정도로 한가해? 월급을 왜 받아, 이 사람들은?”“사모님, 댓글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민석이 화면을 넘기자 태준이 태블릿을 받아 들었다. ‘호구 대표’라는 글자를 읽는 순간 그의 엄지가 멈췄다. 댓글에는 아내에게 쓸 돈이 남아도느냐는 비웃음부터 대표 자격을 따지는 말까지 뒤섞였다. 채아는 누군가 자기 얼굴을 확대해 품평한 대목을 가리키며 “이 인간은 눈썰미는 있네”라고 웃었다. 태준은 그 웃음을 듣고도 따라 웃지 못했다. 아내에게 향한 욕설보다 그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그는 곧 게시물 아래에 붙은 채아의 얼굴을 가렸다.“작성자 확인할 수 있어요? 회사 게시판이라고 개인 사진을 이렇게 올려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기록 보존부터 요청하겠습니다. 법무팀에서 유출 경위와 대응 가능성도 확인하도록 하죠.”“필요하면 고소도 검토해 주세요.”그 말에 채아가 태준의 손목을 잡았다.“잠깐. 누구 마음대로?”“자기 사진을 마음대로 올렸잖아.”“내가 다른 남자 만난 건 사실인데 뭘 고소해? 당신 마누라가 바람난 것도 법무팀에 보고할 거야?”민석이 미간을 짚었다. 태준은 한참 아내를 보다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사진을 올린 행위와 사진 속 관계의 사실 여부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채아가 먼저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여보, 나 부끄러워?”“사람들이 자기를 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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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호구의 허락
“채아야, 나도 가끔 무섭다.”그 말을 듣고도 채아는 남편의 뺨에 손을 얹은 채 웃었다. 연회장 대기실에는 장미 향과 식어 버린 차 냄새가 섞여 있었다. 문밖에서는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손님들의 발소리가 이어졌지만, 태준은 아내를 바라보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뭐가 무서운데? 내가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자꾸 꼬이는 거?”“어느 날 자기가 나 없이도 괜찮다고 할까 봐.”채아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런 걱정이라면 구두 한 켤레로도 달래 줄 수 있었다. 아까부터 남편의 손이 자신의 허리까지 오지 않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아이고, 우리 여보 또 청승이야? 내가 바람 좀 피운다고 남편 자리까지 뺏기겠어? 당신은 평생 내 호구야.”태준은 웃으려다 끝내 고개만 끄덕였다. 채아가 그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지만, 그는 늘 하던 것처럼 한 번 더 해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채아는 괜히 입술을 문질렀다. 자신이 원한 건 이 남자가 질투하는 모습이지, 이렇게 지쳐 있는 얼굴은 아니었다. 예전 같았으면 끌어안고 함께 집에 가자고 했을 남편이 코트만 가지런히 갰다. 채아는 심술이 나 그의 구두를 툭 쳤다. 태준은 발이 아프냐며 구두굽을 살폈다.그때 민석이 문을 두드렸다. 손에는 법무 검토를 요청받은 서류가 들려 있었다. 호텔 사진 유포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우혁에게 연락했는데, 그가 직접 만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강우혁 씨가 합의금 이야기는 듣지도 않겠답니다. 대표님과 사모님을 함께 보겠다고 합니다.”“우리 애인, 나 없으면 심심한가 보네.”채아는 소파에서 일어나 거울을 봤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하는 사이 태준이 그녀의 코트를 집어 들었다. 손등에는 태준이 조금 전 컵을 잡다 흘린 물방울이 말라 있었다. 민석은 두 사람 사이를 보고 한숨을 삼켰다.우혁은 호텔 작은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케이크를 나눠 먹던 식탁과 달리 그곳에는 커피잔 세 개만 놓여 있었다. 우혁은 들어오는 태준보다 채아의 손부터 바라봤다.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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