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장소월을 향해 전연우가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
“멋있어?”
장소월은 남자의 근육을 조각으로 만들어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전연우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그렇게 좋으면, 오늘 밤에 천천히 구경해보는 게 어때?”
그 말에 장소월은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져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흘깃흘깃 훔쳐보는 행동은 그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오디션 날짜는 이미 정해졌었지만 갑작스럽게 중단되었다. 장소월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다시 그림에 몰두했다.
어느 날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지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을 뒤져보았다. 문득 낯익은 화집 한 권이 눈에 띄었다.
화집 속 그림은 얼핏 그녀의 화풍과 매우 비슷한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머릿속에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기억을 더 파고 들어가면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장소월은 그 화집을 들고 전연우를 찾아갔다.
화집을 본 전연우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표정을 감추었다.
“전연우, 이 화집 나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장소월은 그 기억이 허구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녀가 더 깊은 고민에 사로잡힐까 봐 두려워 전연우는 태연히 말했다.
“우리가 신혼여행 갔을 때 네가 그린 거야.”
장소월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림에 대한 익숙함도, 이 화집이 불러온 기억도 허상이 아닌 진짜였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전연우의 사람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직감이 기억 속 그 장면은 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 하고 싶은 게 생겼어.”
장소월은 갑자기 기대에 찬 눈으로 전연우를 바라보았다.
“지난번 그림을 전시회에 내고 싶어.”
운무 마을을 그린 그림은 그녀에게 더없이 소중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보길 바랐다.
전연우 또한 그 그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장소월이 전시하고 싶다고 하면 그는 막지 않을 것이다.
“좋아.”
필요한 준비는 장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