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신도 그제야 허둥지둥하며 몸을 돌려 춘매에게 일렀다.
“장군님을 모셔오너라!”
그녀가 막 나가려던 찰나, 용우천이 사람을 거느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최유신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자 눈썹을 찌푸리며 낮게 꾸짖듯 물었다.
“아직도 출발하지 않았습니까?”
최유신은 조심스레 답했다.
“약은 마셨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용우천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신 지 얼마나 됐는데요?”
“꽤 지났습니다. 지금쯤이면 정신을 잃었어야 정상인데...”
그러자 용우천의 이마가 점점 구겨졌다.
“대군자가는 성정이 급합니다. 벌써부터 재촉하고 있어요”
“아직 단장을 마치고 있다고 둘러대면 안 될까요?”
용우천은 잠시 말을 아끼다가 낮게 중얼댔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지요.”
그렇게 또 반 시진이 흐르자 마침내 인내심이 폭발한 예종대군이 날뛰기 시작했다. 용우천이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다. 이성을 전부 잃어버린 예종대군은 예조판서와 맞혼례를 책임지는 인솔 사령들을 끌고 직접 봉의당으로 들이닥쳤다.
용우천은 예종대군의 눈에 맺힌 분노를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곧장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숙였다.
“대군자가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다니 이 모든 것은 신의 실책입니다.”
그러나 예종대관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지금 몇 시인지 아는 것이냐? 아직도 봉란화에 오르지 않았다니! 자정이 코앞이다! 지금 다들 궁문 밖에서 새 중전을 맞이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당장 입궐하라 전하거라.”
예종대군의 목소리는 분노로 차 있었고 그 한마디에 모든 공간이 얼어붙은 듯 정적이 흘렀다. 그때 곽 나인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대군자가 노여움을 거두소서. 중전마마께서는 언제든 출발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출가 전 부모님을 뵙고 작별 인사를 드리겠다 하시는데… 장군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셔서...”
곽 나인의 말은 명백히 용우천의 체면을 짓밟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