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아내를 버린 남편이 미쳤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15

15 챕터

11화

하지만 이준은 그 손을 내려다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지금 나 놀려?”하린은 놀라 손을 내렸다.“아니에요.”“내가 사진 얘기하는데 갑자기 초를 세고 있어?”“그게 아니라…….”“정상적으로 대화가 안 되잖아, 너랑은.”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자신이 왜 초를 세었는지 설명하고 싶었다.남편이 숫자 셋도 못 센다고 해서, 오늘은 정말 셀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고.사진도 마찬가지였다.자신이 본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라고.그런데 말들이 서로 엉켰다.사진을 설명하려 하면 초가 떠올랐고, 초를 설명하려 하면 남편이 화내는 얼굴이 먼저 보였다.“미안해요.”결국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이준은 그녀를 한참 내려다보았다.“내가 너한테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아?”하린은 고개를 숙였다.“알아요.”“뭘 아는데?”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남편이 참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자신 때문에 화가 난다는 것도 알았다.하지만 무엇을 얼마나 참고 있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이준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아니었으면 넌 지금 여기서 이렇게 살지도 못해.”하린은 그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썼다.이 집.자신의 방.결혼사진.남편이 사 준 원피스.그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사고 전, 이준은 하린이 연구소에서 밤을 새우고 돌아오는 날이면 직접 차를 몰고 데리러 왔다. 그녀가 피곤해 보이면 조수석의 등받이를 젖혀 주고, 잠들기 전에 안전벨트가 목을 누르지 않도록 손으로 받쳐 주기도 했다.'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집에서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그렇게 말하던 남편이었다.하린은 그 말을 믿었다.집에서는 실수해도 괜찮고, 힘들면 기대도 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이준은 그녀가 실수할 때마다 이 집에서 살 자격이 없다는 듯 말했다.“그러니까 쓸데없는 의심 같은 건 하지 마.”하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의심.그녀는 자신이 남편을 의심한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시계가 남편 것인지 물어본 일이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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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휴대전화가 없으면 아침에 알람을 들을 수 없었다. 약 먹는 시간을 확인할 때도 필요했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적어 놓은 메모도 그 안에 있었다.하지만 그런 사정을 한꺼번에 설명하기가 어려웠다.“나 그거 있어야…….”“서하린.”그가 고개를 들었다.“한 번 말하면 좀 들어.”하린은 입을 다물었다.“네.”그녀는 더 이상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서재 문을 닫고 나오자 복도가 어두웠다.하린은 손을 내려다보았다.손가락에 붙였던 반창고가 반쯤 떨어져 있었다. 그 아래로 마른 피가 묻어 있었지만, 남편 앞에서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이제야 통증이 느껴졌다.그녀는 다친 손을 가슴 쪽으로 끌어안고 식당으로 돌아갔다.복도를 지나던 직원 한 명이 하린을 발견했다.“사모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하린은 걸음을 멈췄다.“나…… 이준 씨한테 사진 물어봤어요.”직원의 시선이 그녀의 빈손으로 내려갔다.“무슨 사진이요?”“시계 있는 거요. 세린 씨도 있고…….”하린은 손목을 가리켰다.“여기에 그…… 상처 같은 거…….”직원은 대답하지 않았다.하린은 말을 이어 보려고 애썼다.“이준 씨 시계랑 똑같아서…….”그때 서재 문이 열렸다.“무슨 일이야?”이준의 목소리였다.직원이 즉시 몸을 돌렸다.“사모님께서 사진을 말씀하셔서요.”이준은 하린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을 본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멎었다.“아까도 없는 사진을 봤다고 우기더니, 이제 직원들한테까지 그러는 거야?”하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나 그냥…….”“앞으로 하린이가 사진이나 기억에 관한 이상한 얘기를 하면 일일이 맞장구치지 마세요. 사고 후에 혼동이 심해져서 사실과 다르게 말할 때가 있습니다.”직원은 잠시 하린을 바라보았다.“알겠습니다.”하린은 그 대답을 듣고 입술을 달싹였다.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잊어버렸다.이준은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았다.“그리고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게 해요. 또 다치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서재 문이 닫혔다.하린은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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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사진.시계.흉터.그것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적으려던 것이었다.하린은 종이의 빈 곳에 조심스럽게 글씨를 썼다.'은색 시계.'잠시 생각하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파란색.'남색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파란색이라고 썼다.마지막으로 흉터를 적으려 했다.하지만 그 단어는 또 생각나지 않았다.하린은 자신의 왼손목에 손가락을 대고 한참을 기다렸다. 남편이 조금 전 알려 주었던 말인데, 다시 떠올리려 하니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작은 선 하나를 그렸다.손목 위에 있던 자국처럼 약간 휘어진 선이었다.그 아래에 적었다.'이준 씨한테 물어봤어요.'하린은 다음 말을 쓰려다가 멈췄다.남편이 뭐라고 대답했더라.잘못 봤다고 했다.없는 것을 봤다고 했다.그녀는 종이를 내려다보았다.자신이 적어 놓은 시계와 선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남편이 잘못 봤다고 했는데도 이런 것을 적어 놓으면, 또 믿지 않는다고 화를 낼지도 몰랐다.하린은 펜을 내려놓았다.종이를 접으려다가 잠시 망설였고, 결국 시계에 관한 글씨가 보이지 않도록 여러 번 접었다.그리고 편지를 원피스 주머니에 넣었다.손끝이 아팠다.하린은 주머니 위에 손을 올렸다.'내일은 더 잘할게요.'아까 적었던 문장이 떠올랐다.내일은 남편에게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사진 이야기도 꺼내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렇게 하면 남편이 화를 내지 않을지도 몰랐다.하린은 조심스럽게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케이크를 들다가 손가락에 힘이 풀려 접시가 기울었고, 이미 망가진 생크림 위로 딸기 하나가 떨어졌다. 그녀는 그것을 다시 올려놓으려다 그만두었다.남편은 먹지 않을 테니까.그 사실을 생각하자 가슴이 아팠다.하린은 케이크를 내려놓고 빈 의자를 바라보았다.“이준 씨.”작은 목소리가 식당에 울렸다.“나 사진 안 볼게요.”남편은 듣지 못했다.“그러니까 화내지 마세요.”하린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러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남편에게 사과했는지 다시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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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서하린은 눈을 뜨자마자 침대 옆 협탁을 더듬었다.손끝에 닿은 것은 차가운 유리컵과 작은 탁상시계뿐이었다. 휴대전화가 있어야 할 자리를 두 번이나 쓸어 본 뒤에야 어젯밤 남편이 그것을 가져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아…… 이준 씨가.”하린은 이불을 걷고 일어나 앉았다.협탁 위에는 알약을 담은 작은 약통이 놓여 있었다. 평소라면 휴대전화 알람이 울린 뒤 약을 먹었겠지만, 오늘은 알람 소리를 듣지 못했고 약통 뚜껑도 닫힌 채였다.탁상시계의 숫자는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지금 시각과 평소 약을 먹던 시간을 머릿속에서 비교하려 하자, 조금 전까지 떠올랐던 숫자가 자꾸 흐려졌다.하린은 손가락으로 시간을 짚어 보다가 어젯밤 남편이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내일 돌려줄 테니까.'오늘이 바로 그 내일이었다.휴대전화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안도했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어젯밤 이상한 사진을 들고 찾아갔다가 남편을 화나게 했으니, 오늘은 제대로 사과해야 했다.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이준이 마지막까지 화가 나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기억했다.오늘은 사진도, 손목시계도 묻지 않을 생각이었다. 남편이 싫어하는 질문을 하지 않고 얌전히 있으면 예전처럼 손을 잡아 줄지도 몰랐다.이불을 정리하던 하린은 왼손 검지에 붙어 있던 반창고가 밤새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결혼기념일 케이크를 만들다가 베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아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욱신거렸다.서랍에서 새 반창고를 꺼냈지만 포장지를 뜯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한 손으로 종이 끝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 벗겨 내는 동안 접착면끼리 달라붙었고, 하린은 몇 번이나 다시 펼친 끝에 그것을 손가락에 비뚤게 감았다.예전의 이준이었다면 반창고를 다시 붙여 주었을 것이다.그는 하린이 연구 자료에 손을 베이기만 해도 작은 상처를 한참 들여다보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그녀가 피 묻은 손으로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어도 상처가 어디에 났는지 묻지 않았다.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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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이준 씨, 좋은 아침이에요.”이준은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일어났느냐고만 물었다. 하린이 맞은편 의자를 바라보며 망설이자 귀찮다는 듯 앉으라고 했다.그 짧은 허락에도 하린의 얼굴이 환해졌다.“이준 씨, 오늘은 화 안 났어요?”신문을 넘기던 손이 멈췄다.“아침부터 무슨 헛소리야.”하린은 어젯밤의 일을 설명하려다가 사진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로 했다는 약속을 떠올렸다.“그냥…… 나 어제 미안했어요.”“뭐가 미안한데?”“자꾸 물어봐서요.”“뭘 물어봤는데?”하린은 입술을 달싹였다.사진과 시계, 오세린의 얼굴이 한꺼번에 떠올랐지만 그중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는 사이, 이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또 그 사진 얘기야?”“아니에요. 안 할게요.”“어제 그렇게 설명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하린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알아들었어요. 이제 안 물어봐요.”그녀는 남편의 왼손을 바라보았다.길고 반듯한 손가락과 셔츠 소매 아래로 조금 드러난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그 손이 먼저 자신을 찾아왔고, 연구소에서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이면 아무 말 없이 손가락을 맞물려 주었다.'무슨 일인지 말 안 해도 돼. 그냥 이렇게 있어.'그 말을 기억하는 하린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이준 씨, 나 손…….”“건드리지 마.”이준은 그녀의 손이 닿기도 전에 팔을 거두었다.하린은 허공에 멈춘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그대로 두었다가, 남편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황급히 무릎 아래로 감췄다.“아…… 미안해요.”“사람이 밥 먹는데 왜 자꾸 들러붙어?”다친 손가락이 다른 손에 눌리면서 통증이 올라왔지만, 하린은 아프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손을 잡아 달라는 부탁 하나가 남편에게는 그렇게 싫은 일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아침 식사가 나왔지만 하린은 수저를 들지 못했다.어젯밤 사진에 관해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은 기억했다. 그런데 왜 남편에게 사과하려 했는지 생각하다 보니, 지워진 사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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