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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진심으로 행복하길
나의 첫사랑;진심으로 행복하길
Autor: 슈슈엄마

들켜버린 첫사랑(1)

Autor: 슈슈엄마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5-30 11:48:41

여름밤의 눅눅한 공기가 거실을 메우고 있었다.

금요일 밤이라 마감이 끝난 직후여서 홀가분해야 했지만 윤서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슈슈가 밥을 먹지 않아 애타는 마음으로 '민준 오빠'의 이름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이라 망설였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그는 단 1초의 지체 없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은 뒤, 정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거봐, 윤서야. 오빠가 오니까 먹잖아. 슈슈도 오빠 기다린 모양이야."

​민준이 거실 바닥에 구부려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슈슈를 달래자, 신기하게도 슈슈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처방식을 챱챱 소리 내며 받아먹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슈슈는 민준의 말이라면 유난히 잘 들었다. 슈슈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윤서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늦은 밤 전화 한 통에 달려와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오빠,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

윤서는 소파 팔걸이를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주방으로 향하던 순간이었다.

​서두르던 발걸음이 화근이었다. 싱크대에 닿기도 전, 윤서의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리며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스케치 노트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안 돼! 그거 진짜 보면 안 돼!"

윤서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그의 긴 팔이 더 빨랐다.

그는 슈슈를 바닥에 내려놓고 떨어진 노트를 집어 들었다.

펼쳐진 페이지가 민준의 시선에 닿는 순간, 윤서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페이지 가득 강민준이 있었다.

지금의 강민준.

그리고 10년 전 복사단 시절의 강민준 라파엘.

구석마다 적힌 날짜들.

몇 번이고 지웠다가 다시 그린 흔적.

수없이 덧그어진 눈매.

"……."

윤서는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노트만 바라봤다.

민준의 손끝이 노트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넘겼다.

여름캠프.

성지순례.

주님 수난 성지 주일.

페이지마다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윤서야."

낮게 잠긴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윤서가 알던 착한 성당 오빠는 그 목소리 어디에도 없었다.

"이걸 다 네가 그린 거야?"

숨겨온 연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노트를 바라보던 민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노트를 덮지 못한 채 그대로 윤서를 바라봤다.

마치 믿을 수 없는 것을 확인한 사람처럼.

아니.

너무 오래 바라만 보던 것을, 마침내 제 손 안에 쥔 사람처럼.

그가 오른손 검지에 낀 은색 묵주 반지를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돌리기 시작하였다.

"...기분 나쁘지."

윤서가 고개를 푹 숙였다.

"...오빠, 미안해."

"기분 나쁘다고?"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지금…… 네가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쁜 것 같아?"

민준의 손이 윤서의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윤서가 끝내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그의 손끝이 턱선을 받친 채 잠시 멈췄다.

​"화요일 보호소에서 너를 다시 본 순간부터…… 수요일 네가 슈슈를 안고 내 병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내가 느꼈던 건 그냥 기쁨이었어. 네가 살아 있고, 내 앞에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난 충분했으니까."

​민준의 붉게 충혈된 눈이 윤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노트를 보니까 목소리가 안 나와."

​턱을 받던 손가락이 더욱 분명하게 떨려왔다.

​"10년 전, 네가 예고도 없이 사라졌을 때…… 나는 네가 나를 싫어해서 떠났다고 생각했어. 내가 뭔가 잘못했거나, 신부가 되겠다는 내 모습이 너한테 부담을 주었다고. 그런데 네가…… 네가 나를 이렇게 마음속에 깊이 품고 있었다는 거야? 그럼 왜…… 왜 사라졌던 거지, 이윤서?"

끝내 평정을 잃은 그의 손끝이 천천히 힘을 놓았다

제 턱 끝에 남은 그의 온기를 느끼며, 윤서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윤서는 참아왔던 눈물과 함께 10년 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사고가 났었어. 새벽에 친척집에 다녀오는길에…… 우리 엄마랑 아버지는 현장에서 돌아가시고, 나 혼자 겨우 구조됐어."

​"……사고?"

​그가 10년 동안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오빠를 찾지 않은 건 나야……."

윤서가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오빠는 신학생이 됐거나, 어쩌면 이미 신부님이 됐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오빠 앞에 내가 다시 나타날 수가 없었어."

부모님도 잃고…… 다리도 이렇게 됐는데…….

그래서 내가 숨은 거야, 오빠."

그가 10년 동안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윤서가 자신을 싫어해서 떠난 것이 아니었다.

부담스러워서 등을 돌린 것도 아니었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어린 나이에 홀로 남겨진 채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민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시간 동안 그녀는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병원 침대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장례를 치르고 혼자가 된 날들까지.

자신이 알지 못한 윤서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왜 한 번만 더 찾아보지 않았을까.

왜 윤서가 자신을 떠났다는 결론을 그렇게 쉽게 믿어버렸을까.

손을 뻗으면 닿을 수도 있었을 사람을, 그는 10년 동안 놓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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