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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Author: 이제리
조정의 대신들은 북진연이 질병을 앓고 있으며 발작할 때마다 이성을 잃는다는 것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어의는 전장에서 너무 많은 적을 죽이다가 남게 된 후유증이라고 했다. 황제는 나서서 절대 이 일을 언급하지 말 것을 주의를 주었고 나라의 공신인 섭정왕에 대해 의논하는 자가 있으면 누구든 막론하고 목을 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조정의 대신 들 외에 외부인들은 섭정왕의 병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온권승은 만약 북진연이 마침 태후궁으로 갔다가 갑자기 발병한 거라면 어떡할까 가슴이 조였다.

‘아니지, 발작이 아닐 수도 있어.’

만약 온사가 북진연과 짜고 이 기회에 온모를 제거하려 했다면?

온권승은 생각할수록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온사가 얼마나 온모를 증오하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온모가 란자군의 시신을 훔쳤을 때부터 이미 둘의 사이는 복구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온권승은 아직도 소식이 없는 약국 문 앞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꽉 쥐고 마차에서 내렸다.

약국 안으로 들어가자 작지만 있을 건 다 갖춘 약재 점포가 나왔다.

안으로 들어간 온사는 생각밖으로 약재의 종류가 많은 것을 보고 다가가서 점포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성에 온지 얼마 안 된 점포인가요? 예전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어린 승려님이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저의 약국은 경성에 올라온지 얼마 안 돼요. 금주 가뭄 때문에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가 이렇게 경성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금주 분이세요?”

온사는 고개를 들고 주인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주인장은 고개를 젓더니 답했다.

“저희 사장님은 금주인이 아닙니다. 하지만 금주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방이라 가뭄 때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그랬군요.”

온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금주 근방의 분이 사장님이라니, 이런 우연이 다 있나.’

그녀는 주인장과 얘기를 나누다가 마음에 드는 약재를 골라 포장을 부탁했다.

이제 곧 참다못한 온권승이 안으로 입장할 것을 생각하며 온사는 계산하고 느긋하게 밖을 향해 걸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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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사가 가림막을 열어보니 북진연이었다.“나와서 바람 좀 쐬고 오늘 저녁은 일찍 먹을 거야.”“예.”온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에서 내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맨 뒤쪽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북진연도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걱정 마. 저들도 먹을 것을 준비해 왔으니까 굶어 죽진 않을 거야.”온사는 말없이 그를 따라 냇가로 가서 앉았다. 흑기군에서 요리를 책임진 병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곧이어 맛있는 식사를 준비했다.북진연의 그릇에는 고기가 가득 담겨 있었고 온사는 여전히 야채탕만 먹었다.그녀는 맛있게 먹고 있었지만 북진연은 보고 있자니 안쓰러웠다.하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으니 북진연도 그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식사를 마친 후, 그는 그녀의 손에서 수저와 그릇을 앗아가며 말했다.“마침 나도 그릇을 씻으러 가야 하니까 같이 씻어줄게.”동작이 너무 빨라 온사는 거절할 기회도 없었다.그녀는 허공에 멈춘 자신의 빈손을 바라보며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예, 그럼요. 섭정왕 전하께서 설거지를 좋아하시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말은 저렇게 해도 매번 마침 설거지하러 간다면서 그녀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하던 사람이었다.이 나라의 섭정왕이라는 사람이 이리도 소탈한 사람일 줄을 누가 알았을까?북진연은 눈썹을 찡긋하고는 말했다.“난 요리도 좋아하는데 다음에 내 요리도 먹어 볼래?”“예? 전하께서 요리도 해요?”온사는 놀란 얼굴을 하고 그에게 되물었다.“응. 전에 외조부께 배웠어. 외조부께서 요리를 굉장히 잘하시거든. 그래서 어깨너머로 좀 배운 게 다인데 그래도 맛은 괜찮아.”온사가 웃으며 말했다.“큰일을 하는 군자는 주방을 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북진연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내가 무슨 군자라고. 투박한 싸움꾼에 더 가깝지.”그는 냇가에서 설거지를 마친 뒤, 온사의 옆으로 돌아와 웃으며 말했다.“어때? 귀경하면 우리 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44화

    “혼인하러?”온사가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었다.안란심이 웃으며 답했다.“그래, 아버지께서 주선하셨어. 상대는 우리 가문 먼 친척인 왕 현령의 조카래.”온사가 물었다.“네가 그쪽으로 시집을 가는데 왜 그쪽에서 데리러 오지 않고?”안란심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사 역시 넌 순수하구나. 난 정실로 가는 게 아니야. 한낱 이랑으로 가는데 상대가 공들여서 여기까지 오려고 안 하지.”그 말을 듣고 온사는 입을 다물었다.“나 때문에 속상해할 것 없어. 그래도 중서령의 딸이니까 첩실이라고 해도 누가 날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온사는 고개를 돌리며 싸늘하게 말했다.“누가 너 때문에 속상하대? 우리 그렇게 친한 사이 아니잖아.”안란심은 상심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그래. 내가 주제넘었네. 하지만 금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어. 아버지께서 호위를 붙여 주시지도 않았고. 그래서 말인데, 옛정을 생각해서 너희랑 잠시만 같이 가게 해주면 안 될까? 걱정 마. 네가 싫다면 널 방해하진 않을게. 대오의 맨 뒤에서 따라만 갈게.”안란심은 애원의 눈빛으로 온사를 바라보았다.너무 불쌍해 보여서 거절하기 힘들 정도였다.“안란심, 옛날 얘기 꺼내지 마. 우리 사이에 남은 정은 없어.”말을 마친 온사는 뒤돌아서 마차에 올랐다.떠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안란심의 시종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떡해요, 아가씨? 성녀 전하가 허락을 안 하면 곧 있으면 우리 쫓겨나는 거 아니에요?”“누가 허락을 안 했대?”안란심은 시종을 힐끗 보며 대꾸했다.시종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하지만 방금 성녀 전하께서는….”“넌 온사에 대해 몰라. 걔가 정말 허락 안 했으면 바로 우릴 쫓아버렸을 거야.”‘말은 매몰차게 해도 쫓아내지는 않네. 온상, 역시 넌 마음이 너무 물러.’안란심은 이미 멀어져간 온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반 시진 후, 모든 준비를 마친 흑기군이 물자를 가득 실은 차량 대오를 끌고 출발했다.북진연은 자신의 말을 타고 맨 앞에서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43화

    비록 시간이 촉박했지만 북진연은 흔쾌히 수락했다.“궁에서 막 돌아왔으니 아직 짐정리도 못했을 테지. 그러니 오늘은 일단 내가 수월관으로 데려가 주고 같이 출발할 호위들을 선별한 뒤에 내일 아침 일찍 데리러 가마.”이미 결론이 난 일이었기에 북진연은 조금 화가 났지만 바로 대비를 시작했다.온사도 수월관으로 돌아와 떠날 채비를 했다.그녀는 란 영감에게 약초밭과 귀운 장원의 계약서를 맡겼다.예전 란씨 가문의 집사로 일했던 그였기에 장원을 관리하는 일에는 그가 적임자였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녀가 남겨주고 간 약재들을 장원의 텃밭에 모두 심는 것이었다.남산 약초밭에 다 자란 약초는 모두 거두고 남은 텃밭도 란 영감에게 맡겼다.금주 백성들이 가뭄을 이겨내고도 역병에 걸리지 않은 이유는 온사와 연관 있었다.그녀가 기도의식을 치른 직후에 비가 내린 것은 운이었지만 역병이 번지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백성들에게 나눠준 약재 덕분이었다. 그 약재는 그녀가 출발하기 전에 공간의 영기가 깃든 령수를 뿌려둔 것으로 그걸 끓여서 마신 백성들은 영기가 체내로 흘러가서 역병에 저항할 수 있었을 것이다.이것은 금주 재앙이 해결된 후에 아무도 역병에 걸리지 않은 진실이었다.그랬기에 내일 노주로 가져갈 약재도 미리 준비해야 헀다.이번에 온사는 약초들을 공간 안에 저장하지 않고 령수만 뿌린 후에 포장해서 마차에 실었다.그녀는 당당하게 이 약재들을 끌고 노주로 갈 것이다.성녀의 이름으로 일으킨 기적은 언젠가 그 기적이 통하지 않을 때 그녀를 무너뜨리는 독약이 될 것이다.백성들에게 성녀가 기적을 일으켰다고 믿게 하기 보다 그녀가 재배한 약초에 시선을 돌리는 게 맞았다.인간은 신이 될 수가 없고 세상에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사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이유는 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허황되고 부풀린 명성보다 온사는 자신의 진짜 실력을 사람들이 믿어주기를 바랐다.귀의독왕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스승의 지혜를 물려받을 수도 있지 않은가.게다가 그녀는 성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42화

    황궁 서재.“녕원 후작 나리가요?”온사는 익숙한 이름을 듣고 살짝 놀란 표정으로 황제에게 물었다.그날 그녀를 도와줬던 약국 주인장이 모시는 분이 녕원 후작이었다.“예전에 금주 가뭄의 영향을 받아 적지 않은 이재민들이 노주로 갔어. 그때 녕원 후작은 난민들을 거절하지 않았지. 그런데 그들 중에는 도주 중에 역병에 걸린 자들도 적지 않게 끼어 있어 지금 노주에서 역병이 확산되고 있다는구나.황제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러고 보니 좀 이상하기도 해. 가뭄 당시 고향을 떠나지 않은 백성들은 멀쩡한데 재난을 피해 도주한 사람들이 역병에 걸렸으니.”이 기이한 현상 때문에 현재 금주 백성들은 온사를 진정한 성녀로 인지하고 있었다.사람들은 성녀 전하께서 금주를 위해 기도하신 덕분에 그들이 무사하다고 믿었다.그런 소문이 퍼지자 금주와 가까이에 있던 노주 백성들도 성녀 전하가 노주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녕원 후작은 성녀가 노주로 가서 역병에 걸린 백성들을 위해 기도해 줬으면 좋겠다는구나. 다만 이번 노주행은 지난번보다 험난할 수 있어. 녕원 후작은 한때 나라를 위해 전장에서 큰 공을 세운 공신이고 또한 백성들이 원하는 일이기도 하니 짐도 거절할 수 없더구나.”비록 의견을 묻는 것 같지만 온사는 황제가 자신이 가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게 아니라면 그녀를 홀로 황궁에 불렀을 이유가 없었다.물론 그녀도 폐하께 빚을 갚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온사는 두 손을 합장하고 예를 취하며 말했다.“아미타불, 폐하께선 너무 심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노주 백성들이 고난을 겪고 있다는데 복명 성녀인 제가 당연히 가서 기도를 드려야지요.”그 말을 들은 어린 황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걱정 말거라. 짐이 믿음직한 사람으로 호위대를 꾸릴 터이니. 그리고 노주에도 미리 연락을 해서 지난번 금주 때처럼 기도의식만 치르고 바로 돌아올 수 있게 조치하겠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온사가 떠나기 전, 어린 황제는 미안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41화

    “예, 누구 탓할 거 없지요. 제가 그때 어리석어서 당신들이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제 잘못입니다.”온사가 울며 그들에게 애원했을 때도 그들은 그녀를 우습게만 생각했다.“그러니 원래 저에게 속했던 것을 돌려받겠다는데 무슨 문제 있나요?”“안 돼.”온권승이 뭐라고 하기 전에 온옥지가 먼저 단박에 거절했다.“귀운 장원과 봉운루는 막내의 것이야. 원하는 게 있으면 다른 걸 말해봐.”온옥지는 강경하게 나오면 온사가 포기할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온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추월에게 말했다.“좋아요. 그럼 그건 목숨으로 돌려받겠습니다. 추월아, 시작해.”촤르륵!장검이 순식간에 온옥지를 향했다.그래도 미리 대비하고 있던 온옥지는 가까스로 치명상은 피했지만 추월의 검이 그의 팔뚝을 찔렀다.살갗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온옥지가 비명을 질렀다.“온사, 당장 그만 안 둬?”온권승이 말렸지만 온사는 요지부동이었다.추월이 재차 검을 들고 온옥지를 공격하려 하자, 온권승은 마지못해 큰소리로 외쳤다.”줄게! 다 줄게! 귀운 장원, 봉운루 다 줄게!”온사는 기다렸다가 추월이 온옥지를 한번 더 찌른 다음에야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됐어, 추월아. 이제 그만해도 돼.”온권승은 다급히 피칠갑이 된 온옥지를 부축했다. 상처에서 피가 끊임없이 뿌ㅁ어져 나오자 그는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너 오라버니에게도 이렇게 잔인하게 굴면서, 소문이 새어나가면 사람들이 널 성녀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할까 봐 두렵지도 않니?”온사가 이리도 잔인하게 나올 줄은 몰랐던 온권승 부자였다.만약 온권승의 대답이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온옥지는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온옥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온사는 기분이 상쾌해졌다.“진국공 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들이 나가서 소문을 퍼뜨린다고 해도 증인이 있어야지요.”온사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온권승 부자는 그제야 자신들의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지방이 닳을 것처럼 드나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40화

    온권승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음침한 눈빛으로 온사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진국공 가문을 떠난 이후로 점점 내가 모르는 모습으로 변해가는구나. 내가 알던 딸이 아니야.”온권승은 더 이상 온사에게서 예전의 온순하고 그의 말이라면 뭐든 따르던 딸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었다.온사는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담담히 말했다.“저는 이미 진국공의 딸이 아니니까요.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아니, 당연하지 않아!’분명 성인식 전까지 아버지를 위한다고 선물을 준비하던 온사였다.그게 뭐였던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날 만면에 웃음을 짓던 모습은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하지만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온사를 보고 있자니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온권승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그래, 너 성인식 날에 아비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었지. 그게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나는구나.”온사는 말없이 온권승을 빤히 노려보았다.그러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기억이 안 난다면 잊었단 말일 테고 그럼 그리 중요한 물건은 아니란 의미겠죠. 잊었으면 다시 떠올릴 필요가 없습니다.”기분이 안 좋은 온사는 더 이상 그와 옛날 얘기를 주고받고 싶지 않아 한결 싸늘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대체 거래를 하실 겁니까, 안 하실 겁니까? 본론을 말 안 할 거면 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그녀는 돌아가서 돌봐야 할 약재가 수두룩하고 읽어야 할 경문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섭정왕 전하도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온권승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거래는 해야지. 내가 원하는 건 많지 않아. 온모를 무사히 궁에서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네가 나서서 외부의 유언비어를 해명하는 것, 그리고 네 어미의 시신을 돌려주는 것.”온사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첫 번째는 상의해 볼 필요가 있지만 두 번째는 못합니다. 그게 왜 유언비어입니까? 전부 사실 아닙니까? 그리고 세 번째, 꿈 깨세요. 첫 번째를 갖고 저와 협상하든가, 아니면 돌아가시든가요.”온권승은 강압적인 눈빛으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39화

    “온사야, 내가 너한테 직접적으로 잘못한 건 없지 않니?”온옥지는 온사를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넷째 공자, 방금 한 말을 벌써 잊으셨나요? 정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왜 여기까지 찾아와서 사과하는 거죠? 모순적이지 않나요?”온사는 담담한 눈빛으로 비웃음을 담아 이야기했다.온옥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전에 네가 갑자기 출가한다고 집을 나가고 아버지와 막내, 그리고 형님들이 너를 많이 걱정했어. 네 오라버니로서 나도 네가 걱정됐고. 그래서 너를 집으로 데려오려고 좀 잔머리를 굴린 것뿐이야. 지금 생각해 보니 좀 과했던 것 같아서 사과하는 거고.”“약간의 잔머리요?”온사는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당신이 정말 저를 동생으로 생각한다면 친동생에게 그런 잔머리를 쓰지는 않았겠죠.”“그냥 내 말을 듣게 하는 약물이었어. 널 죽이려 한 것도 아닌데 왜 그걸 자꾸 물고늘어져? 하물며 너도 나한테 보복했으면 됐잖아?”온옥지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온모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추월을 불렀다.그러자 검은 인영이 온옥지의 등 뒤에 나타났다.온옥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온사는 싸늘히 명령을 내렸다.“저 자의 손발을 베어버려.”“예!”추월은 주저없이 바로 검을 빼들었다.“멈춰!”온권승은 재빨리 아들을 잡아당겨 공격을 피했다.비록 손발이 절단나는 상황은 피했지만 추월의 공격이 너무 빨라서 온옥지는 결국 팔뚝을 다치고 말았다.겁에 질린 온옥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온권승은 이를 갈며 말했다.“온사, 너 미쳤어? 여기 수월관 대문 앞이야. 네가 출가한 곳이라고! 어찌 이런 신성한 곳에서 피를 보아 불도를 어지럽혀?”온사는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수월관의 평온은 뻔뻔한 당신들 때문에 다 망쳤어.”온사는 숨을 고르고 계속해서 말했다.“하물며, 제가 죽이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진국공 어르신은 왜 이리 호들갑이신가요?”온사는 고개를 돌려 온옥지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공자는 왜 그렇게 겁에 질려 있어요?”“너!”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38화

    “폐하께서 이번 기회에 진국고의 손에 쥔 권력을 적지 않게 회수하셨어. 오늘 필히 너를 찾아올 거야.”북진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온사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옆에 있어줄까?”“아닙니다. 그 사람은 온모를 황궁에서 구출하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태도를 바꿀 겁니다.”온사는 늘 고고하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자신의 앞에 고개를 숙일 것을 생각하니 기대가 되었다.그리고 온권승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온사야, 아비가 잘못했어.”수월관 대문 밖, 온사를 부른 온권승은 정색해서 입을 열었다.그는 진지한 얼굴로 첫 마디가 사과부터 했다.옆에 따라온 온옥지는 그 말을 듣고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아버지께서 온사에게 사과를?’이번에 아버지와 함께 오면서 예전처럼 강압적인 태도로 온사를 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온옥지는 생각에 잠겼다.‘목적을 위해 한발 양보하시려는 걸까?’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온사야, 나도 잘못이 있어. 그래서 이번에 아버지와 같이 와서 너한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어.”만약 전생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이들의 본모습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들의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사과는 전생에도 한번 한 적이 있었다.그날 온옥지는 사람들이 온사 언니보다 못생겼다고 놀린다는 온모의 말을 듣고 그날 밤에 친히 독약을 제작했다.그는 그 약물을 온사의 얼굴에 끼얹으며 잔인한 말을 늘어놓았다.“미안하구나, 온사야. 오라비가 잘못했어. 그러니 나를 용서해 주렴. 나중에 어떻게든 얼굴을 회복하게 해줄게. 며칠만 이 모습으로 있어. 막내가 기분 풀리면 치료해 줄게.”어여쁘던 얼굴은 약물에 녹아 볼품없이 되었고 치료가 된 후에도 쭈글쭈글 흉측한 인상이 되어버렸다.그러나 온모는 기뻐했고 온옥지도 따라서 기뻐했다.고통스러운 것은 온사뿐이었다.그녀는 바보처럼 치료해 준다는 오라버니의 말만 믿고 기다렸다.하지만 무수히 많은 날이 지나고, 그녀가 다시 온씨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37화

    “섭정왕 전하, 제가 하나 더 부탁할 게 있습니다.”“그래.”북진연은 온사의 얘기를 채 들어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온사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인지도 안 물어보시고 덥석 대답하십니까?”북진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답했다.“네 일이라면 뭐든 다 해야지.”“만약에 제가 곤란한 부탁을 할 거라면요?”“이 세상에 내가 해결하기 힘든 일은 몇 없어. 정말 그런 거라면 최선을 다해 방법을 생각해 보고 어떻게든 해결할 거야.”북진연은 진심을 담아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온사는 저절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북진연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저도 언제까지나 전하의 편에 서겠습니다. 이 우정, 절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섭정왕이 그녀에게 베푼 은혜와 우정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이런 친구가 있으니 그녀 역시 최선을 다해 그의 병을 치료해 줄 것이다.진지하게 임하는 온사를 보며 북진연의 준수한 얼굴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하지만 자세히 본다면 그 미소에는 씁쓸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다 이상 우정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던 북진연은 화제를 돌렸다.“그래서 이번엔 뭘 부탁하려고?”온사가 말했다.“혹시 저에게 무공을 가르쳐줄 스승님 한 명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무술 스승?”“예. 추월에게 배우려 했는데 추월은 암살 초식만 익혀서 어릴 때부터 혹독하게 몸을 단련해야 하고 지금의 제가 배우기에는 힘든 것 같았어요.”온사는 이미 성인식을 치른 자신이 지금 무공을 수련하려면 난관에 부딪힐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너무 수동적인 입장이 싫었던 온사는 어떻게든 무공을 수련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초식 몇 개라도 알고 있으면 그녀가 갖고 있는 독약과 결합해서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추월의 무공은 너와 어울리지 않지. 하지만 무공을 수련하고 싶다면 가까이에 사람이 있는데 왜 멀리서 찾으려고 해?”북진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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