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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내를 버린 남편이 미쳤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 - チャプター 10

15 チャプター

1화

“바보가 된 뒤로는 숫자 셋도 못 세면서, 아직도 내 아내 노릇을 하고 싶어?”남편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었다.서하린은 그 말을 듣고도 오늘 아침부터 초 세 개를 세는 연습을 했다. 손가락을 하나씩 펼치며 순서를 확인하다가 중간에 헷갈리면 다시 첫 번째 손가락으로 돌아갔고, 세 개를 모두 셌을 때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입술을 움직여 같은 순서를 되풀이했다.하나, 둘, 셋.잊어버리면 다시 하나부터.세 번째 초까지 틀리지 않고 꽂으면 남편이 한 번쯤 웃어 줄지도 몰랐다. 예전에는 자신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내면 기특하다는 듯 웃어 주던 사람이었으니, 오늘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내면 그때의 표정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런데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었을 때, 하린이 정성껏 만든 케이크 위로 피가 떨어졌다.“아…….”하얀 생크림에 붉은 얼룩이 번졌다.놀란 하린은 반사적으로 손을 움켜쥐었지만, 손바닥을 타고 흘러내린 피가 식탁보에까지 떨어졌다. 급히 행주를 집어 들고 흰 천을 문질렀으나 얼룩은 지워지기는커녕 더 넓게 번졌고, 당황한 나머지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닦았다.“안 돼. 오늘은 그러면 안 되는데…….”그녀는 울음을 참으며 케이크부터 식탁 끝으로 밀어 놓았다. 피가 더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움직이는 동안 케이크 위에 올려놓은 딸기 하나가 기울어져 생크림에 자국을 남겼다.상처가 난 곳은 왼손 검지였다. 딸기를 자르다가 칼날에 베인 것이었다.깊지는 않았지만 손을 움직일 때마다 피가 배어 나왔고, 그때마다 하린은 남편이 돌아와 이 모습을 볼까 봐 문 쪽을 돌아보았다. 아직 현관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그 사실을 확인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 집에서는 다치는 것조차 조심해야 했다.지난번 유리컵을 깨뜨렸을 때 남편은 손에서 피가 나는 아내보다 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먼저 보았다. 하린이 손을 내밀기도 전에 이준은 깨진 유리 조각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고, 그 표정을 본 그녀는 아프다는 말을 삼켰다.'혼자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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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사진 속 여자가 자신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런데 왜 그 여자는 저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지, 왜 지금의 남편은 더 이상 저런 표정을 짓지 않는지 생각하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사진 속에서는 이준이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데, 지금은 하린이 먼저 손을 내밀어도 남편이 피할 때가 많았다. 그 차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가슴이 아프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모든 것이 달라진 것은 사고 이후였다.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뒤 하린은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사고 전의 능력이 온전히 돌아오지는 않았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혼자서는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방금 들은 말을 잊어버리기도 했고,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면 순서가 뒤섞였다.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는데도 알맞은 단어를 찾지 못해 입술만 달싹이는 날이 많았으며, 그럴 때면 상대방이 기다려 주는지부터 살피게 되었다.의사는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하린도 치료를 받으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말을 기억했다. 다만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어떤 날에는 어제보다 잘할 수 있었고, 또 어떤 날에는 전날 해냈던 일조차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하린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찾으려고 애썼다.남편은 그런 아내를 더 이상 예전의 서하린으로 대하지 않았다.처음에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고, 다음에는 대답을 재촉했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그녀 앞에서 거리낌 없이 바보라는 말을 사용했다.하린이 대답을 찾느라 잠시 말을 멈추면 이준은 기다리는 대신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이 들리는 순간부터는 겨우 떠올랐던 단어마저 사라져, 그녀는 결국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집안사람들도 달라졌다.사고 전에는 '사모님'이라 부르며 고개를 숙이던 직원들이 이제는 하린이 무슨 말을 하면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녀가 같은 질문을 두 번 하면 대답하기 전에 잠깐 멈추었고, 그 짧은 침묵만으로도 하린은 자신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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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손에는 반창고가 들려 있었고 싱크대에는 피가 묻은 행주가 놓여 있었지만, 그다음 해야 할 일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하린은 한동안 제자리에 서서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그러다 식탁 위의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아, 초.”그녀는 반창고를 비뚤게 붙이고 케이크 앞으로 돌아왔다.오늘은 결혼기념일이었다.정확히 세 번째 결혼기념일.하린은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달력에 커다란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 놓았다. 냉장고에도 종이를 붙이고, 베개 밑에도 작은 메모를 넣어 두었다.'이준 씨랑 결혼한 날.''초 세 개.''사랑한다고 말하기.'그중 마지막 문장을 쓸 때 하린은 오래 고민했다.남편이 사랑한다는 말을 싫어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말을 꺼내면 대답 없이 지나가기도 했고, 바쁘다며 말을 끊은 적도 있었다.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결혼식 사진 속 이준은 그녀를 꼭 안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그때처럼 웃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하린은 케이크 상자를 열었다.직접 만든 작은 생크림 케이크였다. 모양은 고르지 않았고 딸기도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과일을 올렸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딸기를 씻고 자르는 데 오래 걸렸고, 생크림을 바르다가 몇 번이나 모양을 망쳤지만 끝내 완성한 케이크였다. 하린은 가장 예쁘게 보이는 쪽을 남편의 자리로 향하게 돌려놓았다.그리고 초 하나를 집었다.“하나.”첫 번째 초를 꽂은 뒤에는 손을 잠시 떼고 위치를 확인했다.“둘.”두 번째 초까지 꽂았을 때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 번째 초를 집으려는 순간, 방금 두 개를 꽂았는지 세 개를 꽂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하린은 고개를 숙였다.케이크 위에는 초가 두 개 있었다.그런데 하나를 가리킨 뒤 다음 초를 가리키는 순간, 방금 가리킨 것이 어느 쪽이었는지 헷갈렸다.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은 채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세는 것 외에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하나…… 둘…….”그녀는 다시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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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남편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오후 여섯 시 무렵이었다.하린은 휴대전화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웃었다. 조금 전 직원에게 들었던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화면에 적힌 '이준 씨'라는 세 글자를 보니 남편이 직접 좋은 소식을 전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먼저 들었다.“이준 씨!”“뭐 해?”낮고 무심한 목소리였다.“나 기다려요. 케이크 만들었어요. 오늘 우리 결혼한 날이라서…….”“그 얘기 하려고 전화한 거야?”하린은 잠시 멈칫했다.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편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져서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괜히 따지려는 것처럼 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나 초도 세 개 꽂았어요.”“서하린.”“응.”“내가 오늘 안 들어간다고 했지.”하린은 손등을 바라보았다.남편이 그런 말을 했던가.조금 전 직원이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했다. 누구에게서 언제 들은 말인지 분명하지 않았지만, 이준이 자신에게 이미 설명했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해야 할 것 같았다.“근데 오늘…….”“또 못 알아들어?”그 말에 하린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아니에요. 알아들었어요.”“알아들었으면 왜 자꾸 사람 귀찮게 해?”하린은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케이크를 바라보았다.초 세 개가 나란히 서 있었다.남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오늘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다.초를 세는 동안 몇 번이나 헷갈렸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으려 했다. 남편이 보게 될 때에는 세 개가 제대로 꽂혀 있을 테니까.“이준 씨, 잠깐만 와서…….”“하린아.”남편이 이름을 불렀다.그 순간 하린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남편이 부드럽게 이름을 불러 주는 날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사고 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듣던 이름이었는데, 요즘은 그가 자신을 그렇게 부를 때마다 반가워서 먼저 대답하게 되었다.그러나 이어진 말은 달랐다.“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피곤한지 알아?”하린은 손끝을 움켜쥐었다.“미안해요.”“네가 그렇게 집착할수록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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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전화가 끊겼다.하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했다.남편이 화를 냈다.그것은 알았다.하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예쁜 옷을 입었다고 말하면 좋아할 줄 알았고, 그가 직접 골라 준 옷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면 예전처럼 웃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결혼식 날에도 그랬으니까.하린은 천천히 자신의 원피스를 내려다보았다.연분홍색 치맛자락에 작은 핏방울이 묻어 있었다.아까 손가락에서 흘러내린 피였다.그녀는 얼른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손끝으로 얼룩의 가장자리를 누르고 천을 비벼 보았지만, 붉은 자국은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넓어졌다.하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이것도 더러워졌네…….”그녀는 원피스의 얼룩이 보이지 않도록 치맛자락을 안쪽으로 접었다. 남편이 돌아오면 예쁘게 입은 모습부터 보여 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저녁 일곱 시.하린은 남편의 자리에 숟가락을 놓았다.일곱 시 반에는 식은 국을 다시 데웠다.여덟 시에는 직원이 와서 음식을 치우겠다고 했지만, 하린은 고개를 저었다.“이준 씨 오면 먹어야 해요.”“사모님, 오늘 안 오신다니까요.”“조금 늦을 수도 있어요.”직원은 더 말하지 않고 물러났다.식탁 위에는 두 사람 몫의 저녁이 그대로 남았다. 하린은 남편의 자리에 놓인 그릇이 조금만 비뚤어져도 다시 맞춰 놓았고, 음식 위에 덮개를 씌웠다가 그가 오면 바로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되어 다시 열어 보았다.그녀는 케이크 옆에 앉아 초를 세었다.하나.둘.셋.이번에는 맞았다.기뻐서 웃다가 문득 남편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하린은 다시 초를 세었다.하나.둘.셋.맞혔다.그런데 보여 줄 사람이 없었다.하린은 잠시 남편의 의자를 바라보다가 초가 꽂힌 케이크를 그쪽으로 조금 돌려놓았다. 혹시 문이 열리면 이준이 자신보다 먼저 케이크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아홉 시가 지나자 손가락의 반창고가 붉게 젖었다. 하린은 그것을 떼어 내고 새것을 붙이려 했지만,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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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남편이 돌아오면 보여 주려고 준비한 편지였다.처음에는 긴 문장을 쓰고 싶었다.사고 전에는 남편에게 편지를 자주 썼다. 출장을 떠나는 날이면 가방 안에 작은 쪽지를 넣어 주었고, 생일에는 직접 쓴 편지와 선물을 함께 건넸다.그때 이준은 편지를 읽고 그녀를 품에 안아 주기도 했다. 하린은 남편의 셔츠에 얼굴을 묻은 채 그가 웃는 소리를 듣던 순간을 기억했다.하지만 지금은 긴 문장을 쓰기가 어려웠다.무슨 말을 쓰려 했는지 중간에 잊어버렸기 때문이다.하린은 여러 번 지우고 다시 썼다. 한 줄을 적은 뒤에는 앞의 문장을 다시 읽었고, 다음 말을 떠올리려고 눈을 감았다가 종이를 내려다보았다.'이준 씨.'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결혼기념일 축하해요.'그다음 문장을 쓰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손가락이 아파 펜을 제대로 쥘 수 없었고, 글자를 쓰다가 순서를 헷갈리기도 했다. 종이 위에는 지우개로 문지른 자국이 남았으며, 몇 번이나 다시 쓴 글씨는 처음보다 조금 더 삐뚤어졌다.그래도 끝내 완성했다.'나 아직 이준 씨 많이 사랑해요.'하린은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잘못 쓴 글자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손가락으로 한 글자씩 짚었다. 글씨가 흐려진 부분은 펜으로 다시 덧썼고, 종이가 찢어질까 봐 힘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마지막으로 아주 작은 글씨를 덧붙였다.'내일은 더 잘할게요.'편지를 접으려다가 하린은 멈췄다.남편이 오면 케이크부터 보여 주고 싶었다.그래서 편지를 남편의 접시 위에 올려놓고, 꺼져 가는 촛불을 바라보았다.세 번째 초가 가장 먼저 꺼졌다.하린은 놀라 성냥을 찾았다.“안 돼…….”남편이 오기 전에 불이 꺼지면 안 되었다.다시 켜야 했다.하지만 성냥을 켜려는 손이 자꾸 떨렸다. 왼손 검지의 반창고는 이미 피에 젖어 있었고, 오른손에도 뜨거운 성냥 끝이 스쳤다.하린은 손을 움찔했다.작은 불씨가 떨어졌다.그녀는 울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입술을 꼭 다물었다.울면 남편이 싫어했다.아픈 티를 내도 싫어했다.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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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서하린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식탁에 엎드린 채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뺨에는 식탁보의 주름 자국이 남아 있었고, 다친 왼손 검지는 조금만 구부려도 욱신거렸다. 고개를 들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하얀 생크림 위에 굳어 버린 촛농과 붉게 말라붙은 핏자국이었다.남편을 기다리며 켰던 초 세 개는 모두 꺼져 있었다.하린은 손가락을 펴서 하나씩 세어 보았다.하나, 둘, 셋.세 개가 맞았다.그제야 현관 쪽에서 들려오는 구두 소리가 남편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준 씨?”하린은 급하게 의자를 밀었다. 오래 앉아 있었던 탓인지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식탁 모서리를 붙잡았고, 그 바람에 남편의 접시 위에 놓아두었던 편지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종이를 주워야 했다.하지만 남편이 먼저 방으로 들어가 버리면 어떡하지.하린은 편지와 문 쪽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결국 빈손으로 식당을 나섰다. 발걸음을 서두르면서도 다친 손을 원피스 자락 뒤에 숨기는 일만은 잊지 않았다.복도 끝에서 강이준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있었다.검은 코트의 어깨에는 가느다란 빗방울이 맺혀 있었고, 평소 그에게서 나던 향수와는 다른 달콤한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하린은 그 향이 낯설어 잠시 멈췄지만, 이준이 고개를 들자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이준 씨, 왔어요?”그녀가 반가운 얼굴로 다가갔다.“나 기다렸어요.”예전 같았으면 이준은 이쯤에서 두 팔을 벌렸을 것이다.하린이 달려가 안기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척하면서도 허리를 단단히 받쳐 주었고, 차가운 바깥바람을 묻혀 왔다며 그녀의 뺨을 손바닥으로 감싸곤 했다.'우리 아내, 오늘도 남편 기다렸어?'그 다정한 목소리를 떠올린 하린은 저도 모르게 두 팔을 조금 벌렸다.그러나 이준은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손목시계를 풀었다.금속 잠금장치가 풀리는 작은 소리가 났다. 하린은 어색하게 들었던 팔을 내리면서도 그 소리만큼은 반갑게 여겼다. 남편이 집에 돌아와 시계를 벗어 놓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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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그럼 내려 줘요.''싫은데.'그는 장난스럽게 대답하더니 하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당신이 나한테 안겨 있는 시간이 얼마나 좋은데.'하린이 웃음을 참지 못하자 이준도 함께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계단을 따라 번졌고, 침실에 도착한 뒤에도 그는 아내를 쉽게 내려놓지 않았다.'내일도 이렇게 데려다줄게. 그러니까 힘들면 나한테 기대.'그때의 이준은 하린이 자신의 품에 기대는 것을 좋아했다.하지만 지금의 이준은 그녀가 손을 뻗기도 전에 멀어졌다.하린은 남편이 사라진 복도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식당으로 돌아왔다.바닥에 떨어진 편지가 보였다.그녀는 종이를 주워 손바닥으로 구겨진 자리를 폈다. 마지막 줄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내일은 더 잘할게요.'내일은 잘해야 했다.오늘은 남편을 웃게 하지 못했으니까.***휴대전화가 울린 것은 하린이 식탁을 정리하려던 때였다.짧은 진동과 함께 화면이 밝아졌다.하린은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누군가 메시지를 보낸 모양이었는데, 화면 위쪽에 나타난 작은 글씨를 읽는 데 시간이 걸렸다.발신자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사모님,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하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자신의 결혼기념일을 기억해 준 사람이 있었다.그녀는 답장을 보내려고 글자판을 열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생각하는 동안 화면이 꺼졌고, 다시 켰을 때는 어디를 눌러야 답장을 보낼 수 있는지 헷갈렸다.그때 사진 한 장이 더 도착했다.하린은 화면을 눌렀다.화려한 조명이 켜진 식당이었다.반짝이는 잔과 하얀 접시, 꽃이 놓인 테이블이 보였다. 사진 가장자리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의 팔이 있었고, 그 팔에 바짝 기대어 앉은 여자의 어깨가 보였다.하린은 처음에 무엇을 봐야 하는지 몰랐다.사진을 조금 더 크게 만들려고 손가락을 벌렸지만 화면이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몇 번이나 다시 시도한 끝에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다.오세린이었다.하린은 눈을 깜빡였다.아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렸던 여자 목소리가 떠올랐다.'오늘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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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그는 웃으며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씩 펴 보았다.'이 손으로 사람들 살리는 연구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잘 지켜야지.'하린은 그때 남편이 자신의 손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루었는지 기억했다.지금은 케이크를 만들다 베인 손가락을 그에게 보여 주지도 못했지만.하린은 그 기억을 붙잡으려고 애썼다.남편의 시계가 맞는 것 같았다.그런데 사진 속 남자가 정말 남편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린은 손목을 다시 들여다보았다.시계 바로 위쪽에 희미한 자국이 있었다.가느다랗고 조금 휘어진 흉터였다.하린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사진을 보았다.저 흉터도 알고 있었다.남편이 다쳤던 곳이었다.언제였더라.어디에서 다쳤더라.기억은 가까이 오는 듯하다가 자꾸 멀어졌다.분명 자신이 약을 발라 주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려 하면 머릿속에서 단어들이 흩어졌다.남편이 아파했던 기억은 없었다. 오히려 하린이 약을 바르려 하자 괜찮다며 웃었고, 그녀가 고집을 부리자 못 이기는 척 손목을 내주었던 것 같았다.그날 남편의 손목을 잡았을 때 느껴졌던 따뜻한 체온까지 떠올랐다.“이준 씨…….”하린은 작게 중얼거렸다.남편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었다.시계가 남편 것인지, 흉터가 같은 곳에 있는지.그것만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하린은 사진을 닫지 않으려고 휴대전화를 두 손으로 꼭 쥐었다.***서재 문 앞에 도착했을 때 하린은 한참을 망설였다.남편이 피곤하다고 했기 때문이다.문을 두드리면 또 화를 낼지도 몰랐다.하지만 사진 속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시계는 분명 낯익었고, 오세린은 그 남자에게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하린은 손등으로 문을 두 번 두드렸다.“이준 씨.”안쪽에서 대답이 없었다.“나…… 물어볼 게 있어요.”잠시 후 문이 열렸다.이준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서 있었다.“뭔데.”하린은 반사적으로 그의 왼손목을 바라보았다.시계가 없었다.조금 전 현관에서 벗어 놓은 것이 생각났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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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불과 몇 해 전, 같은 손목을 잡고 약을 발라 주었을 때 이준은 그녀가 손을 놓지 못하게 장난을 쳤었다. 이제는 그 손목에 손가락 하나 닿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미안해요.”그녀는 얼른 손을 거두었다.남편은 휴대전화 화면을 내려다보며 짧게 웃었다.“너 이제 사진까지 잘못 보냐?”하린은 고개를 들었다.“아니에요. 시계가…….”“그게 나라는 증거가 어디 있어?”“그냥 물어보려고…….”“사람 얼굴도 안 보이는 사진을 들고 와서 나라고 우기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하지?”하린은 당황했다.우기려던 것이 아니었다.정말 몰라서 물어보러 온 것이었다.“나 안 우겼어요.”말을 꺼내자마자 남편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하린은 서둘러 덧붙였다.“아니, 미안해요. 그냥 이준 씨 건지…….”“넌 네가 뭘 봤는지도 모르잖아.”그 말에 하린은 입을 다물었다.자신이 본 것은 분명 사진이었다.시계도 있었다.그런데 남편이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자신이 무엇을 잘못 본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이준은 그녀의 눈앞에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이런 사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네가 제대로 구별이나 할 수 있겠어?”하린은 사진을 다시 보려고 고개를 가까이 가져갔다.하지만 남편이 화면을 돌려 버렸다.“봐도 모를 거면서.”그는 서재 안쪽으로 들어갔다.하린은 문턱 앞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준 씨.”“또 뭐.”“그거…… 나한테 다시 보여 주면 안 돼요?”“왜.”“내가 잘못 봤는지…… 다시 볼게요.”그녀는 정말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시계가 다르게 생겼을 수도 있었다. 흉터가 아니라 그림자였을지도 몰랐다.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면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적어도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다.이준은 휴대전화의 잠금을 풀었다.그리고 하린이 보는 앞에서 사진을 삭제했다.***“아…….”하린은 작게 소리를 냈다.화면에서 사진이 사라졌다.남편의 손가락이 몇 번 더 움직이자 메시지 목록에서도 낯선 번호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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