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의 백일, 전남편은 눈이 붉어졌다

쌍둥이의 백일, 전남편은 눈이 붉어졌다

에:  찹쌀몽연재 중
언어: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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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한 중년 남성의 낚싯줄 끝에 내 몸이 우연히 걸렸다. 허공을 가르던 낚싯대가 내 몸을 붙잡자, 남자는 낚싯줄을 힘껏 당겼지만 바늘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간 남자가 본 것은 물 위에 떠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는 혼비백산하여 낚싯대를 내던지고 급히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나를 물 밖으로 끌어 올렸을 때, 나는 가까스로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응급처치를 하던 의사들은 내가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 지었고, 가족들은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 남편에게 한 통의 응급 전화가 걸려왔다. “서명이 필요합니다. 급히 와 주셔야 합니다.” 그러나 남편은 감기에 걸린 첫사랑을 위해 정성스레 생강차를 끓이고 있었다. 그는 바쁘다는 이유로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 그는 눈이 붉어지도록 울며 단 한 번이라도 돌아봐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를 바라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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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제1화

나는 이른 아침부터 낚시하던 한 중년남성에 의해 발견되었다.

남자가 휘두른 낚싯대가 어쩌다 내 몸에 걸리자, 아무리 잡아당겨도 낚싯바늘은 빠지지 않았다.

낚싯바늘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내가 물속에 떠 있었고, 남자는 혼비백산하여 낚싯대도 내동댕이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나를 물 밖으로 끌어 올렸을 때, 나는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응급처치에 참여한 의사들은 내가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가족들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나의 마지막을 준비하러 왔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최악의 상황을 잘 버텨냈고, 결국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추락하는 순간의 고통보다, 병실에서 깨어난 후의 고통이 훨씬 더 끔찍했다.

인간의 뼈는 총 206개인데, 내 경우에는 그중 108개가 부러졌고, 일부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크고 작은 상처들이 온몸을 덮고 있었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지만, 동시에 끔찍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움직이는 것은커녕, 누군가 내 몸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감전된 듯한 통증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간호사가 링거를 꽂기 위해 내 손등을 가볍게 눌러 혈관을 찾기만 해도,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려 환자복이 다 젖을 정도였다.

겨우 링거 여섯 병을 맞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심사언의 비서 김은빈이 병실로 들어왔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아연 아가씨께 사과드려야 하니, 지금 사모님을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저와 함께 가주시죠.”

나는 침대에 누운 채 미동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김은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인지,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춘 듯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사모님, 빨리 정리하고 일어나 주세요. 괜히 또 대표님 눈 밖에 나지 마시고요. 이번에 아연 아가씨까지 납치된 게 사모님 때문이다 보니, 대표님께서 많이 화나 계십니다. 대표님에게 아연 아가씨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아시잖아요.”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조바심과 경멸이 묻어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참, 남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뒀네.’

납치범이 벼랑 끝에서 한 명만 살릴 수 있다고 했을 때, 그는 단 한 순간의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첫사랑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내던져졌다.

그런데 이제 막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인 나에게, 그는 자신의 첫사랑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쉰 목소리가 듣기 거북할 정도로 갈라졌다.

“김 비서님, 가서 심 대표님께 전해줘요. 사과는 못 하겠다고요. 대신, 이제 심 대표님을 아연이에게 선물로 줄게요. 두 사람,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고, 예쁜 자식도 많이 낳길 바랄게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말할 힘도 없었다.

‘아파, 너무 아파...’

온몸의 상처가 마치 수십 개의 입을 벌려 나를 갉아먹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나는 그저 빨리 잠들고 싶었다.

다행히 링거에 포함된 진정제 덕분에 나는 금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심사언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했다.

원래부터 오만하고 냉정한 이 남자는, 화가 나면 더더욱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 시선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왜 아연이에게 사과하지 않은 거야? 당신때문에 아연이까지 납치된 거잖아. 아연이가 감기에 걸렸다는 걸 몰라?”

“그리고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나와 아연이 사이엔 아무것도 없다고! 그런데 왜 그런 말로 아연이를 모욕하는 거야?”

“당신, 도대체 언제까지 그 망상 속에서 살 거야? 세상이 다 당신 생각대로만 돌아간다고 착각하지 마.”

나는 멍하니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사람이 정말 내가 알던 심사언이 맞나?

과거의 그는 내 손에 작은 생채기라도 나면 눈가가 붉어지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온몸을 붕대로 감아 움직일 수도 없는 나를 외며한 채, 오로지 아연이 감기에 걸린 것만 신경 쓰고 있었다.

더는 견딜 수 없어, 나지막이 말했다.

“나... 많이 다쳤어. 정말 심하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다고.”

나는 심사언이 이 말을 듣고서라도 나를 한 번쯤은 봐주길 바랐다. 적어도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가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비웃듯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진짜 다친 거 아니잖아. 설령 정말로 다쳤다 해도, 그건 다 당신이 자초한 일 아닌가?”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7년이라는 세월의 결과가 고작 이거라니.'

내 웃음이 너무 자조적이었을까?

순간 심사언의 눈빛이 아주 조금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 그는 다시 원래의 냉소적인 표정으로 돌아왔다.

“고이설, 연기력이 점점 늘었네.”

“이 붕대도 참 실감 나게 잘 감았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몸에 감긴 붕대를 툭 잡아당겼다.

나는 본능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가벼운 터치도 견디기 어려운 몸 상태인데, 붕대를 억지로 잡아당기다니.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몰아쳤다.

그런데도 그는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내 팔을 강하게 눌렀다.

“이건 뭐야? 피야? 색깔이 아주 진한데, 설마 가짜 피를 사서 묻힌 건 아니겠지?”

“당신, 진짜 병원까지 동원해서 연극을 하는 재주가 남다르다.”

방금 맞춰 놓은 내 뼈가 다시 부서지는 것 같았다. 순간 심장이 멎을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동안 내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마치 물에 빠졌다가 갓 건져 올려진 사람처럼 축축하게 젖은 채, 나는 피가 다 빠진 듯 창백한 얼굴로 겨우 입을 열었다.

심사언에게 놓아달라고, 제발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아파서 입을 여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제야 심사언이 내 얼굴을 내려다보며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당신...”

그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익숙한 벨소리가 울렸다.

그는 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전화를 받았다.

“겁먹지 마, 지금 바로 갈게.”

그 한마디를 남긴 채, 그는 서둘러 병실을 나섰다. 분명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나를 돌아보지 않은 채.

급히 뛰어나가던 그는 내 몸에 연결된 링거 줄을 무심히 발로 건드려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 내 호흡이 갑자기 멎을 것처럼 가빠졌다.

필사적으로 심사언을 불러 세우고 싶었다.

제발, 제발 나 좀 살려 달라고. 의사라도 불러 달라고.

하지만 아무리 목을 써도, 내 입에서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숨을 들이쉬려고 해도, 마치 누군가가 내 목을 세게 조르는 것처럼 공기가 폐로 들어오지 않았다.

숨이 막혀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정말...이렇게 죽는 거야?'

믿을 수가 없었다.

납치범의 손에서도 살아남았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암초에 부딪히고도 살아남았는데.

그런데 결국...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다니.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인데...'

순간, 가슴 한가운데서 밀려오는 통증은 지금까지의 모든 고통을 압도했다.

너무 아파서, 나는 내 사랑을 후회했다.

...

하늘이 나를 특별히 아끼는 걸까, 아니면 더 괴롭히고 싶은 걸까.

이번에도 나는 죽지 않았다.

의사들은 또 한 번, 내 끈질긴 목숨에 혀를 내둘렀다.

퇴근하기 전, 우연히 내 상태를 확인하러 왔던 수간호사가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바로 응급실로 옮겨지지 않았다면...

불과 몇 분만 더 늦었어도, 나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을 거라고 했다.

의사는 감탄스럽다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제가 본 환자 중 가장 운이 좋은 분이세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힘없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깨어났을 때는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텅빈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뭔가 아주 중요한 걸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특별히 떠오르지 않는 기억은 없었다.

다만, 내 몸에 연결되어 있던 의료용 관이 왜 빠졌는지... 그것만이 어렴풋하고 희미했다.

의사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일부 기억이 흐려질 수 있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회복이라고.

나는 의사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괜히 깊이 생각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

하지만 두 번째 사고를 겪은 이후, 내 몸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침대에서 무려 두 달 넘게 누워 있어야 했고,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도 그 이후였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팔다리는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목이 타들어 갈 듯 말라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탁자 위의 컵조차 손으로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나는 간신히 힘을 짜내 손을 뻗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컵을 잡았지만...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힘없이 놓친 컵이 바닥에 떨어졌고,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바닥에 쏟아진 물을 바라보니 갈증이 더욱 심해졌다.

‘다시 한 번만...’

나는 다시 물을 따르려 손을 뻗었지만—

그 순간, 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커다란 실루엣의 한 남자가 성큼성큼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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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나는 이른 아침부터 낚시하던 한 중년남성에 의해 발견되었다. 남자가 휘두른 낚싯대가 어쩌다 내 몸에 걸리자, 아무리 잡아당겨도 낚싯바늘은 빠지지 않았다. 낚싯바늘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내가 물속에 떠 있었고, 남자는 혼비백산하여 낚싯대도 내동댕이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나를 물 밖으로 끌어 올렸을 때, 나는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응급처치에 참여한 의사들은 내가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가족들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나의 마지막을 준비하러 왔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최악의 상황을 잘 버텨냈고, 결국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추락하는 순간의 고통보다, 병실에서 깨어난 후의 고통이 훨씬 더 끔찍했다. 인간의 뼈는 총 206개인데, 내 경우에는 그중 108개가 부러졌고, 일부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크고 작은 상처들이 온몸을 덮고 있었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지만, 동시에 끔찍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움직이는 것은커녕, 누군가 내 몸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감전된 듯한 통증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간호사가 링거를 꽂기 위해 내 손등을 가볍게 눌러 혈관을 찾기만 해도,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려 환자복이 다 젖을 정도였다. 겨우 링거 여섯 병을 맞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심사언의 비서 김은빈이 병실로 들어왔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아연 아가씨께 사과드려야 하니, 지금 사모님을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저와 함께 가주시죠.” 나는 침대에 누운 채 미동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김은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인지,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춘 듯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사모님, 빨리 정리하고 일어나 주세요. 괜히 또 대표님 눈 밖에 나지 마시고요. 이번에 아연 아가씨까지 납치된 게 사모님 때문이다 보니, 대표님께서 많이 화나 계십니다. 대표님에게 아연 아가씨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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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에게 뭔가 더 모진 말을 말하려던 엄마는, 내 말을 들은 순간 놀라 입을 다물었다. 내가 이렇게 엄마의 이야기를 순순히 받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엄마와 함께 나에게 벌컥 화를 내려던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나였다면 때려죽인다 해도 절대 이혼하겠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을 것이었다. 나의 뜻밖의 반응에 놀라 충격에 빠진 부모님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직은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아서 움직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굳이 병원으로 가서 사과하라는 말씀은 사양할게요. 심사언이 이혼 서류를 준비하는 대로, 변호사 통해서 저한테 보내주면 될 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온몸이 땀에 젖어 축축해진 이불은 답답하고 무거웠다. 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이 들 정도로.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지금부터 이어질 부모님의 기뻐하는 표정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내 부모님은 내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내 태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금세 파악했다. 심사언과 이혼하겠다는 내 생각은 이번만큼은 진짜였다. 상황 판단이 끝난 순간, 부모님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다정해졌다. “그래, 우리 딸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이제 푹 쉬어. 움직이기 싫으면 가만히 누워 있어도 돼. 엄마가 주미 아주머니를 불러서 너를 잘 돌보라고 할게. 우리 딸은 그냥 쉬기만 하면 돼.” 아빠는 나지막이 웃으며, 내 머리맡에 카드를 내려놓았다. “이 카드에 돈 천만 원이 들어 있단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마음껏 써도 좋아. 부족하면 언제든 아빠한테 말하고. 우리 딸, 아직 젊잖아. 몸부터 잘 회복하면, 너에게 좋은 날은 그때부터 시작될 거야.” 부모님은 몇 마디를 더 덧붙이고는 내가 다른 소리를 할까 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부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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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사람, 술에 취한 척하면서 나에게 무슨 수작을 걸 생각인가?’ 그런데 그의 반응은 그것보다 더 위험했다. “여보, 나 왔어...” 남자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곧장 나를 향해 몸을 던졌다. ‘미쳤어? 이 덩치가 나를 덮치면, 나는 진짜 뼈도 못 추릴 텐데!’ 나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틀어 피했다. 쿵! 허공을 가른 심사언의 거대한 몸은 바닥에 그대로 처박혔다. 충격에 바닥이 울렸다. “여보...” 비틀거리며 나를 향해 손을 뻗던 그가, 내가 피한 걸 깨닫고는 순간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뭐야, 저 표정은?’ 마치, 기대하던 사람에게 차갑게 밀쳐진 아이처럼... 진심으로 상처받은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가슴에 살짝 찌르르한 통증이 밀려왔다. ‘이래서 예전의 내가 이 남자를 좋아했나?’ 그때는, 심사언이 저렇게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에 서운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얼굴, 진짜 반칙 아니야...?” 완전히 내 취향이었다. 너무 잘생겼고, 내가 좋아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얼굴. 그 얼굴로, 과거의 심사언은 나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한마디만 하면 도시 전체에 불꽃놀이를 터뜨렸고, 몇 시간이고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나에게 한정판 피규어를 사다 바쳤다. 내가 불 속에 갇혔을 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그의 사랑을 끝까지 놓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나였다. ‘인생은 소중하고, 쓰레기는 멀리하기’, 이것이 지금의 내 좌우명이었다. 그리고 나는 ‘남자 불쌍해하면 평생 개털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러니 나는 심사언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지금의 심사언이 아무리 불쌍해 보여도, 한 줌의 연민도 가져선 안 돼.’ ‘이 상태로 두면 언제 깨어나서 사고 칠지 몰라. 그냥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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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나 당신한테 여러 번 말했어. 나랑 아연이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이혼으로 날 협박하지 마. 당신이 아무리 이혼을 들먹인다고 해도, 나는 절대 아연이를 해외로 보내지 않을 거야!” ‘똑같은 말을 또 하다니.’ ‘이제야 겨우 내가 진짜로 이혼하고 싶다는 걸 알았나 했더니, 결국 또 내 잘못이라고? 내가 이혼을 무기 삼아 협박하는 거라고?’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고 있자니, 나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기 힘들었다. 나는 다시 한번, 아주 진지하게 심사언을 바라보았다. “심사언, 나 장난치는 거 아니야. 이혼을 협박 수단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소아연을 해외로 보내려 하는 것도 아니야.” “나는 진심으로, 정말로, 간절하게 두 사람이 잘되길 바랄 뿐이야!” “정말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내 심장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어.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당신 눈으로 직접 보게 하고 싶다고!” 심사언의 몸 옆으로 힘없이 내려져 있던 손이 갑자기 단단하게 쥐어졌다. 손등의 핏줄이 선명하게 튀어나왔다. ‘예전에도 고이설은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자기 심장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다고. 자기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직접 보게 해주고 싶다고.’ ‘그런데 지금, 또 저렇게 말하는구나. 자기 심장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다고. 자기가 나랑 아연이를 얼마나 진심으로 축복하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해주고 싶다고.’ ‘참, 사람 약 올리는 데는 타고났다니까?’ ‘분명 아연이한테 상처를 준 건 고이설인데...’‘아연이가 돌아온 후에도 고이설은 끊임없이 문제를 만들었어. 처음에는 그냥 감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다고.’ ‘그래도 나는 한 번도 강제로 사과를 요구한 적 없었어.’ ‘이번에도 마찬가지잖아. 하지만 고이설은 이혼을 무기 삼아 나를 몰아붙이고, 아연이한테는 차라리 죽으라고까지 했어.’‘그것도 모자라 장인, 장모님께 찾아가서, 두 분이 진짜로 딸이 이혼을 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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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별거 아니야, 그냥 작은 상처야.” 심사언은 조용히 손을 빼고 소아연에게 선을 그었다. 소아연의 눈에 스치는 싸늘한 기운. 하지만 그건 한순간뿐이었다. 다시 심사언을 바라보는 소아연의 눈에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걱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오빠, 우선 가서 손부터 치료해야겠어요.” “괜찮아. 널 먼저 송 교수님께 데려다줄게.” 내 부모님은 심사언이 소아연을 이렇게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고 묘한 감정이 스쳤다. 자신의 상처는 뒷전이고, 오직 소아연만 챙기는 모습. ‘하아... 그 일만 아니었으면, 사언이가 양설이와 이혼하고 아연이랑 잘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네...’ 그리고 이 모든 게 다 친딸인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부모님은 나를 더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갈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결국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설아, 사언이가 아직 그 마음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 그래서 그렇게 쉽게 이혼하겠다고 나선 거지?]나는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너, 정말 독하다! 친부모를 이렇게까지 가지고 놀아?] [하지만 그게 사실이면 어쩔 건데? 네가 평생 사언이 옆에 있어도, 사언이 마음속에는 네가 없어! 넌 영원히 방패막이에 불과하다고!] ‘방패막이? 그게 무슨 뜻이지?’ 나는 엄마에게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다. ‘심사언이 넘지 못하는 벽이 뭔데?’ 하지만 아빠는 내게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낚아채더니, 단호하게 명령했다. [고양설! 이 독한 것! 넌 우리 집안 딸일 자격도 없고, 앞으로 우리 집안의 그 어떤 것도 물려받을 자격은 더더욱 없어!][내일 당장,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네 할머니가 가진 지분을 아연이한테 넘기도록 해!] [그걸로 아연이한테 사죄의 뜻을 보이라고!] [실패하면, 앞으론 우리를 부모라고 부르지도 마!] 그리고 아빠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솔직히... 나도 더 이상 내 친부모를 ‘부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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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밤이 깊어져 가면서 클럽은 점점 더 시끌벅적해졌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번쩍이고, 술과 음악이 난무하는 공간이었다.송주혁은 고객과 함께 VIP룸으로 향하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뒤에 따라오던 비서에게 동행한 고객을 먼저 룸으로 안내하라고 지시한 후, 옆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그는 심사언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 오늘이 한민숙 어르신 칠순 아니었어?” ‘오늘 같은 날, 형님이 왜 생일연회에 안 가고 여기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거야?’ 심사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테이블 위의 술잔을 들어 또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송주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야, 아직도 형수님한테 화난 거야?” “형수님도 참, 이럴 때는 형을 좀 달래줘야지. 오늘 같은 날, 형이 같이 안 가주면 형수님이 얼마나 민망하겠어?” “한민숙 어르신의 칠순 연회는 Y시 상류층이 전부 모이는 자리인데, 형이 남편으로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형수님 체면이 뭐가 되겠냐고.” 심사언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혹시라도...’ 하지만 화면은 여전히 깨끗했다. 부재중 전화도, 읽지 않은 메시지도 없었다. 심사언의 얼굴이 더더욱 굳어졌다. 실은 어제 그는 나와 그렇게 싸우고 나온 후, 계속 내 전화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이 우리 할머니의 칠순이니, 내가 평소처럼 할머니의 기분을 위해 그에게 연락을 해올 거라고 생각했다. ‘고이설, 나한테 와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면서 같이 연회에 가자고 하지 않을 생각인 건가?’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잖아?’‘고이설, 넌 할머니를 누구보다 아끼잖아. 할머니가 걱정하시는 걸 제일 싫어하잖아.’ ‘그런데도, 이런 날에 끝까지 버티겠다는 거야?’‘오늘은 단순한 가족 행사도 아니고, Y시 상류층이 전부 모이는 큰 연회야. 남편인 나 없이 홀로 참석하면, 사람들한테 무슨 소리를 듣겠냐고.’ ‘설마 체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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