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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Author: 십일
“내일이요?”

정은은 잠깐 멈칫했다.

‘아직 확실히 대답한 것도 아닌데... 다른 날로 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곧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에요, 그냥 내일 가요.”

“그래.”

재석은 말없이 베란다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 아마 본가에 연락하는 듯했다.

정은은 조용히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 지금은 마음이 꽤 가벼워진 표정이네.’

‘그동안 나한테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아니까...’

‘이렇게라도 마음 덜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다음 날 재석의 본가에 가기로 했기에, 전날 사놓은 식재료는 요리할 수 없게 됐다.

정은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포장해 냉동실에 정리했다.

“과일 좀 사러 갈까요?”

현관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정은이 말했다.

“처음 정식으로 회장님, 사모님 뵙는 거니까, 기본 예의는 지켜야죠.”

“그래.”

둘은 마트로 향했다.

“우리 아버지는 차를 좋아하시고, 어머니는... 음, 그냥 과일이면 괜찮을 거야. 차는 집에 있는 거 챙겨가면 되고.”

“네, 그렇게 해요.”

정은은 따로 반대하지 않고 조용히 따랐다.

‘괜히 무리해서 뭘 더 준비했다가 분위기 어색해질 수도 있으니까.’

다음 날, 가을 햇살이 맑고 시원하게 내리쬐는 아침.

정은은 카멜 컬러의 트렌치코트에 검은 스키니진을 매치하고, 깔끔하게 묶은 포니테일에 은은한 메이크업으로 단정함을 더했다.

게다가 오랜만에 꺼낸 굽 있는 구두까지.

‘오늘은 나름대로 격식을 갖추는 날이니까.’

그 모습을 본 재석이 다가와 입을 맞추려 하자, 정은이 손으로 남자의 입을 막았다.

“잠깐만요...”

“왜? 뽀뽀도 안 돼?”

“립스틱 묻잖아요.”

“난 상관없는데?”

“나는 상관있어요. 망가지면 다시 바르기 귀찮아요.”

“그럼 다시 발라주면 되잖아.”

“웃기지 좀 마요.”

정은이 먼저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재석은 피식 웃으며 문을 닫고 따라나섰다.

“기다려! 같이 가!”

...

오전 11시.

검은 폭스바겐 차량이 조씨 가문의 본가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정은에게는 첫 방문이었다.

정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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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01화

    정은은 오늘 밀크티 색감의 실크 롱드레스를 입었다. 부드러운 소재과 몸매를 따라 흐르는 핏이, 정은의 몸이 만드는 곡선을 완벽하게 드러냈다.잘록한 허리, 곧게 뻗은 긴 다리, 단아하고 기품 있는 얼굴.아름답긴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정은은 이렇게까지 주목받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여긴 강서원이 만든 자리였다.강서원은 처음부터 정은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정은이 분위기를 못 읽고 튀어 보이면, 더 미움만 사게 될 뿐이었다.그래서 정은은 드레스 위에 재킷을 걸쳤다. 따뜻했고, 원피스의 화려함을 적당히 가리며, 보기에도 나쁘지 않았다.재석은 정은의 그런 속사정을 알 리 없었다.“왜 재킷을 걸쳤어?”“따뜻하잖아요.”“안은 난방 빵빵한데? 그냥 드레스만 입어도 돼.”정은은 한숨을 삼키고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재석 씨, 나 오늘은 여기 손님으로 왔어요.”“그래서?”“손님이 제일 하면 안 되는 게 뭔지 알아요? 호스트보다 튀는 거.”재석이 잠깐 멍해졌다.“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은 당신 부모님이지, 우리 둘이 아니잖아요.”...둘은 늦게 온 건 아니었지만, 재석과 정은이 도착했을 때 소진헌과 이미숙은 먼저 와 있었다.“아빠, 엄마.”정은이 먼저 다가갔다.재석도 자연스럽게 함께 인사했다.“아버님, 어머님.”“오랜만이네, 조 교수. 요즘 살 좀 빠진 것 같지 않나?”소진헌이 웃으며 재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너무 무리하지 말고, 몸도 좀 챙겨.”“네, 감사합니다, 아버님.”그때 이미윤은 사람들 틈에서 이미숙 가족이 화기애애하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온화하고 완벽한 장면이, 눈을 찌르듯 아프게 들어왔다.‘왜?’남편은 이미숙 때문에 자신을 버렸고, 아들은 정은 때문에 먼 나라로 떠나버렸다.양부모는 잔인하게도 이미윤과의 모든 연을 끊었다.이제 이미윤은 부모도 남편도 자식도 없는 혼자가 됐다.그런데 그 모든 불행의 원흉인 이미숙과 정은이... 저렇게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평생 갈망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00화

    소진헌이 처음으로 조씨 가문 본가에 들어섰다.걸음을 옮기면서도 주변을 은근슬쩍 살폈다.그러고는 고개를 약간 숙여 이미숙에게 작게 속삭였다.“여기 이 집, 우리 장인 장모님 댁보다 더 크네.”이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여기, 조씨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집이래요.”“옆에 저 땅 좀 봐. 온실 지어놨네. 저거 밭으로 바꾸면 사계절 내내 채소 걱정 없겠다.”그 앞을 지나칠 때, 소진헌은 주위를 살핀 뒤 슬쩍 쪼그려 앉아 흙을 손으로 만져 봤다.‘오... 기름진데?’이미숙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렇게 큰 땅, 누가 농사지어요? 심어놓으면 물 주고 김매는 사람도 따로 둬야 할 텐데... 채소 좀 먹자고 사람 고용하는 게 이득일까요?”“아... 그러네.”소진헌은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땅만 크다고 되는 게 아니지. 농사꾼이 있어야 채소가 나오지.’“정은이랑 조 교수는? 아직 안 왔나?”이미숙도 주위를 둘러봤다.“계획대로라면 우리가 오기 전에 도착해야 했는데...”“전화해 볼까...”소진헌이 핸드폰을 꺼내려는 순간, 강서원이 조기봉의 팔을 가볍게 끼고 다가왔다.“정은 어머님, 정은 아버님.”강서원은 은은한 노란빛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단정히 올린 채 화장을 곱게 했다.아픈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시선엔 부드러운 미소가 머물렀고, 분위기마저 온화했다.이미숙이 미소로 화답했다.“안녕하세요. 또 뵙네요.”소진헌도 앞으로 나서며 조기봉에게 손을 내밀었다.“반갑습니다. 결혼기념일 축하합니다.”조기봉이 웃으며 악수를 받았다.“멀리 L시에서 일부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회장님, 인사가 너무 과하십니다.”“자, 안으로 들어가시죠.”“괜찮아요, 바쁘실 텐데. 저희는 저희끼리 들어가도 됩니다.”부부가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조기봉이 중얼거리듯 말했다.“정은이 부모님, 참 좋은 분들이네. 그래서 그런가, 정은이도 그렇게 예의 바르고 싹싹하게 컸지.”“재석이 눈이 진짜 높아. 좋은 것만 알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399화

    “오빠도 거기 있었네요?”정은이 묻자, 오미선 교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번에 심 대표가 나를 얼마나 챙겨줬는지 몰라. 모든 걸 깔끔하게 준비해 주고, 자주 들러서 이 늙은이 안부도 살피고.][이민혜 교수가 ‘이분 누구예요? 조카예요?’ 라고 묻더라니까.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친조카도 이렇게 정성껏 못 해.’]이민혜 교수는, 바로 그 체중 감량도 실패하고 맹장염까지 걸렸던 당사자였다.현빈이 장난스럽게 거들었다.“제가 정은이한테 교수님 잘 챙기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안 지키면 정은이가 직접 날 잡으러 올 거라서요. 그건 제가 감당 안 되죠.”오미선 교수가 크게 웃었다.“아, 그건 진짜 정은이가 할 만한 일이네!”“아니, 두 분이 모여서 대놓고 제 흉을 보시네? 이거 반칙 아닌가요?”정은이 입을 삐죽였다.이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정은이 먼저 작별 인사를 하고 통화를 끊었지만, 입가의 웃음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잠들기 전, 정은은 늘 하던 대로 논문을 꺼냈다.침대 옆 협탁 위에는 재석이 프린트해 묶어둔 논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며칠 전, 정은은 계절성 결막염이 도져서 전자 기기를 오래 볼 수 없었다.평소엔 태블릿으로 논문을 읽었지만, 재석이 ‘그럼 내가 출력해 줄게.’라며 관련 자료를 전부 인쇄하고 제본해 둔 것이다.‘오랜만에 종이로 보니까... 의외로 새롭네.’약을 쓰고 나서 염증은 가라앉았지만, 종이로 된 자료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아직 다 읽지 못한 자료들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논문 한 편을 꺼내 들던 중, 사이에 끼워져 있던 색지 한 장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정은은 무심코 손을 뻗었다가, 종이에 닿기 직전 멈췄다.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집어 올려, 원래 자리에 다시 꽂아 넣었다.그건... 조기봉과 강서원의 결혼 30주년 기념 파티 초대장이었다.전날 밤, 재석이 건네며 말했다.“가고 싶으면 가고, 아니면 거절해도 돼. 뭘 선택하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398화

    정은은 설을 보내고 나서 비로소 J시로 돌아왔다.“정은아...”게이트를 막 나서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멀지 않은 곳에서 재석이 웃는 눈으로 서 있었다.정은도 웃으며 다가갔고, 재석은 자연스럽게 그녀 손에서 여행용 가방을 받아들었다.오랜 시간 쌓인 호흡 덕분에, 둘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움직임은 매끄럽게 이어졌다. 한쪽 손으론 가방을 끌고, 다른 손으론 정은의 손을 꼭 잡았다.“먼저 밥 먹고, 집에 가자.”정은이 웃음 섞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벌써 다 계획했어요?”“당연하지.”...J시에 돌아온 이튿날, 정은은 집에만 있기에 지루해 실험실로 향했다.민지와 서준은 아직 민지의 고향에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이번에 종친회 격인 사당 제사에, 민지는 유일하게 들어갈 수 있는 여자였고, 서준은 유일하게 들어간 외부인이었다.‘역시, 권력이라는 건 대단한 거구나.’‘말하지 않아도, 변명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대신 나서주고 변호해 주는 힘.’민지가 속으로 생각하며 정은에게 전화했다.[언니, 나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요? 숙모들이랑 이모들, 사촌 동생들이 날 보는 눈빛이... 질투랑 부러움이랑, 분노랑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어요.][우리 엄마가 그렇게 신나서 웃는 거 처음 봤어요. 예전에 우리 집 재개발 보상금 들어왔을 때보다 더 좋아했죠. 숙모들이랑 얘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걸음걸이도 당당해지고요.][그리고... 사실 하나 더 있는데... 서준이 나 몰래 우리 아빠한테 가서, 우리 쪽 결혼 풍습이랑 준비해야 할 거, 예물은 어느 정도 하는지 이런 걸 물어봤더라니까요? 언니, 서준이가 나한테도 물어본 적은 있는데... 이건 완전 월권 아니에요?][근데 내가 또 화를 못 내요. 왜냐하면... 내가 몰래 엿들은 거거든요. 아... 진짜 고민돼요. 만약 서준이가 진짜 청혼하면 어떡하죠?][아니, 청혼을 안 해도 문제예요. 아빠가 그렇게 시원하게 대답하는 거 보고, 자기 마음대로 ‘우리 결혼은 확정’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어떡해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397화

    분위기가 잠시 얼어붙었다.다들 입을 닫은 채 서로 눈치를 보는데, 주덕순만 눈치 없이 고개를 갸웃거렸다.왜 이렇게 조용한 건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그때 시율이 불쑥 말을 던졌다.“엄마, 냄비 타는 거 아니야? 한번 확인해 봐.”“설마?! 내 족발...”주덕순은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갔다.시율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정은은 막 자리에 앉았다.그때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심현빈이었다.두 사람은 평소 전화를 자주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대부분 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편이었다.“오빠, 새해 복 많이 받아요.”전화를 받자마자 정은이 먼저 인사했다.현빈 쪽이 잠시 멈칫하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새해 복 많이 받아, 정은아.]“거기 많이 바빠요? 외할머니가 그러시는데, 올해도 설에 안 들어온다고?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가 시간 내서 호주로 가서 오빠 보자고 하시던데.”[조금 바빠. 중요한 프로젝트가 막바지라서, 지금은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께는 미리 전화드리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는 절대 오빠를 탓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걱정하고 안쓰러워하시지.”현빈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말이 딱 맞네.]정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거... 자랑이에요?”[응, 네가 그렇게 받아들이면 자랑인 거지 뭐.]현빈의 웃음소리가 더 환해졌다.정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요즘 제 지도교수님이랑 연락한 적 있어요?”순간, 전화기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모르겠어요.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교수님께 계속 전화를 드렸는데, 전화를 안 받으세요.”“연구팀 다른 교수님께도 연락했는데, 똑같이 연결이 안 된다고 나와서... 좀 걱정돼요. 오빠? 왜 아무 말도 안 해요?”잠시 후, 현빈의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다.[정은아, 나 오미선 교수님이랑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어. 근데 네 성격을 내가 아니까... 한 번 의심이 들면 어떻게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396화

    “어머니가 그냥 물어보신다는 건, 정은 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깔린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제가 긴장할 수밖에 없죠.”강서원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올해 네가 집에서 설 보내서 나는 참 좋다. 리아도 현우랑 현민이 데리고 왔고, 다들 모이니까 완벽하잖아.”“명절 지나면, 나랑 네 아버지 결혼 30주년이야. 네 아버지가 파티하자고 하더라. 정은이도 꼭 같이 데리고 와.”“어머니?”“그 표정은 뭐야? 내가 무슨 꿍꿍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재석의 표정엔 장난기 하나 없었다.“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어머니, 전에 하셨던 일들이 있으니까요.”사프란 사건, 나석천 건... 여러 기억이 스쳤다.강서원이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건 다 옛날얘기야. 이번에 아프고 나니까 알겠더라. 사람이 살아서 진짜 자기 것인 건 몸 하나뿐이더라. 괜히 남 일에 마음 써봤자 뭐해.”재석이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가능하다면, 정은이 부모님도 같이 모셔와. 지난번 L시에서 밥 한 번 같이 먹긴 했지만, 너희 둘 얘기를 제대로 나눈 적은 없잖아. 이번 기회에 공식적으로 인사하는 거지.”재석은 놀랐지만, 얼굴엔 기쁨도 설렘도 드러내지 않았다.“어머니, 전 이번만큼은 정말 정은 씨를 받아들이고 싶어서 그러시는 거였으면 좋겠어요. 뒤에서 다른 계산하시는 거면 안 됩니다.”강서원이 피식 웃었다.“지금 내가 적으로 보이니? 내가 그렇게 교활한 사람이야?”“아니길 바랍니다.”“어쨌든 기회는 줬어. 믿을지 말지는 네 마음이야. 네가 정말 정은이랑 잘 되고 싶으면, 부모와 가족을 배제하진 마. 너에게 직접적인 경험은 없더라도 들은 적은 있을 거야. 가족의 축복 없는 결혼은 오래 못 간다는 거.”그 말을 남기고, 강서원은 자리를 떴다....“야, 뭐 생각해?”지훈이 재석의 어깨를 툭 쳤다.“아무것도...”“난 이제 간다. 넌 오늘 본가에 있을 거지?”“응.”집에 가도 정은이가 없을 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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