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한 중년 남성의 낚싯줄 끝에 내 몸이 우연히 걸렸다. 허공을 가르던 낚싯대가 내 몸을 붙잡자, 남자는 낚싯줄을 힘껏 당겼지만 바늘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간 남자가 본 것은 물 위에 떠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는 혼비백산하여 낚싯대를 내던지고 급히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나를 물 밖으로 끌어 올렸을 때, 나는 가까스로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응급처치를 하던 의사들은 내가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 지었고, 가족들은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 남편에게 한 통의 응급 전화가 걸려왔다. “서명이 필요합니다. 급히 와 주셔야 합니다.” 그러나 남편은 감기에 걸린 첫사랑을 위해 정성스레 생강차를 끓이고 있었다. 그는 바쁘다는 이유로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 그는 눈이 붉어지도록 울며 단 한 번이라도 돌아봐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를 바라볼 수 없었다.
더 보기세상에는 친딸에게도 아랑곳하지 않는 엄마도 있지만,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감수할 수 있는 엄마도 있었다.나는 박만화처럼 솔직한 엄마가 좋았다. 그리고 박만화 같은 엄마를 둔 딸이 부러웠다.“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여기서 나가든 못 나가든, 언니가 딸과 평생 편하게 살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내 말이 끝나자, 박만화의 눈가가 붉어지며 울컥한 감정을 애써 참는 듯했다.박만화는 정말 좋은 엄마였다. 간신히 지켜낸 딸과 함께 정말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그래서 나에게 한가지 약속했다.“사모님, 여기 있는 동안 제가 지켜줄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중에 제 딸만 잘 부탁해요.”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박만화에게 더 이상 위험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 언니에게 또 다른 위험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언니,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저... 여기서 나갈 수 있어요.”“그리고... 저랑 약속 안 하셔도, 언니 딸은 제가 어떻게든 책임질게요.”이 언니가 딸과 무사히 살아가는 게, 지금 이 순간 내가 해낼 수 있는 가장 큰 책임이라는 걸 알았다....그렇게 자리에 돌아와 누우려던 찰나,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나는 몸을 돌려, 똑바로 입을 열었다.“누가 얼마를 줬든 상관없어요. 난 그보다 열 배는 줄 수 있어요. 괜히 덤비지 마세요.”내 말이 끝난 순간, 생활실 안이 무덤처럼 조용해졌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숨조차 참은 듯한 정적.잠시 후, 박만화가 앞으로 나섰다. “이분은, 재벌가 사모님이야. 다들 믿으라. 돈 많아.”“내가 그거 알고 도운 거야.”그제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내게 향하던 시선도 달라졌다.소아연에게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만큼은 아닐 거다.심사언이 그녀를 아무리 아끼고 사랑해도 자신의 전 재산 절반을 순순히 내줄 정도는 아니었다.그것이 내가 끝까지 이혼합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이유였다.소아연에게 전부를 내어줄
엄기준 변호사가 보석 절차를 처리하러 나간 후, 나는 다시 구치소 안의 생활실로 돌아왔다. 챙길 것도 딱히 없었고,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던 터라 그냥 자리에서 눈이라도 붙이려는 순간, 누군가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내 뒤엔 금속으로 된 수납장이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부딪치면 그 충격에 크게 다칠 수밖에 없는 거리. 하물며 온몸에 철심이 박힌 내 몸은, 한 번만 잘못 넘어져도 반신불수는 각오해야 했다.‘이대로 밀리면 끝이야.’나는 전혀 방심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나는 생각에 잠겨 있었고, 그녀가 덮쳐오는 걸 인지했을 땐 이미 늦었다.그때, 생활실 안에서 가장 무서워 보였던, 입소 첫날부터 내가 경계했던 ‘큰언니’인 박만화가 순간적으로 나를 잡아채서 위기를 막아줬다.나는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이었는데, 박만화는 내 귀에 낮게 속삭였다.“지금 나갈 수 있으면 얼른 나가요. 누가 그쪽을 죽이려고 했어요.”“그쪽을 몸에 철심 박은 거 알고,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세게 밀려고 했어요.”‘뭐...?!!’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나는 박만화를 멍하니 쳐다봤다.박만화는 조용히, 담담하게 말했다. “원래 저한테 먼저 연락이 왔어요. 근데... 딸이 저 기다리고 있어요. 이제 우리 애에게 또 실망하게 하기 싫어요.”딸과 함께 새 삶을 살고 싶었다. 합법적으로, 떳떳하게.‘그럼, 이 모든 건 소아연이...’나를 해치기 원하는 유일한 사람. 굳이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를 여기서, 영원히 못 나가게 만들려는 거구나.’나를 밀치려다 실패한 여자는, 박만화를 향해 살기 어린 눈빛을 날렸다. 하지만 상황이 더 이상 유리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듯, 자리로 돌아가 이불을 덮어버렸다.나도 모르게 긴급 벨을 눌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박만화가 내 손을 막았다.“정신과 병력 있어요. 실제로 그쪽을 밀쳤어도, 처벌도 제대로 안 나와요.”그리고 덧붙였다.“이 정
심사언은 내가 갑자기 그와 소아연을 이어주려는 듯한 말을 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불쾌하게 말했다.“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랑 아연이는 그런 사이 아니라고. 앞으로도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왜 자꾸 나랑 아연이를 엮는 건데?”‘왜냐하면, 당신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그 애니까.’‘그렇게까지 아끼고 지키는 모습이, 도대체 사랑이 아니면 뭔데?’‘우리 엄마 말대로, 사랑에 ‘과거’가 그렇게 중요하면, 이 세상에 다시 시작할 사랑은 하나도 없지. 옛날 황제도 새어머니랑 결혼했다는데, 너는 왜 못 해?’‘나더러 사과하라느니, 차라리 소아연이랑 결혼하는 게 더 확실하게 그 애를 구해주는 길일 텐데.’하지만 이 말들은, 다 속으로만 말했고, 딱히 입 밖으로 꺼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심사언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 소아연을 향한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나를 향한 모든 폭력과 모욕도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믿는 사람이니까.나는 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시선을 돌려 동행 중인 여경에게 면회를 종료하겠다고 전했다.내가 단 한 마디의 미련도 없이 돌아서자, 심사언은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곧 분노했다.“이렇게까지 날 밀어내면... 이제 방법 없어. 이젠 기회도, 없다고.”그 목소리는 차가운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심사언을 등진 채 조용히 발을 옮겼다.쾅!그 순간, 내 등 뒤에서 굉음이 들렸다. 심사언이 테이블을 세게 내려치는 소리였다. 건물이 울릴 만큼의 파열음.‘그 한 방에 얼마나 힘을 줬을지 안 봐도 뻔해.’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심사언이 어떤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을지, 궁금하지도 않았다.그리고 그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엄기준 변호사가 도착했다.엄기준은 원래 심사언이 나한테 소개한 미디어 콘텐츠 회사의 법률 자문이었다. 그 회사를 통해 처음 엄기준을 만났을 땐, 이 사람의 일 처리 능력과 성품
내가 그렇게 물었을 때, 심사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럴 수밖에 없었다.심사언이 말한 내가 소아연을 해친 ‘그 일’ 말고는, 나는 단 한 번도 누굴 해치거나, 도덕적으로 선을 넘은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내가 계속 물었다. “심사언, 우리는 8년이나 알고 지냈어. 사귄 건 7년이고. 그런데 당신은... 단 한 번도 내 됨됨이를 믿어주지 않았어.” “누가 영상 하나 들이밀자, 아무 확인도 없이,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했지. 그걸 보고 ‘이설이가 그랬을 거야’라고 확신했잖아.”“그렇게 쉽게, 나를 믿는 대신 의심을 택했던 사람이 나를 사랑했다고 말할 자격이 있긴 해?”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턱선을 따라 식은땀이 난 손을 올려 와이셔츠의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그러고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 터지고 나서 남 탓부터 하는 사람치고, 진짜 억울한 사람 없더라.”“그래, 평소엔 당신도 참 괜찮았어. 법 어기는 일도 안 했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 적도 없지. 근데 그게... 아연이한테까지 그랬다는 보장은 없잖아.”“아연이가 너희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당신은 줄곧 의식했잖아.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꼈고, 그래서 계속 견제하고, 무시하고...”“당신은 부모님의 친딸이고, 형님과도 핏줄이 이어진 진짜 가족이야. 그런데 왜 지금은 아무도 자기편에 안 서는지, 그 이유를 한 번이라도 자신에게 물어본 적 있어?”“정말 아무 잘못도 없었다면, 왜 다들 당신보다 아연이를 더 아끼고, 감싸고, 믿을까?”“인정할 건 인정해. 당신 질투가 너무 심했어. 아연이가 잘되는 게 보기 싫었고, 그래서 결국 아연이에게 상처를 준 거니까.”“그때는 당신도 너무 어렸고, 또 나를 너무 사랑했으니까, 불안했겠지. 아연이가 날 빼앗아갈까 봐. 그래서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어.”“근데, 괜찮아. 그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 아연이한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우리 그냥... 다 덮고 다시 시작하자.”“아연이도 말했어. 정말 당신이 사과하기
다음 날 아침, 구치소 직원이 와서 내 이름을 불렀다. 면회가 있다는 말에 나는 당연히 엄기준 변호사가 보석 절차를 준비해서 왔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면회실 유리창 너머로 나타난 사람은... 심사언이었다.심사언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눈가엔 온통 핏줄이 터져 있었고, 밤새 단 한숨도 못 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런 상태는 오히려 구치소에서 불안과 두려움 속에 밤을 보낸 나보다도 더 초라해 보였다.그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곧 익숙한 목소리로 말했다.“하룻밤 지났으니까, 이제 생각 좀 정리됐지?” “지금이라도 늦지 았았어. 사과해.”그 말에 나는 불쑥 예전 그 말이 떠올랐다.“3개월이나 반성했으면, 이제는 좀 깨달아야지.”‘정말... 어이가 없네...’ ‘나를 이 지경까지 몰아놓고도, 이 모든 걸 사랑이라 착각하는 사람이야.’‘계속 기회를 줬다고 생각하네. 나를 위해 참아줬다고, 다 날 위해서라고.’그 말들이 머릿속에 다시 울리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심사언, 혹시 진짜 나 죽이고 홀아비 돼서 재산 독차지하려는 거 아니야?”남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그런 소리 하지 마. 그런 생각 해본 적도 없어.” “어제 그 말은, 진짜 아연이 시선을 돌리려고 일부러 그런 거였어. 그 틈에 널 구하려고 했다고.”“당신이 여기서 하루 있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내가 어떻게 당신이 죽길 바랄 수가 있겠어...”그는 연신 되풀이했다. 죽게 할 마음은 없었다고, 이 모든 게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그러니까, 당신 지금도 날 사랑하고, 내가 감옥에 가는 걸 원하지 않고, 그 모든 게 날 위한 결정이었단 거지? 사과하라는 것도?”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당연하지. 당신을 지키고 싶어서 그래.”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나는 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역겨워.”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엄마의 눈빛은 잠시나마 흔들렸다. 그제야 문득 떠올린 듯했다. 내가 엄마가 열 달 동안 품에 안고 세상에 낳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친딸’이라는 사실을.오빠의 시선은 그보다 훨씬 복잡했지만, 그 복잡함 속에 가장 도드라진 건 묘한 안도감이었다. 내가 구속되어 수년간 살아야 한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그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인생이 된다. 완전히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오빠는 그 사실에... 속으로 안심하고 있었다.결국, 나를 감옥에 넣은 건 내 친부모, 피 한 방울 다르지 않은 오빠, 그리고... 함께한 지 8년이 넘은 남편이었다....구속된 이후, 나는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좁은 생활실에 배정되었다. 누가 봐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사람들 틈. 그 시선들, 말 없는 분위기,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공포처럼 엄습했다.나도 처음부터 예상하긴 했다.소아연에게 맞서는 순간, 가족과 심사언이 나를 그냥 두지 않을 거란 걸.심지어 심사언과 끝장을 볼 각오도 했고, 법정까지 가게 될 걸 알면서도 나는 담담히 맞설 준비를 했다.하지만... 단 한 번도, 내가 진짜 구속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태어날 때부터 법을 지키는 게 당연했고, 누구보다 바르게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 내가... 이 좁고 낯선 공간에 홀로 있다는 사실에 순식간에 숨이 막혔다.그리고 정말 너무 무서웠다. 정말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나가게 되면... 진짜 절에 찾아가서 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불길한 징조였다.그 불안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곧 침착함을 되찾고, 담당 변호사에게 연락을 시도했다.하지만 그 시간, 소아연 역시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엔 단순한 여론 조작을 넘어서, 내가 ‘다시는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그녀는 김은빈을 찾아가, 손에 하얀 꽃 한 송이를 쥔 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설 언니...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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