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실수로 이혼한 아내가 CEO가 되었다: Chapter 11 - Chapter 20

25 Chapters

제11장. 그가 나를 구했다

서지안의 시점나는 거친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눈꺼풀은 꽉 감겨 있었고,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토바이에 부딪힌 충격으로 온몸 구석구석이 욱신거렸다.충격이 조금씩 가라앉자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흐릿하던 시야가 서서히 선명해졌다.그 순간, 바닥에 엎드린 채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의 옷은 온통 피로 젖어 있었다.심장이 터질 듯 세차게 뛰었다.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빌!”내 목소리가 적막을 찢었다.하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몸을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제발 눈을 떠 주기를 바라면서.그러나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차라리 이 모든 게 악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나는 가방 안에서 휴대전화를 더듬어 찾았다. 분홍색 천 위로 튄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911에 전화를 걸었다.“여, 여보세요? 구급차 좀 보내 주세요! 빨리요!”말 한마디 한마디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흘러나왔다.“진정하세요, 부인. 현재 위치가 어디인가요?”상담원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리처드슨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본사 앞이에요! 제발 빨리 와 주세요. 제 전남편이 크게 다쳤어요. 움직이지도 않고, 피도 너무 많이 흘리고 있어요!”나는 다급하게 외쳤다.“구급차를 보내고 있습니다. 환자 상태를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 호흡은 하고 있나요?”“저, 저도 모르겠어요. 확인할 수가 없어요. 제발 빨리 와 주세요!”몇 분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다. 사이렌 소리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거리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구급대원들은 곧바로 빌의 상태를 살폈다.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시작한 뒤 조심스럽게 그를 들것에 옮기고,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 벨트로 단단히 고정했다.구급대원들이 빌을 구급차 안으로 옮기자 나도 서둘러 뒤따라 올라탔다.앞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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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이혼한 아내

“태준 씨, 도윤 씨가 병원에 있어요. 수술을 받아야 한대요. 제가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긴 했는데, 그래도 태준 씨가 와 주셔야 할 것 같아요.”나는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세상에, 도윤이는 괜찮아?”강태준이 놀라서 물었다.“저도 모르겠어요. 지금 수술실로 들어갔어요. 제발 빨리 와 주세요.”“일단 진정해. 지금 바로 갈게.”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강태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조금만 버텨. 최대한 빨리 도착할 테니까.”다급하게 복도를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나는 처음엔 강태준이 도착한 줄 알았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사람이 전 시어머니 강명희라는 걸 확인하자 안도감은 순식간에 걱정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근심이 어려 있었다.그 뒤로는 강도윤의 고모 클레어가 따라오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강명희와 달리, 클레어의 얼굴에는 화가 가득했다.강명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팔을 거칠게 움켜잡았다.“네가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니?”그녀의 손아귀에 팔이 짓눌렸지만, 나는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명희 어머님, 전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도윤 씨가 저를 지키려다가 다친 거예요. 저도 걱정하고 있다고요.”“네 잘못이라는 건 내가 알아! 언제나 그랬듯 아내 노릇 하나 제대로 못 하는구나!”그녀의 모진 말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나는 강명희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하지만 전 이제 그 사람 아내가 아니에요.”나는 곧바로 이혼 서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강명희의 미간이 놀란 듯 좁혀졌다.“그러니까 더는 저를 실패한 아내라고 부르지 마세요.”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뻔뻔하기도 하지!”클레어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도윤이가 생사를 오가는 판국에 감히 이혼 얘기를 꺼내? 결국 돈이 목적이었잖아!”“헛소리하지 마세요!”나도 더는 참지 않고 욕설을 내뱉었다.“클레어, 바로 그게 당신 문제예요.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고는 못 배기잖아요.”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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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그의 곁을 지키다

서지안의 시점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 병원의 차가운 조명 탓인지 그의 얼굴은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복도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나는 강명희가 의사에게 급히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는 한동안 복도를 서성거리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복도에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선생님, 우리 도윤이는요? 제 아들은 괜찮은가요?”나는 벽에 몸을 기댄 채 숨을 죽였다.“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습니다. 강도윤 씨는 의지가 강한 분이에요. 가장 힘든 순간은 잘 견뎌 냈습니다. 다만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헨더슨 의사의 설명에 강명희는 잠시 안도하는 듯했지만, 이내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간절하게 물었다.“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언제쯤 깨어날까요? 혹시 다른 문제는 없는 건가요?”의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우선은 한 단계씩 지켜보도록 하죠. 지금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계속 상태를 살펴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마쳤고, 회복 경과도 좋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강명희는 클레어에게 다가가 위로를 구하듯 말했다.“아이고, 정말 다행이야. 우리 도윤이 이제 괜찮아질 거야.”도윤 씨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말을 듣자, 나는 조용히 자리를 뜨려고 했다.아기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강태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리더니 내 얼굴을 살폈다.“어디 가세요?”나는 강명희와 클레어 쪽을 힐끗 바라봤다. 두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강태준에게 아기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급하게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요. 나중에 다시 올게요.”더 묻지 않기를 바라며 둘러댔다.강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나를 붙잡지는 않았다.나는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왔다. 머릿속은 온통 아기 생각뿐이었다.병원 밖으로 나오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김서현 원장에게 전화를 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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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질투라는 감정

강도윤의 시점천천히 눈을 뜨자 새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코끝을 찌르는 소독약 냄새와 규칙적으로 울리는 기계음. 그제야 내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오토바이 한 대가 서지안을 향해 돌진하던 순간이었다.나는 본능적으로 달려들어 그녀를 밀쳐 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젠장.’문득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지안이는 괜찮은 건가?’나는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며 지안을 찾았다.그녀는 바로 거기 있었다. 내 침대 옆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 밤새 내 곁을 지키며 간호한 모양이었다.그녀가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몸을 조금 움직이려 하자 팔과 다리에서 묵직한 통증이 밀려왔다. 사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하지만 침대 곁에서 잠든 지안을 바라보는 순간, 통증도 조금은 덜 느껴지는 것 같았다.그녀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혼 서류를 내밀던 지안의 모습이 떠올랐다.나는 그녀에게 매달리며 마음을 돌리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그때 느꼈던 감정은 가슴 한복판을 날카롭게 찌르는 듯했다. 그 자리에 깊고 허전한 구멍이 뚫린 것만 같았다.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아픈 걸까?그녀가 떠난다는 생각만으로 왜 이토록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버리는 걸까?그때 문득 깨달았다.내 손이 지안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나는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왜 내가 이런 행동을 한 거지?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지안에게 별다른 관심조차 두지 않았는데.그 순간 지안이 살짝 움찔했다.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모습을 들킬까 봐 이렇게 긴장하는 이유가 뭘까?그러다 지안의 왼손이 눈에 들어왔다.약지에는 아무것도 끼워져 있지 않았다. 결혼반지가 사라진 것이다.침대 옆 탁자에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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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서지안의 시점도윤 씨의 병실을 나서던 나는 차트를 들여다보며 걸어오던 헨더슨 의사와 마주쳤다.그는 나를 발견하고 고개를 들더니 미소를 지었다.“서지안 씨.”“선생님, 도윤 씨는 의식이 돌아왔나요?”“네, 방금 깨어났어요. 모든 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헨더슨 선생님.”“정말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상태를 계속 주의 깊게 살펴볼 겁니다.”“잘 부탁드려요.”“마침 지금 병실에 가 보려던 참인데, 같이 가시겠어요?”나는 잠시 망설였다.유리가 아직 병실에 있다면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만 다정한 척하는 그녀를 보는 건 여전히 불편했다.“아, 전 도윤 씨에게 필요한 걸 좀 사다 주려고요.”나는 적당히 둘러댔다.의사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대로 병원을 나섰다.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도윤 씨가 몸이 좋지 않을 때 즐겨 먹던 간식을 찾았다.매대를 둘러보다가 코코아클라우드 푸딩을 발견했다.도윤 씨는 어릴 때부터 이 푸딩을 좋아했다. 아플 때나 기분이 울적할 때면 늘 이 푸딩을 찾곤 했다.그래, 유리는 도윤 씨의 아내처럼 행동하고 싶을 것이다. 아까처럼 필요한 물건을 챙겨다 주면서 말이다.하지만 진짜로 도윤 씨를 잘 아는 사람은 나였다.그녀는 도윤 씨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간식이 무엇인지, 셔츠를 어떤 방식으로 접어 두는 걸 좋아하는지 같은 사소한 것조차 모를 것이다.나는 푸딩 몇 개와 도윤 씨가 좋아할 만한 간식들을 골랐다. 병원에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그리고 편의점에서 돈가스 도시락도 하나 샀다.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도윤 씨의 병실 앞 복도에서 강태준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나는 그의 옆에 앉았다.“태준 씨, 오셨네요. 도윤 씨 방금 깨어났어요.”“네. 유리한테 명희 어머님이 소식을 들으셨다고 하더군요. 저도 최대한 빨리 왔어요.”“벌써 도윤 씨 만나 보셨어요? 왜 병실에 안 들어가고 여기 계세요?”“손님이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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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이게 뭐예요?”내가 묻자 강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일단 열어 봐요.”나는 종이 가방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짙은 붉은색 바탕에 금색 테두리가 둘러진 고급스러운 까르띠에 상자였다.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아름다운 옥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깊고 짙은 녹색의 옥에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이 더해져 있었다.“태준 씨, 이건 너무 과해요. 제가 받을 수 없어요.”나는 선물을 도로 건네며 말했다.“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강태준은 고개를 저으며 선물을 받지 않았다.“그냥 받아 줘요. 도윤이 목숨을 구해 준 데 대한 우리 가족의 감사 표시라고 생각하면 돼요.”그는 한사코 내게 선물을 받으라고 했다.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결국 선물을 받아 들었다. 강태준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저 형식적인 감사 인사가 아니라,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때 강태준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미안해요. 전화 좀 받고 올게요.”그는 양해를 구하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나는 종이 가방을 살짝 움켜쥔 채 강태준의 진심 어린 표정을 떠올렸다.잠시 후 돌아온 그의 얼굴은 한층 진지해져 있었다.“미안해요. 아무래도 가 봐야겠어요. 급하게 저를 찾는 고객이 있어서요.”“알겠어요, 태준 씨. 다음에 또 봐요.”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몇 걸음 옮기던 강태준이 문득 뒤돌아보며 말했다.“저기, 지안 씨. 며칠 뒤에 시간 괜찮으면 우리 좀 더 이야기 나눠요.”“좋아요.”내 대답에 강태준은 지금껏 본 적 없을 만큼 환하게 웃었다.“좋아요! 제가 연락할게요.”강태준이 떠난 뒤, 나는 도윤 씨의 병실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유리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도윤 씨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어머, 또 오셨네요.”내가 들어서자 유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강도윤의 시점“유리야, 이제 회사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회사 일은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할 거라고 믿어.”나는 유리에게 말했다.“정말 괜찮겠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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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끝내 믿어 주지 않는 사람

서지안의 시점“정말 최악이네요, 도윤 씨.”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감정은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도윤 씨는 예전처럼 말로 나를 자극하려 들고 있었다. 하지만 나라고 그런 말싸움에 응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나는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그래서요? 내가 돈 많은 남자를 만나면 어쩔 건데요? 도윤 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 이미 이혼했잖아요.”도윤 씨의 턱이 굳어졌다. 눈매도 살짝 가늘어졌다.“이제 알겠네. 새로운 목표물을 찾은 거였군.”“그게 무슨 뜻이에요?”나는 따져 물었다.“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돈 많은 남자들한테 꼬리 치고 다니는 거잖아!”도윤 씨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그런데 어쩌지? 그런 멍청이들 재산을 다 합쳐도 나 하나를 못 따라올 텐데!”대체 어디서부터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도윤 씨가 나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제는 아예 돈만 밝히는 여자 취급까지 하고 있었다.“정말 나를 그렇게 생각해요?”나는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돈 좀 있다고 자기가 완벽한 남편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제발 착각 좀 그만해요, 도윤 씨.”“웃기지 마, 지안아. 네가 CEO와 결혼할 때 어떤 삶을 기대했는지 나도 알아. 사랑만 보고 결혼한 건 아니었잖아? 처음부터 내 돈을 노리고 접근한 거 아니었어?”도윤 씨의 막말은 갈수록 심해졌다.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나는 도윤 씨의 돈이 아니라 도윤 씨라는 사람을 보고 결혼했어요. 그걸 끝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네요.”순간, 도윤 씨와 다투던 수많은 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우리는 다툴 때마다 늘 이런 식이었다. 도윤 씨는 유치하게 굴었고, 때로는 문제를 해결할 생각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내가 말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꼴을 못 견디는 것 같았다.그에게 우리의 다툼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대화가 아니었다. 반드시 자신이 이겨야 하는 경쟁이자 게임일 뿐이었다.“말은 잘하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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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완전히 끝난 관계

서지안의 시점병원을 빠져나가던 중, 문득 태준 씨가 준 선물을 도윤 씨 병실에 두고 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도윤 씨에게 그런 모욕을 당하고서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병실로 돌아간단 말인가?뻔히 보였다. 선물을 가지러 돌아가면 도윤 씨는 또 내가 삼촌을 유혹하려 한다며 온갖 모욕적인 말을 퍼부을 게 분명했다. 애초에 내가 그 선물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까.나는 태준 씨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지난 3년 동안 그 집안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던가. 이제 와서 그들과 계속 인연을 이어 갈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태준 씨와 가까이 지내기라도 하면 강명희와 클레어에게 또 무슨 험담을 듣게 될지 뻔했다.하지만 이제 나는 도윤 씨와 이혼했다.앞으로는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제야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어제 도윤 씨가 나를 구해 줬을 때만 해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가 아직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 일로 우리가 내린 이혼 결정이 정말 옳았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로의 관계가 아직 다시 시작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하지만 내가 어리석었다.도윤 씨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저 몸이 먼저 반응해 나를 구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복도를 걷다가 헨더슨 의사가 보이자,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도윤 씨의 상태를 물어보기로 했다.“헨더슨 선생님!”내 부름에 헨더슨 의사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나를 알아본 그는 미소를 지었다.“아, 지안 씨. 무슨 일이세요?”“도윤 씨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서요.”나는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라며 물었다.아직도 도윤 씨에게 화가 나 있었지만, 그의 몸 상태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오른팔이 골절됐고 갈비뼈도 몇 개 부러졌습니다. 다행히 검사 결과 머리에는 뇌진탕 소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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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새로운 시작

서지안의 시점강도윤과 결혼한 뒤 내가 얼마나 예전의 삶에서 멀어졌는지,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마트에서 시리얼과 커피를 고르던 중 스티비와 마주치기 전까지는 말이다.커피 코너를 지나가던 중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대학 시절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의 스티비였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스티비?”내가 부르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정말 오랜만이야.”스티비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이내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세레나! 세상에, 네가 정말 여기 있네?”스티비는 무척 반가운 얼굴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화 안 났어?”나도 모르게 물었다. 강도윤과 결혼한 뒤로 우리는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으니까.스티비는 고개를 저으며 살짝 웃었다.“아니, 이해해. 그런 남자랑 엮이면 쉽지 않잖아. 우리 새아빠도 그렇고 말이야.”그녀는 가볍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그래도 네가 정말 보고 싶었어. 문자 한 통이나 전화 한 번이라도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스티비의 말에 기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 연락 못 해서 미안해. 그냥…… 살다 보니 이런저런 일에 치여서.”스티비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다시 나를 바라봤다.“그런데 이따 뭐 해?”나는 카트에 시리얼 한 상자를 넣으며 어깨를 으쓱했다.“별일 없어. 왜?”스티비의 얼굴이 환해졌다.“바로 근처에 아늑한 카페가 하나 있거든. 커피 마시면서 그동안 못 한 이야기나 나눌까?”카페에 들어서자 갓 갈아낸 원두의 향과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 음악이 우리를 맞이했다.우리는 창가 쪽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오후 햇살이 천장에 매달린 화분 사이로 스며들어 테이블 위에 아기자기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그런데 이 동네에는 무슨 일이야?”스티비가 물었다.나는 잠시 망설였다. 입을 열기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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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다시 찾은 가족의 품

서지안의 시점화장실 칸막이 밖에서 스티비는 내가 속을 게워 내는 동안 조용히 기다려 주고 있었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괜찮아? 원하면 내가 머리카락 잡아 줄게.”스티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 괜찮아. 혼자 할 수 있어. 이제는 꽤 익숙하거든.”나는 대답했다.구토를 마친 뒤 입가를 닦고 천천히 심호흡했다.스티비가 임신 사실을 숨긴 나에게 화를 내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건 내 기우였다.화장실 칸에서 나오자마자 스티비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기 때문이다.“스티비, 너 울어?”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발견하고 내가 물었다.스티비는 나를 살짝 놓아주며 웃었다.“당연히 울지, 이 바보야! 내가 이모가 된다잖아!”“아니면 우리 아기의 대모가 되어 줄래? 혹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우리 아이를 잘 돌봐 줄 거라고 믿거든.”내 말에 스티비가 활짝 웃었다.“그거 정말 좋다! 물론 네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 네 아기의 대모가 되는 게 좋다는 뜻이야.”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스티비가 물었다.“잠깐, 도윤 씨는 네가 자기 아이를 임신했다는 걸 알아?”나는 조금 먼 곳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말하지 않았어. 혼자서도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어. 그 사람 도움은 필요 없어.”“난 좋아.”스티비는 흔쾌히 대답했다.“하지만 기억해 둬. 네가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곁에 있을 거야. 우리 미래의 아기 대모가 되어 줄 사람으로서 말이야!”나는 기차를 타고 솔트레이크로 향했다. 부모님을 만나고 우리가 함께 살던 옛집도 둘러볼 생각이었다.대문 앞에 선 나는 한동안 옛집을 바라보았다.집은 대체로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군데군데 작은 변화가 있긴 했다. 현관문의 색이 조금 달라졌고, 창문에는 새 덧문이 달려 있었다.나는 손을 뻗어 초인종을 눌렀다. 손가락을 버튼 위에 필요 이상으로 오래 올려 둔 채 망설였다.이렇게 오랜만에 찾아온 나를 보면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잠시 후 삐걱거리는 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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