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된 뒤로는 숫자 셋도 못 세면서, 아직도 내 아내 노릇을 하고 싶어?”남편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었다.서하린은 그 말을 듣고도 오늘 아침부터 초 세 개를 세는 연습을 했다. 손가락을 하나씩 펼치며 순서를 확인하다가 중간에 헷갈리면 다시 첫 번째 손가락으로 돌아갔고, 세 개를 모두 셌을 때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입술을 움직여 같은 순서를 되풀이했다.하나, 둘, 셋.잊어버리면 다시 하나부터.세 번째 초까지 틀리지 않고 꽂으면 남편이 한 번쯤 웃어 줄지도 몰랐다. 예전에는 자신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내면 기특하다는 듯 웃어 주던 사람이었으니, 오늘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내면 그때의 표정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런데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었을 때, 하린이 정성껏 만든 케이크 위로 피가 떨어졌다.“아…….”하얀 생크림에 붉은 얼룩이 번졌다.놀란 하린은 반사적으로 손을 움켜쥐었지만, 손바닥을 타고 흘러내린 피가 식탁보에까지 떨어졌다. 급히 행주를 집어 들고 흰 천을 문질렀으나 얼룩은 지워지기는커녕 더 넓게 번졌고, 당황한 나머지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닦았다.“안 돼. 오늘은 그러면 안 되는데…….”그녀는 울음을 참으며 케이크부터 식탁 끝으로 밀어 놓았다. 피가 더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움직이는 동안 케이크 위에 올려놓은 딸기 하나가 기울어져 생크림에 자국을 남겼다.상처가 난 곳은 왼손 검지였다. 딸기를 자르다가 칼날에 베인 것이었다.깊지는 않았지만 손을 움직일 때마다 피가 배어 나왔고, 그때마다 하린은 남편이 돌아와 이 모습을 볼까 봐 문 쪽을 돌아보았다. 아직 현관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그 사실을 확인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 집에서는 다치는 것조차 조심해야 했다.지난번 유리컵을 깨뜨렸을 때 남편은 손에서 피가 나는 아내보다 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먼저 보았다. 하린이 손을 내밀기도 전에 이준은 깨진 유리 조각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고, 그 표정을 본 그녀는 아프다는 말을 삼켰다.'혼자
最終更新日 : 2026-10-29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