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논할 때 엄홍길을 빼놓을 수 없죠. 내가 알기로 그는 '지리산'을 특히 아끼는 모습을 보였어. 20년 넘게 등반을 하면서도 지리산의 계절별 변화를 놓치지 않고 찾아갔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산이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매력을 지닌 곳이라고 그는 말했던 게 인상적이었어. 지리산이 주는 평안함과 인간적인 온도가 다른 명산과는 비교되지 않는 독특함이라고 했으니까.
엄홍길의 산에 대한 사랑은 좀 특별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명산'보다는 오히려 '북한산' 같은 접근성 좋은 산을 더 자주 언급했던 걸로 기억해.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북한산을 오르며 산악인의 삶과 일반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지었던 그의 모습이 참 멋졌어. 산은 높이만으로 평가할 게 아니라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었지. 등산로 옆 핀 야생화를 보며 즐거워하거나, 초보 등산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던 모습에서 진정한 산악인의 면모를 볼 수 있었어요.
엄홍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설악산'이에요. 그가 여러 인터뷰에서 설악산의 험준한 암벽과 자연의 위대함에 대해 감탄했던 모습이 기억나거든요. 특히 대청봉과 천佛동 계곡을 거론하며 마치 첫사랑처럼 이야기하던 표정은 진심이 느껴졌어요. 산악인에게 특정 산을 고르라는 건 애완동물에게 자식 중 누구를 더 사랑하냐고 묻는 것만큼 어려운 질문일 텐데, 그의 설악산에 대한 애정은 유독 남달랐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엄홍길의 '한라산' 등반 기록을 보면서도 흥미로웠어요. 겨울철 눈 덮인 한라산을 오르는 그의 도전 정신에서 한국 산악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꼈죠. 하지만 역시 그의 발걸음이 가장 많이 닿았고, 마음에도 깊게 자리 잡은 건 설악산이 아닐까 싶네요.
추운 겨울에도 그는 '덕유산'을 찾곤 했어. 눈 덮인 산행에서 느껴지는 고독감과 고요함이 창의적인 생각을 불러온다고 했거든. 특히 덕유산의 칼바위 구간을 지날 때면 마치 추상화 같은 암벽 형상에 매료된다고 고백하기도. 산을 대할 때의 그의 시선은 예술가에 가까웠어. 단순히 정상을 정복하는 것보다는 산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끼는 태도, 그게 바로 엄홍길이 한국 산악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 아닐까?
2026-07-21 17: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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