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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Author: 복덩이
3초가 지나도록 반하준은 강민아의 얼굴에서 안쓰럽거나 걱정하는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과거 그가 두통을 앓거나 열이라도 나면 강민아는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살뜰히 챙기곤 했다.

하지만 지금 강민아는 피가 철철 나는 그의 손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는 아무 상관 없는 낯선 사람이 됐고 강민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봉태우와 하성훈은 강민아를 위층으로 안내했고 떠나기 전 봉태우는 동호라는 호텔 매니저에게 말했다.

“우리가 특별 초대한 게스트를 불쾌하게 했으니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동호는 사색이 되어 강나현의 얼굴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전부 강나현 때문이다. 이젠 직장까지 잃게 생겼다!

강민아는 와인 잔을 손에 들고 계단으로 다가갔다.

강나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사장님! 우리 언니가 일도 안 하고 2층에 가는 거면 하준 씨도 갈 수 있잖아요.”

봉태우는 입가에 무심한 비웃음을 머금고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

“부신 그룹 대표는 아직 2층에 들어갈 자격이 없습니다.”

굴욕감이 안개처럼 반하준을 뒤덮었다.

“그 입 다물어.”

반하준이 큰 소리로 꾸짖자 강나현은 남자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이처럼 매우 화내는 모습을 보았다.

“하준 씨, 난 그냥 도와주려고...”

반하준이 대꾸했다.

“널 여기로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강나현은 민망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반하준은 계단 끝에 닫힌 금빛 대문을 바라봤다.

재계 종사자라면 매년 열리는 국제 또는 국내 서밋 포럼에서 금빛 대문에 입장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다.

반하준 역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 왔다.

5년만 더, 아니 5년이 아니라 3년만 더 버티면 부신 그룹을 시가총액 1위로 끌어올려 주최 측으로부터 금빛 대문에 초대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 곳에 강민아는 쉽게 들어가다니.

정말 기가 막히고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전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

금빛 대문이 강민아를 향해 천천히 열렸다.

‘강민아, 너는 30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도 나랑 어깨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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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59화

    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분석 방향은 맞았어요.”심은호가 말했다.“그 말은 완전히 맞춘 건 아니라는 뜻이네요.”“방금 내부 네트워크 데이터를 분석해 봤는데 회사 내부 데이터가 매일 우영 그룹 본사로 흘러가고 있었어요. 우경아는 계속 양자 테크 데이터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다른 쪽에는 우경아만큼 높은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니 개미가 집을 옮기듯 양자 테크 데이터를 조금씩 회사 밖으로 빼내야만 했겠죠.”차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네온 불빛이 밖에서 비춰들어 와 심은호의 얼굴을 안개처럼 뒤덮으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했다.앞쪽에 빨간불이 켜지자 차가 멈춰 섰고 심은호는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앉아 있는 강민아를 바라보았다.강민아의 옆모습에서 걱정스러운 기분은커녕 피로한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심은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들뜬 것 같네요.”“이래야 재밌잖아요. 안 그래요?” 강민아가 되물었다.“장기간 데이터 연구만 하는 건 지루한 일이에요. 나도 우경아가 난이도를 올릴 줄은 알았지만 다른 사람까지 끼어들 줄은 몰랐어요.”“앞으로 가만히 있을 생각이에요?”강민아는 조수석 등받이에 기대어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물론 뭔가를 해야죠. 게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내일부터 양자 테크의 모든 데이터는 그쪽 회사 클라우드 저장소에 백업될 거예요.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이미 합의한 거고 그건 우경아도 알고 있어요. 내가 새로운 클라우드 저장소를 열면 데이터가 두 군데에 백업되는 셈이죠. 그리고 우영 그룹에 넘기는 데이터는 약간의 수정을 거칠 거예요.”이 말을 듣고 심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민아 씨가 뭘 하려는지 알겠어요. 그 사람들이 얌전히 굴면 함께 협력하겠지만 수작이라도 부리면 그들 스스로 파멸을 초래하겠네요.”이어 심은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부신 그룹까지 없애버릴 생각은 안 해봤어요?”“부신 그룹을 겨냥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반하준이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안채린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58화

    강민아는 심은호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며 눈꼬리를 살짝 올렸다. 유혹적인 모습이 마치 밤에 피어난 향기로운 장미처럼 생생하게 상대의 눈동자에 선명한 색채를 남겼다.“미안해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이건 양자 테크 내부 문제라 내 사람을 불러서 해결하는 게 익숙해요.”심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민아 씨 말이 맞아요. 어쨌든 나는 아직 그쪽 사람이 아니니까요.”옆에서 대기하던 두 명의 직원은 얼굴을 가슴에 깊숙이 파묻고 싶어질 지경이었다.심은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걸까.뭔가 엄청난 정보를 들은 것 같았다.‘서경에서 내로라하는 심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직 우리 대표님 사람이 아니었어?’두 직원은 입사한 이래로 보안실에서 영상만 들여다봤지만 자기 회사 대표님 스캔들에 대해선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강민아는 심은호를 흘겨보았다.누가 누구의 사람이라는 말은 듣는 사람이 괜한 생각을 하게 했다.두 직원은 강민아가 자신의 노트북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노트북에 USB를 꽂는 모습을 보았다.USB에 양자 테크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걸 봐선 권한 잠금장치인 것 같았다.양자 테크의 대표인 강민아는 사내 네트워크에서 당연히 최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강민아가 내부 네트워크 데이터를 조사하는 동안 심은호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오늘 본 것들은 모두 잊어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2초 뒤에야 두 직원은 뒤늦게 심은호가 자신들에게 한 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들은 즉시 대답했다.“네.”아직은 이 일자리를 지키고 싶었으니까.“도련님,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두 분의 허락 없이는 오늘 밤 일에 대해 밖에서 한 마디도 떠들지 않을게요.”게다가 자신들의 부주의로 벌어진 큰 소동이 외부에 알려지면 회사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컴퓨터 화면의 차가운 빛이 강민아의 무표정한 얼굴을 비쳤다.줄줄이 이어지는 영어 문자열이 화면에 나타나며 위로 올라갔다.두 명의 직원은 강민아 옆에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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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56화

    “카메라가 꺼질 리가 없잖아요.” 강민아가 무심코 말을 던지자 심은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여우처럼 가늘고 깊은 눈매로 그녀를 보면서 미소 지었다.강민아는 이상함을 느끼고 휴대폰을 꺼내 직접 개발한 회사 전용 앱에 들어갔다. 버튼을 누르자 회사 건물 전체에 아직 닫히지 않은 출구가 전부 폐쇄되었다.강민아는 엘리베이터의 3층 버튼을 눌렀다.보안실이 있는 3층으로 심은호가 그녀를 따라 들어가니 당직 중이던 경비원이 의아한 눈빛으로 강민아를 바라보았다.경비원은 강민아의 얼굴을 응시하며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렇게 물었다.“대표님? 아직 회사에 계셨네요.”보안실의 경비원들은 강민아를 직접 본 적이 없었지만 입사 후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일부 경영진의 얼굴은 알아볼 수 있었다.강민아가 당직 직원에게 물었다. “여러분, 혹시 이상한 점 발견하지 못했어요?”직원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평소와 다를 게 없는데요.”강민아는 모니터 화면을 훑어보다가 그중 한 명의 당직 직원에게 말했다. “잠시 비켜주시겠어요?”당직 직원이 일어나자 강민아는 바로 그의 자리에 앉아 재빨리 방금 자신이 이용한 3번 엘리베이터의 카메라 영상을 불러왔다. 화면을 빠르게 돌려봤지만 3번 엘리베이터에는 아무도 타지 않았다.심은호가 그녀 뒤에 서서 입을 열었다.“이 시간에 우린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어요.”그러나 모니터 속 3번 엘리베이터에는 사람이 타는 모습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직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대표님께서 평소 사용하시는 VIP 엘리베이터는 영상 기록이 비공개로 되어 있어서 확인하시려면 직접 도출해야 합니다. 저희는 VIP 엘리베이터 카메라 영상을 확인할 권한이 없습니다.”“제가 방금 3번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카메라 영상에는 제가 타는 모습이 전혀 찍히지 않았네요.”당직 직원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요!”상대가 말을 뱉는 순간 강민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이미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55화

    강민아는 심은호가 가져온 야식을 먹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네요.”심은호가 웃으며 말했다. “육성민 씨랑 비교하면 어때요?”강민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은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바로 말을 바꿨다.“미안해요. 날 민아 씨 오빠와 비교하는 게 아닌데. 난 감히 그 사람과 상대가 안 되죠.”심은호 본인을 낮추는 듯한 말이었지만 남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오빠가 내 입맛을 길들인 거라 그 질문에 답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지금 심은호 씨가 한 음식이 내 입맛에 꽤 맞는 건 사실이에요.”심은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오늘 밤 갈 데가 없어서 그러는데 여기서 함께 있어도 괜찮죠?”강민아가 이렇게 대꾸했다.“마음대로 해요.”야식을 먹고 난 뒤 그녀는 계속해서 일을 했다. 한밤중까지 야근하던 중 강민아가 고개를 들자 심은호는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마스크가 붙어 있었고 남자는 잠든 것처럼 보였다.마스크를 붙인 채 잠들다가 마스크가 얼굴에 너무 오래 붙어 있으면 오히려 피부에 해로울 수 있었다.강민아는 다가가 심은호의 얼굴에 붙은 팩을 떼어냈다.심은호가 깨어나자 길고 풍성한 속눈썹 사이로 눈동자가 드러나는 모습이 마치 동화 속 잠든 미남이 깨어난 듯했다.강민아가 그를 놀리며 말했다. “왜 갑자기 피부 관리에 공을 들이는 건데요?”심은호가 자기 얼굴을 만졌다.“남자의 미모는 곧 여자의 자랑이죠. 외모가 내 무기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부드러운지 한번 만져볼래요?”심은호는 몸을 일으켜 앞으로 기울이더니 강아지처럼 머리를 내밀고 강민아가 쓰다듬어 주길 기다리는 듯했다.강민아는 무엇에 홀린 듯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따뜻한 손끝이 남자의 뺨에 닿자 미세한 전류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심장까지 전해지며 가슴 한가운데서 짜릿한 전율이 퍼져나가는 느낌이었다.남자의 큰 손이 그녀의 손등을 감싼 채 끌어당기며 여자의 손바닥이 자기 뺨에 완전히 밀착되게 했다.심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54화

    강민아는 휴대폰을 쥔 손이 저릿저릿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쉽게 미모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 되뇌었다.[심은호 씨가 올 때쯤이면 이미 필요 없겠네요.]심은호의 메시지가 곧바로 떴다.[나 회사 아래에 있어요.]강민아의 손이 흠칫 떨리며 무의식적으로 바닥까지 내려오는 통유리창을 흘끗 쳐다봤다. 물론 그녀가 있는 높이와 각도에서는 아래층에 있는 심은호를 볼 수 없었다.강민아는 경계하며 물었다.[여기 왜 왔어요?]머릿속에선 이미 심은호의 답을 예상하였다.‘너무 적극적인 남자는 쉬워 보이는데...]쉬운 남자는 아무런 정복욕이나 승부욕을 자극하지 못했다.심은호가 사진을 한 장 보냈는데 손에 든 도시락이었다.[야식 전해주러 왔어요. 이미 프런트에 부탁해서 갖다주라고 했어요.]‘엇, 그냥 이렇게 갔다고? 그냥 야식만 주고?’마치 누군가 고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심은호가 야식을 프런트에 맡기고 떠났다는 생각에 강민아의 마음속에는 겹겹이 파문이 일었다.그제야 그녀는 상대가 던진 미끼에 마음이 혹했다가 현실과 상상의 괴리감에 다소 허탈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강민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자기 손가락이 이미 통화 버튼 위에 놓여 있음을 발견했다.휴대폰 화면에 심은호와 통화가 연결되었다는 표시가 뜨자 강민아는 휴대폰을 귀에 가져갔다.“올라와서 잠깐 있다가 갈 줄 알았는데 그냥 야식 배달만 시킨 게 됐네요.”강민아는 심은호에게 고맙다고 말하면 괜히 선을 긋는 것 같아 입술을 달싹이며 둘 사이를 멀어지게 할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이내 그녀의 귀에 남자의 매력적이고 듣기 좋은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럼 나한테 상 좀 줘요.”강민아의 마음속에서 또 한 번 파문이 일었고 마치 스스로 미끼를 무는 물고기처럼 되물었다.“어떤 보상을 원해요?”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유리문 너머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강민아는 프런트에서 야식을 가져온 줄 알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바로 손을 뻗어 문 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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