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법무법인 최&박.
서울 중심가에 자리한 고층 빌딩의 최상층.대표변호사 최명진은 집무실 책상에 앉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평소라면 쉽게 연결되지 않는 그의 개인 번호였다.그런데 비서가 전화를 연결하며 전한 이름에 최명진은 적잖이 놀랐다.뉴럴링크 대표 최재혁.최근 대한민국 경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기업인 중 한 사람이었다.인공지능 기술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뉴럴링크.그 회사를 맨손으로 일으켜 세운 인물이 바로 최재혁이었다.최명진 역시 그의 이름을 여러 차례 들어본 적이 있었다.대기업 회장들과 경제계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뉴럴링크와 최재혁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언젠가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인물이었다.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것이다.최명진은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법무법인 최&박.서울 중심가에 자리한 고층 빌딩의 최상층.대표변호사 최명진은 집무실 책상에 앉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평소라면 쉽게 연결되지 않는 그의 개인 번호였다.그런데 비서가 전화를 연결하며 전한 이름에 최명진은 적잖이 놀랐다.뉴럴링크 대표 최재혁.최근 대한민국 경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기업인 중 한 사람이었다.인공지능 기술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뉴럴링크.그 회사를 맨손으로 일으켜 세운 인물이 바로 최재혁이었다.최명진 역시 그의 이름을 여러 차례 들어본 적이 있었다.대기업 회장들과 경제계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뉴럴링크와 최재혁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언젠가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인물이었다.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것이다.최명진은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최재혁 대표님?”전화기 너머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최재혁입니다.”“아이고, 반갑습니다. 안 그래도 최 대표님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었습니다.”“감사합니다.”“이렇게 직접 연락을 주실 줄은 몰랐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최명진은 자연스럽게 사업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기업 인수나 투자 계약.혹은 해외 사업과 관련한 법률 자문일 수도 있었다.뉴럴링크 정도의 기업이라면 최&박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고객이었다.하지만 이어진 재혁의 말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최명진 대표님.”“네, 말씀하십시오.”“태산건설 이창수 회장님이 제 장인어른이십니다.”순간 최명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2년 전 자신의 아들 최진태와 있었던 그 일 이후 이창수 회장과는 아직도 서먹한 관계였다.
지혜를 직접 만나고 돌아온 이경환 사장의 내면은 묘하게 복잡했다.솔직히 말해, 그가 마주한 김지혜라는 아가씨는 예상 밖이었다. 가진 것 없는 보육원 출신에 임대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겁을 집어먹고 물러날 줄 알았건만, 당당하게 눈을 맞추며 제 할 말은 또박또박 다 뱉어내는 그 서슬 퍼런 기세는 쉽게 잊히지 않았다.‘……당돌하더군.’자신이 누구인지 알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오히려 똑바로 눈을 마주치며 할 말을 끝까지 했다.“고아로 자란 아가씨치고는 제법 배짱이 있단 말이지.”이경환은 혼잣말을 하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아버지인 자신도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아들이었다.그런 민성을 상대하려면 여자도 보통 성격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거칠고 제멋대로인 민성의 성질머리를 꽉 잡고 흔들기에는, 차라리 저런 독종 같은 기질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그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거기까지였다.그것과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별개였다.이경환은 책상 위에 놓인 두 개의 서류철을 바라봤다.하나는 김지혜.다른 하나는 박지민이었다.이경환은 서류를 내려다보다 미간을 찌푸렸다.“성격 하나는 마음에 드는데…….”문제는 그다음이었다.가족이 없었다.민성이 자란 환경은 평범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었다.냉혹하고 계산적인 사업가인 이경환의 잣대에서 ‘며느리’라는 자리는 그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완벽한 조건들을 요구했다. 김지혜가 가진 당돌함은 일시적인 흥미를 끌 뿐, 고아라는 치명적인 결함이 너무나 뚜렷했다.반면, 박지민은 어땠는가.교육자 집안에서 곱게 자라 학교 교사라는 안정적이고 반듯한 직업을 가진 지민. 무엇보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울타리 속에서 티 없이 바르게 자라난 그 성품은, 민성이 결핍된 모
다음 날 오전.뉴럴링크 대표이사실.재혁은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 두꺼운 서류철을 넘기고 있었다.주연이 앞에서는 그녀가 자책하거나 마음을 쓰지 않도록 최대한 차분한 척 짓누르고 있었지만, 재혁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는 다음 날 아침 집무실에 들어서는 그의 눈빛에 고스란히 묻어났다.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의 첫 장에는 한 남자의 사진이 있었다.최진태.어젯밤 호텔에서 주연을 향해 뻔뻔하게 웃던 그 얼굴이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진태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그때 너랑 결혼했어야 했는데…….’‘아직 네가 나한테 남긴 흔적도 이렇게 있는데 말이야.’재혁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그때 대표이사실 문이 열렸다.“야, 최대표.”민성이 들어왔다.평소 같았으면 장난부터 쳤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재혁의 얼굴을 확인한 민성은 말없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어제 주연 씨는 괜찮았어?”재혁이 짧게 대답했다.“응.”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맨손으로 오직 자신의 능력 하나로 이 바닥에 뛰어들어 뉴럴 링크를 대한민국 최고의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우뚝 세워놓은 최재혁이었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끝장을 내고야 마는 그 독기와 집념을, 10년 넘는 세월 동안 곁에서 지켜본 민성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재혁은 책상 위의 서류철을 민성 쪽으로 밀었다.재혁의 책상 위에는 이미 최진태에 대한 조사가 끝나 있었다.대형 법무법인 최&박 소속 변호사.그리고 그의 아버지—최명진.법무법인 최&박의 대표변호사.법조계와 재계에 넓은 인맥을 가진 인물이었다.민성이 서류를 넘기며 중얼거렸다.“집안 좋고, 학벌 좋고, 직업 좋고…….”그가 비웃듯
최진태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음이 끊이지 않던 자리였다.정말 오랜만에 아무 걱정 없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그런데 최진태가 나타난 순간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주연은 식어버린 디저트를 바라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미안해…… 모처럼 다 같이 모인 자리인데, 나 때문에……."지혜는 주연의 손을 꽉 잡으며 오히려 자신이 더 분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네가 왜 미안해해? 그 쓰레기 같은 자식이 눈치 없이 기어들어 온 거지! 아이 진짜, 밥맛 떨어져서 원……."주연의 목소리가 작아졌다.“오랜만에 다 같이 좋은 시간 보내고 있었는데 괜히 분위기 다 망쳤잖아.”“야, 이주연.”지혜의 목소리가 단번에 높아졌다.“그게 왜 너 때문이야?”“망친 건 그 인간이지. 네가 아니잖아.”지혜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지 얼굴까지 붉어졌다.“아니,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지가 뭘 잘했다고 네 앞에 와서 그런 소리를 해?”지혜는 주연보다 더 흥분해 있었다.“내가 그때 네 옆에 있었으면 진짜 가만 안 뒀어.”재혁은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민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정리했다.호텔을 나서기 전—재혁은 민성을 따로 불렀다."민성아, 오늘 고마웠다. 우리는 내일 회사에서 보자."민성은 재혁의 표정을 보고 바로 알아들었다.“알았어.”민성이 짧게 대답했다.“내일 이야기하자.”재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민성이 다시 말했다.“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그래.”두 사람 사이에는 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재혁은 주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밖으로 향했다. 두 사람을 배웅하는 민
재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 키의 재혁이 일어서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주연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진태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없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최진태 씨.” 진태의 눈썹이 올라갔다. 재혁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를 바라봤다. “물으셨죠?” “…….” “여기서 누가 이주연 씨 남편이냐고.” 재혁이 주연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접니다.” 짧은 두 글자였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묵직했다. “이주연의 남편 최재혁입니다.” “최재혁…….” 진태가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알고 있는 이름인 듯했다. 재혁은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보아하니 제 아내에게 볼 일이 있으신 모양인데.” “…….” “그쪽이 내 아내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고, 불쾌한 헛소리를 지껄일 자격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진태의 얼굴이 굳었다. 재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내 아내가 아니라…….”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나를 상대해야 할 겁니다.” 두 남자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재혁의 주먹이 하얗게 질릴 만큼 꽉 쥐어졌다. 당장이라도 저 뻔뻔한 얼굴을 주먹으로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이성으로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자신의 아내에게
최진태.그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화기애애하던 네 사람의 저녁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음이 끊이지 않던 테이블이었다.주연의 손에서 포크가 멈췄다.심장이 거칠게 내려앉았다.진태 역시 주연을 발견했다.그의 걸음이 멈췄다.여유롭고 오만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진태는 여자의 허리를 감싼 손을 풀고 망설임 없이 주연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그의 머릿속에는 과거 주연에게 저질렀던 일에 대한 반성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진태가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이야…….”그가 주연을 위아래로 훑어봤다.“이게 누구야.”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이주연 아니야?”주연은 대답하지 않았다.진태는 그녀의 싸늘한 표정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을 이어갔다.“그동안 더 예뻐졌네.”“…….”“그때 너랑 결혼했어야 했는데…….”진태가 아쉬운 듯 혀를 찼다.“지금 생각해도 아깝단 말이지.”순간—재혁의 눈빛이 변했다.지혜 역시 굳은 얼굴로 진태를 바라봤다.민성은 말없이 등을 의자에 기대고 앉아 있었지만, 조금 전까지 장난스럽던 표정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주연의 손이 차갑게 굳었다.자신에게는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는 일을—이 남자는 추억이라도 이야기하듯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그 사실이 두려움보다 더 큰 분노를 불러왔다.지나치게 천박하고 뻔뻔한 발언에 민성과 재혁의 미간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하지만 진태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재혁과 민성을 번갈아 훑어보더니 비릿하게 웃었다.두 사람 모두 평범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은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그런데…….