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사람의 호흡이 멎는 느낌이었다.“이거, 이재승 아니야?”누가 먼저 소리쳤는지 알 수 없지만 6년 전 진주·밀양에서 화려했던 이재승을 알아본 모양이다.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이재승을 향하게 되었다.“이럴 수가.”“말도 안 돼.”각종 생각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모두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이재승은 사람들의 놀란 시선을 무시하고 한 걸음씩 이일매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지금 얼굴이 굳어버린 이일매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으며 말했다.“이준범도 가둬놓고. 이장우 그 쓰레기 같은 자식도 망가뜨렸다면서요. 역시 실력이 대단하세요.”그의 미소는 의미심장하기만 했다.이일매는 눈가를 찡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이재승? 넌 이제 우리 진주 이씨 가문 사람이 아니야.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버릇도 없는 놈. 당장 나가.”쨕.이재승은 무표정으로 이일매의 뺨을 때렸다.그 권세 높은 사람이 뺨을 맞아 7, 8미터나 날아가자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말았다.‘이럴 수가.’모든 진주 이씨 가문 사람들은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이재승이 지금 뭐 하는 짓이지?’“감히 지금 어르신의 뺨을 때렸어?”“뭐하는 놈이야. 너...”유일하게 정신을 차린 김병욱이 눈꺼풀을 떨면서 절대 있을 수 없는 가능성을 떠올렸다.쨕.이재승은 김병욱 뺨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는 뻔뻔하게 원래 이일매 전용 자리였던 곳에 앉아 다리를 꼬고 담배를 불을 붙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이 사람들한테 알려줘.”이때 입구에서 이형돈이 무심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현장을 훑은 뒤 차갑게 말했다.“여러분 앞에 있는 분은 영국 남작이자 신전기사단 부단장이신 이재승 도련님이세요. 지금부터 이 별장은 도련님께서 사용하셔야겠어요. 그리고 지금부터 이곳은 공주님께서 지낼 곳이니 다들 당장 꺼지세요. 그리고 도련님을 대신해서 한 가지 발표할 것이 있어요. 6년 전 일을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실 거예요. 뒷일을 준
태산 꼭대기.진주 이씨 가문에서는 빅토리아 항구 꼭대기에 있는 별장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지금은 이곳이 화려한 불빛이 어우러져 황홀함이 가득했다.일찍이 진주 이씨 가문 큰 어르신이 된 이일매는 얼굴에 홍조가 돌고 있는 채로 상석에 앉아있었다.그녀는 흥분한 말투로 말했다.“하늘이시어. 우리 진주 이씨 가문을 도와주소서. 조금 전에 공항 쪽에서 소식이 전해졌는데 라온시에서 온 영국 왕실 공주와 신전기사단 부단장인 이 도련님이 우리 진주 이씨 가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정말 하늘마저 돕네요. 영국 귀인의 보호를 받는다면 우리 이씨 가문은 반드시 4대 명문가 중 으뜸이 될 수 있을 거야.”이일매와 가장 가까운 김병욱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그는 김현민이 대단한 사람을 초대한 건 알지만 그 사람이 진주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몰랐다.하지만 이것은 그의 계획에 영향 주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이번에 진주 4대 가문이 안전을 책임지기로 하면서 진주 이씨 가문에서 가장 많은 힘을 쏟은 것. 또 예를 들어 그 대단한 사람을 이씨 가문에 모시려고 김병욱이 여러 준비를 한 것. 또는 이형돈과 그의 주변 사람들이 이미 김병욱을 통해 뇌물을 두둑이 챙겼다는 것. 그래서 지금 김병욱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그는 비록 이장우를 대신해 진주·밀양 이씨 가문의 세자가 되었지만 이씨 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 자격을 의심받기도 했다.이일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절대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없었다.하지만 영국사람의 지지를 받기만 하면 그 자리가 확고해질 수 있었다.한자리에 모여있던 진주 이씨 가문 젊은 층은 하나같이 얼굴에 자부심과 뿌듯함이 가득했다.‘영국 왕실 공주와 신전기사단 부단장이 진주 이씨 가문을 방문하다니.’‘이보다 더 영광일 수가.’‘앞으로 진주 이씨 가문은 4대 가문 중의 으뜸으로 거듭나는 건가?’‘어쩌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과도 한판 겨룰 자격이 생길 수 있겠네.’진주 이씨 가문 사람들도 진주·밀양 상류사회에서의 지위가
이형돈은 입가를 움찔하더니 천천히 일어나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는 제가 일 처리가 미흡했지만 반드시 신속하게 처리할게요. 이틀만 더 시간을 주시면 도련님께 새로운 진주를 돌려드릴게요.”이재승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랬으면 좋겠지만 잘 해내지 못해도 괜찮아. 어떤 일들은 원래 내가 직접 나서야 하는 거야.”말하는 사이 이재승은 담뱃재를 털면서 이형돈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손짓했다.이재승은 걸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그때 내가 진주 이씨 가문에 처음 왔을 때도 꽤 젊고 혈기 왕성했지. 비록 진주 이씨 가문은 항상 나를 좋게 보지 않았지만 나는 이 성씨를 위해서 싸우고 또 자랑스러워했어. 진주 이씨 가문을 진주·밀양에서 가장 최고로 만들고 싶었어. 내가 직접 진주 이씨 가문의 상업 규칙을 재구성해 진주 이씨 가문을 번창시켰고, 가문의 부와 권력, 에너지가 한때 진주 4대 가문의 으뜸이 되기도 했어. 심지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었어. 아쉽게도 진주 이씨 가문은 늘 나한테 불만이 많았어. 그들은 내가 이씨 가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국 혈통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어. 그들은 내가 계속 강해져서 진주 이씨 가문의 주도자가 되는 것을 몹시 두려워했지.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아무리 강하고 아무리 대단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야. 내가 힘들게 쟁취한 것을 손에 쥐어야만 안심할 수 있었던 거지. 마침내 내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청미와 약혼하는 그 날 밤, 큰일이 벌어졌지... 누군가 술에 잔뜩 취한 나는 먼 친척 형수님의 침대에 버려졌고, 결국 간통죄로 잡히고 말았지...”이재승은 말하다 말고 피식 웃고 말았다.“얼마나 간단한 수법이야. 그날 밤 나는 진주·밀양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사지가 부러질 정도로 맞고 유기견처럼 길거리에 버려졌어. 하룻밤 사이에 떠돌이 신세가 된 거지. 다음 날에는 진주 천옥에 던져지고 말았어. 그래도 운이 좋아서 내 인생의 귀인을 만나 오늘날 영국 남작, 신전
곧이어 이형돈의 시야에 열 명이 넘는 남녀가 나타났다.정중앙에는 영국 귀족 복장을 한 여성과 무관심한 표정에 편안한 옷차림의 청년이 있었다.여성은 정교한 얼굴에 혼혈 느낌이었고, 콧대가 높고 눈동자도 똘망똘망했다. 게다가 마스크를 착용해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이 사람은 발 영국 왕실 네 번째 상속자인 넷째 공주였다.그녀보다 반걸음 뒤에 선 사람은 키가 거의 180cm에 달하며 얼굴은 조각 같은 준수한 남자였다.잘생겼다고 할 수 없지만 알 수 없는 사악한 기운이 있어 그의 앞에서는 저절로 다리가 나른해지는 느낌이었다.그는 바로 영국 남작이자 신전기사단 부단장, 그리고 무신인 이재승이었다.그는 무심한 눈빛으로 현장을 훑어보다 가느다란 시가를 꺼내 불을 붙였다.이형돈은 냉큼 달려가 공손하게 말했다.“공주님, 도련님.”“형돈아, 요즘 너무 실망인데?”넷째 공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재승이 먼저 시가 연기를 이형돈의 얼굴에 뿜어냈다.이어 그는 이형돈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내 사람을 데리고 진주·밀양에 온 지도 오란데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어. 허씨 가문의 도박패도 따내지 못하고 김청미 그년도 아직 우리를 복종하지 않잖아. 듣자 하니 그 광대도 이리저리 날뛰었는데 아무런 이익도 가져다주지 못했다면서? 어떤 벌을 내려줄까?”이형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털썩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단장님, 모든 것이 제 무능함 때문이에요. 벌을 내려주세요.”순간 무릎을 꿇은 이형돈을 본 이재승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재승 씨, 내가 듣기로는 형돈 씨가 진주·밀양에서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어.”옆에서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넷째 공주가 이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보니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형돈 씨도 오랫동안 재승 씨 곁을 지키며 항상 목숨을 멀고 싸웠어. 비록 최근에 형돈 씨가 불순한 의도로 출세를 노린다는 소문이 돌
저녁. 진주 국제공항 상공.영국에서 도착한 비행기가 착륙 준비하고 있었다.주변에는 무려 백여 대의 전투기가 호위 중이었고, 이 전투기들은 모두 영국에서 직접 출동한 것이었다.진주 공항 전체가 안팎으로 삼중 봉쇄된 상태였다.소문에 따르면 진주 4대 가문은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거의 만 명에 달하는 인원을 투입했다고 했다.말하자면 진주 4대 가문이 이렇게까지 한마음으로 뭉친 것은 수년 만에 처음이었다.이 모든 것은 단 한 명을 맞이하기 위함이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극소수의 핵심 인물을 제외하고는 전체 진주·밀양 상류 인사들은 영국 남작, 신전기사단 부단장이 곧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많은 사람은 이 전설적인 거물이 바로 이재승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이 순간 공항에서는 아무도 그에게 가까이하지 못했다.전해지기로는 많은 사람이 이재승에게 잘 보이고 싶어 선물을 전해주려고 했지만 모두 바로 거절당했다고 했다.통로 입구에는 이형돈이 뒷짐을 쥔 채 제자리에서 계속 초조하게 서 있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수십 명의 기사복을 입은 남성들이 있었다.이들은 모두 이형돈이 진주에 올 때 데리고 온 신전기사들이었다.시간이 1분 1초 흘러가고, 마침내 통로 입구에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단장님.”이재승이 보이자 신전기사들이 일제히 인사를 건넸다.모든 신전기사들의 눈동자에는 열광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이재승은 신전기사단이 수백 년 동안 존재해 온 가운데 처음으로 고위직에 오른 화교이자 신전기사단의 부단장, 그리고 한 시대의 무신이었기 때문이다.전해지기로는 그가 한때 창을 들고 천군만마를 휩쓸었다고 했다.흑아프리카 침략 전쟁에서 한 번에 한 도시를 휩쓸어 전설적인 존재로 남기도 했다.게다가 그는 롤모델이 잭인 만큼 행보가 잔인하여 가장 좋아하는 일이 바로 청춘 소녀들의 배를 가르는 것이라고 했다.온갖 소문들이 이재승의 악명을 만들었고, 동시에 그의 위엄도 세운 셈이다.화교 무신 이 도련님은 거의 그
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러면 너는 몇 집이 대한민국 성씨를 가졌고, 또 몇 집이 영국 성씨를 가졌다고 생각하는데?”진가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른 가문은 잘 모르겠는데 진주 이씨 가문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국 성씨일 수밖에 없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알고 있는 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을 줄 몰랐네. 잘 생각해봐. 혹시 또 빠뜨린 게 없는지. 우리가 언제 또 만날지 모르니까. 계속 숨기고 감추면 네가 아무런 가치도 없을지도 몰라.”김예훈의 말에도 진가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그녀는 김예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지금으로서는 이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아. 아무 조건도 없이 말해준 건 내가 아직도 어느 정도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 네가 나를 잘 대해준다면 아마 다른 것들도 더 떠오를지 몰라. 예를 들어 이재승과 김현민이 세상에 둘도 없는 의형제를 맺었다든지...”김예훈은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세상에 둘도 없는 의형제라... 재미있군.”...김예훈이 이재승과 김현민의 형제애에 감탄하는 사이, 이형돈은 이미 토요타에 올라탔다.차 안. 앞뒤로 볼륨감 있는 여비서가 공손하게 태블릿을 이형돈 앞에 내밀려 조용하게 말했다.“지금 여론이 여전히 김청미 씨를 향하고 있지만 죽은 사람이 없어서 똑같은 말만 반복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사람을 무시한다는 식의 말들이요. 그런데...”이야기하다 여비서가 약간 머뭇거렸다.“그런데 뭐?”이형돈은 미간을 찌푸렸다.“김청미 씨가 온라인에 한마디 열렸더라고요. 나라를 팔아먹은 진가인 씨의 말도 믿냐고요. 지금 네티즌들이 두 쪽으로 나뉘어서 싸우고 있어요. 김청미 씨가 가볍게 한마디로 자신이 직면한 골칫거리를 해결했는데 댓글부대를 더 매수하지 않았다간....”“아니야. 됐어.”이형돈이 고개를 흔들었다.“진가인이 죽지 않았으니 아무리 댓글부대를 매수해도 김청미를 묻어버릴 수 없어. 오히려 우리한테 불필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