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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sungmin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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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s by jungsungmin65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백설공주 이야기 속에서 언제나 질투와 악의 이름으로만 남았던 왕비. 디즈니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도 그녀는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돌에 깔린 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러나 죽음의 순간, 노파의 몸으로 숨이 막혀가던 그녀가 떠올린 것은 증오도, 저주도 아니었다. 아직 왕비가 아니었고, 아름다움으로 평가받지 않던 시절. 귀족 가문의 하녀로 살아가며 순종과 인내만을 배워야 했던 이름 있는 한 소녀의 기억이었다. 아름다워야 했던 것은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다. 요구였고, 조건이었고, 끝내 벗어날 수 없는 규칙이었다. 이 이야기는 '가장 아름다워야 했기에'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마지막 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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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화
떨어진 사과의 붉은 껍질은 천천히 빛을 잃어갔다. 처음에는 작은 검은 점 하나였다. 그러나 계절이 지나고, 비를 맞고, 햇빛에 마르기를 반복하는 사이 그 점은 조금씩 번져갔다. 붉음은 검게 물들었고, 단단했던 과육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껍질이 갈라진 틈 사이로 짙은 갈색이 스며들었고, 달콤한 향 대신 축축하게 썩어가는 냄새가 남았다. 한때 가지에 매달려 햇빛을 받던 사과는, 이제 아무도 찾지않는 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바람이 한 번 스쳐 지나갔다. 시들어 버린 사과꽃 잎 하나가 허공을 천천히 맴돌았다. 꽃잎은 검게 변한 사과 위를 스치듯 지나더니, 힘없이 그 곁에 내려앉았다. 아무도 그것을 주워들지 않았다. 아무도 시간을 되돌리지 못했다. 바람이 다시 한 번 불었다. 흩날리던 꽃잎들이 천천히 흩어지고, 풍경은 아주 조금씩 흐려졌다. 마치 오래된 기억이 물결 속으로 가라앉듯, 눈 앞의 정원은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그리고. 엘로이즈가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방 안에는 저녁빛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반쯤 열린 창문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스며들었고, 얇은 커튼이 느리게 흔들렸다. 엘로이즈의 시선은 느리게 창밖을 향했다. 저택 뒤편.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온 사과나무가 보였다. 엘로이즈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나무가 아니라, 그 아래에 남겨두고 온 시간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날... 내가... 후레지아 꽃을 꺾으러 가자고 하지 않았으면... 클레르는 아직도...." "...아가씨." 그림 하일드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하지만 엘로이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사과나무를 향하고 있었다. 저녁 바람이 조용히 스쳐 지나갔다. 가지 끝이 느리게 흔들렸다. 엘로이즈는 그 흔들림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나무가 아니라, 그 날의 기억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Last Updated: 2026-07-12
Chapter: 23화
일주일 후. 점심 햇살이 드 로베르 저택의 정원을 비추고 있었다. 현관 앞에는 이미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검은 말들이 조용히 숨을 내쉬고 있었고, 하인들은 양옆으로 가지런히 서 있었다. 끼익. 현관문이 열렸다. 먼저 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갈한 외출복 차림으로. 그 뒤로 부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뒤. 엘로이즈와 클레르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엘로이즈는 오늘도 단정했다. 흑발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햇빛 아래에서 그녀는 조용하고 우아하게 부모를 바라보며 허리를 살짝 숙였다. "...어머니, 아버지. 잘 다녀오세요." 대신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 역시 아주 옅게 미소지었다. "...그래. 오늘도 중요한 연회가 있어서... 좀 늦을 거란다." "...네." 그 순간, 부인의 시선이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클레르. 연한 노란빛 드레스를 입은 둘째 딸이 조용히 서 있었다. 평소처럼 들떠 뛰어나가지는 않았지만, 며칠 전처럼 풀이 죽은 얼굴도 아니었다. 부인은 잠시 클레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클레르." "네, 어머니." "어머니, 아버지 없는 동안 언니 말 잘 듣고. 말썽 피우지 말고." "...네, 어머니." 클레르의 대답은 얌전했지만, 고개를 들던 순간, 슬쩍 옆에 있는 엘로이즈를 바라봤다. 그리고, 싱긋. 아주 작게 웃었다. 엘로이즈 역시 그 시선을 느꼈다. 잠시 눈을 깜빡인 그녀의 입가에도 아주 옅은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부인은 그런 두 딸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궁정 대신이 먼저 마차에 올라탔다. 뒤이어 부인이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며 천천히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덜컥. 마차 문이 닫혔다. 찰싹. 고삐가 움직였다. 바퀴가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덜커덩. 검은 마차는 아침 햇살 아래를 지나 천천히 저택 밖으로 멀어져 갔다. 계단 위에는 엘로이즈와 클레르 두 사람만 남았다. 그리고 마차가
Last Updated: 2026-07-07
Chapter: 22화
그날 밤.드 로베르 저택은 이미 깊은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복도에는 촛불 몇 개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창밖 정원은 달빛 아래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하인들의 발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저택 뒤편, 사람들의 눈이 잘 닿지 않는 오래된 마굿간 쪽으로 한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망토를 깊게 눌러쓴 젊은 남자 하인. 그는 몇 번이고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는 최대한 죽여져 있었다.끼익.낡은 마굿간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안쪽에서는 희미한 등불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마른 짚 냄새. 낡은 나무 냄새. 그리고 말들의 낮은 숨소리. 남자 하인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마굿간 안쪽 구석. 낡은 의자 하나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허리가 굽은 늙은 마부. 해진 외투. 거칠게 갈라진 손. 깊게 눌러쓴 모자 아래로는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공기만큼은, 평범한 늙은이의 것이 아니었다. 카일 로웬의 아버지. 그리고 오래전부터 그림자 속에서 움직여 온 마법사, 루시안 로웬.남자 하인이 낮게 고개를 숙였다."...루시안 님.""말해라.""...다음 주에 후레지아 꽃을 꺾으러 산으로 간답니다.""...산으로.""예. 둘째 영애와 큰 영애 둘이서요.""...그래. 드디어 때가 왔구나. 꽃을 좋아하는 계집 아이들은... 늘 경계가 없지.""...그리고 마침, 그 산으로 가는 길에 사과나무를 심어놓기 좋은 장소가 있다고 합니다.""...사과나무.""예. 햇빛도 잘 들고, 땅도 꽤 깊다고 들었습니다."루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자 아래 그림자 속에서, 그의 입가가 아주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사과나무.그 단어가 마굿간 안에서 조용히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등불 불꽃이 다시 한 번 길게 흔들렸다. 루시안의 눈빛이 천천히 깊어졌다."...그래. 좋군."루시안은 천천히 몸을 뒤로 기대었다. 늙은 마부의 허름한 그림자 아래로, 서늘한 미소가 아주 얇게 드러나고 있었다.마굿간 안은 다
Last Updated: 2026-07-07
Chapter: 21화
엘로이즈는 끝까지 말을 끊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손이 굳어 있었다. 마침내 클레르의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작게 이어졌다. "...언니. 정말... 어머니, 아버지도 나 싫어하시고...언니도 나 싫어할 거야?" "아니야." 엘로이즈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영애가.. 괜히 심술 부린거야." "아니야.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고 웃어주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고.. 어머니도.. 항상 나만 보면 한숨 쉬셨고... 방금도 아버지가 나 조심성없다고 혼내신 것도..." "아니야." 엘로이즈가 조금 더 빠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두 분 다. 너가 걱정돼서 그러신거야. 네가 다칠까봐, 또 남들이 함부로 말할까봐. 그래서 엄하게 말씀하시는 거지." "...나. 그런 것도 모를 정도로 바보 아니야." 엘로이즈의 눈이 멈췄다. 클레르는 울먹이는 얼굴로 계속 말했다. "...사람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 볼 때 어떤 눈 하는지는 나도 알아..."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식당 안 공기가 아주 조용히 가라앉았다. 엘로이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울음을 참으려 애쓰는 동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의자가 아주 작게 밀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클레르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멈춰섰다. 클레르는 눈물을 훔치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순간, 툭. 엘로이즈의 손이 조용히 클레르의 어깨를 붙잡았다. 클레르의 몸이 아주 작게 움찔했다. "...클레르. 너 언니 눈 똑바로 봐."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졌다. "...언니 말 못 믿겠어?" 클레르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붉게 젖어 있었다. 눈물 때문에 흐려진 시선 너머로, 엘로이즈의 얼굴이 보였다. 엘로이즈는 그런 동생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언니는 거짓말 안 해." 그녀가
Last Updated: 2026-07-06
Chapter: 20화
엘로이즈는 잠시 말없이 클레르를 바라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금방 "죄송해요..."하고 웃어 넘겼을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의 클레르는 달랐다. 너무 조용했다. 엘로이즈의 시선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클레르..." 클레르의 어깨가 움찔했다. 엘로이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걱정스러운 눈으로, 고개를 푹 숙인 동생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대신은 잠시 더 클레르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푹 숙인 아이. 테이블 위에 번진 소스. 굳어버린 손끝. 그는 낮게 혀를 찼다. "쯧." 그리고 냅킨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밀며 낮은 소리를 냈다. 부인이 눈을 들었다. "왜, 더 안 드시고요?" "입맛이 없어졌소." 대신은 아무 말도 더 하지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식당 밖으로 걸어나갔다. 무거운 발소리가 멀어졌다. 식당 안은 더 조용해졌다. 클레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포크를 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고, 입술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부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클레르... 아버지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이면..." 말이 거기서 멈췄다. 클레르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큰 눈 안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울음을 참고있는 얼굴.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부인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그녀는 잠시 클레르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 한숨에는 피곤함과 복잡한 감정이 함께 섞여 있었다. 부인은 결국 아무 말도 더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레스 자락이 바닥 위를 조용히 스쳤다. "...먼저 일어나마." 그녀는 잠시 두 딸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 식당 밖으로 걸어 나갔다. 곧 문이 조용히 닫혔다. 덜컥. 이제 식당 안에는 엘로이즈와 클레르 둘만 남았다. 엘로이즈는 한동안 말없이 클레르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을 참고있는 동생. 평소처럼 밝게 웃지도 못하고, 포크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던 모습. 엘로이즈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Last Updated: 2026-06-24
Chapter: 19화
덜컥. 살롱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리고, 다시 조용함이 내려 앉았다. 복도에는 늦은 오후의 햇빛만 길게 깔려 있었다. 클레르는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방금 전 넘어졌던 자세 그대로. 작은 손에는 하얀 손수건이 쥐어져 있었다. 하녀가 다가와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작은 아가씨. 괜찮으세요?" 하지만 클레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눈은 멍하게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이네스가 서 있던 자리. 부드럽게 웃던 얼굴. 다정했던 목소리. '언니분까지 영애를 창피해하시고, 싫어하게 되실지도 모르잖아요.' 그 말이 아직 귓가에 남아 있었다. 클레르의 손이 떨렸다. "...아가씨?" 하녀가 다시 조심스럽게 불렀다. 클레르는 그제야 아주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손수건. 자기 손 안에 쥐어진 새하얀 천. 조금 전까지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차갑게 느껴졌다. 손가락이 천을 조금 더 세게 움켜쥐었다. 꾸깃. 하얀 천이 손안에서 천천히 구겨졌다. 하녀의 얼굴이 더 굳었다. "...작은 아가씨, 어디 다치신 건 아니시죠?" "...진짜.." "...네?" "내가 진짜로... 언니를 창피하게 만들어?" "아가씨..." "내가 자꾸 뛰어다녀서... 말도 안 듣고... 그래서 언니도...나 싫어하게 되는 거야?"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작은 아가씨." 하녀가 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클레르는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손수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까까지 그렇게 신나게 뛰어다니던 아이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져 있었다. 복도 창문 사이로 바람이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에 클레르의 금빛 머리카락 끝이 아주 약하게 흔들렸다. 그녀의 손안에서, 하얀 손수건이 점점 더 작게 구겨지고 있었다. 그날 저녁. 드 로베르 저택의 식당은 조용했다. 하인들이 벽 쪽에 조용히 서 있었고, 식당 안에는 나이프와 포크가 부딪히는 작은 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엘로이즈는 평소처럼 단정한 자세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Last Updated: 20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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