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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Author: 목련청
남설아는 파일을 건네받아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따금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이내 펴지기도 하며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일정한 리듬으로 두드렸다.

“이 부분 더 개선할 수 있겠어요.”

남설아는 화면 속의 한 모듈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야 해요. 이 작업 흐름은 좀 더 단순화할 수 있어요.”

“네, 대표님.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이승주가 서둘러 답했다.

몇 시간에 걸친 긴박한 작업 끝에 수정된 최종안이 마침내 완성됐다.

남설아는 다시 테스트를 진행했고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다들 수고했어요.”

남설아는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내일, 화승 그룹에 최종안을 제출합니다.”

“와, 드디어!”

사무실엔 환호성이 터졌고 직원들은 서로 하이파이브하며 기쁨과 뿌듯함이 얼굴에 가득했다.

한편, 배건 그룹 회의실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천기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멍하니 앉아 있는 배서준의 모습에 걱정이 가득해졌다.

“괜찮아.”

배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는 듯 말했다.

“계속 회의하죠.”

회의는 이어졌지만 배서준은 계속 딴생각에 빠졌고 발언 도중엔 실수까지 했다.

“설아야, 이 문서 복사 좀 해줘.”

그 순간 회의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

“대표님, 저 부르신 건가요?”

천기준이 잠시 얼이 빠진 얼굴로 묻고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네, 바로 복사해오겠습니다.”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배서준은 곧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방금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고.”

회의가 끝난 후, 배서준은 혼자 사무실로 돌아갔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자 자꾸만 남설아의 모습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도대체 왜 지금, 왜 회의 중에 갑자기 그녀가 떠오른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직원들 앞에서 비서 이름을 헷갈릴 정도로 말이다.

같은 시각, 배건 그룹에서는 긴급 이사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요즘 배서준 대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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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606화

    다른 직원들도 잇따라 고개를 끄덕이며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기쁨과 기대로 후끈 달아올랐다.강연찬 역시 그 사람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날 오후, 주원 그룹으로 돌아온 강연찬은 책상 앞에 앉아 비서의 보고를 전해 들었다.“대표님, 이설 그룹 프로젝트팀도 따로 인력 배치 끝냈고요, 엔지니어팀 출신 직원들도 전원 현장에 파견했습니다.”비서가 공손한 목소리로 보고했다.“엔지니어팀 핵심 인력 팀장은 이강석 과장이 맡기로 했습니다.”비서가 계속해서 보고를 진행했다.강연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했다.“그래. 공식 발표는 어떻게 됐어?”“지시하신 대로 이미 임원들에게도 발표했습니다.”비서가 대답했다.“업계 반응이 뜨겁습니다. 모두가 주원 그룹의 결단력과 스케일에 감탄 중이거든요.”강연찬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지었다.“좋네. 그 반응을 노리고 한 일이니까.”“그리고, 이설 그룹 프로젝트팀 대우에 더 신경 써줘. 우리 회사 최고의 복지로 대접해주라고 전해. 그래야 그 사람들도 우리 주원 그룹의 진심에 확신을 가질 테니까.”강연찬이 분부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강연찬의 말에 대답하고는 자리를 떴다.이설 그룹 대표이사실.한창 업무처리 중이던 남설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강연찬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설아야, 깜짝 선물 하나 준비했어. 이설 그룹 예전 엔지니어팀 직원들은 내가 다 정리해뒀어.]그 메시지를 받은 순간, 잠시 멍해 있던 남설아는 다시 한번 메시지를 자세히 읽은 뒤에야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강연찬은 단순히 엔지니어팀 직원들은 거두어들여 준 게 아니었다. 그는 주원 그룹 안에 이설 그룹 프로젝트팀을 따로 만들어 그 팀에 이설 그룹의 핵심 인력들을 배정해 준 것이었다.잠시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남설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이건 단순한 도움을 넘어서 강연찬이 그녀의 미래를 위해 길을 닦아준 것이나 다름없었다.남

  • 굿바이 쓰레기   제605화

    카페 안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몇 개의 테이블을 이어 붙인 주위에 열댓 명의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있었다. 그들은 전부 얼마 전, 이설 그룹에서 해고당한 엔지니어팀 직원들이었다.“진짜 믿을 수가 없네요. 회사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이야.”젊은 직원이 먼저 침묵을 깨며 허무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게나 말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설 그룹 살리겠다고 다들 의욕에 넘쳤었는데, 그런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렇게 뒤집혀요...”다른 사람이 그의 말에 맞장구쳐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배건 그룹에서 손 쓴 거죠. 그 사람들이 온 이후로 회사가 제대로 돌아간 적이 없잖아요.”누군가가 분노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쉿, 조용히 해요. 그런 말 함부로 했다간 큰일 나요.”이재호 과장이 목소리를 낮추며 표정을 한껏 찌푸린 채 경고했다.“이제 와서 떠들어봤자 무슨 소용이겠어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 봐야죠.”“뭘 하긴 뭘 해요, 다시 취업해야죠.”누군가가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리며 체념한 듯 말했다.“그런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누가 우릴 뽑아주겠어요?”“이게 다 서유라 그 여자 때문이에요. 배 대표만 믿고 혼자 설치더니 회사 꼴이 아주 말이 아니에요.”여직원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투덜거렸다.“맞아요, 이번 구조조정도 전부 그 여자가 주도한 거라면서요? 그것도 일부러 우리처럼 오래된 직원들만 골라서 잘랐대요.”다른 사람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엇갈리더니 억눌러왔던 분노와 불만을 마음껏 표출해냈다.그때, 카페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들어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실례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혹시 이설 그룹 엔지니어팀 직원분들이신가요?”모두가 그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따뜻한 인상을 지닌 젊은 남자가 미소를 머금은 채 문 앞에 서 있었다.바로 강연찬이었다.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어리둥절한 눈빛을 주고받았다.이재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연찬을 자세히 바

  • 굿바이 쓰레기   제6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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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6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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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6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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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601화

    남설아가 고개를 들고 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네, 알겠어요. 이제 배서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거군요.”천기준이 보고를 이어나갔다.“배건 그룹 자금 사정도 빠듯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고요. 배건 그룹에서도 어떻게든 자금을 끌어보려고 애쓰는 모양입니다.”남설아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더니 옅은 미소가 번졌다.“자금을 끌어보려고 한다고요? 끌어봤자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요? 이미 배건 그룹 자금은 배서준이 다 써버렸잖아요.”“그럼, 앞으로 저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천기준이 조심스레 물었다.남설아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계획대로 계속 밀어붙이죠. 자금이 떨어질수록 배서준은 더 빨리 무너질 거예요.”“알겠습니다, 대표님.”천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의 눈빛에도 기대가 가득했다.남설아는 천기준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비서님, 요즘 많이 힘들죠? 배건 그룹 쪽 상황은 비서님이 책임지고 계속 신경 써주세요.”천기준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별말씀을요, 대표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요. 저도 대표님을 위해 이렇게 일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남설아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조용히 웃어 보이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문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천기준이 사무실을 떠나자 남설아는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집어 들어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연찬 오빠, 배건 그룹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것 같아.”전화가 걸리기 무섭게 남설아는 본론부터 얘기했다.수화기 너머에서는 강연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도 얘기 들었어. 배서준이 이설 그룹 살리겠다고 배건 그룹 쪽 자금을 꽤 많이 끌어다 쓴 모양이더라.”“배서준도 급한 것 같네.”남설아가 냉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강연찬도 웃으며 대답했다.“우리한테는 좋은 소식이지, 뭐. 급하게 움직일수록 실수도 많을 테니까.”“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해?”남설아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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