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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eur: 은광수
팬티는 부드럽고 나른한 데다 심지어 형수의 냄새까지 배어 있었다.

손에 감각이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아침에 몰래 엿들었던 소리가 뇌리에 재생되며 점차 흥분되었다.

‘형수와 뭘 진짜로 할 수는 없지만 팬티로 상상하는 건 괜찮잖아.’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벨트를 풀고 팬티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내 손이 아래에 닿으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렸고,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그대로 뿜을 뻔했다.

‘집에 나와 형수님 둘뿐이니 노크한 사람은 형수님이겠지?’

나는 서둘러 그 팬티를 꺼내 목욕 타월 선반 위에 올려다 놓고 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수님, 왜 그러세요?”

“수호 씨, 안에서 무슨 나쁜 짓 했어요?”

‘이런 말을 묻는다고?’

“네? 아, 아니요.”

나는 찔려서 말을 더듬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떨어요?”

형수의 한마디에 나는 가슴이 철렁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형수가 아무리 개방적이라고 해도 본인과 나는 안 된다고 명확히 말했는데, 만약 내가 형수의 팬티를 가지고 그런 짓을 한 걸 들키면 내가 본인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해 쫓아내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나는 애써 설명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가 아파서 식은땀이 난 것뿐이에요.”

“갑자기 식은땀이 왜 나요? 혹시 어디 아파요?”

형수는 이내 나를 걱정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좀 불편해요.”

“문 좀 열어봐요. 어디 봐봐요.”

“이, 이제 괜찮아요.”

“내외할 거 뭐 있어요? 수호 씨 내 눈에는 아직 애예요. 그러니 얼른 문 열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실망감이 휘몰아쳤다.

‘내가 형수님 눈에 고작 애였다니. 어쩐지 내 앞에서 거침없더라니. 나는 그런 상대로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나 보네.’

나는 허리를 숙여 화장실 문을 열었다. 형수는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목욕 타월을 놓은 선반 위를 확인했다.

나는 마음이 찔려 형수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그때 형수가 선반 쪽으로 걸어가더니 나한테 웃으며 물었다.

“혹시 내 팬티 건드렸어요?”

“아, 아니요.”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이에요? 그런데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요? 솔직히 말해요. 방금 내 팬티로 나쁜 짓 하려고 했는데 내가 방해한 거죠? 그래서 내가 들어오는 걸 무서워했던 거고?”

‘뭐야? 천리안이라도 지녔나? 어떻게 저렇게 귀신같이 다 알지?’

형수는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내가 허리를 구부린 채 일어나지 못하자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똑바로 서요.”

형수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형수의 명을 나는 어길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몸을 곧게 편 순간 난감한 상태인 것이 바로 들켜버렸다.

형수도 그걸 본 게 틀림없다.

나는 눈을 감고 형수의 눈을 피했다.

하지만 형수가 천천히 내 앞에 무릎을 꿇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순간 가슴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문제는 형수가 뭘 하려는지 몰라 도저히 모르겠다는 거였다.

너무 야릇한 자세에 나는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랬더니 형수가 멍하니 내 그곳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게 아니겠는가?

“동성 씨가 수호 씨처럼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경이 가득한 형수의 눈빛에 내 머리는 순간 백지장이 되어버렸고, 가슴은 미친 듯이 요동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형수는 그곳을 한참 바라보더니 다시 일어났다.

나는 얼른 손으로 그곳을 막았다.

“아직은 욕구를 풀지 마요. 그래야 애교 누나를 공략할 동력이 생기죠.”

형수는 말하면서 갑자기 나에게 바싹 다가왔다.

“사실 나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동성 씨를 위해서 어쩔 수 없어요. 수호 씨가 너무 부끄럼을 타니까 우선 생각을 오픈해야죠. 손 치워요. 나도 산전수전 겪은 사람인데, 이런 걸 못 겪어봤을까요?”

‘그래도 이 방법은 너무 남다른 거 아닌가? 목숨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나는 속으로 아우성쳤다.

“나와요. 애교한테 전화할 거니까 같이 쇼핑하면서 두 사람 이어줄게요. 오늘 애교가 수호 씨를 집에 초대할지 기대되네요. 얼른 해결해야 수호 씨 형네 회사도 얼른 제자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형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허리를 흔들며 밖으로 나가 버렸다.

홀로 남겨진 나 역시 그제야 화장실에서 느릿느릿 걸어 나왔지만, 손은 온통 땀으로 젖었다.

너무 참고 있었던 탓이었다.

형수한테 매번 이런 식으로 자극당하고 제대로 풀 수 없으니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형을 위해서 참을 수밖에 없다.

형수는 소파에 앉아 애교 누나에게 전화했다.

“안 나가겠다고? 왜? 안돼, 나랑 나가자. 안 나가면 수호 씨더러 너 안아서 내려오라고 한다?”

“뭐? 내가 너무하다고? 그래, 나 원래 이래. 어떡할 건데?”

“그래, 그럼 약속한 거다? 5분 뒷문 앞에서 기다릴게.”

형수는 전화를 끊자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해결했어요. 가서 옷 갈아입어요. 이따가 운전해야 하니까. 기억해요, 자꾸 뒤쪽을 봐야 해요, 서프라이즈가 있을 테니까.”

“네.”

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곧바로 옷 갈아입으러 갔다.

그러면서 내심 형수가 말한 서프라이즈가 뭘까 기대했다.

내가 이내 옷을 갈아입고 형수와 함께 문 앞에서 기다렸다.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왔다.

붉은 원피스는 애교 누나의 하얀 피부를 더 희게 만들었고, V넥이라 가슴골이 훤히 드러났다.

그걸 본 순간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애교 누나의 몸매가 좋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애교 누나는 일부러 내 눈을 피하며 형수의 팔짱을 끼더니 내 앞으로 지나갔다.

그런 반응에 나는 답답하고 속상했다.

아까 마사지할 때만 해도 분명 살갑게 대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차가워졌는지. 심지어 내 눈도 안 마주치고 있다.

‘설마 내가 너무 무례해서 화났나?’

우리는 곧장 계단을 내려갔다.

그 사이 애교 누나는 형수와 웃고 떠들었지만 나는 혼자 꿔다 놓은 보따리처럼 옆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게 너무 답답하고 괴로웠지만 차에 타자마자 갑자기 뒤를 돌아보면 서프라이즈가 있을 거라던 형수의 말이 떠올랐다.

그 서프라이즈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나는 계속 백미러로 뒤를 힐끔거렸다.

하지만 형수는 애교 누나와 웃고 떠들기만 할 뿐, 기대했던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형수님, 우리 어디 가요?”

길을 물어본다는 걸 핑계 삼아 또 한 번 뒤돌아봤지만 여전히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하지만 애교 누나와 눈빛이 마주친 순간, 애교 누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시선을 피했다.

그건 당황하고 초조해하는 눈빛이 틀림없었다.

그 순간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애교 누나는 지금 화나 있는 게 아니라 나와 썸을 이어갈지 고민하는 거였다.

그걸 인지하자 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건 애교 누나도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으니.

“광화문 광장으로 가요.”

“네.”

형수의 말에 나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길을 검색하고는 시동을 걸었다.

차가 정체 구간에 이르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아 나는 다시 뒤를 흘끔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애교 누나가 팬티를 내리는 모습을 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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