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위심의 다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조금 전의 뜨겁고 타오르는 통증도 사라졌다.
“이건 맹 노장군 휘하의 흑호군이 쓰던 독화살이네.”
화살은 평범했지만 독은 평범하지 않았다. 해독이 쉬운 것은 적의 전력을 약화시키되 아군을 죽이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색상은 아주 짙고 검붉은, 마르면 핏자국처럼 보인다는 '알리자린 크림슨(Alizarin Crimson)'.
"너… 그거 뭐야."
서아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쳤다.
"이거? 내 그림에 영혼을 불어넣는 피지."
이안이 엄지손가락으로 물감 튜브의 뚜껑을 툭 밀어 열었다.
딴 애기를 하는 것이다.
“언니 혼자 화장하실 때는요, 시커먼 멍 위에는 틴트나 립스틱 같이 붉은 계열로 색을 좀 완화해주는 게 좋아요. 당장은 가려진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검은 자국이 올라올 수도 있거든요. 갈색이나 노란 멍은 컨실러로도 커버 가능하니까 좀 두텁게 발라준다는 느낌으로 테두리만 뭉개주시면 돼요. 아, 그리고 색조는 어떻게 할까요? 제 마음대로 해도 돼요? 과하게는 안 할게요.”
요란한 등장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쏠렸다.
나 또한 마찬가지. 불쾌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발소리의 주인은 짧은 숏컷 머리를 한 보이쉬한 여성이었다. 여성은 어디서 전쟁이라도 하고 온 행색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색에 붉은색 물감을 휘날려 묻힌 것 처럼 핏자국같은 것들이 얼룩덜룩 묻어있었다. 가까워질수록 또렷하게 보이는 얼굴에도 붉은색이 사정없이 묻어있었다.
어우야 이 작품 너무 좋아요. 유사 플롯인 작품이..사실상 로판 사극물 절반은 이 구도일텐데. 이 작품은 찐남주와의 감정선 얽힘이 너무 세련됐어요. 여주는 덤덤하고 남주는 겉바속촉. 여주 바라는 마음과 묘사가 너무 관능적임. 무심여주 몰입하기 쉽지 않은데 이런 사극물에서 캐릭터를 너무 잘 잡으신듯. 남은 분량 많은 줄 알고 크게 지르고 벙쪘지만 기다릴게요.
mimi kim
연수가 앞으로 심가에 들어가서도 귀부인들에게 그만 업신여김 당했으면 좋겠어요 볼때마다 빡쳐서 고혈압 생길지경ㅋㅋㅋㅋㅋ빨리 황제와 심서준이 억울하게 죄를 입고 죽임당한 계연수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아주세요 그리고 연수 편을 들어줄 고귀한 신분의 여인들도 제발 주변에 배치좀 시켜주세요 저 정도의 외모와 인품과 마음가짐이면 동성에게도 인기있을 판인데 나오는 여자들마다 싫어하는게 말이되냐ㅡㅡ
새벽 3시 외곽 도로 위,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텅 빈 도로 위에 길게 뻗은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엔진 소리가 멀리서부터 가까워지며 십여 대의 대형 오토바이 헤드라이트가 마치 흐르는 불꽃처럼 밤의 고요함을 가르고 있었다.
맨 앞에는 무광 블랙 할리가 있었는데 차체에는 짙은 붉은색으로 ‘현’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크흠, 그, 그래. 뭐, 그럼 나야 좋지.……근데 공모전 준비는 잘 돼가?”
“응. 마침 색감은 막 정했어.”
해인이 책상 위에 펼쳐진 스케치북을 수줍게 들어 올렸다.
하얀 종이 위에는 정교하게 세공된 얼음 원석 같기도, 혹은 날카롭게 깨진 유리 파편 같기도 한 비대칭의 향수병이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