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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Author: 이제리
비록 시간이 촉박했지만 북진연은 흔쾌히 수락했다.

“궁에서 막 돌아왔으니 아직 짐정리도 못했을 테지. 그러니 오늘은 일단 내가 수월관으로 데려가 주고 같이 출발할 호위들을 선별한 뒤에 내일 아침 일찍 데리러 가마.”

이미 결론이 난 일이었기에 북진연은 조금 화가 났지만 바로 대비를 시작했다.

온사도 수월관으로 돌아와 떠날 채비를 했다.

그녀는 란 영감에게 약초밭과 귀운 장원의 계약서를 맡겼다.

예전 란씨 가문의 집사로 일했던 그였기에 장원을 관리하는 일에는 그가 적임자였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녀가 남겨주고 간 약재들을 장원의 텃밭에 모두 심는 것이었다.

남산 약초밭에 다 자란 약초는 모두 거두고 남은 텃밭도 란 영감에게 맡겼다.

금주 백성들이 가뭄을 이겨내고도 역병에 걸리지 않은 이유는 온사와 연관 있었다.

그녀가 기도의식을 치른 직후에 비가 내린 것은 운이었지만 역병이 번지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백성들에게 나눠준 약재 덕분이었다. 그 약재는 그녀가 출발하기 전에 공간의 영기가 깃든 령수를 뿌려둔 것으로 그걸 끓여서 마신 백성들은 영기가 체내로 흘러가서 역병에 저항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금주 재앙이 해결된 후에 아무도 역병에 걸리지 않은 진실이었다.

그랬기에 내일 노주로 가져갈 약재도 미리 준비해야 헀다.

이번에 온사는 약초들을 공간 안에 저장하지 않고 령수만 뿌린 후에 포장해서 마차에 실었다.

그녀는 당당하게 이 약재들을 끌고 노주로 갈 것이다.

성녀의 이름으로 일으킨 기적은 언젠가 그 기적이 통하지 않을 때 그녀를 무너뜨리는 독약이 될 것이다.

백성들에게 성녀가 기적을 일으켰다고 믿게 하기 보다 그녀가 재배한 약초에 시선을 돌리는 게 맞았다.

인간은 신이 될 수가 없고 세상에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이유는 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허황되고 부풀린 명성보다 온사는 자신의 진짜 실력을 사람들이 믿어주기를 바랐다.

귀의독왕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스승의 지혜를 물려받을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녀는 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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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치료에 협조만 한다면 살 수 있다는 말, 역시 성녀는 그들을 속이지 않았다.한편, 제1구역에서 의식을 마친 온사는 그날로 또 다른 구역으로 갔다.노주에는 총 8개 재난 구역이 있었는데 녕안현을 제외하고 다른 7개 구역을 온사는 차례로 돌았다.그녀는 첫날 가까운 3개 구역을 먼저 돌았다.마지막 두 구역 감염자는 천 명을 넘었다.안으로 들어간 온사는 몰려온 인파에 하마터면 휩쓸릴 뻔했다.다행히 북진연이 미리 대비를 하고 흑기군 200명을 추가로 대동하고 왔기에 겨우 소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하지만 소란의 이유를 들은 그들은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에 처했다.이틀 사이에 제1구역에서 기적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 여기까지 전해졌던 것이다.그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외부에 친지가 있었다.제1구역의 소식을 들은 그들의 친지는 달려와서 희소식을 그들에게 전했고, 그렇게 소문은 여기까지 퍼지게 되었다.그래서 온사가 당도한 것을 보고 백성들이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다들 제1구역의 상황을 전해들었다면 진정하고 성녀 전하의 불경을 듣고 치료에 협조하면 자네들도 분명 나을 수 있을 거야!”이번에 나서서 사람들을 진정시킨 사람은 이 구역의 현령이었다. 몇 개 구역 중에서 유일하게 친히 자신의 현을 지키겠다고 남은 현령이었다.현령의 위로에 백성들도 드디어 이성을 찾고 입을 다물었다.온사는 여전히 령수를 끼얹은 화관을 쓰고 백성들의 기대 어린 눈빛 속에 낭송을 시작했다.의식이 끝난 후, 대문을 나가던 온사는 뭔가를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를 배웅하러 나왔던 강 현령은 그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소인이 무능하여 하루 사이에 감염자가 배로 늘었습니다. 많은 백성들이 제 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었죠.”온사의 눈에 시신을 나르는 수비군들의 모습이 들어왔다.“녕안현의 영향을 받아서인가요?”강 현령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예. 약간의 영향을 받았을 뿐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니 녕안현은 지금 더 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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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성녀 전하야!”“녕원 후작 나리께서 진짜로 성녀 전하를 모셔오셨어!”백성들은 격앙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성녀 전하, 저희는 이미 감염되었는데 살 수 있을까요?”누군가가 울며 물었다.“당연하죠.”온사는 그들 모두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감염은 두려운 게 아니에요. 여러분이 지시에 따라 제때에 약을 드시고 치료에 협조만 한다면 분명 완치될 수 있어요.”“감사합니다, 성녀 전하!”순간 감염자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놀란 온사가 황급히 일어서려는데 등 뒤에 있던 북진연이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기분 좋게 누려도 돼. 이는 저들이 너에 대한 신앙이니까.”온사는 고개를 돌려 환희에 찬 얼굴들을 바라보고 조용히 다시 경을 읊기 시작했다.청량한 목소리는 제1구역에 세례를 내렸다.구역 백성들과 밖에서 지키고 있던 수비군들도 축원의 분위기에 젖었다.낭송을 마치고 돌아서는 온사의 마차를 백성들이 따라왔다.성녀가 이미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서 달려온 백성들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걸음을 돌렸다.그런데 누군가가 의문을 제기했다.“오늘 이 구역은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설마 다 죽은 건 아니겠지?”“그럴 리가. 수비군이 저리 지키고 있잖아.”“성녀 전하께서 이곳에 와서 기도의식을 거행하셨대.”“뭐? 사람이 다 죽게 생겼는데 기도는 무슨 기도?”“이건 역병인데 기도나 축원이 무슨 소용이야?”“가식적인 의식에 지나지 않아. 성녀는 무슨. 떠밀려서 온 거겠지. 성녀가 의원도 아닌데 역병을 어떻게 치료해.”“떠밀려서 온 거라도 좋은 일이지. 지금 녕원 후작을 제외하고 어떤 관원이 역병 지역에 걸음하는 거 봤어?”“관원이 아니라 자네도 못 올 거면서.”“어쨌거나 난 성녀 같은 거 안 믿어. 금주의 기적은 그냥 우연이겠지. 사람들이 너무 떠받들어서 명성을 얻은 거지 웃겨.”“우연이 아니고 신이 내린 은총 맞다니까! 두고 봐. 성녀 전하께서는 이번에도 노주에 행운을 가져오실 거야.”“그래, 두고 보자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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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군이 침입했을 때, 북진연은 흑기군 정예부대 천 명을 이끌고 적의 국경까지 쳐들어가서 놈들의 후방 지원을 끊어버렸고 전쟁이 시작하기도 전에 적 대군은 겁에 질려 후퇴했다.물론 적국에서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라 이 일에 대하여 입막음했기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었다.북진연도 자신의 위상이 너무 올라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이 일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하지만 녕원 후작은 알고 있었다.그는 북진연이 보여준 태도를 믿었기에 반발을 하지 않은 거였다.그리하여 녕원 후작은 안심하고 노주성을 북진연에게 맡길 수 있었다.북진연은 웃으며 이 일의 자초지종을 온사에게 들려주고는 말했다.“그러니 기도의식은 네 마음대로 진행해. 일부러 위험에 뛰어드는 행위만 아니라면 아무래도 좋아.”온사는 못 말린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어찌 전하는 제가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말씀하십니다?”“아닌가?”북진연은 원망 섞인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온사는 야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설마 귀뺨 일부러 맞은 거 그거 말씀하신 거 아니죠?”지난번에 그녀는 일부러 온권승에게 귀뺨을 맞아주고 고육지책으로 온권승을 함정에 빠뜨렸었다.“지난번엔 귀뺨 한대로 끝났지만 다음엔 또 뭘 할지 어찌 알아.”북진연은 매번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후회에 사무쳤다.온사는 부드러운 말로 그의 기분을 달래주었다.“예, 제가 약속드리지 않았습니까? 앞으로는 전하의 말을 잘 따르고 절대 이상한 짓 하지 않을게요.”온사는 진심임을 증명하기 위해 약초밭까지 걸었다.“정말 제가 또 이상한 짓을 하게 되면 제 정원에 있는 약초밭을 모두 뿌리뽑고 부추를 심을게요.”만약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그녀는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이 정도로 넘어가 주지.”북진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못 믿겠다는 듯이 말했다.그러면서도 방금 달인 탕약을 들고 와서 온사에게 건넸다.“약 먹을 시간이야.”비록 열은 내렸다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온사가 빨리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북진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53화

    “온사….”북진연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예?”온사는 몽롱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북진연은 어색하게 기침하며 말을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야. 배고프지 않냐고 물었다. 일어나서 뭐라도 좀 먹을래?”“예, 그래야지요.”온사는 여전히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북진연은 죽을 그녀의 앞으로 들고 왔다.“와! 향이 너무 좋네요.”맛있는 향이 풍기자 온사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소리를 들은 북진연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그럼 어서 일어나서 먹어. 다 먹고 씻으러 가.”북진연은 떠먹여주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 죽그릇을 그녀에게 건넸다.“예.”밤새 잠만 잔 온사는 점심 때가 거의 되어서 잠에서 깼기에 배고파서 미칠 것 같았다.그런데 일어나 앉아서 보니 옷이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온사는 얼굴을 붉히며 북진연의 눈치를 살폈다.북진연은 이미 등을 돌리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안도의 숨을 내쉰 온사는 바로 옷을 갈아입고 식탁 앞에 앉아 버섯죽을 맛있게 먹었다.다 먹고 일어나 보니 옆에 뜨거운 물과 깨끗한 수건까지 준비되어 있었다.이런 세심한 배려에 온사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다 씻고 나갔더니 고요 일행이 새로운 임무를 받고 바쁘게 길을 떠나고 있었다.그들은 얼굴에 흰 천을 두르고 있었는데 방역을 위해 준비한 것 같았다.“바깥 상황은 어떤가요?”온사는 정원으로 가서 북진연의 앞에 마주앉았다.북진연은 등록된 환자 기록부를 보고 있었다.“최근 감염자수가 갑자기 많아졌지만 다행히 녕원 후작이 미리 대비를 해서 역병이 발견되었을 당시 이미 노주의 대부분 약재를 한곳으로 모으고 상황에 따라 각 현에 분배했어.”“녕원 후작은 노주에서의 영향력이 꽤 큰가 보네요.”이런 강제적인 조치에 지방 상인들이 지시를 따르고 물가를 올리지 않은 것만 해도 그의 발언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녕원 후작이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손에 몇만 병력이 있었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52화

    그 말을 들은 관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그게 정말인가요, 성녀 전하?”“정말 격리 구역으로 가신다고요?”“이건 좀 위험하지 않나요?”좀이 아니라 아주 위험한 행위였다.북진연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왜 상황이 좀 더 통제가 된 후에 성대한 기도의식을 거행하지 않는지 온사에게 묻고 싶었다.분명 그가 모든 위험을 제거해 줄 수 있는데 굳이 재난 지역으로 간다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이는 죽으러 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북진연은 꾹꾹 눌러 참다가 관원들이 돌아간 후, 온사에게 말했다.“너무 위험한 곳이야. 가면 안 돼!”“저는 가야 합니다.”감기에 걸린 후로 온사의 목소리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그녀는 북진연을 바라보며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저희가 이번에 노주로 오게 된 것은 아마 녕원 후작 본인보다 백성들의 염원이 더 컸을 것입니다. 저는 저들이 저에게 어떤 희망을 품었는지 알아요. 신의 재주는 없지만 저는 제 목소리로 그들의 두려움을 잠재워주고 싶습니다.”시간을 이틀 후로 정한 이유는 그녀가 가져온 약재의 효능이 발효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이었다.그때가 되면 위험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온사의 속을 모르는 북진연은 단호한 어조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그는 그녀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그래. 그럼 그때 가서는 뭐나 내 결정에 따라야 해. 고집 피우면 안 돼. 알겠어?”북진연은 온사가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려 할까 봐 못을 박아 말했다.“말을 안 들으면 내 돌아가서 약초밭의 약초를 모조리 뽑아 부추를 심을 거야!”온사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다 전하의 말씀에 따를게요. 이제 됐죠?”북진연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냈다.“됐어, 오늘 일정은 끝났으니 돌아가서 푹 쉬어. 병세가 이틀 사이에 좋아지지 않아도 같이 안 갈 거야.”잠시 후, 온사는 또 푹신한 침상에 눕게 되었다.하지만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인 것을 알기에 얌전히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51화

    “누워서 쉬지 않고 왜 나왔어?”북진연은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부축하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등 뒤에서 추월이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다.온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마차에 너무 오래 누워 있어서 온몸에 좀이 쑤셔요. 마침 일어나서 활동 좀 하니까 좋네요. 저 이제 괜찮아요. 약을 먹은 뒤에 많이 좋아졌어요.”하지만 딱 봐도 거짓말이었다.정말 멀쩡하다면 추월에게 부축하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북진연은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내렸다.“노주에서 상황이 가장 안 좋은 곳이 녕안현이야. 하지만 녕안 후작이 그리로 갔으니 크게 걱정할 것 없어. 이번에 같이 온 흑기군이 삼천 정도 되니 다른 지역을 통제하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북진연은 인원수를 일부러 삼천 이내로 통제했다.노주는 녕원 후작의 구역이었다.삼천이면 온사의 안전도 보호할 수 있으면서 재난 지역에 일정한 도움을 주기에 딱 적절한 인원수였다.그는 이들 중에서 소부대만 남기고 나머지 인원은 노주의 다른 지역의 통제를 돕기로 했다.이러면 녕원 후작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북진연이 빠르게 병력을 배치한 후에 온사가 말했다.“부하들에게 제가 가져온 약재를 각자 하나씩 갖고 가라고 하세요. 남은 건 의원들에게 줘서 약을 달여 백성들에게 나눠주라고 하고요.”그녀는 이번에 마차 열 대에 약재를 실어서 가져왔다.하지만 노주 백성들에게 나눠주려면 부족한 수량이었다. 령수의 작용을 극대화하려면 령수를 부린 약재를 다른 약재들과 섞어서 영기를 깃들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북진연은 그녀의 결정에 그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움직여 주었다.관원들은 떠나기 전, 머뭇거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성녀 전하… 몸이 괜찮으시다면… 언제 기도의식을 거행하실지 여쭤봐도 될까요?”그 관원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성녀께서 기도의식을 거행한다는 소식이 퍼지면 병에 걸린 백성들도 위로를 얻을 것 같습니다.”“그리고 더 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50화

    원래 노주의 상황은 이렇게 심각한 정도가 아니었다. 녕원 후작에게는 몇만 병력이 있으니 상황을 통제하는데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그런데 그들이 출발한 후 며칠 사이에 노주의 한 현령이 암살을 당하면서 녕안현에 역병이 폭발했고 하룻밤 사이에 수천 명 백성들이 역병에 감염되고 말았다.녕원 후작이 사람을 보내 진실을 조사한 결과, 죽은 현령은 생전에 민간 여인을 겁탈한 적 있는데 사건이 들통날까 봐 입막음으로 그 여인의 부모마저 죽였다고 한다.그런데 그 여인에게는 상무도라고 가출한 오라버니가 있었다. 상무도는 어렸을 적에 폭행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는데 집안 사람들에게 폐 끼치기 싫어 집을 떠나 금주로 갔다고 한다.나중에 금주가 가뭄이 터지면서 집으로 돌아온 상무도는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여동생이 겁탈당한 사실을 알고 순간 이성을 잃어 현령을 죽이고 스스로 우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원래는 여기서 끝났어야 할 사건이었으나 금주에서 도주해 올 때 상무도는 이미 역병에 걸린 상태였는데 우물에 뛰어드는 바람에 우물 전체가 역병에 감염되었다.관원들이 제 때에 시신을 건져 올렸지만 역병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진 후였다.하루 사이에 현의 모든 수원이 오염되었고 그날 밤 물을 마신 사람들은 아무도 역병을 피해가지 못했다.한 개 현이 역병이 폭발하자 주변에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고 무수히 많은 백성들이 도주했다.역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녕원 후작은 즉각 녕안현으로 병사를 파견해 아무도 못 나가게 막았다.그리고 그 역시 녕안현으로 가서 백성들을 위로하며 이곳에 상주하게 되었다.노주 관원들은 북진연이 화를 낼까 봐 다급히 설명을 덧붙였다.“섭정왕 전하, 걱정 마세요. 후작 나리께서는 저희에게 성녀 전하와 섭정왕 전하의 마중을 부탁하셨습니다. 전에 폐하께 기도의식을 청할 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현재 노주는 상황이 심각하지만 노주성 안은 그나마 안전한 편이니 이곳에 머무르시다가 기도의식이 끝나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49화

    안 그래도 겁에 질렸던 관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무자비하기로 유명한 섭정왕의 손에 죽어 나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도 없었다.그가 검을 뺀다는 소리에 모두가 겁에 질려 입을 다물었다.부름을 듣고 달려온 의원은 진료를 본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섭정왕 전하. 성녀 전하께서는 단순한 몸살에다가 오시느라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쓰러진 것입니다.”“이 처방 좀 봐주게. 혹시 바꿔야 할 약재가 있는가? 아니면 이걸 계속 먹어도 되겠어?”복진연은 온사가 처방한 처방전을 의원에게 건네며 물었다. 처방전을 확인한 의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약재를 교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소인이 한 가지만 더 추가해 드릴 테니 그걸 드시면 바로 깨어나실 겁니다.”그들의 대화를 듣고 눈을 뜬 온사가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북진연은 바로 달려와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직도 어지러워?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온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의원님, 약을 추가할 필요 없어요. 전하는 제가 가져온 약재를 처방대로 달여주시면 돼요.”“그래.”북진연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을 시켜 약을 달이게 한 후에 그녀의 옆으로 돌아갔다.의원은 그녀가 이미 깨어난 것을 보고 조용히 물러갔다.지금 노주의 의원들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처지였다.약을 대령하자 온사는 바로 마시는 대신 북진연에게 말했다.“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전하는 이만 나가보세요. 저 혼자 괜찮아요.”북진연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불편한 곳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그 말에 온사는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불편한 데가 있으면 추월을 부르면 그만이었다.한편, 자신의 말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북진연은 아쉬운 눈으로 온사를 한번 바라본 후에 밖으로 나갔다.문밖에는 관원들이 초조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온사가 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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