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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Author: 꽃길
구안석은 결국 그 이야기를 꺼냈다. 안리영은 이미 생각해 본 문제였기 때문에 그가 묻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너는? 왜 안 돌아와?”

구안석은 안리영의 이마에 뽀뽀하며 잠시 망설이더니 금세 대답했다.

“지금은 안 돼.”

안리영은 그 이유에 대해 더 묻고 싶지 않았다.

“나는 외국에 가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의 대화는 그걸로 끝났다. 구안석은 안리영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는지, 가볍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내년에 신청해서 돌아올 거야.”

“응.”

안리영은 눈을 감은 채 대답했고 구안석은 잠시 후 일어나서 욕실로 향했다.

안리영은 천장을 바라보며 예전에는 장거리 연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제는 정말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하게 되었다.

그때, 구안석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안리영은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욕실을 향해 외쳤다.

“구안석, 희연 씨가 전화 왔어.”

“받아.”

구안석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고 안리영은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소희연 교수님.”

전화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리영 씨, 구 교수님은요?”

“지금 샤워 중이에요. 급한 일 있으면 제가 전해줄게요.”

안리영은 구안석이 그녀가 이 전화를 받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일 릴리 교수님이 오시는데 구 교수님이 반드시 참여해야 해서 오늘 밤엔 반드시 돌아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전해드릴게요. 또 다른 일은 없나요?”

안리영은 소희연이 지금 시간이 어떤 때인지, 구안석이 왜 돌아왔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 단순히 구안석에게 알리기 위해 전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리영 씨는 구 교수님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어요?”

소희연이 진짜 묻고 싶었던 건 이거였다. 그녀는 역시 속셈이 있는 듯했지만 참 직설적으로 구안석을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지금 사랑하면 됐죠.”

안리영은 일부러 소희연을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진심을 말했다.

아무도 한 사람만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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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46화

    안리영은 조시언에게 이끌려 마당으로 나왔다. 오래된 감나무엔 곧 떨어질 것 같은 잎사귀가 앙상한 가지 하나에 매달려 있었다.비바람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은 그 잎은 참으로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차가운 바람이 불자 나뭇가지가 흔들렸고, 하늘은 더없이 쓸쓸해 보였다.하지만 안리영의 심장은 요동쳤고 등줄기에는 땀이 맺혔다.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과 불안이 그녀를 덮쳤다.조시언의 손은 유난히 따뜻했다. 그녀는 그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말했다.“삼촌, 내가 말했잖아. 이러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마음만 아프게 한다고.”조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짙고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안리영은 그의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그의 코트 단추만 응시했다.“이유를 듣고 싶다 했잖아.”조시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울렸다.안리영은 순간 목이 메기 시작하더니 심장은 더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삼촌, 무슨 이유가 됐든...”“그 이유가 바로 너야.”그는 안리영의 말을 끊고 단호히 말했다.포개 쥔 그녀의 두 손이 떨렸다. 항상 아래로 향하던 시선이 불쑥 들리더니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깊은 바다의 소용돌이처럼 그녀를 끌어당겼다.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삼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엄마도 지금 나를 의심하고 있는데 그런 말 들으면 엄마 진짜 나 죽이려 할 거야.”“내가 조씨 성을 쓰지 않고 조씨 가문과 혈연관계가 없어야만 너와 함께할 수 있어.”이어진 조시언의 말에 안리영은 숨이 멎는 듯했다.온몸이 굳었고 머릿속은 윙윙 울렸다. 누군가 머리를 세게 내리친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사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조시언 역시 그것을 암시해 왔다.하지만 추측과 상상은 언제든 밀쳐낼 수 있었다. 그가 직접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칠칠아, 네가 놀랄 줄 알았어. 그래서 차마 말하지 못한 거야. 하지만 너도 느꼈을 거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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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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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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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42화

    눈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극한의 로맨스일지도 모른다.늦게 찾아온 첫눈은 해동의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었고 길 위는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안리영은 차창 밖으로 흩날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그저 아름다웠다. 눈송이 하나하나가 세상을 감싸듯 내려앉았고 그 속에선 모든 것이 조용하고 느리게 흘렀다.순백의 세상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이 맑고 투명해 보였다.“삼촌, 나 내려서 걷고 싶어.”눈으로 감상하는 것만으론 어딘가 부족한 듯 안리영이 입을 열었다.“그래. 앞에 세울게.”조시언은 언제나처럼 그녀의 말을 기꺼이 들어주었다.차가 멈추자마자 안리영은 기다릴 새도 없이 문을 열고 내렸다. 그러고는 길가에서 고개를 들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순간, 마치 철없는 아이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조시언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눈발은 점점 더 굵어졌고 금세 도로 위에 쌓이기 시작했다.눈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뽀득거리는 소리도 꽤 듣기 좋았지만 무엇보다 더 듣기 좋았던 건 안리영의 웃음소리였다.“삼촌!”안리영은 소리치며 눈덩이를 움켜쥐고 조시언을 향해 던졌다.조시언은 피하는 척하다 눈을 고스란히 맞고 말았다.그 모습에 안리영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은 은방울처럼 맑아서 눈송이들마저 그녀의 웃음에 이끌려 함께 웃는 것 같았다.조시언도 덩달아 웃었고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졌다.“조시언!”갑작스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검은색 SUV 한 대가 눈발을 뚫고 다가왔고 창문 사이로 서민호의 웃는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요즘은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져서일까 남자든 여자든 하나같이 다 잘생긴 얼굴이었다.“어머, 여자 친구와 함께 첫눈 데이트 중이셨군.”서민호는 일부러 안리영을 못 알아본 척 장난스럽게 말했다.안리영은 늘 추위를 타서 외출할 땐 모자와 목도리를 단단히 하고 나왔다.작은 얼굴만 내놓고 있어서 처음엔 알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41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정우가 떠난 뒤 안리영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다윤아, 남편 다루는 기술이 있네. 나중에 남자 찾게 되면 너한테 배워야겠다.”“커피랑 디저트 만드는 법만 해도 벅찬데 이제 남자 다루는 법까지? 학비는 준비해 왔어?”나는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다.“너 진짜 치사하다.”안리영은 내 손을 툭 치며 웃었다.우리가 서로의 손을 치며 한창 웃고 있을 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마당 위로 하얀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눈이야!”우리 둘은 동시에 기뻐서 외쳤다.나는 집 안에 있는 진정우를 향해 소리쳤다.“정우 씨, 빨리 나와. 눈이 오고 있어.”그는 조용히 걸어 나와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응, 너와 함께 보려고 나온 거야.”그제야 오늘 그가 평소보다 일찍 돌아왔다는 걸 알아챘다.안리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러면 난 이제 가볼게. 두 사람 애정행각 보는 건 사절이야.”안리영이 진짜로 돌아서려 하자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왜 이래? 우리끼리.”“그리고 혼자 눈 보는 건 좀 쓸쓸하잖아. 큰길이라도 나가서 멋진 남자가 있나 구경이라도 해야겠다.”안리영은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마당의 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그대로 멈춰 섰다.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가운데 한 남자가 차에 기대어 서 있었다. 짙은 색 코트에 같은 톤의 터틀넥을 입고 있었는데 눈송이가 그의 머리와 어깨 위에 하얗게 쌓여 있어 마치 겨울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모습이었다.그녀가 멍하니 서 있자 조시언이 다가오며 말했다.“모르는 척할 거야?”그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에 안리영이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삼촌, 여긴 왜 왔어?”“널 데리러 왔지.”조시언의 말에 안리영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나도 차 갖고 왔어.”안리영은 운전해 온 차를 가리켰다.내리는 눈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더 깊어 보였다. 조시언은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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